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86
밥만 먹고 레벨업 1387화
민혁이 태어나고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어머니는 병마로 죽음을 맞이했다.
걸음마도 떼지 못한 세상에서 가장 예쁜 자신의 아이를 보며, 강태훈은 다짐했다.
그 누구보다 이 아이를 아끼며 훌륭히 키워내겠다고.
그러나 열여섯 살의 나이.
갑자기 폭식결여증이라는 병마가 아이에게 찾아왔다.
집에 있는 세 개의 대형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내 아이는 모두 먹어치웠다.
국내 내로라하는 명의.
세계 명망 있는 의사들에게 아이를 보여줬지만 마땅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 키 178에 몸무게 125㎏이 되고.
고등학교 1학년 키 180에 몸무게 140㎏이 되며.
스무 살.
키 185에 몸무게 175㎏에 달했다.
담당의 이진환이 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믿지도 않는 종교를 믿기 시작했다.
-하느님, 제 아이를 부디 살려주세요.
절에 갔다.
-부처님, 제 아이가 아프지 않게 해주소서.
하다못해 신내림을 받은 무당마저 찾아갔다.
신께 매일매일을 빌었다.
-제발, 아이가 살아 있게만 해주세요.
그때 아테네가 찾아왔다.
아이가 음식을 먹고 기뻐했다.
처음 음식을 먹던 날. 아이처럼 웃으며 신나 떠들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고작 딱딱한 빵 한 쪼가리가 뭐라고, 그의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민후의 바람은 하나뿐이다.
그가 서대륙의 주인이 되지 못해도 괜찮다.
그가 일화그룹 후계자가 되지 못해도 괜찮다.
그가 길 잃은 청년처럼 방황해도 괜찮다.
단지 그 병마 하나만 없어지는 것 하나만을 바랐다.
“완치라는 건가…….”
케빈의 확실한 목소리를 들으며 쉼 없이 눈물이 차올랐다.
“살았다.”
내 아이가 살았다.
이제 다른 아이들처럼 미래의 윤곽을 그려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강태훈 사장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몸을 일으킨다.
민혁이는 지금 어딨지?
방금 전까지 봐놓고 즐거운 마음 때문에 머리가 새하얘져 그가 어디 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회의실 문을 열어젖힌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민혁아, 민혁아아!”
“회장님, 민혁이가 이겨냈습니다!”
임원들의 뜨거운 환호가 들려온다.
강민후는 의아했다.
폭식결여증을 이겨냈다는 환호인가.
아니면 오블렌과의 싸움을 이겨냈다는 환호인가.
마침내 강민후의 시선에 스크린이 들어왔다.
* * *
세상에 떨어지던 수백 개의 낙뢰가 멈춘다.
멈춰 버린 낙뢰를 헤집고 민혁이 달리기 시작한다.
지존도는 오블렌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친우. 오블렌의 악신의 서가 빛을 발합니다.]그 힘이 낙뢰를 멈추게 한다.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는 민혁.
그의 시야에 오블렌이 흑빛창을 쥐고 자신을 겨누는 것이 보인다.
스가아아아아악-
거친 파공성을 내며 자신에게 찔러 들어오는 그 힘을 살짝 비틀어 피해낸다.
옆구리를 스친 그 충격을 무시한다.
[친우. 헤파이스토스의 힘이 빛을 발합니다.] [모든 아티팩트의 효과가 275% 상승합니다.] [검의 평타 공격력이 일시적으로 13,724% 상승합니다.]악신 오블렌의 앞으로 수십여 개로 겹겹이 쌓이는 악신의 실드가 보인다.
민혁의 검이 가격하자 겹겹이 쌓인 실드가 처참히 부서져 나가며 오블렌을 1회 베어낸다.
[크학!]오블렌의 흑빛창이 강대한 힘을 품는다.
[악신의 모든 마력이 창끝에 깃듭니다.]오블렌의 혈관을 타고 흐르던 모든 마력이 그의 손에서 창으로 넘어간다.
그 역시 마지막 힘을 다하려는 반증이다.
그러나 민혁의 검이 또 한 번 오블렌을 베어낸다.
[마력집중이 중단됩니다.] [일부분의 마력만을 받아들인 악신의 창이 적에게 100% 적중합니다.]그 순간 지존도가 또 한 번의 빛을 터뜨린다.
[친우. 노력하는 자의 힘이 빛을 발합니다.] [당신의 시작과 지금까지. 노력과 의지, 용기가 측정되어 데미지를 만들어냅니다.]오블렌의 창이 민혁의 심장을 관통했다.
푸화아아아아악-!
민혁 역시 지존도로 오블렌을 노리고 있던바.
[HP가 3% 미만으로 하락합니다.]한 손으론 음식을 먹어 흡수전환을 사용한다.
그러나 오블렌이 창을 비틀었다.
회복되었던 HP가 다시 떨어진다.
[HP가 4% 미만으로 하락합니다.]그때, 노력하는 자의 측정이 완료되었다.
[당신의 검에 235,624%의 추가 데미지를 내는 일격이 깃듭니다.]오블렌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우우우우웅-
붉은빛 오오라를 터뜨리는 그 검을 힘껏 오블렌을 향해 휘두른다.
‘오블렌의 HP는 29%. 잘만 하면…….’
콰하아아아아앙-
오블렌이 가격당함과 함께 그가 뒤로 퉁겨져 날아갔다.
민혁의 심장을 꿰뚫었던 창도 뽑혀나간다.
우두두두둑-
오블렌의 뼈가 부러지는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커다란 충격에 뒤로 날아갔던 오블렌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민혁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았다.
[HP가 지속적으로 하락합니다.]악신의 창이 지속적인 데미지를 일으키는 것인지 그의 HP가 서서히 깎이고 있다.
민혁이 서둘러 오블렌의 HP를 확인한다.
7%.
민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거대한 충격에 8초 동안 몸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비틀거리는 오블렌이 발버둥 쳤다.
온몸의 뼈가 부러져 휘청거리면서도 민혁의 앞에 바로 섰다.
[‘나의 승리다.’]즐겁지도 기쁘지도 않은 승리이다.
민혁에겐 더 이상 어떠한 스킬도 남아 있지 않은 듯 보였다.
가만히 있어도 깎여 나가는 그의 HP를 보며 확신이 들었다.
그의 남은 생명력으로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시간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오블렌은 결국 패배한 민혁을 위로하고자 했다.
[HP가 1% 남았습니다.] [지속적으로 HP가 하락합니다.]오블렌은 씁쓸해졌다.
그의 앞에 선 오블렌을 민혁이 힘겨운 표정으로 올려다봤다.
“미안, 내 승리다.”
[……?]오블렌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승리다.
민혁은 가만히만 있어도 10초 후 강제 로그아웃될 거다.
하나 민혁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사용하지 않은 어떠한 힘이 있었다.
[무저갱의 재료는 하루 섭취량 10개를 넘어갈 수 없습니다.]이 알림에서 비롯된다.
무저갱의 재료는 하루에 10개 이상 섭취가 불가하며 만약 섭취하게 될 시.
[섭취된 것만큼의 재료의 힘을 원할 때 발동 가능하며 발동 후 스텟이 완전히 소멸됩니다.]민혁은 무저갱의 재료 10개를 먹었다.
그다음 수백 개를 먹었고, 이 수백 개의 재료는 영구적 ‘효과’를 가지지 못한 채 민혁에게 남아 있다.
대신 알림처럼, 한 번에 모아서 터뜨릴 수 있다.
“재료소멸.”
[무저갱의 재료 685개의 힘을 동시에 태웁니다.]또한 이 영구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들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었기에 특혜도 존재하는바.
[기존 스텟 개수보다 몇십 배 더 뛰어난 힘을 발휘합니다.]민혁의 검에 강한 힘이 실렸다.
그가 앞에서 비틀거리던 오블렌을 온 힘을 담아 힘껏 후려쳤다.
그 순간 오블렌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멀리 날아갔다.
[크학!]가뜩이나 성치 않았던 오블렌의 모든 뼈가 산산조각 난다.
오블렌의 시야가 흐려진다.
함부로 승리를 점친 그의 최후다.
오블렌이 풀썩하고 쓰러졌다.
[HP가 0%가 됩니다.]민혁이 알림을 듣는다.
하지만 오블렌이 한 발 더 빠르게 잿더미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강제 로그아웃 당하…….] [중단됩니다.]강태훈 사장이 민혁의 로그아웃을 제지했다.
민혁이 풀썩하고 뒤로 고꾸라졌다.
[오블렌 VS 민혁 대결의 승자는 민혁입니다.]알림이 들려온다.
[칭호 아테네의 최강자를 획득합니다.] [당신은 아테네의 모두가 인정한 아테네의 최강자입니다.]민혁은 하늘을 바라봤다.
경기장의 한편에 서서 그저 그 맑은 하늘을 눈에 담았다.
후련한가?
마냥 후련하지만은 않다.
오블렌을 이김으로써 그는 또 다른 목표를 일구어냈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아직 일구지 못했다.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띵해진다.
언제쯤 가능할까.
내가 원하던 그것이 언제쯤 끝이 날까.
언제가 되어야 나를 불안하게 하는 그것이 완전히 흩어지게 될까.
또 다른 목표의 달성은 그의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젠장…….’
자신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온다.
그때, 오블렌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눈을 감아버린 민혁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얹었다.
[좀 자라.]피곤했다.
민혁이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잠들어 버렸다.
해설자들이 힘껏 떠들고 있다.
[관중석엔 수천만 명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유저들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습니다.] [유저들의 환호성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하지만 민혁이나 참가자들에겐 들리지 않을 겁니다.] [참가자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장을 둘러싼 관중석이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 처리됐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유저들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춤까지 추며 민혁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어……? 소, 속보입니다!] [지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방금 전 일화그룹이 공식적인 기사를 발표했습니다.] [……가 확정됨에 따라 일화그룹 주가가 3분 만에 상한가를 쳤습니다.] [전 세계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가…….] [기적입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희귀병에 대한 완치 케이스에…….] [지금 관중석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다수…….] [관중석에 포착된 지니와 친구들이 울고 있는 모습이…….] [아테네 전역에 빠르게 이 사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이미 루브앙 제국의 황제 브로드가 출발했다는…….] [엘레도 출발했다는 소식…….] [방금 전 ATV방송국 아나운서가 이 사실을 전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며 그를 축하했습니다. 인간적인 모습에 많은 이들이…….] [죄송합니다. 저 또한 눈물을 참기 힘듭니다. 저 누워 있는 어린 청년을 보는데, 쉴 새 없이 눈물이 나는군요.] [모두가 저처럼 바라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전 세계인이 잠든 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 [……….] […….]얼마나 잤는지 모르겠다.
눈을 뜨자 오블렌이 보였다.
아차 한다. 지금 자신은 경기장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러다 민혁은 의아함에 빠졌다.
“왜 이렇게 조용해?”
분명히 경기장이다.
관중석에 대한 소음차단과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블라인드 처리된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작은 대화 소리나 관계자들의 목소리마저 없었다.
마치 이 세상에 자신과 오블렌만 있는 듯하다.
분명히 경기장이었는데?
상체를 일으켰다.
뭐지?
꿈인가?
분명 자신은 오블렌으로부터 승리했었다.
그런데, 이 경기장의 주변에서 소리 없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이 있었다.
천외제국에 있어야 할 밴이 있었다.
이필립스 제국 황좌에 앉아 있어야 할 엘레가 있었다.
엘피스의 손을 꼭 쥐고 있는 필로스가 있었다.
벤더, 브로드, 벨슨.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
자신의 여자친구 지니가 퉁퉁 부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로크와 칸은 자신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땐 적이었으나 지금은 아군이 된 켄라우헬도 있었고, 발렌티노도 있다.
“뭐야, 나 게임하다 과로해서 죽었나? 오블렌. 나 혹시 죽었니?”
오블렌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민혁을 바라봤다.
정말 꿈인 것 같았다.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꿈.
세상은 고요했고, 그들은 자신을 바라본다.
정말 과로로 죽었나?
너무 어이없는 생각이라 피식하고 웃음이 지어진다.
“몰래카메라인가?”
그때 우르르 몰려 있는 사람들이 길을 터줬다.
길이 열리며 그 앞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빠?”
흑염룡.
그가 자신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한다.
울고 있지만 아버지의 입엔 그 어떤 때보다 환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도대체 이게…….”
민혁은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경기를 하다 그들이 이곳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강민후가 입을 열었다.
“신께서…….”
아니, 그는 그 말을 삼켰다.
이건 신께서 내린 상이 아니다.
“네가 해냈다.”
아, 사실이다.
자신은 오블렌마저 이겨낸 명실공히 한 아테네의 최강자가 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
“얼마 전 했던, 폭식결여증 검사 결과가 나왔단다.”
“……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백 번도 더 진행했던 검사이지 않은가.
물론 최근에 했던 검사는 90점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나 미국 의학계 쪽은 ‘재발’ 위험성을 거론했다.
그런데.
“완치. 재발할 가능성이 없는 완전한 완치 판정을 받았단다.”
이상하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기뻐야 하는데,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든다.
불이 꺼진 방안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다.
실감 나지 않아서.
믿을 수가 없어서.
기뻐해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까지 지났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서.
꺼졌던 방안의 스위치를 누군가 딸칵 하고 켰다.
[관중석의 블라인드가 해지됩니다.]“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석의 환호가 장내를 가득 채웠다.
보이지 않던 수천만 명의 세계 관람객 유저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민혁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오블렌이 나를 본다.
[……네가 해냈다.]밴이 나를 바라본다.
“허허, 폐하…….”
브로드가 나를 보며 무릎 꿇는다.
“폐하……!”
그리고 아버지가 나를 힘껏 안으셨다.
비로소 실감 난다.
스위치가 켜진 순간, 오랜 시간 억눌렀던 벅찬 감정이 그를 후빈다.
흐느꼈다.
“이제 일찍 일어나 체력 단련실 가도 되지 않는 거예요……?”
눈물이 흐른다.
“집 냉장고에 음식들을 채워도 되는 거예요?”
“이제 저도 술집거리, 식당가를 걸으며 평범한 사람들처럼 ‘무엇을 먹을지 고민’해도 되는 거예요?”
강민후 회장이 그를 더 꽉 끌어안았다.
민혁은 울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뭐라 말해야 할까.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그에게서 먼저 이 말이 터져 나왔다.
“살았다…….”
그는 시한부 판정을 이겨낸 자.
“나는 살았다!”
세계 의학계에서 고개를 저을 때 딛고 나아간 자.
“나는 살았다고요!!!!”
희귀병이란 거대한 병마와 싸워 이겨낸 자.
“난 이제 살았다아아아아!”
그게 바로 강민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