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21
밥만 먹고 레벨업 1322화
민혁은 벤더가 떠나간 자리에 남아 영향도를 확인했다.
[1위 아테네 34.1%.] [2위 먹는 자들의 기둥 30.5%.] [3위 헤파이스토스 20.5%.] [4위 삶과 죽음의 주인 15.4%] [5위 무기의 주인 4.9%.]꽤 안타까운 격차로 아테네를 따라잡지 못했다.
‘고작 4%…….’
가장 위대한 요리인 낙곱새를 만들어낸 영향도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1위는 기둥창조권을 얻는다.
기둥창조권이란 기둥과 연관된 원하는 어떤 것이든 얻을 수 있다.
아티팩트, 요리, 양피지, 스킬북. 정말이지 그 범위가 굉장히 넓었기에, 그 보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즐거움은 이걸 얻으라고 만든 게 아니다.
앞으로 기둥이 될 유저들의 의욕을 불태워주기 위함이었고 지금은 시범식에 불과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2위까지 한 것도 잘한 거겠지.’
민혁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면 돈은 많이 얻었으나 정작 원하던 것들은 못 얻었네.’
그건 바로 낙곱새다.
‘자그마치 가장 위대한 요리였다.’
영겁의 검의 소유자인 민혁은 그 누구보다 ‘가장 위대한’이 붙는 것의 가치를 알고 있다.
어쩌면, 민혁이 요리한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났던 요리일지도 모른다.
그런 요리를 맛조차 보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자작하게 끓어오른 낙곱새가 떠오른다.
국물이 걸쭉해진 그 녀석.
수저로 가득 퍼 올리자 양배추, 새우, 곱창, 낙지가 가득 찬다.
그 붉게 양념 된 녀석들을 밥 위에 얹고 김 가루를 뿌려 삭삭 비벼 먹는 상상을 한다.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그토록 맛있는 녀석을 민혁은 맛조차 보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어?”
방법이 떠올랐다. 가장 가까운 곳에 그 방법이 있었다.
‘크로노스의 시계로 복구시키면 되잖아……?’
그랬다. 다소 쉬운 방법이었다.
문득 이렇게 생각하니 크로노스의 시계는 정말 사기적이었다.
기대를 가득 안은 민혁이 크로노스의 시계를 또 한 번 발동시켰다.
[크로노스의 시계가 시간을 역행시키는 데 성공합니다.]다시 앞에 나타난 낙곱새를 보며 민혁은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다른 이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들도 민혁이 며칠간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고생한 것을 알기에 그를 충분히 이해했다.
[당장 눈앞에 가장 위대한 요리가 있으니 민혁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모두 저런 반응일 겁니다.]민혁이 버너를 이용해 낙곱새를 자글자글 끓이기 시작했다.
위에 한가득 얹어진 당면을 보면 벌써부터 군침이 돈다.
‘저 당면이 양념을 흡수하면 정말 맛있어진다.’
또한 당면에 있는 전분에 의해 국물이 빠르게 자작해지기 시작한다.
많은 것은 필요치 않았다.
낙곱새 앞에 그저 계란프라이 몇 장과 뜨끈한 밥. 그리고 김 가루.
자작하게 끓어오른 낙곱새의 불을 줄인다.
어느덧 당면은 잘 익어 국물 안에 잘 잠겼다.
국자를 이용해 한번 저어주자 안에 숨어 있던 새우와 곱창, 낙지가 보인다.
먼저, 그냥 먹어본다.
살이 실하게 차오른 낙지를 입에 넣는다.
통통하게 씹히는 그 녀석은 양념이 아주 잘 배어들었다.
이번엔 쫀득쫀득한 곱창을 먹어보고 새우를 먹어본다.
그러다 국자로 크게 푼다.
국자 안에 당면이 요동친다.
접시에 담아 갖은 재료들과 당면을 함께 집어 입에 넣는다.
“후루루루룹.”
입안의 어우러짐이 환상에 가깝다. 특히나 양념을 가득 머금은 당면이 더 극적으로 맛을 끌어올려 준다.
이제 진짜 먹어볼 때다.
뜨끈한 밥 위에 국자로 푼 낙곱새를 가득 얹어준다.
그 위에 김 가루를 뿌려준 후 싹싹 비벼준다.
맛깔나게 싹싹 비벼준 후 단숨에 입에 넣는다.
“크, 밥도둑이다. 밥도둑.”
밥이 끊임없이 들어가는 맛이다.
입이 너무 매워질 때쯤 비비지 않은 밥을 한 숟가락 먹은 후, 계란 프라이 하나를 통째로 먹어준다.
입안에 계란 프라이의 풍부함이 가득 차오른다.
삭삭-
국자로 낙곱새의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어준다.
밥을 다섯 공기나 먹어치운 민혁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맛있었다.’
가장 위대한 요리라는 말이 사실이다.
먹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환상의 하모니가 들려올 지경이었으니까.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도파민이 분출되는 것 같다.
또 이 가장 위대한 요리를 정말 잃었다면 가장 아쉬웠을 건 이 요리가 가진 효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중첩되는 즐거움은 버프기다.
버프기는 버프기간이 지난 후 완전 소멸된다.
그러나 애초에 이 가장 위대한 요리는 영구적인 힘을 주는 요리이다.
[낙곱새를 드셨습니다.] [가장 위대한 요리입니다.] [13레벨업 하셨습니다.] [특수스텟 포인트 1,400개가 효율적으로 분배됩니다.] [모든 공격력 및 방어력이 7% 상승합니다.] [HP 총량을 비롯한 MP 총량이 15% 상승합니다.] [보유하고 있는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30% 상승합니다.] [크리티컬 데미지가 30% 상승합니다.] [모든 스킬 쿨타임이 15% 감소합니다.]고작 요리 하나다. 이 요리 하나가 지금 민혁을 15% 이상 강인하게 만들어줬다.
그때.
[당신이 가장 위대한 요리를 먹음으로써 영향도가 대폭 상승합니다.]때마침 영향도가 갱신되었다.
[영향도 최종순위.] [1위 먹는 자들의 기둥 34.7%.] [2위 아테네 33.9%.] [3위 헤파이스토스 20.5%.] [4위 삶과 죽음의 주인 15.4%] [5위 무기의 주인 4.9%.]띠링!
[축하드립니다.] [영향도 순위 1위를 기록하셨습니다.]영향도가 극적으로 뒤집혔다.
‘뛰어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도 영향도가 크게 오르지만, 이처럼 대단한 요리를 먹어도 영향도가 크게 오르는 거였어.’
[기둥창조권을 획득합니다.]이 기둥창조권으로 얻게 될 무언가가 아직 상상도 채 되지 않았다.
천외제국에 모인 무수히 많은 인파 속에서, 민혁은 쉬기 위해 로그아웃했다.
* * *
자고 일어난 민혁은 거실에서 주치의 진환과 마주쳤다.
“쌤, 결과는 언제 나와요?”
“오늘 저녁엔 나올 겁니다.”
민혁은 반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또 일 년에 한 번 폭식결여증 완치여부에 따라 여러 가지를 검사한다.
검사는 미국 의학회와 미국 희귀병 연구소에서 제시하는 검사법의 것들로 이루어졌으며, 뇌파파를 비롯한 정말 다양한 것들을 확인한다.
해당 검사자료를 미국에 보내야 했고 약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
벌써 몇 년째 진행 중인 검사의 결과지.
170㎏의 죽음의 무게에 이르던 당시엔 이런 결과를 받았었다.
[매우 위험한 상태. 폭식결여증 환자들이 사망하던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임.]아테네 시작 1년 후.
[꽤 호전됨. 그러나 여전히 요요현상을 배제할 수 없음. 언제나 주의 바람.]2년 차.
[많이 좋아짐. 그러나 여전히 일반 사람들보다 음식에 대한 집착이 서른 배 이상 강함.]2년 6개월 차.
[굉장히 좋아짐. 스스로를 음식으로부터 억제할 수 있게 되었음. 그러나 아테네라는 게임을 중단했을 시, 다시 돌아갈 확률이 높음.]작년에 받은 결과지였다.
분명히 민혁은 많이 호전되었다.
체중을 100㎏ 감량해 낸 것만 봐도 기적에 가깝다.
하지만 이진환도 민혁도 아는 진실이 있다.
‘폭식결여증은 완치되지 않는 이상,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완치돼야만 한다. 완치되지 못하면 결국 아테네란 게임에 계속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물론 ㈜즐거움은 아테네란 게임을 영원히 끝내지 않을 게임이라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게임도 언젠간 끝나게 마련이고, 그 사례로 무저갱의 재앙에 의해 커다란 위협을 받았다.
만약 민혁이 다시 아테네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 때문에 미국 학회에서 올 검사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줄 거다.
물론 완치된다는 보장도 없다.
어쩌면 영원히 이 상태로 불안감에 떨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민혁 군. 오늘도 가나요?”
“네.”
진환은 쓴웃음을 지었다.
“콧대 높은 다른 집 도련님들하고 식사하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도 가야죠.”
일 년에 한 번. 대기업 총수들과 그 자제들이 만난다.
물론 총수들은 총수들의 이야기를, 자제들은 자제들끼리의 이야기를 나눈다.
불편했고 민혁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리다.
그러나 아버지의 아들로서 가야 했다.
민혁이 나갈 채비를 시작했다.
* * *
그런 무리가 있다.
잘못되고 이상한 성격을 가졌지만, 모두가 끼리끼리이기에 진짜 ‘정상적인’ 누군가가 있으면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가는.
기업 재벌가 자제들에겐 민혁이 딱 그런 사람이었다.
이혁태는 파란그룹 후계자다. 올해 나이 스물여덟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기 위한 경영수업 중이다.
파란그룹은 국내 기업 중 10위에 있는 그룹이다.
거물 중의 거물 기업인 셈이다.
재벌자제들 수십 명은 그런 이혁태를 중심으로 모였다.
“그 정신병 걸린 새끼. 오늘도 온다고?”
이혁태는 민혁이 싫었다.
자격지심에서 비롯되는 거다.
이혁태는 똑똑하지 않았지만, 민혁은 똑똑했고 운동마저 잘했다.
10년 전만 해도, 이 모임에 나온 민혁을 보며 사람들이 으쌰으쌰 해주곤 했다.
일화그룹을 이끌어갈 총명한 인재.
우리나라 서열 1위 기업의 아들.
하지만 그런 녀석이 폭식결여증에 걸려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을 때 이 자리의 모두가 비웃었다.
그런 녀석이 이젠 전 세계가 떠드는 스타가 되었다.
곧 민혁이 들어왔다.
“왔냐?”
“안녕하세요. 형.”
언제나처럼 그는 예의 발랐다. 그랬기에 더 짜증 났다.
“아주 세상이 네 이야기로 가득하더라. 근데 넌 후계자인 거냐, 아니면 그냥 게임 랭커인 거냐.”
세상이 모두 민혁을 치켜세워도 재벌가 자식들은 그를 부정하고 싶었다.
일화그룹 자식인데 만인의 사랑까지 받는다?
짜증이 확 치미는 거다.
“뭐, 둘 다죠.”
민혁은 언제나처럼 넉살스럽게 넘겼다.
이혁태가 술잔을 몇 차례 기울였다.
그리고 ‘둘 다’란 말을 곱씹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이혁태가 살짝 취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민혁아. 너도 알고 있지? 너 이제 일화그룹 후계자 아니라는 거.”
민혁은 굳이 답하지 않았다.
“정신병 걸린 사람을 누가 회장직에 앉히냐. 일화그룹 말아먹을 일 있냐. 일화그룹 부회장님도 전문경영인 알아보고 계신다던데.”
술 한 잔을 그가 또 한 번 들이켜며 캬! 하는 소리를 냈다.
“인마, 나한테 잘해. 나중에 그 게임 망하고 폭식결여증 다시 도지면 내가 게임 하나 새로 만들어줄게!”
“하하하하하! 그래 혁태 형이 게임 하나 만들면 되겠네!”
“민혁아. 파란그룹이 이번에 가상현실게임 만드는 거 알지? 아테네 망하면 거기서 하면 되겠다.”
재벌가 자제들의 웃음소리가 자리를 채웠다.
민혁은 언제나와 똑같았다.
개가 짖으면 무시했고 밥만 먹었다.
그때, 민혁의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를 확인한 민혁이 눈을 크게 뜨더니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야이씨, 민혁아. 근데 너 진짜 불쌍하다. 예전엔 너만 한 후계자감 없다고 세상이 노랠 부르고, 지금은 또 세상이 알아주는 랭커인데. 정작 후계자는 못 되어서.”
민혁은 폭식결여증을 완치하지 않는 이상 후계자가 될 수 없다.
일화그룹 모든 이사진들이 그의 후계자 자리를 반대하는 표를 던질 거다.
회사를 위하는 자들의 당연한 마음이다.
“하하하하, 민혁이가 좀 불쌍하긴 해.”
“야, 그래도 민혁이 너 노력 많이 하니까 그렇게라도 됐지! 평생 랭커나 해라!”
“잘했다, 잘했어! 회사 운영 못 해도 뭐 어때! 아테네에서 제국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가 이혁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와의 친분 쌓기는 추후 여러 계약 건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
술 취한 이혁태가 말했다.
“너희 아버지도 참 불쌍하시다. 기껏 일화그룹 키워냈더니, 자식새끼가 정신병 걸린 놈이 태어났으니 이 얼마나 씁쓸하시고 힘드시겠…….”
그 말이 끝나기 전이었다.
이미 그의 아구창엔 민혁의 주먹이 꽂혀 있었다.
퍽-!
“……?”
혁태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자리의 모두가 미쳤냐는 듯 민혁을 바라봤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앞으로 이 재벌가에서 힘을 쓰지 못할 그가 혁태의 아구창을 때리는 걸.
“선 넘지 마요.”
민혁이 말했다.
그가 주변을 둘러봤다.
민혁은 아테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누군가는 고작 게임이라 말했다.
또 누군가는 민혁이 고작 스물한 살짜리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황제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멍한 표정을 짓는 혁태를 지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두 얼굴이 붉어져 당장 난투극이라도 벌어질 듯하다.
“세상 사람들이 다 민혁, 민혁 해주니까 아주 그냥……!”
“저 미친 새끼가……!”
“넌 이 새끼야, 폭식결여증 재발하면……!”
그때.
민혁이 말했다.
“전 일화그룹을 이끌 겁니다.”
“……?”
“……?”
“……?”
그 자리의 모두가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뭔 개소리지?
되고 싶다고 되는 게 회장이 아니다.
민혁의 눈시울이 다소 붉어졌다가 빠르게 안정을 찾는다.
그가 테이블로 자신의 휴대폰을 밀었다.
문자 메시지엔 이렇게 적혀 있다.
[폭식결여증 검사에 대한 안내.] [99% 호전된 것으로 보임. 스스로 음식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이며 많은 음식 섭취량을 요하는 운동선수들보다 조금 더 음식에 대한 갈망이 큰 정도.] [몇 개월 후 마지막 검사를 통해 완치판정을 내릴 예정.]“…….”
“…….”
문자 메시지를 읽은 이들이 말문을 잃었다.
병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민혁이 가지는 재벌가에서의 힘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이혁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화그룹 차기 회장과의 관계 어그러짐은 파란그룹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자칫 아버지에게 이 사실이 귀에 들어가면 회장직은커녕 쫓겨날 수도 있다.
그만큼 국내 기업 1위 일화그룹은 압도적인 입지를 가진바.
정신이 번뜩 든 이혁태가 그를 보며 말했다.
“야, 민혁아. 형이 말이 심했…….”
“형.”
차가운 목소리의 민혁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쪽팔리게 살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