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78
밥만 먹고 레벨업 1379화
오블렌, 헤파이스토스, 벨레던, 루이스.
지존도(至尊刀)를 만들어낸 사인방은 그때의 일을 계기로 가까워졌다.
천외제국.
나뭇가지 위에 누워 있는 오블렌의 밑으로 기둥들이 모여 있다.
기둥대전.
기둥들이 반길 만한 이야기다.
이렇듯 함께 담소를 나눈다하여 경쟁의식이 없는 게 아니다.
그들도 이 중에서 누가 더 뛰어나고, 누가 더 강한지 궁금했다.
그리고 한 가지 우려도 있었다.
“민혁은 아직 우리에게 닿기 부족한데…….”
그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다.
헤파이스토스의 우려 어린 목소리가 그 증거다.
“당연한 일이니 괜찮지 않을까요?”
이 자리의 기둥들은 레벨 1,000을 가뿐히 넘는다.
레벨 800도 되지 못한 민혁이 자신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헤파이스토스가 말했다.
“민혁도 순순히 납득할 만한 이유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디 그렇나.”
완패당한 그가 의기소침해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헤파이스토스가 오블렌을 올려다봤다.
다른 이들도 함께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봐줄 거냐? 난 전력을 다할 거다.]오블렌은 이 자리의 그 누구보다 민혁을 끔찍이도 아낀다고 자신할 수 있다.
[결국 민혁은 우리에게 패배하게 되어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걸 알면 어떨 것 같으냐.] [민혁은 그렇게 약한 녀석이 아니다. 의기소침? 맛있는 것을 먹으면 순식간에 헤벌쭉 웃을 것이고, 반면교사 삼아 더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 칠 놈이다.]모두 오블렌의 말에 동의했다.
그들은 기둥대전에서 젖 먹던 힘을 다할 생각이다.
그러다 헤파이스토스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민혁이 녀석, 복 받았다니까.”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만든 지존도(至尊刀)를 얻었으니 말이야.”
악신의 악(惡).
제작하는 자의 혼(魂).
노력하는 자의 열정(熱情).
삶과 죽음을 잇는 자의 힘까지.
네 기둥의 힘이 깃들어 있는 검.
“800레벨이라고 부르던가. 녀석도 알겠지, 800레벨이 되면 봉인된 힘이 깨어난다는 걸.”
[그리고, 그 힘이 녀석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하리란 건 모를 거다.]네 기둥의 입가에 웃음이 스쳤다.
* * *
민혁은 무저갱의 주인 덴이 사라진 자리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빠르게 사라져 버린 녀석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은 했다만…….’
확신했던 건 아니다.
민혁이 덴에게 요리해 준 이유는 그저 순수한 의도였다.
설령 덴이 무저갱에 수억의 생명체 중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생명체일지라도 괜찮았을 거다.
“고맙다, 그리고 난 네가 어떤 모습이든 크게 상관은 없어.”
녀석이 듣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말을 전해본다.
민혁이 투명벽에 가로막혀 이용하지 못했던 보너스 사냥터 앞에 섰다.
사냥터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혀 있던 벽이 사라졌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저갱의 보너스 사냥터에 입장하셨습니다.] [경험치 획득률이 50배 적용됩니다.] [3일 동안 무저갱의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습니다.] [보너스 사냥터엔 총 18,413,013에 이르는 몬스터가 존재합니다.] [모든 몬스터를 사냥한 후 30분 뒤에 리젠됩니다.]‘무저갱 안에선 귓속말도, 길드 채채팅도 그 어떤 것도 안 되지?’
의문이 생겼다.
‘레벨업을 하면 순위가 갱신은 되나?’
민혁은 명실공히 가장 높은 레벨을 가진 유저다.
많은 유저들이 그의 레벨이 1만 올라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아마 안 되겠지?’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곳이다.
어쩌면 특별한 등급의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알림조차 이 무저갱 안에 있으면 차단될지도 몰랐다.
[무저갱의 개미 Lv 803.]흑색 기류가 넘실거리는 거대개미가 접근해 왔다.
멸의 각인을 새긴 지존도로 가격하자 약 1분여 만에 사냥해 낼 수 있었다.
[경험치 11,178,062를 획득합니다.]“와이씨…….”
민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잡몹 하나 잡았다고 오른 경험치가 천만을 넘었다.
평소였다면 60만도 오르지 못했을 터다.
‘이거 잘만하면 진짜 800레벨 찍겠는데?’
민혁은 가능성을 보았다.
그 가능성은 이거다.
“악신 오블렌 잡으러 가즈아아아아!”
든든한 친우이자 오블렌은 그의 라이벌이었던바.
민혁이 보너스 사냥터에 스킬을 사용했다.
[적군으로 인식된 적들의 숫자만큼의 백색검기가 생성됩니다.] [총 18,413,013자루의 백색검기가 100% 적중합니다!] [필멸학살자(必滅虐殺自.) 사용조건으로 3레벨 하락합니다.]민혁의 검에서 솟구쳐오른 백색검기가 보너스 사냥터의 모든 몹들에게 떨어져 내렸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단숨에 페널티만큼을 복구해 냈다.
그리고 아직 약 절반에 이르는 몹들이 살아남아 있었다.
그것도 개피의 상태로!
민혁이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레벨업 하셨습니다.] [보너스 사냥터의 모든 몬스터들을 사냥하셨습니다.] [리젠까지 30분 남았습니다.]민혁은 몹들이 리젠되기 전에 잠시 사냥터를 벗어났다.
그가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무저갱의 재료들이 놓여 있는 곳이다.
민혁은 아까 전 확인했던 샤인 머스캣을 집었다.
(샤인 머스캣)
재료등급: 무저갱의 A등급.
특수능력:
⦁민첩+2 체력 +2
설명: 무저갱의 주인의 힘에 따라 한 등급 더 뛰어나진 샤인 머스캣이다.
민혁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천에 깔린 이런 재료들만 약 140여 개는 충분히 보인다.
민혁이 샤인 머스캣 한 알을 입에 넣고 씹어봤다.
샤인 머스캣은 일반 포도와 조금 다르게 신맛이 거의 없이 달며 더 탱글탱글했다.
그때.
[무저갱의 재료는 하루 섭취량 10개를 넘어갈 수 없습니다.] [만약 10개 이상을 섭취할 경우 섭취한 것들에 따른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1분입니다.] [그 1분 동안 섭취된 것만큼의 힘을 발휘하고 효과가 완전히 소멸됩니다.] [섭취된 것들은 원할 때 그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힘을 발휘할 때 섭취된 것들은 종합적인 힘을 내며 기존 특수능력보다 몇십 배 더 뛰어난 힘을 발휘합니다.]“……?”
예상치 못한 난관이다.
이 재료들과 레벨업 조합이라면 기둥대전에서 승산이 생길지도 모른다 생각했던 민혁이다.
‘그렇다면…….’
일단 하루에 열 개씩 섭취한 후, 4일 차에 모조리 섭취할 생각이다.
‘이 1분이 나에게 무척 값진 시간이 되어줄 수도 있으니까.’
민혁이 10개의 음식을 섭취했다.
총 민첩 11, 힘 15, 체력 23, 지력 13의 스텟을 올렸다.
그가 곧바로 다시 사냥터로 향했다.
이례 없는 폭렙의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 * *
기둥대전 당일.
전 세계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다.
그 어떤 때보다 전 세계 아테네 유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 폐막 이후.
유저들은 아테네 유저들이 다 함께 응원하거나 시청할 축제를 원했다.
고작 이틀간만 진행될 축제였지만 모두가 궁금한 대전이다.
기둥 중 누가 제일 강한가.
그리고 굉장히 많은 이들이 지존 민혁을 응원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유다.
기둥 중 민혁 혼자만 유저이기 때문이다.
그가 활약하면 활약할수록, 유저가 아테네에서 높은 자리를 꿰찰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줄 것이다.
[첫 번째 기둥대전은 ‘기둥의 전쟁’입니다.] [1만 명의 선별된 유저들과 기둥들이 함께 가상으로 만들어진 ‘전쟁의 기둥’과 싸우는 스토리입니다.] [기둥의 전쟁에 닿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지옥 무저갱의 몬스터들이 대거 출몰합니다.] [놈들을 전부 사냥한 후엔 준보스급을 상대해야 하죠. 무저갱의 수준 높은 몬스터 중 하나가 무작위로 소환됩니다.] [사실상 뽑기운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작위로 소환된 준보스 몬스터가 상상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면 기둥의 발목을 오랜 시간 붙잡게 될 겁니다.] [말씀하시는 그 순간 하늘 위로 기둥들을 위한 대기실이 만들어집니다.]구름 위로 관전할 수 있는 의자 다섯 개가 놓였다.
차례대로 악신, 헤파이스토스, 루이스, 벨레던 등이 착석했다.
하지만 민혁의 자리는 공석이었다.
[민혁은 아직 오지 않은 듯합니다.] [곧 시작될 예정인데 말이죠.] [소문에 따르면, 민혁 유저가 기둥대전 전에 800레벨을 달성하기 위해 레벨업하러 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방금 확인해 본 결과 민혁의 레벨은 4일 전과 마찬가지로 790이군요.] [사실 790레벨대라는 것이 4일 동안 사냥에 전념한다고 1레벨업을 할 수 있는 수준은 넘어선 상태죠.] [네임드급 보스 몬스터나 SSS급 퀘스트 등을 하지 않는 이상 사냥만으론 한 달에 1레벨업을 하는 것도 힘든 실정일 겁니다.] [하지만 민혁이 참가의사를 밝혔으니 본인의 순서 때는 오지 않을까 합니다.] [순번 뽑기가 시작됩니다!]하늘 위에서 떨어진 작은 통.
그 안에서 순서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1번. 악신 오블렌.] [2번. 먹는 자들의 기둥.] [3번. 제작하는 자 헤파이스토스.] [4번. 삶과 죽음의 주인 루이스.] [5번. 노력하는 자 벨레던.] [악신! 악신이 첫 번째로 출전합니다!] [엄청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악신 오블렌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두 번째는 민혁 유저입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필이면 악신 다음이라니요.] [민혁 유저에겐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유저들과 악신이 함께 소환됩니다.]전 세계 방송 화면에 악신을 비롯한 700레벨 이상의 선별된 유저들이 나타났다.
1만 명의 유저들은 상기되어 있었다.
우승한 기둥을 따른 자들에겐 2레벨업의 보상이 따른다.
심지어 악신이 지휘한다면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다.
모두가 상기되어 악신의 명령을 기다릴 때.
[귀찮군.]“……?”
“……?”
그의 뒤에 있던 모든 유저들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악신 오블렌이 그들을 날려 버린 거다.
물론 참가자격을 박탈당한 건 아니기에 보상은 받는다.
[쪽수가 많다고 강한 건 아니다.]악신 오블렌의 발언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카메라 속에서 비치는 악신 오블렌이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거대한 다리가 나타났다.
[예정대로라면 거대한 다리 위에서 수만에 이르는 무저갱의 몬스터와 유저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합니다.] [유저들은 기둥이 내린 힘을 토대로 놈들과 싸우고 기둥은 선두에서 적들을 쓸어버리는 모습이죠.] [하지만 악신은 모든 유저들을 돌려보낸 상황이니, 혼자 저 많은 몬스터를 상대해야 합니다.] [악신이라도 저 많은 몬스터를 혼자 사냥하기엔 다소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 기둥대전에선 ‘기둥의 재앙’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니 쉽지 않을…….]악신 오블렌이 흉악한 괴성을 터뜨리는 레벨 800대의 몬스터들 앞으로 다가갔다.
한 마리의 몬스터가 오블렌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귀찮다는 듯 머리카락을 쓸어올린 오블렌의 눈이 번뜩였다.
[꺼져라.]“키, 키헤헤에에엑!”
오블렌에게 달려들던 몬스터가 멈칫하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윽고, 어떻게든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다리 밑으로 뛰어내렸다.
[……?] [제, 제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죠……?]오블렌은 그저 길을 걸었다.
“키헤에에에에엑!”
“캬하아아아아아악!”
“크랴아아아아악!”
몬스터들이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져 쉴 새 없이 다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지렸습니다.]오블렌은 손가락 하나 까딱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