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22
밥만 먹고 레벨업 1323화
파란기업 후계자 이혁태.
모든 것이 평범한 사람이다.
학창시절 무수히 많은 과외들을 받아 성적은 꽤 좋은 편이었으나, 재벌가에서 너도나도 가는 스카이 대학에 갈 성적은 못 되었다.
운동신경도 평범한 편이었다.
이혁태가 열일곱 살이 되던 때.
그는 방문 앞에서 아버지와 부회장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던 적 있다.
-역시 혁태가 우리 파란기업을 이끌기엔 부족하겠지. 자네 생각은 어떻나.
-……제 생각도 같습니다. 회장님.
문 너머 들려오는 씁쓸함이 담긴 목소리를 들으며 혁태는 절망했다.
-대충 계열사 이사 자리나 하나 주면 되겠지. 이럴 땐 강 회장이 참 부러워.
-일화그룹 회장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민혁이란 녀석 있잖나. 영재 중의 영재더군. 아직 어린 녀석인데 볼 때마다 총기가 보여. 앞으로 대한민국 정재계를 이끌어갈 녀석이야.
당시 민혁의 나이는 고작 12살 정도였다.
혁태는 며칠 후, 이 모임과 비슷한 모임에 나갔다.
그 안에서 고작 12살의 민혁과 마주했다.
정재계 인사들의 자제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민혁의 주변에 붙어 아부를 떨었다.
그 모습을 보며 부러워했다.
그날 이후, 이혁태는 미친 듯이 노력했다.
국내 스카이 대학을 넘어 해외에서 유명한 대학교를 나왔다.
경영에 대한 다양한 것을 익히며 그것을 활용해 나갔고, 아버지 옆에서 미친 듯이 많은 걸 배웠다.
처음 자신을 멸시했던 아버지가 인정하기 시작했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어쩌면 자신이 40대가 되었을 때 정말 회사를 물려받을 수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것이 변화했다.
그 변화에서 병에 걸린 민혁도 있었다.
그에 대한 자격지심은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병에 걸렸어도 놈은 세계에서 찬사받았다.
빌어먹을 민혁.
이번엔 또 아테네를 구했단다.
온 세계 언론이 그의 이름을 떠들고 대한민국 곳곳에서 현수막이 걸린다.
솔직히 말할까?
기업총수 뭐 부러울 게 있겠나.
그것을 알기에 꼬투리 잡고 늘어질 게 폭식결여증밖에 없었다.
폭식결여증을 완치하지 못하면 그가 결국 일화그룹을 이끌지 못할 거란 걸 모두가 아니까.
그런데 젠장할?
‘이제 폭식결여증마저 이겨낼지도 모른다고?’
앞으로 들이닥칠 무수히 많은 일들이 머릿속에 스친다.
파란그룹과 일화그룹이 틀어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가뜩이나 파란그룹은 근래 위기에 빠진바.
이제 기업 순위 10위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
이때 폭식결여증을 완치한 민혁과 멀어진다고 하면 눈앞이 깜깜해진다.
현실을 깨닫는다.
“야, 민혁아. 형이 말이 심했…….”
“형, 쪽팔리게 살진 말자.”
“…….”
민혁에게서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그 눈빛은 마치 먹이사슬 꼭대기 위에 선 포식자 같았다.
그 눈이 주변을 흩었다.
쪽팔리게 살지 말라고?
그 말을 들은 이혁태는 황당했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네 새끼가 내 마음을 알기나 하냐?”
눈이 시뻘게진 그가 테이블 위의 것들을 팔로 밀어버렸다.
챙그랑-
“다 가지고 태어난 네 새끼가 내 마음을 알기나 해!? 어!?”
“형.”
민혁의 눈빛에 살기가 깃들었다. 이혁태는 그 눈빛이 화면을 통해 보던 황제의 눈빛임을 깨달았다.
오금이 저려온다. 맞서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폭식결여증 물고 태어나 봤어?”
“……!”
장내의 이들이 충격에 빠진다.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빠져 잊고 있었다.
이 안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민혁이다.
“방문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배고파서 휴지랑 연필 씹어 먹어봤어?”
“집에서 ‘음식 냄새가 절대 나면 안 된다.’라고 가정부들에게 당부하시는 아버지 모습 본 적 있어?”
“병원에 누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 순간에도 배가 고파본 적 있어?”
“의사가 ‘이대로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는 말 들어본 적 있어?”
“…….”
이혁태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자신이었다면 견디지 못했을 거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 확률이 높다.
“누, 누가 그렇게 태어나래?”
모순이다. 방금 전 스스로 금수저 물고 태어난 놈이라 하지 않았는가.
“내가 왜 조용히 있었는지 알아? 상대할 가치가 없어서야.”
자격지심에 찌든 자들이 개처럼 짖어대는 건 익숙했다.
그러나 이젠 무시해선 안 되는 시기가 와버렸다.
그 말을 듣던 한 사내가 비웃었다.
함양기업 아들이었다.
“민혁이 네가 폭식결여증 완치되었다고 누가 회장 시켜준대?”
그 비웃음의 의미를 그 자리의 이들이 깨달아간다.
“너무 늦지 않았을까?”
물론 민혁이 일화그룹을 이끄는 건 차근차근 시작되는 게 맞다.
“이 자리 사람들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경영수업 받았는데 넌 아니잖아.”
민혁은 폭식결여증에 의해 치료에 전념했다.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경영수업이 아닌 아테네를 하며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아테네의 너희 제국? 매일 적자 메꾸려고 발버둥이라며?”
그들도 천외제국의 가치를 알고 있다.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그 제국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도 엄청나다.
“혁태 형은 아버지가 네 힘으로 100억을 모으면 기업총수 자리를 주겠다고 하셨는데, 그걸 이루셨어. 게임 개발해서 500억에 인수하셨거든.”
하지만 정작 민혁은 천외제국을 팔지 못한다.
“또 게임의 특성상 그 가치는 해가 지날수록 크게 떨어지잖아?”
게임의 재화 거래는 이제 합법이 되었다.
모든 게임은 당연하게도 오픈 초창기에 그 화폐가치가 가장 비싸고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떨어진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임은 몬스터만 잡아도 돈이 드랍되고 매일매일 돈의 가치가 낮아지는 곳이니까.
“너 네가 직접 번 돈은 얼마 있어?”
기업총수들에겐 그것 말고 중요한 건 없다.
“혁태 형은 자그마치 500억을 스스로의 힘으로 축적했는데 넌?”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언론에서는 천외제국에서 발생되는 대부분의 돈이 다시 천외제국의 국고로 돌아가고 있다 떠들고 있다.
민혁도 자신이 얻어온 것들 상당수를 천외제국에 상납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천외제국 몸집 불리기를 위해 주요간부진들도 돈을 낼 정도라는 이야기도 많았는데 그것은 모두 사실이었다.
제국이 커질수록 운영비는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여기서 발생되는 문제가 제국이 커져도 천외제국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효과에 있었다.
민혁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자 역시 번 돈은 없을 거란 판단이 든 그들이 비웃으려 했다.
“결국 네 손으로 돈도 못 벌어놓…….”
“한 5조 정도?”
“……?”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하지 마.”
민혁이 손을 휘휘 저었다.
오라는 제스처를 안 함양기업 아들이 걸음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민혁이 현재 보유한 잔고가 나타났다.
1조가 넘는 금액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허어어어어억!”
너무 놀란 그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나머진 다른 통장에 있고.”
모두가 착각하는 게 있었다.
“대부분의 돈을 제국에 상납하는 건 맞지만 잡템과 같은 아이템, 광물 등은 내 개인 소유야.”
“…….”
“…….”
그 말은 천외제국이란 게임 속 국가의 가치도 자신들 예상을 뛰어넘는 거란 거다.
“얼마 전에 재미 삼아 간부진 애들이랑 현 가치를 환산해 봤는데 한 1,197조 정도 되던데.”
술잔을 기울이던 한 여성의 입에서 주르륵 술이 흘러나왔다.
이제까지 쓴 돈만 백억은 되는 어떤 남자는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국내 기업들 여러 개를 사고도 남을 돈이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는 떨어지겠지만 계속 범위를 확장함에 따라 그 가치는 줄어들지 않을 테고.”
민혁이 그들을 비웃었다.
“나는 아직 천외제국과 국내 기업들과 협력하여 시너지 효과를 낸 적이 없어. 똑똑하니까 다들 알잖아.”
장내를 훑어보자 그들이 움찔거렸다.
“천외제국이 일화그룹과 협력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 어떨 거 같아?”
“……!”
“……!”
일화그룹은 이제 진짜 세계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아테네는 세계적인 게임이다.
일화그룹이 천외제국과 협력하여 TV만 팔아도 그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국내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에서 매출을 올린다는 건 그런 거다.
상황을 제대로 인지한 그들.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던 이들 중 누군가.
“민혁아, 미안하다! 앞으로 잘할게! 응!? 내가 물심양면으로 널 도우마.”
“일화그룹이 국내, 아니, 세계 기업 1위가 될 수 있게 우리 진한그룹이 지원하마.”
“형님!”
“야, 아무리 그래도 민혁이가 우리보다 9살 어린데.”
“닥쳐, 돈 많으면 형이랬어.”
이혁태에게 아부를 피우던 자리의 모든 이들이 민혁에게 달라붙었다.
이혁태는 그 모습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X됐네.’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동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또 어쩌면, 추후 파란그룹과의 여러 계약 건에서 우리 쪽이 불리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
척을 져선 안 되는 기업과 척을 진 거다.
화가 끓어올랐지만 당연한 수순이다.
몸을 일으킨 혁태의 감정이 복잡하다.
‘이민이나 갈까.’
그때.
“어디 가?”
“새끼야, 때린 거 고소 안 할 테니까. 잡지 마. 너 고소하면 내가 X되는데 하겠냐.”
그가 으르렁거렸다.
참으로 좋기도 하겠다.
나는 끝났지만 너는 새로운 시작이란 말이 목구멍까지 솟아올랐다.
그런데 민혁이 말했다.
“형.”
쪽팔림에 얼굴이 붉어진 혁태에게 민혁이 말했다.
“도와줘.”
“……?”
뭔 소리지?
내가 지를 갑자기 왜 도와주나?
오히려 짓밟아도 모자랄 판에.
또 자신보다 높은 곳에 서게 될 그가 자신에게 도와달라니?
“앞으로 내가 후계자가 되고 기업을 운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거야. 완치판정 받아도 반대세력이 넘쳐나겠지.”
“당연히 그러겠지, 새끼야. 폭식결여증 환자였던데다 니 새끼 존나 어리잖아.”
반대세력은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고 늘어질 거다.
“근데 파란그룹 차세대 총수가 뒤에서 받쳐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
혁태는 민혁의 눈에서 진심을 보았다. 어떤 보복도 하지 않을 거다.
아니, 애초부터.
‘그런 그릇 자체가 아니었던 거냐……?’
남에게 당했다고 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속 좁은 놈이 아니었던 거다.
자신을 돌아본다.
자신과 생각하는 것이 완전 다른 놈이다.
놀랍기 그지없다.
나보다 더 높은 계단 위에 섰으면서도 오만하지 않고 현명하다.
그리고 민혁은 혁태의 힘을 이 자리에서 가장 높게 사고 있다.
파란기업 장남이어서가 아니다.
실제로 혁태는 자신의 신분을 비롯한 모든 것을 알리지 않은 채 게임을 개발하고 흥행시켜 수백억을 벌었다.
기업을 등에 업지 않고 본인의 힘으로.
“진심이냐?”
혁태의 눈에 눈물이 찼다.
진심으로 자신이 쪽팔렸기 때문이다.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은 혁태는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가지 말은 확실히 할 수 있었다.
“X같네. 나이도 어린 새끼 똥꼬나 빨아줘야 한다니.”
그가 자조 섞인 미소로 웃었다.
“일단 가봐.”
혁태는 이 순간 다짐했다.
“그럼 내가 뒤에서 힘껏 밀 테니까.”
* * *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민혁은 그 자리의 모두에게 일단 ‘폭식결여증 완치’에 대해 말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몇 개월 내로 확정된다.’
민혁은 만약의 모든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만에 하나라도 완치판정을 받지 못하면 상황은 나빠질 수 있다.
그렇지만 자택 내에서 사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을 거다.
민혁은 기쁜 마음에 눈물이 날 뻔했지만 참았다.
기쁨에 겨운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괜히 다른 사람들이 슬퍼질까 봐서다.
그리고 집에 들어왔을 때.
“……민혁 군 왔나?”
“…….”
울고 있는 이진환이 있었다.
그리고 집안일을 담당하던 가사도우미들이 울고 있었다.
“우리 민혁이 왔니?”
“…….”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오열하며 들어왔다.
“민혁아아아아!”
헬스 트레이너 오창욱이었다. 엉엉 울며 자신을 껴안는 그를 보았다.
곧 아버지의 비서이신 박문수 아저씨도 눈시울을 붉히시면서 밖으로 나오셨다.
밖에서 일하시던 정원 관리사분들도 울며 뛰어 들어왔다.
“아니, 왜들 울어요.”
민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함께 5년을 싸워온 이들이다. 아직 완전한 확정은 아니었으나 그들은 진심으로 민혁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민혁은 힘껏 울음을 참아냈다.
그러나 그 울음이 헐레벌떡 들어온 한 사람을 보고 터져 버리고 말았다.
회장 강민후.
눈시울을 붉히며 들어온 그와 마주한 순간 울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장하다. 내 아들.”
강민후가 민혁을 꽉 안아줬다.
어떠한 말도 할 필욘 없었다.
그저 행복해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