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79
밥만 먹고 레벨업 1380화
일화그룹 임원 회의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는 거냐, 민혁아.’
강민후는 일화그룹을 이끌어가는 임원진들과 눈을 맞췄다.
시선을 맞출 때마다 그들은 강민후의 시선을 피했다.
부회장이 말했다.
“전문경영인을 들이는 게 맞다고 판단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강민후도 언젠간 이 일화그룹 회장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것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알 수 없다.
빠르면 5년이 될지도 모른다.
일화그룹은 새로운 후임을 필요로 한다.
“회장님, 여기서 민혁이를 아끼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이다.
민혁의 생일날만 되면 생일선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민혁이에게 전해주라고 하는 이들이다.
좋은 사람들이다.
그 이전에, ‘회사를 이끄는 경영인’들이었다.
“민혁이의 폭식결여증이 완치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일화의 미래를 민혁이에게 걸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강태훈의 입안이 쓰다.
미국 의학회에서 민혁의 폭식결여증이 거의 완치에 이르렀다고 검사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이는 거의 완치일 뿐, 완전한 완치가 아니다.
‘정말 만약의 수로 재발한다면…….’
그렇기에 아직 민혁과 자신, 자택 내에서 함께 살아가는 소수를 제외하고 알리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말할 생각은 없다.
재발하면 말을 번복하는 것이고 신뢰를 잃게 된다.
“회장님, 결단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시간이 그리 많진 않습니다.”
강민후가 선택해야 한다 재촉하고 있다.
왜?
‘민혁이는 후계자 수업을 받지 못했다.’
지금 당장에라도 차근차근 후계자 수업을 받으며 이끌어나가도 추후 오너가 되기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약 없는 완치를 기다리기에 일화의 앞으로가 걱정이다.
강민후가 창가 앞에 섰다.
끊었던 담배가 생각나는 날이다.
그는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 기둥대전을 보았다.
“모두 기둥대전들 볼 시간에 여기 있어서 어쩌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말에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
“회장님도 함께 계시지 않습니까.”
작은 웃음을 지은 강태훈이 말했다.
“민혁이가 기둥대전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
“…….”
그 말엔 침묵이 지나갔다.
그리고 강민후는 민혁이 무저갱의 보너스 사냥터에 있는 걸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임원들은 사실상 민혁의 우승을 불가능으로 보고 있다.
사실 강민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이 생겼다.
“불가능하다고들 생각하지?”
“크흠.”
“NPC들이니까요.”
“그 세계에서 전지전능한 자들입니다. 아무리 민혁이라고 해도 그런 자들을 꺾는 게 쉽진 않겠죠.”
그들은 불가능의 답을 내렸다.
그들은 폭식결여증 치료 역시 불가능의 답을 내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일주일 전, 미국의학계에서 폭식결여증을 연구하며 검사하는 이들이 자택에 방문했다.
그들은 수백 가지의 검사를 하고 돌아갔으며 며칠 내에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 한들 그걸 미리 말할 생각은 없다.
아닐 수도 있으니.
“만약 그 불가능한 것을 해낸다면 시간을 좀 주겠나?”
잠시 침묵하던 부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작은 웃음을 지은 강민후 회장이 부회장과 눈을 맞췄다.
그리고 임원들을 바라봤다.
“내 아들은 불가능하던 것을 항상 해낸 아이거든.”
아테네에서도.
폭식결여증으로도 말이다.
* * *
[악신 오블렌의 경과시간.] [2분 38초.]카메라 화면에 비치는 오블렌이 다리를 넘어갔다.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레, 레벨 800대의 몬스터들 전부가 겁에 질려 스스로 다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너무 놀라 말조차 안 나옵니다.]오블렌이 다리를 지나친 순간.
오블렌은 체고 20m에 달하는 녀석을 올려다봤다.
온몸에 수만 개의 칼이 솟아 있는 녀석은 외눈박이다.
[칼날의 군주 Lv 1,328.]“크훠어어어어어어어어어!”
놈이 거친 포효성을 터뜨렸다.
하늘 위에서 2m의 체고를 가진 외눈박이 몬스터 수만 마리가 떨어져 내렸다.
녀석들 역시 온몸에 칼날이 솟아올라 있었다.
“캬하악!”
“크학!”
그러나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놈들은 오블렌을 보자마자 뒷걸음질 치며 도망치려 했다.
그때.
스가아아아악-
칼날의 군주의 다리가 놈들을 스치고 지나가자 놈들의 몸이 산산조각 찢겨 나갔다.
놈들은 군주의 엄포에 오블렌을 향해 달려들었다.
특성이 발현된다.
몸에 박힌 칼날 수십 개가 동시에 튀어나가며 오블렌에게 뻗어졌다.
그 순간 칼날의 군주의 눈이 번뜩였다.
[스킬 사용이 통제됩니다.]푸, 푸푸푸푸푸푸푸푸, 푸푸푸푸푸, 푸푸푸푸푸푹-
수백여 개의 칼날이 오블렌의 몸 곳곳을 꿰뚫었다.
칼날을 타고 흐르는 피가 바닥을 적셨다.
오블렌의 몸에서 끊임없이 피가 떨어진다.
또옥-
땅으로 떨어지던 핏방울이 멈춘다.
멈춰선 핏방울들이 다시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다.
악신의 손에 쥐어진 새하얀 책이 쥐어져 있다.
그 책에 땅에 떨어진 핏방울이 흘러 들어간다.
붉게 물든 책의 책장을 펼쳐낸다.
차락-
그의 온몸에 박힌 수백 개의 칼날이 몬스터들을 관통한다.
차락-
온몸을 관통한 상처가 단숨에 치유된다.
차락차락차락-
하늘 위에서 수백 개의 핏빛창이 만들어진다.
차락-
오블렌이 한 손에는 책을, 한 손에는 핏빛창을 쥔다.
[킥, 너도 이렇게 해주랴?]오블렌이 지면을 박찼다.
그 뒤를 수백 개의 핏빛창이 뒤따랐다.
밑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몬스터들을 향해 그저 손가락 한 번만 퉁겨준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앙-
수십 개 떠오른 악신의 서가 몬스터들을 지워낸다.
날아오른 악신 오블렌에게 파공음이 들려왔다.
쐐에에에에에에엑-
주변에 있던 나무, 딛고 선 땅.
모든 것을 부숴 버릴 정도로 강력한 휘두름이다.
차락-
한 장을 넘기는 순간 솟아난 검은 쇠사슬이 그 팔을 잡아낸다.
차라락-
또 한 장을 넘기는 순간, 칼날의 군주의 주변에 수백 명의 오블렌의 분신들이 그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본체의 오블렌의 창이 놈의 외눈에 박힌다.
“크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친 비명을 듣는 오블렌이 미간을 찌푸린다.
[닥쳐.]놈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녹아내리며 맞붙는다.
“읍, 으으으으읍, 으으으읍!”
그리고 수백 명의 자신의 분신을 바라보는 오블렌이 우아하게 뻗은 검지 손가락을 까딱였다.
동시에 수백 명의 분신이 쥔 수백 개의 창이 칼날의 군주를 관통한다.
차라라라라락-
또 한 번 책장을 펼친다.
이번엔 수천의 오블렌이 생겨나고 수천의 흑빛창이 생겨났다.
차라라락-
한 장을 더 넘기자 흑빛창이 5m 길이로 길어졌다.
그리고 또 한 번.
푸우우우우우우우우욱-
수천 개의 칼날이 칼날의 군주를 사방에서 꿰뚫으며 관통한다.
오블렌이 흥미를 잃은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그를 지나쳐 간다.
오블렌이 등진 칼날의 군주를 꿰뚫었던 창들이 스르르르 흩어짐과 동시에, 칼날의 군주가 한 줌 재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터억-
오블렌이 책장을 덮었다.
[…….] […….] […….]거대한 침묵이 내리 앉았다.
뚜벅, 뚜벅,
그저 걷는 오블렌을 보며 그 자리의 누구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리가 뭘 본 거지?
도대체 뭐가 지나간 거지?
그런 생각 뒤로 가슴속 피가 끓어올랐다.
아테네의 최강자.
악신 오블렌. 그가 자신을 증명하고 있다.
[악신 오블렌의 경과시간.] [4분 1초.]고작 1분 20여 초 만에 벌어진 일.
고귀하고 오만한 표정으로 사뿐사뿐 걷는 발걸음 앞.
그 앞에 강림한다.
[전쟁의 기둥의 출현!]하늘에서 내려서는 전쟁의 기둥은 붉은색 풀 플레이트 아머를 걸치고 있다.
한 손엔 그 무엇이든 베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 잘 벼려진 검이 들려 있다.
전쟁의 기둥은 상식을 벗어난다.
그리고 전쟁의 기둥은 다름 아닌 강태훈 사장이었다.
그는 몸의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상식을 벗어나는 천재적인 센스와 역시 상식을 벗어나는 악신의 힘들.
그의 힘은 ‘데이터’를 철저히 무시해 버린다.
‘진짜 악신이다.’
[10분.]악신 오블렌의 미소를 보며 강태훈이 마른침을 삼켰다.
[10분 내로 끝내지.]오만과 자만에 찬 놈이라 비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런 말조차 할 수 없다.
악신 오블렌이었기에.
* * *
박민규 팀장이 감탄했다.
[악신 오블렌의 클리어시간.] [11분 59초.]말도 안 되는 수치다.
박 팀장은 이어폰을 끼고 이벤트를 위해 다양한 것을 모니터 중인 바.
[팀장님, ATV방송국 시청률 45% 돌파했다고 합니다.]그가 순수하게 감탄했다.
이내 강태훈 사장이 캡슐에서 나왔다.
“지릴 뻔했군…….”
전쟁의 기둥에 익숙해지기 위해 수백 번 플레이해 본 그다.
그러나 악신 오블렌의 천재적인 센스는 따라갈 수 없었다.
거대한 여운이 그에게도 남았으나 세계전체에도 남았으리라.
그때 김대일 부장이 말했다.
“민혁 유저만 딱하게 되었군요. 악신 오블렌이 이렇게 활약해 버린 상황이니. 뭘 보여줘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겠군요.”
그에 박 팀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강태훈의 시선이 박 팀장에게 닿았다.
강태훈도 그간 이벤트 준비로 바빴기에 모니터를 확인하지 못한바.
“알림은 울리지 않았는데?”
“무저갱에 있어서 그랬던 겁니다.”
“무슨 이야기들 하시는 겁니까?”
박 팀장이 쓴웃음을 지었다.
“직접 보시는 게 재밌지 않을까요?”
“허, 거참. 사람 답답하게스리.”
박 팀장이 말했다.
“부장님은 민혁 유저가 800레벨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 거 같아요?”
민혁 유저의 800레벨이라? 그가 턱을 쓸었다.
“일단 800레벨이 되면 군신의 힘이 추가 개방되겠지.”
끄덕
“먹는 자들의 기둥의 힘도 그 구간에서 굉장히 크게 개방되는 걸로 알고 있고.”
끄덕
“유저 800레벨 달성에 따른 엄청난 스텟 상승과 스킬 상승 특혜도 있을 테고.”
끄덕
“지존도인가 뭔가 하는 검 봉인도 해제되지?”
그 말에 박 팀장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잘 알고 계시네요.”
때마침 스크린에서 환호가 울려 퍼졌다.
[민혁 유저도 시간에 맞춰 기둥 대기석에 모습을 드러냅니다!]박 팀장이 작은 웃음을 지으며 스크린을 바라봤다.
* * *
시청자들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으아아앗, 민혁이다아아아!] [유저의 자랑! 유저의 심장, 유저의 지존. 가즈아아아아!] [그럼 뭐 함……. 오블렌 기록 못 깰 텐데…….] […….] [4일 동안 레벨업 1도 못함…….] [1시간 걸릴 것 같은데요…….] [그래도 민혁이 만세에에!] [만세에에에에에!]시청자들은 민혁에게 사실 기대감을 가지진 않았다.
단지 민혁이 기둥들과 어깨를 나란히 섰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
민혁은 레벨업을 하지 못했다,
바로 15분 전에 확인했던 바로도 그렇다.
그 사실을 아는 김대국 PD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한 사원의 컴퓨터 화면이 보였다.
아테네 공식 홈페이지 랭킹창이 띄어져 있다.
‘모두 같은 생각인가 보네, 이변이 일어날까 싶어 열심히 새로고침 했나 봐.’
김대국 PD는 쓴웃음을 지었다.
[공식 랭킹 1위 민혁 Lv 790.]떠 있는 레벨창을 보던 김대국 PD가 F5를 눌러 새로고침 했다.
‘변할 리가 없…….’
그런데 곧 김대국 PD의 눈이 크게 떠졌다.
‘뭐야?’
김대국 PD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공식 랭킹 1위 민혁 Lv 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