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74
밥만 먹고 레벨업 1275화
[만백성의 주인 브로드가 기둥의 전장에 참여합니다.] [중도참가에 따른 페널티를 받습니다.] [그의 모든 스텟이 15% 하락합니다.] [그가 받는 점수가 50%로 하향됩니다.]브로드는 죽었었다.
‘브로드의 기사들’이란 절대반신 클래스의 이들을 남기고 영웅으로 기록되어 전사했다.
그 과정을 딛고 돌아온 브로드가 내민 손을 민혁은 맞잡으며 일어섰다.
브로드의 죽음이, 그리고 만백성의 주인 후보로 돌아온 그의 모든 것이, 자신을 위해서였음을 민혁이 깨달았다.
“황제가 되었나……?”
브로드가 루브앙 제국의 황제가 되었다.
이젠 자신의 품을 떠나 아테네에서 가장 강한 제국의 황제가.
브로드는 슬픈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도 씁쓸한 미소로 그를 보았다.
그것이 브로드의 최선이었음을 알았기에.
민혁은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는 인간의 몸으로 죽음의 운명 앞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택한 거다.
“기둥에 오르실 때입니다.”
그 말이 확신을 심어준다. 그의 모든 결정은 민혁을 기둥의 자리에 올려놓기 위함이었다.
천천히 민혁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밤을 몰아냈던 빛이 스르르 사라져간다.
‘흡수전환.’
먹어서 회복하는 능력이 민혁의 HP를 회복시킨다.
다시 찾아온 어둠 속. 괴성을 지르며 분노하는 기둥후보들이 있다.
그 다섯을 향해 두 사람이 동시에 걸음을 떼었다.
이젠 다른 곳에서 다른 하늘을 바라보게 될 자들.
한 사내는 포크와 나이프가 각인된 흰색 망토를 펄럭였고.
한 사내는 검과 방패가 각인된 검은 망토를 펄럭였다.
그들이 짊어진 것은 다르나, 지금의 목표는 같다.
민혁을 먹는 자들의 기둥으로 만드는 것.
또 이젠 민혁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르는 말.
“가자, 브로드.”
“예, 폐하.”
브로드 역시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대답을 했다.
[절대강화.] [아군으로 인식된 자들의 모든 무기가 24% 강화됩니다.]강화하는 자의 힘에 따라 기둥후보들이 쥔 무기들이 새하얀 빛을 터뜨렸다.
“내 계획이…….”
브로드가 차고 있는 망토를 보며 볼레인은 눈치챘다.
모든 계획이 어그러졌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죽음의 기둥이 되어야만 했다.
볼레인이 이뮨의 살수들을 루브앙 제국에 숨겨두었고, 황제를 세뇌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터.
천외제국과 루브앙 제국이 손을 잡고 조직 이뮨을 멸할 것을 명할 거다.
자신이 죽음의 기둥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브로드가 늑대처럼 쏘아져 왔다.
[맹수폭주.] [30초 동안 당신의 스텟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냅니다.] [초당 200%의 데미지가 증폭됩니다.] [초당 5%의 방어력이 증폭됩니다.] [당신은 이 순간만큼은 진짜 맹수가 될 것입니다.] [200%의 데미지가 증폭…….] [5%의 방어력이 증폭…….] [200%의 데미지가 증폭…….] [5%의 방어력이 증폭…….]“크허허허허헝!”
동물의 주인 하버드. 몸에서 피를 흩뿌리던 그가 사자처럼 울부짖었다.
4초란 찰나에 벌써 800%의 데미지와 5%의 방어력이 증폭된 그가 브로드의 뒤를 노렸다.
“황제극강검술. 2장.”
브로드는 단일대상 스킬인 2장을 공개한 적은 없다.
그는 가축업자다. 그가 키우던 것들에 맹수라 부를 만한 것들은 없으나 그들의 의지가 담긴 것은 있다.
개는 평소에 그 누구보다 주인을 믿고 따르며 어리광을 피운다.
그리고 개는 주인이 위험에 빠졌을 때 상대방을 물고 절대 놓아주지 않는다.
설령 죽음에 이르는 고통 속에서도.
“죽음의 이빨.”
개는 인간보다 더 많은 이빨을 가진다.
그들의 영구치의 개수는 42개이다.
그 이빨 하나하나가 5,300%의 추가 데미지를 일으킨다.
브로드의 검 주변으로 42개의 붉은 검기들이 점처럼 보인다.
그 점 42개가 정확히 개의 이빨의 모양이 되어, 자신을 짓밟으려는 거대한 하버드의 가슴을 문다.
콰자아아아아악-!
푸, 푸푸푸푸푸푸, 푸푸푸푸푸, 푸푸푸푸푸푹-!
하버드의 단단한 외피가 찢긴다.
사자의 모습의 그가 한 마리의 개에게 미친 듯이 물어뜯기고 있었다.
초당 상승하는 방어력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고고한 황제 앞에 하버드는 사자가 아니라 하룻강아지에 불과했다.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는 하버드를 브로드가 지나친다.
자연의 주인 베로던이 힘을 발한다.
“재앙집중.”
쿠화아아아아아아앙-!
17,000%의 추가 데미지를 일으키는 낙뢰가 그를 찍어 눌렀다.
그가 딛고 선 지면이 파였고.
촤라라라라라라락-
수백 개의 태풍의 칼날이 브로드를 찢어발겼다. 튀어 오르는 핏줄기를 보며 자연의 주인 베로던이 희열했다.
쩌저저저저저적-
갈라지는 땅이 그를 삼키고자 한다.
그 땅을 가뿐히 빠져나온 브로드가 베로던을 베고 지나쳤다.
성기사의 교황 엘스의 검이 찬란한 빛을 머금는다.
그 어떤 것이든 베어 넘길 듯한 성스러운 검이 브로드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쳤다.
“주, 죽였……!”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브로드의 주먹이 그를 후려쳤다.
교황 엘스는 비틀거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괴, 괴…….”
교황 엘스는 성기사들 중 가장 강하다.
그 레벨은 860대를 훌쩍 넘어서는 편이다.
한데 이자는 자신을 너무도 가뿐히 압도했다.
기둥후보들이 밀리자 볼레인이 외쳤다.
“민혁. 민혁을 죽여라!”
민혁만 죽인다면 결국 가장 고득점을 기록한 자는 볼레인이 된다.
설령 브로드에게 죽임을 당한다 한들 50%의 점수밖에 얻지 못하는 그는, 볼레인의 점수를 따라잡지 못하는바.
피이이이이이이잉-
[살수의 난무.]집중 당한다. 수백 회 몸 곳곳이 관통당하는 민혁이 신음한다.
은룡갑의 사용시간 도래에 따라 발동시킨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륵-!
은빛비늘에 뒤덮인 민혁에게로 집중공격이 펼쳐졌다.
[HP가 16%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번쩍-!
번쩍번쩍!
그들이 민혁을 공격할 때마다 패시브 스킬 ‘군신 수호의 창’이 발동된다.
군신 수호의 창은 400%의 추가 데미지로 적으로 인식된 자들을 번개의 창으로 꿰뚫는 힘.
그러나 민혁은 자신에게 붙은 엘스, 하버드, 볼레인 셋을 동시에 상대하기 쉽지 않았으며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HP가 13% 미만으로 하락합니다.]그때 민혁의 몸에 스파크가 튀었다.
[번개의 신.] [1.3% 확률로 발동되는 번개의 신이 이동속도 3배, 공격속도를 2배로 3초간 상승시킵니다.]번쩍-!
3배 빨라진 민혁의 움직임은 빛과 같았다.
그들조차 쫓지도 못할 속도로 사방팔방에서 움직이며 그들을 베어 넘겼다.
그들의 HP도 빠르게 바닥을 향했다.
볼레인은 27% 미만.
엘스는 30% 미만.
하버드는 32% 미만이다.
번개의 신이 종료된 민혁에게 세 사람의 공격이 동시에 꽂혔다.
푹-!
볼레인의 단도가 그의 가슴팍에.
엘스의 검이 허벅지에.
하버드의 거대한 손이 그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HP가 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민혁은 다급해졌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허용하지 않는 자가 동시에 세 사람에게 적용되어 그들도 주춤하여 잠깐의 틈을 벌었다는 거다.
하나 빠져나가려 해도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쿠우우우웅-
쿠우우웅-
브로드와 충돌하던 베로던과 강화하는 자 볼라건이 그의 공격을 맞고 민혁 쪽으로 뒹굴었다.
만신창이가 된 그들은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볼레인의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자리매김했다.
“우리가 이겼……!”
민혁은 공격 몇 번만 허용해도 죽음에 이르는 지경이다.
“황제극강검술.”
하나 들려오는 소리가 그들 온몸에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볼레인의 시선이 다급히 주변을 훑었다.
자신들은 지금 한자리에 밀집되어 있었다. 민혁의 죽음이 가까워짐에 따라 다급해진 거다.
그만 죽이면 볼레인이 기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커다란 오산이었다.
민혁을 제외한 기둥후보들을 거대한 중압감이 짓누르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웅-
“죽음의 무게.”
마치 거대한 돼지의 힘이 하늘에서 찍어누르는 듯한 무게.
지면을 딛고 선 그들이 버티기 위해 신음했다.
“그아아아아악!”
“으으그그그그그!”
“크흐으으윽!”
거센 비명을 토하는 그들이 개구리처럼 엎어졌다.
중력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의 HP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두려운 건 브로드의 계산에 있었다.
“이, 이이이이익……!”
다섯 명의 이들은 자신에게 걸어오는 한 사내를 보았다.
힘껏 고개를 들어보려 하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는 다름 아닌 ‘민혁’이었다.
브로드는 민혁이 그들 모두를 죽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 거다.
“말 안 해도 알지?”
기둥후보에서 떨어진 볼레인의 이뮨은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 날 거다.
더불어 그들은 한 명을 상대로 다수가 동맹을 맺고 짓밟으려 하고 비웃었다.
피식-
민혁은 그저 같잖다는 듯 웃었다.
그들의 얼굴이 창피함에 붉게 물들었다.
곧바로 민혁이 발동한 ‘천우검’이 하늘에서 수백 개의 검의 폭우가 되어 쏟아졌다.
쏴아아아아아아아-
푸푸푸푸푸푸푸푸푹–
그들이 잿더미로 화해 사라진다.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민혁은 알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그 시선 끝엔 브로드가 있었다.
[점수가 합산됩니다.] [첫 번째 전쟁과 두 번째 전쟁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기록하셨습니다.]브로드가 무릎 꿇었다.
그의 마지막 경외고, 마지막 예의다.
더 이상 그들은 한 제국에서 함께 웃을 수 없다.
한편으로 민혁은 기쁘다.
브로드의 오랜 염원이었던 그가 황제가 되는 것을 해냈으니까.
[유저 중 최초로 8기둥 중 한 명이 탄생했습니다.]그 알림과 함께, 브로드가 서서히 흩어져 갔다.
흩어지는 브로드가 마지막 순간에도 힘껏 고개를 땅에 박았다.
“폐하, 만수무강하십시오!”
그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 * *
브로드.
그가 다시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그 찰나에 많은 것이 정리되어 있었다.
사제들에 의해 몸을 치유한 네르바가 다가왔다.
“황좌에 오르게.”
형용할 수 없는 답답한 감정이 그를 감싸고 있다.
곳곳이 무너진 황궁 사이로, 하늘에서 내려치지는 기둥이 보인다.
‘폐하…….’
브로드는 오랜 염원인 황제가 되는 꿈을 이뤘다.
그러나 기쁘지 않았다.
더 이상 민혁과 함께할 수 없음에 있다.
물론 브로드가 황제가 됨으로써, 루브앙 제국과 천외제국은 이제 적국이 아니게 되었다.
하나 그렇다고 하여 천외제국에 모든 것을 퍼줄 수 없는 입장이다.
제국은 황제에 의해 움직이나, 그의 명령 한 번을 위해 수십 개의 입을 거쳐야 하는 법이다.
황제가 되었다 하여 무작정 천외제국에 퍼주고자 한다면, 결국 브로드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폐위될 것이 분명하다.
브로드의 시선이 계속 그 빛의 기둥에 향한다.
[세상을 지탱하는 먹는 자들의 기둥이 탄생하였습니다.]내리쳐지는 빛의 기둥의 빛무리가 사그라진다.
사그라진 빛 사이로 프라이팬으로 요리하고 있는 민혁의 동상이 보인다.
[먹는 자들의 기둥의 이름. 민혁입니다.]민혁의 동상이 만들어졌다가 스르르 사라졌다.
그토록 바랐던 순간인데 가슴이 먹먹하다.
이젠 루브앙 제국의 황제가 된 그가 걸음을 옮긴다.
부서져 버린 복도를 걷는 브로드는 황좌가 있는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쓸쓸히 걸어가는 브로드.
그 곁엔 민혁도, 밴도, 코니르도, 하다못해 자신이 키우던 돼지들도 없었다.
브로드가 쓸쓸히 그 자리에 앉았다.
바깥에서 백성들의 환호 소리가 들려왔다.
루브앙 제국 백성들은 귀가 있고 눈이 있었다.
그들은 폭군 네르바, 미숙했던 카르딘을 지나, 진짜 ‘지혜롭고 현명하게’ 제국을 이끌 브로드를 환영했다.
그러나 브로드는 망연한 표정으로 텅 비어버린 알현실에서 허공을 바라봤다.
외롭고 고독했다.
그 고독을 선택한 브로드. 비에 젖은 고독한 늑대와도 같은 자는, 이 슬픔 속에서도 ‘그’를 위하기 위한 첫 번째 명령을 내렸다.
“천외제국과 전쟁 중인 모든 군을 철회한다.”
“또한 천외제국과의 전쟁을 종결할 것이며, 천외제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나아가 서로가 이끄는 국가로 거듭나고자 한다.”
또다시 밖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
전쟁을 원하는 백성은 없다.
그들의 뜨거운 함성이 루브앙 제국을 흔든다.
이제 되었다.
자신이 할 일은 다 끝났다.
환호하는 그들을 보며 브로드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때.
파아아아아아아앗-!
정체 모를 빛이 그 앞에 떨어졌다.
[기둥의 요리전송.] [기둥은 어떤 자가 어디에 있든 요리를 보낼 수 있습니다.]“……?”
거대한 빛이 브로드의 앞에서 걷혀나간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브로드가 가장 좋아하는 ‘카레라이스’였다.
그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뛴다.
[먹는 자들을 지탱하는 기둥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기둥이 된 폐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고독이 걷힌다.
이곳에 있으나 천외제국 이들과 함께임을 깨닫는다.
[먹는 자들을 지탱하는 기둥이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민혁이 말했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