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273
밥만 먹고 레벨업 1274화
그저 틀어진 것을 바로잡은 것일지도 몰랐다.
브로드의 죽음이 가까워진 이유가, 그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려 함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른다.
‘기둥의 전쟁’.
그것이 발발하기 전, 브로드는 네르바를 통해 그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다.
민혁에 의해 황제의 길을 걷기 위한 도전을 다시 할 수 있으나, 민혁을 위해 황제의 자리를 포기했던 그가 다시 황제가 되고자 한다.
그는 운명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민혁을 위해.
루든느의 표정이 복잡했다. 카르딘 황제의 세뇌가 풀렸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황제의 피를 이은 자가 황제가 되는 제국의 법도를 무시하는 일이다.
“개소리! 단지 황제로 지목되었다 하여 그 자리를 계승할 수 있다 보는가!?”
황제의 핏줄이 황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고귀한 핏줄의 지지자들이 날 때부터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브로드는 아니었다.
한 제국엔 여러 파벌이 존재하는바.
전쟁터 곳곳.
라그만 공작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울리지 않는다 했잖습니까.”
씁쓸한 웃음을 짓는 그. 그가 검을 내렸다.
[루브앙 제국의 라그만 공작이 브로드 황제를 강력히 지지합니다!]천외제국의 병사들을 베어 넘기던 바카만 공작도 멈춰섰다.
최근 민혁에 의해 커다란 치욕을 당한 그이다.
하나 그 또한 결국 신하였다. 또한 바카만 공작은 루브앙 제국의 더 큰 번영을 바란다.
애초부터 카르딘 황제가 루브앙 제국을 이끌기엔 적합하지 않음을 알았다.
[루브앙 제국의 바카만 공작이 브로드 황제를 강력히 지지합니다!]신의 검들의 단장 안든.
그는 카르딘 황제를 지키는 검이다.
모든 신의 검들을 이끄는 그의 ‘결정’은 곧 신의 검의 결정이기도 하다.
그가 네르바를 품에 끌어안고 브로드를 바라보는 카르딘 황제에게 말했다.
“카르딘 님.”
이젠 황제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그는 불렀다.
“이제 그만 쉬세요.”
루든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가장 강력한 제국의 황권을 이리 장난감 주듯 건네려 하는가!?
어리석은 일이다.
[루브앙 제국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그래, 이처럼 말이다.
천외제국의 검인 브로드다. 그런 브로드가 갑작스레 루브앙 제국의 황제가 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일이다.
그러나.
[브로드 황제를 지지하는 세력이 폭동을 일으킬 시 그들을 처단할 것이라 경고합니다.]아니, 이래선 안 되었다. 루든느가 고개를 저었다.
[한때 모든 군대를 이끌었던 신이 루브앙 제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전 군신 벨슨이 루브앙 제국을 들여다봤다.
[모든 군대를 이끌었던 신이 브로드 황제를 강력히 지지합니다.]“……!”
[모든 군대를 이끌었던 신이 운명이 바로잡혔다 말합니다.] [처음부터 루브앙 제국 황제의 자리에 올랐어야 할 건 브로드였다 말합니다.]사실이다. 루브앙 제국의 모두가 알고 있던 이야기다.
네르바는 부도덕한 방법으로 브로드와 그 기사들로부터 승리하였고, 마침내 황제가 되었다는 것.
브로드가 자신을 돌아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폐위된 황제가 비로소 진짜 황제의 자리를 찾습니다.] [브로드가 황위를 계승합니다.]루든느가 비로소 깨달았다. 브로드, 군신, 네르바에 의해 만들어진 판이다.
그 판엔 또 다른 자도 있었다.
브로드는 기억한다.
[어그러진 균형을 맞춰야만 한다.]카오스는 그에게 접근해 왔었다.
너무도 많은 공석이 존재했고 카오스가 보기로 당장에 ‘기둥’의 자리에 올라도 손색이 없는 자가 있었다.
카오스는 세상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자다.
‘폐위된 황제는 진짜 황제가 되는 순간 더 큰 힘을 거머쥔다.’
그렇게 될 시 그는 진짜 기둥이 될 수 있다고 카오스는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브로드가 이리 답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소. 단 조건이 있소.
카오스는 그 조건에 귀 기울였다.
-당장은 기둥이 되고 싶지 않소.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기둥이 될 수 있겠지.
그 말처럼 브로드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기둥이 될 자격을 갖출 인물이다.
굳이 그 자리를 미루는 이유를 카오스는 눈치챘다.
-나보다 빨리 기둥이 되었으면 하는 자가 있소이다.
기둥이 되면 더 큰 힘을 개방할 수 있다.
그러나 미루는 것일 뿐. 언젠간 그가 얻게 될 힘.
그의 선택지는 지금 당장은 기둥이 아니었다.
브로드의 스텟이 변화한다. 한때 천외제국의 검이었던 그가 이젠 새로운 이름의 주인이 된다.
[카오스가 브로드를 만백성의 주인 기둥후보로 선정합니다.]‘설마…….’
루둔느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 정도 힘이 개화하면, 충분히 기둥이 될 수 있다.
기둥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해당 기둥의 자리와 관련된 힘이 추가 개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로드는 기둥의 자리를 실질적으로 마다한 셈.
그 이유를 루든느가 눈치챈다.
브로드가 카르딘과 네르바를 등지고 섰다.
“빌어먹을 새끼, 드디어 진짜 황제가 되었군.”
네르바의 실소다.
브로드의 등 뒤로는 루브앙 제국군이 있었고, 또 밴과 궁극자, 루오도 있었다.
“허허, 감쪽같이 속았군.”
그의 죽음의 이유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
단 한 명이라도 알게 된다면 최고의 정보기관 이뮨에 새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의 모두의 숨이 떨린다.
NPC 지존.
그것이 브로드가 가진 이름이다.
그런 그가 또 한 번 힘을 개화했고, 자신의 몸을 갉아먹던 병마도 이겨냈다.
“황제극강검술.”
반란군, 그리고 루브앙 제국 전역에 숨어 있던 이뮨의 암살자들이 루든느를 지키기 위해 복도를 채웠다.
그들이 부순 하늘에서도 암살자 수만이 동시에 떨어져 내리고 있다.
복도에 23만, 하늘에 5만.
브로드가 최종장을 말하기 전 루든느가 외쳤다.
“살(殺)을 발동하라!”
살(殺)은 이뮨의 모든 존재들이 배우는 힘이다.
이 살은 적에게 닿지 않고도 강력한 암살의 기를 쏘아 보내 죽일 수 있다.
이 살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 몬스터 등을 마주했을 시 효율적이다.
수만 개의 살이 발동된다.
피이이이잉-
그저 기다란 바늘처럼 보이는 수만 개가 브로드에게 쏘아졌다.
황제가 되었다면, 죽이면 그뿐이다.
이뮨의 단원 개개인의 힘은 브로드에게 미약하지만, 이 살은 100% 적중한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브로드는 황제가 되자마자 죽을 거다.
수만 개의 바늘이 그의 지척에 이르렀을 때.
“최종장. 동물농장.”
쿠우우우우우우웅-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브로드의 황제극강검술은 1레벨업 해낸바.
그로 인해 한층 더 강해졌다.
[주변에 있는 모든 힘을 무력화시킵니다!]스르르르르르-
수만 개의 바늘이 타오르듯 부서져 사라진다.
거대한 검기의 파도가 수만의 이들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아아앙-!
이뮨의 조직원들이 허공에서 피를 흩뿌리고, 복도에서 달리던 자들에게도 피가 솟구친다.
곧바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 거대한 그림자. 마치 추락하는 돼지와 힘이 그들을 짓눌렀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아악-!
모두 짓이겨져 터져나간다.
동물농장은 총 세 번의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고작 두 번의 초식에 의거해 이미 이뮨을 비롯한 반란군들이 전멸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힘겹게 버티고 선 루든느가 뒤로 쫙 끌려갔다.
마치 말과 연결된 밧줄에 발목이 묶인 자 같다.
땅을 뒹구는 그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스턴의 힘이 자신을 움직일 수 없게 막고 있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두렵다.
이뮨의 최정예를 고작 한 번의 힘으로 전멸시킨 브로드다.
터벅터벅 걸어간 브로드는 이미 죽어가는 루든느의 목을 단숨에 쳤다.
툭-
브로드는 허망하게 떨어진 그의 머리를 보면서도 아직 모든 게 끝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가야 할 곳이 남아있었다.
* * *
어느덧 밤이 되었다.
파파파파, 파파파팟-!
어둠 속에서 볼레인이 공간을 비집는다.
그는 민혁의 사방팔방에서 나타나 압박하며 안도했다.
‘놈이 기둥이 되지 못해 다행이다.’
먹는 자들의 기둥.
손재주와 연관된 기둥으로 비전투직업군이다.
그러한 그가 보이는 무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군신이자 기둥이 된 그는 볼레인이 어쩌지 못할 상대가 된다.
그러나, 볼레인이 죽음의 기둥이 되고 민혁이 기둥이 되지 못한다면, 그는 볼레인이 짓밟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쾌속난도.”
푸푸푸푸푸푸푸푹-!
민혁의 몸 곳곳을 단도로 수십 회 찌른다.
동물의 주인 하버드.
사자의 모습을 한 그가 민혁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든다.
성기사의 교황 엘스가 신성한 빛의 번개가 되어 쇄도해 심장을 노렸다.
그 순간 투명화 모드로 민혁의 주변에 공존하고 있는 군신수호의 창이 힘을 터뜨린다.
[작렬하는 번개.] [반경 40m 내에 있는 모든 적을 2초간 스턴 상태에 빠트립니다.]콰콰콰콰콰콰콰콰쾅-!
내리치는 번개가 모든 후보를 멈추게 만들었다. 그들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초월!”
흑빛기류에 휩싸인 민혁의 앞에 만들어진 흑빛기류의 창이 볼레인의 심장을 관통했다.
“섬멸자의 검.”
쿠화아아아아악-!
빛의 검이 적을 섬멸한다. 정확히 베로던에게 꽂힌 그 힘과 함께 그들이 스턴 상태에서 풀렸고.
“빌어먹을 새끼!”
볼레인은 ‘살아남는 자’라는 특성으로 10% 미만으로 떨어졌던 HP를 70%까지 회복시킨 뒤, 다시 지면을 박찼다.
“절대방어!”
민혁이 무적의 방패를 둘렀다.
그는 끝을 직감하고 있었다.
‘HP 40%.’
초월상태에서 몰려오는 그들을 상대해 보지만 쉽지 않다.
그때, 동물의 주인 하버드의 힘이 발현된다.
“꾸이이이이이익!”
“이히히히히히히힝!”
“음머어어어어!”
“크하하하하하항!”
대지 위에 수만 마리의 돼지와 소, 말, 사자, 호랑이, 코끼리 같은 맹수가 공간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낸다.
[하버드의 돼지 Lv 874.]뭔 돼지 레벨이 저렇단 말인가?
곧바로 하버드의 몸도 변화했다. 사자의 모습의 그에게서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뼈가 성장하는 소리다. 하버드가 체고 7m 높이의 완전한 맹수로 변화한 거다.
[맹수의 시간.] [맹수의 시간 동안 하버드의 모든 힘이 증폭됩니다.] [유지시간은 5분입니다.]“끝났다, 식신.”
동시에 민혁을 감쌌던 절대방어가 해지되었다.
민혁은 두 개의 검을 쥐고 곧바로 달려들려 했다. 하나 그들의 숫자와 힘이 민혁을 압도한다.
그가 움직이기도 전에 곧바로 막을 수 없는 볼레인의 단도가 그의 심장에 박혔다.
[HP가 7%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단시간의 높은 피해를 받음에 따라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민혁이 절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검을 쥐어보려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끝이다.’
아직 건실한 그들에 비해 자신은 더 이상 싸울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포기하는 게 편한가.’
어차피 움직이지 않는 몸이다. 무릎 꿇은 민혁에게로 7m 체고로 거대해진 하버드의 손이 내리쳐지고 있다.
그 주변으론 수만 마리의 동물들이 자신에게 돌격하고 있다.
동물들을 보니 한 인물이 문득 생각난다.
그가 쓴웃음을 지을 때.
[만백성의 주인 브로드가 기둥의 전장에 참여합니다.]밤이 되어버린 어두운 세상이.
“황제극강검술 1장.”
[아침의 울음.]환한 빛으로 물들었다.
민혁의 시야에 밝아진 세상이 보였다.
거대한 손으로 자신을 찍어누르려던 하버드가 온몸에서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고 있다.
몰려오던 동물들이 감히 ‘가축업자의 신’과 같은 그를 보고 겁먹어 물러나고 있었다.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온다.
그 환한 아침 속에서 다른 기둥후보들도 몸에서 핏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무릎 꿇고 포기를 생각했던 민혁에게 그 모든 것을 등진 한 사내가 손을 내밀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따스하게 웃고 있었다.
“폐하.”
그 목소리는 너무도 그리운 것이었던 바.
그 손을 잡는 민혁에게로 브로드가 말했다.
“기둥에 오르실 때입니다.”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