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09
밥만 먹고 레벨업 1310화
데메테르는 농경의 신이다.
가이아 대륙의 모든 밭은 그녀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녀는 알고 있다.
가이아 대륙은 서대륙의 어떤 것보다 더 수준이 높다.
가이아 대륙인의 숫자는 서대륙인의 절반조차 되지 않는다.
하나 대륙 간 전쟁 발발 시 가이아 대륙이 승리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녀가 농경의 신이고 올림푸스 신들에게 직접 ‘밭’을 선물해준 이였기에 알고 있다.
자신이 일구어낸 밭은 다른 이들이 캐는게 거의 불가능하다.
민혁이 하데스의 재료 획득 후 제우스의 밭으로 왔다.
그에게 삶과 기둥의 주인 루이스란 친구가 있었고 하데스와 빼다 박은 그는 유일하게 하데스와 친해질 수 있는 인물이기에 쉽게 재료를 얻었다.
하지만 이제부턴 다르다.
오로지 민혁의 자력으로 얻어야 했다.
“쉽지 않을 거예요. 물론 민혁 님의 경우 보상으로 이 밭에 있는 것들을 일주일간 이용할 수 있는 특혜를 얻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거예요.”
제우스의 농락이다. 농경의 신은 말하고 있었다.
제우스의 밭엔 수천 개의 재료가 있다.
모두 해산물과 연관되어 있는 재료들이다.
방금 전 하데스의 밭처럼 해당 재료들이 모두 꽃봉오리 안에 갇혀 있다.
그 밭을 바라보는 민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를 농락하는 제우스와 아레스라. 그렇다면 나는 이 밭을 싹 쓸어버림으로써 골탕을 먹이고 싶은데.”
인간의 자만심은 크다.
설령 그것이 먹는 자들의 기둥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라고 데메테르는 생각했다.
데메테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포부가 멋지네요.”
데메테르는 이미 그를 사랑하고 있는바.
그의 도전정신이 그녀를 설레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곧 좌절하고 실망할 그의 모습이.
“근데 데메테르.”
“네.”
데메테르는 계속 부정해 왔다.
본인이 이 밭의 창조자였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민혁이 그런 그녀를 바라봤다.
“넌 나에 대해 모르잖아.”
“예?”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먹는 자들의 기둥이 되기까지 어떤 방식으로 살아왔는지.”
“…….”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나를 평가하지 말아줬으면 해.”
“이 밭을 만들어낸 건 데메테르 너란 말이지.”
민혁은 제우스의 밭에 있는 일반적인 재료들을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재료들 하나하나가 어떤 것을 영구적으로 상승시켜 준다.
물론 스텟 몇 개씩에 불과하나, 스텟을 상승시켜 주는 ‘엘릭서’의 값어치는 천문학적이다.
‘또 아쉽게도 일정 개수 이상을 섭취하여 스텟을 올릴 시 시간이 지나야 추가 섭취가 가능해진다.’
사실상 이곳의 모든 재료를 독식하면 한 사람이 스텟 수천 개를 올린다.
그것을 제지하기 위함이었으리라.
아무튼 이런 밭을 만들어내는 데메테르는 뛰어나다.
그래서 탐이 났다.
데메테르는 가이아 대륙에서 해방되면 갈 곳을 정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그녀가 민혁을 좋아한다고 해서 천외제국으로 갈 필요성은 느끼지 못해서다.
“데메테르. 만약 내가 해낸다면 말이야.”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천외제국에 머물면서 ‘민혁이의 밭’을 만들어줄 수 있어?”
데메테르는 그 말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럴게요.”
그녀가 이 밭에서 줄 수 있는 도움.
그녀는 그것을 떠올렸다.
‘농경의 힘을 전수하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재밌는 사실은 ‘그녀의 전수’로 인해 올림푸스 신등급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올림푸스 신등급은 절대신 등급과 동급인바.
하지만 아무나 익힐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조건을 충족시켜야 해.’
재료를 수확하기 위해 움직이는 민혁을 보며 데메테르가 말했다.
“이 밭은 농작물을 캐내면 캐낼수록, 캐내는 게 더 어려워집니다.”
데메테르 본인이 넣은 시스템이다.
혹여 어떠한 자가 신들의 밭을 모두 파헤쳐 놓을 걸 염려한 거다.
또한.
“제우스는 우리에게 총 십 일의 기한을 주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제우스의 밭과 아레스의 밭 모두를 수확한다면, 원하는 신의 밭에 가서 재료를 수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민혁이 한 손에 호미를 쥐었다.
꽃의 주변을 파내면 재료를 수확할 수 있다.
‘예전의 헤파이스토스가 아레스의 밭에서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정확히는 강요다.
뽑아내지 못하면 개 패듯이 패겠다는 아레스의 말을 듣고.
하지만 헤파이스토스도 몇 개만을 수확하고 실패했다.
‘그가 가진 손재주의 힘을 생각하면…….’
그런 생각을 하던 때.
민혁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수십 개의 붉은 점이 표기되어 있다.
민혁은 호미로 정확히 그 부분을 가격했다.
[제우스 밭의 새우를 획득합니다.]민혁치고(?) 굉장히 오래 걸렸다. 자그마치 약 50초가량 걸렸으니.
그러나 데메테르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엥?’
우연인가? 뭐지?
민혁이 또 한 번 다른 재료를 수확했다.
이번엔 좀 빠르게 캤다.
“……!?”
그녀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다.
“도, 도대체…… 농사의 힘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니, 딱히.”
실제로 민혁은 많은 농작물을 수확해 왔지만, 제대로 된 농사의 힘은 익힌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농사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기도 하다.
농사꾼들의 가장 기본적인 패시브 스킬로 ‘농사꾼의 길’엔 농작물을 더 잘 수확할 확률 20%가 추가로 붙는다.
“모든 밭의 재료들은 총 몇 개지?”
“34,724개입니다.”
“20,000개를 목표로 한다.”
데메테르 상식에서 불가능하다.
잠 한숨 자지 않고 캐도 힘들다.
‘각 신의 재료는 캐낼 때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어쩌면 캐내는 것 자체도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민혁이 수확을 시작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다.
‘더 빨라졌다?’
두 시간이 지나고, 네 시간이 지났다.
‘수확 시간이 계속 빨라진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황무지가 되어가는 제우스의 밭을 보며 그녀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잠을 자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활기가 넘치는 그에게 또 한 번 매료된다.
그녀는 이제 그를 충분히 인정하게 됐다.
농경의 신인 자신의 힘을 배워도 충분하다 여겼다.
농경의 신의 농사 스킬은 검술처럼 여러 장으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패시브 스킬 하나가 포함되어 있으며 제각각 뛰어난 힘을 발한다.
그 스킬은 하급, 중급, 상급, 올림푸스급이 있는데, 올림푸스급은 자신만 익히고 있었고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민혁은 2만 개의 수확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림푸스급 힘을 익힌 데메테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이 농경의 신의 스킬은,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져 왔다.
지상엔 무수히 뛰어난 농부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데메테르 또한 경악할 만한 재능을 지닌 농부들도 있었다.
자애로운 데메테르는 그들에게 이 힘을 전수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무리 뛰어난 농부도 ‘하급’을 넘지 못했다.
그런 하급을 익힌 자들조차 인간들 사이에선 ‘농부의 신’이라 불리긴 한다만.
아무튼 데메테르는 오늘 하급의 벽을 깨고 중급까지 자신의 힘을 전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도했다.
잠시 멈춘 민혁에게 전수를 시작한다.
첫 번째 장은 ‘농경자의 길’이다.
농부의 기본이 되는 농부의 길은 이 힘의 최하위호환이다.
이 농경자의 길은 가장 간단하다.
농부로서의 자질, 이제껏 농부로서 흘린 땀방울, 곡괭이와 호미질.
농작물을 아끼는 마음들을 이 대지가 간파하여 설정된다.
한 농부가 있었다.
그 누구보다 밭을 아끼고 사랑하던 농부에게 이 힘을 전수해 줬을 때.
그는 ‘하급’이 나왔다.
훗날 데메테르는 깨달았다.
그가 밭을 사랑했던 이유는 달콤한 과실을 얻기 위함이 아닌, 그것을 판매하여 이득을 챙기기 위함이라는 걸.
농부로서의 순수한 목적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대지가 천천히 반응한다.
그가 흘린 땀방울, 그의 노력, 그의 마음 등을 파악한다.
솨아아아아아아아-
천천히 불러오는 바람을 느끼며 데메테르는 역시 이 남자는 다르다 생각했다.
‘이 정도라면 중급은 거뜬…….’
그러나 곧 그녀의 눈이 커졌다.
쩌저저저저저적-!
민혁을 중심으로 대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던 바람이 돌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대지가 상대방을 측정합니다.] [측정할 수 없습니다.]“……?”
[측정할 수 없습니다.] [감히 대지가 가늠할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측정을 시도합니다.]띠링!
[올림푸스급 농경자의 길을 전수…….]띠링!
[올림푸스 신이 아닌 자가 올림푸스 농경자의 길을 얻을 수 없습니다.] [농경자의 길 최상급을 획득합니다.]“……!?”
입이 떡 벌어진다.
당황한 그녀가 이해했다.
‘순수하게 오로지 먹고자 하기에 농작물을 수확했던 그이기에 가능했던 걸까?’
패시브 스킬을 획득했으니, 본격적인 스킬을 익힐 때다.
“첫 번째 장은 ‘휩쓸리는 작물’입니다.”
매우 어려운 동작이다.
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했고, 땅속성 저항력도 상상을 초월해야 한다.
또한 자신조차도 처음 이 힘을 만들 때 제대로 사용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딱 한 번만 설명합니다.”
그녀가 정한 규칙이다.
딱 한 번의 설명만으로 상대방이 온전히 이해하고 실행한 것을 기반으로 하여 등급이 정해진다.
힘을 최대한 갈무리하여 얕게 발동한다.
수화아아아아아아-
땅이 물에 휩쓸린 것 같다. 물에 휩쓸린 재료는 물 위로 떠오르게 마련이다.
땅의 파도 위로 세 개의 재료가 떠올랐다.
물론 힘을 최대한 약하게 했기에 이 정도다.
“……흠. 어렵네요.”
“쉽진 않을 거예요.”
“이렇게인가?”
민혁이 그녀가 취했던 동작을 취해본다.
그 앞에 수백 개의 점이 있다.
그리고 이 수백 개의 점 중 정확히 다섯 개의 점을, 다른 점을 건드리지 않고 동작을 취해야 한다.
민혁이 그녀가 취했던 동작을 취해본다.
느리지 않고 적당한 속도로 동작을 취하는 민혁이 정확히 다섯 개의 점을 스쳤다.
“응? 해보니 쉽네.”
“……?”
[올림푸스급 휩쓸리는 작물을…….] [올림푸스 신이 아닌 자가 올림푸스급 휩쓸리는 작물을 얻을 수 없습니다.] [휩쓸리는 작물 최상급을 획득합니다.]“……?”
데메테르는 심호흡을 가다듬으며 다음의 것도 전수해줬다.
[올림푸스급 증식하는 작물…….] [올림푸스 신이 아닌 자가 올림푸스급 증식하는 작물을 얻을 수 없습니다.] [증식하는 작물 최상급을 획득합니다.]“……?”
또 한 번.
[올림푸스급 질풍 같은 농사꾼…….] [올림푸스 신이 아닌 자가 올리푸스급…….] [질풍 같은 농사꾼 최상급을 획득합니다.]“헐.”
마지막.
가장 중요하고 어렵다.
데메테르마저도 사용이 여간 쉽지 않은 힘이다.
마력을 한곳에 응축하여 농작물이 상처 입지 않게 정확히 가격하고 수확해 내는 힘.
더불어.
‘수확이 힘들거나 시간이 없을 때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게 해주는 힘.’
검술에선 필살기와 비슷하다.
데메테르가 힘겹게 그 모습을 보여주며 곡괭이로 땅을 내리쳤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땅에 곡괭이를 꽂는 순간, 거대한 마나의 폭발이 일어났다.
“이건 진짜 쉽지 않…….”
민혁이 어느새 따라 하고 있다.
그녀보다 훨씬 수월하고 부드럽게.
그리고 정확하게.
[올림푸스급 필히 얻는 농경자를…….] [올림푸스 신이 아닌 자가 올림푸스급…….] [필히 얻는 농경자 최상급을 획득합니다.]데메테르는 황당해졌다. 뭐 이런 인간이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알림이 끝난 줄 알았던 민혁에게 추가적인 알림이 떠올랐다.
[데메테르의 농경술의 모든 장을 올림푸스급 재능으로 해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한계에 부딪혀 올림푸스급을 얻지 못했습니다.] [시스템이 새로운 보상을 측정합니다.] [1시간 내로 창조해 내시기 바랍니다.] [창조시도 횟수는 다섯 번입니다.]띠링!
[당신은 데메테르의 농경술 최상급 획득자입니다.] [데메테르의 농경술을 추가로 하나 창조하실 수 있게 됩니다.]데메테르 역시 그 알림을 들었다.
이건 자신조차 예상치 못한 알림이다.
데메테르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만약의 나라면 ‘어떠한 농사의 힘’을 창조하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고, 쉽지도 않다.
데메테르는 날 때부터 농경의 신이었으나 이 농경술을 완전히 이해하고 완성하는 데까지 천 년 이상이 걸렸다.
그만큼 어렵고 쉽지 않다. 특히나 최상급이나 올림푸스급이기에 더 그렇다.
올림푸스급은 ‘절대신’급과 동일시 되는바.
데메테르의 머리가 깨질 듯 지끈거려 와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때.
“이건 이렇게 하고. 이 부분은 이렇게 해서 보완하고.”
스킬을 만들어가는 건 생각보다 단순한 게 아니다.
내가 소요할 마력량을 감안하고 그 양에 따른 위력을 설정해야 한다.
나의 수십 가지 조건들이 그를 충족해야 하는지 계산해야 하며.
수준 높은 힘들은 그를 만들어내기 위해 머릿속의 이미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구현해 내야 한다.
구현에 실패하면 스킬 창조에 실패한다.
그렇기에 다섯 번의 기회가 주어진 거다.
민혁이 여러 개의 끊어진 동작을 이어붙이고 자신이 상상한 스킬의 힘을 재현한다.
[스킬 창조에 실패합니다.]“……?”
이제 고작 3분도 지나지 않았다.
벌써 첫 번째 시도를 한 그를 보며 데메테르가 입을 벌린다.
정교하고 정확하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구현이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킬 창조에 실패합니다.]더 다듬어지고 정교해지며.
[스킬 창조에 실패합니다.]더 뛰어나고 위대해진다.
[스킬 창조에 실패합니다.]오른발 끝을 앞으로 내디디고, 스킬 완성을 위해 보이는 흐름의 길 수백 가지 중 정확한 지점을 지나 곡괭이를 휘두른다.
더 정교하고 아름다워진 그것이, 마침내 데메테르 또한 천 년에 걸쳐 만들어낸 힘을 만들어냈다.
[스킬 창조에 성공하셨습니다.] [새로이 창조된 힘은 여느 다른 이유로 제약받지 않습니다.] [액티브 스킬 솟구치는 농작물을 획득합니다.] [올림푸스급입니다.]데메테르가 전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