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93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3화
불멸의 제국으로 군림했던 루브앙 제국.
네르바, 카르딘을 거쳐 민혁이 이 불멸의 제국의 주인이 되었다.
이제 루브앙 제국의 이름은 사라지고 통합되어 천외제국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천외제국 황제 알현실.
“결국 그 박재석…… 팀장님이란 분께선 폐하의 회사란 곳에서 스스로 나가셨군요. 역시 폐하는 유능하십니다.”
헤이즈는 더 위대해지고 커다래진 천외제국에서 재상으로서 훌륭히 업무를 수행해 내고 있었다.
“루브앙 제국이 천외제국이란 이름으로 통합된 지 일 년이 넘었군요. 통합된 천외제국도 이제 민혁 폐하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의 시간이 6개월이 지났고 이 아테네란 게임 안에선 1년이란 시간이 지난 셈이다.
“피곤하시진 않습니까?”
“전혀. 예전 폭식 결여증 때에 비하면 편하다고 해야 할까?”
민혁은 과거 폭식 결여증에 걸렸던 시절 살인적인 운동 스케줄을 소화했던 바 있다.
그때 비한다면 이 정도는 약과라 할 수 있을 거다.
헤이즈와 대화를 나누던 민혁이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기둥 퀘스트: 올림푸스 주인들과 친분 쌓기.]등급: 기둥
제한: 서대륙의 주인.
보상: ???
실패 시 페널티: 가이아 대륙과의 원활한 교류 불가.
설명: 서대륙은 가이아 대륙과 원활한 교류를 통해 문물을 발전시키고 더 질 높은 삶을 살 수 있다.
올림푸스 신들과 친분율 100%를 달성해라. 당신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당신과 연관된 누군가라면 괜찮다.
현재 친분율 0%.
민혁은 서대륙의 주인이 되고 이 퀘스트를 얻었다.
“이 친분 쌓기 퀘스트도 빨리 끝내야 할 텐데.”
“그렇죠. 많은 지킴이들과 이방인들이 그를 통한 서대륙의 발전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민혁은 서대륙의 주인으로서 그들이 더 나은 게임을 하게 하거나 혹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야 했다.
물론 그는 올림푸스 신들과 만난 적 있다.
천계의 전쟁 당시 그들의 도움을 받긴 했으나 그것이 친분을 쌓았다고 볼 순 없었다.
헤이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폐하, 큰일 났습니다!”
민혁은 알현실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밴이 헐레벌떡 알현실로 들어섰다.
뛰쳐 들어온 밴의 손에는 한 장의 편지가 들려 있었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남긴 편진데?”
“피, 필로스가 남긴 편지입니다.”
“필로스?”
현실에서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민혁은 필로스의 폭식 결여증 치료에 꽤 큰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점차 호전되고 있는 듯하나 아직까지 필로스는 폭식 결여증에 관한 검사지에서 50점을 넘지 못하고 있는바.
그녀의 폭식 결여증 완치는, 그녀에게도 민혁에게도 또 전 세계인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민혁만이 완치한 케이스가 아니라는 증명이 될 수 있으며, 이로써 폭식 결여증이란 병이 누군가에게 나타나도 완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니까.
아무튼 민혁은 그런 필로스가 남긴 편지를 확인했다.
[나 가출할 거야. 절대 돌아오지 않을 거야!]“필로스!”
민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동생이 가출이라니!?
심장이 벌렁거리고 다리가 떨려올 정도다.
민혁은 안색이 파리해져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헤이즈, 당장 모든 군대를 풀어 필로스를 찾자!”
흥분한 목소리를 내는 민혁을 보며 헤이즈는 침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폐하, 필로스 양께서 가출하셨지만 필로스 양의 가출은 절대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일입니다.”
“무슨 소리야? 이렇게 필로스가 직접 가출하겠다고 나갔는데? 심지어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잖아! 그런데 불가능하다니!?”
민혁은 헤이즈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절대 필로스 양은 가출하시지 못하십니다. 흥분을 가라앉히시고 어떤 이유로 필로스가 가출했는지를 알아내는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민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왜 가출한 거지?
그로선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 * *
소녀 필로스는 뿔났다.
예전에 자신이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항상 민혁이 함께했다.
함께 오십 그릇씩을 먹어치우고는 배를 두드리며 흐뭇하게 웃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민혁은 함께 음식을 많이 먹어주지 않았다.
물론 한 번씩 같이 맛있는 것을 먹어주긴 했지만 그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
‘민혁 오빤, 변했어!’
민혁에겐 폭식 결여증 완치가 분명 좋은 것이었지만, 소녀 필로스에게는 조금 달랐다.
예전엔 자신과 같은 병을 가진 민혁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으나, 그것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 세상에서 자신만 특별한 것 같다.
모두 1인분을 먹을 때, 자신만 쉴 새 없이 먹어치우니까.
또 회사 업무에서 아테네에서의 황제로서의 업무까지 처리하는 민혁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로 인해 필로스는 결심했다.
‘절대 오빠의 곁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사춘기가 다가오는 소녀가 하는 흔하디흔한 반항심이었다.
먼저 그녀가 한 일은 천외제국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녀는 천외제국을 벗어나 아주 먼 곳으로 떠났다.
절대 민혁 오빠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그녀는 정처 없이 떠돌며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사 먹었다.
오빠의 곁을 떠난 것도 의외로 괜찮았다.
매일 붙어 있던 많은 엄마, 아빠, 삼촌, 이모, 고모의 곁을 벗어나 있었으니까.
필로스는 이렇게 평생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하는 곳에서 살고 마리라 다짐했다.
그런 필로스를 누군가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 *
민혁은 필로스의 가출에 애간장이 탔다.
세상에!
토깽이 같은 내 새끼가 내 곁을 떠나 무서운 곳을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니?
하지만 곧 헤이즈가 말했다.
“폐하, 필로스 양을 봤다는 전서구가 오늘만 해도 376번째 도착했습니다.”
“……?”
“심지어 악신 오블렌이 숨어서 지켜보고 있기도 한걸요.”
“필로스 양은 절대적으로 가출이 불가능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민혁의 가슴은 허했다.
필로스의 마음 자체가 자신의 곁을 영영 떠나겠다는 것 아닌가?
“필로스를 가까이서 볼 수는 없다는 거잖아!”
필로스가 영영 보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헤이즈는 또 한 번 픽 웃었다.
“아니, 폐하아아~ 저얼대 그럴 수 없는 구조라구요.”
“왜 그럴 수 없는 구조인 건데!”
“그건…….”
헤이즈가 친절히 설명해 줬다.
* * *
필로스 가출 16시간째.
그녀는 가지고 온 돈이 모두 떨어져 버렸다.
그럴 수밖에.
그녀의 음식 섭취량은 엄청났고 맛있어 보이는 건 신등급이든 전설등급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샀다.
돈이란 것에 대한 ‘가치’를 정확히 몰랐기에, 자신이 돈이 없어도 언제든 민혁이 나타나 내줄 거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꼬마야, 음식을 먹었으면 돈을 내야지!”
식당의 주인이 필로스에게 화를 냈다.
이럴 때마다 항상 민혁 오빠가 나타나 짠하고 계산해 주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 봐도 민혁 오빠는 오지 않았다.
필로스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가출이란 힘든 거야…….’
하지만 그녀는 이미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설거지든 뭐든, 할 수 있는 걸 하겠다.
“이 못된 꼬마 아이 같으니. 우리 식당에서 일을…….”
“잠깐!”
그때.
누군가 나섰다.
유저 호우다.
유저 호우는 쉽게 말하면 호구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로, 좋게 말하면 선한 사람이었다.
그런 호우는 사실 생각보다 아테네에 무지했다.
다른 이들처럼 아테네 방송을 챙겨보지도 않았고 랭커라고 해봤자 민혁과 알렉산더 정도만 알고 있다.
그런 호우는 특별한 클래스인 ‘만남의 기사’다.
만남의 기사는 강한 유저, 강한 NPC를 만나면 성장한다.
단순히 만나는 게 아니라 그들과 악수를 나눠야 한다.
이 악수율 100%를 달성하면, 만남의 왕으로 전직할 수 있다.
그렇게만 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시스템은 이 ‘강자’를 생각보다 엄청 뛰어난 자들로 인지하기 때문에, 말처럼 쉽게 닿을 수 있는 클래스가 아니었다.
오지랖이 넓어 어쩌다 보니 얻게 된 클래스였다.
아무튼 호우는 어떤 일에도 오지랖이 넓은 편이다.
“주인장! 꼬마 숙녀께서 식사 좀 했기로서니 너무한 거 아니요!”
“크, 크흠!”
“이 어린 소녀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랬겠소이까!”
호우는 주인장에게 큰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필로스가 호우의 등 뒤에 몸을 숨겼다.
“꼬마 아가씨. 괜찮단다.”
하지만 곧 주인이 눈을 부라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돈도 없이 식당에서 이렇게 많이 먹으면 어떻게 해!”
호우는 황당해졌다.
“이 작고 가녀린 여자애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그는 필로스가 누구인지 모른다.
더불어 식당에 방금 들어왔다.
“또 어? 그깟 음식값 얼마나 한다고! 까짓거 내가 내겠소. 얼마요!”
호우가 의기양양해졌다.
그가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거참, 얼마나 세상이 박해졌으면 고작 꼬마 아이 밥 한 끼 먹은 걸로 이렇게 난리, 생난리를 피우는…….”
“한우 스테이크 109그릇,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404그릇, 로제 파스타 234그릇, 치킨 샐러드 366그릇, 콜라 413잔, 사이다 905잔. 양송이 스프 403그릇 먹었소. 그 외 기타 등등등…… 또 우리 가게가 귀족들만 이용하는 가게라 비싼 편이지. 총 10플래터넘이요.”
10플래티넘은 2억 골드의 가치를 가진다.
즉 2억 원 골드다.
호우는 들려온 말에 경악했다.
“아, 아니 무, 무슨 밥을 2억 원치를……?”
호우는 의기양양함을 잃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어린아이에게!
“주인장!!!”
“?”
“까, 깎아주세요!”
호우는 전 재산을 탈탈 털었다.
* * *
필로스는 호우가 전 재산을 털어 계산을 해줬기에 식당에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호우라는 사람은 좋은 분이었다.
“꼬마 아가씨, 좀 마음이 많이 아프긴 하지만 당분간은 이 아저씨랑 같이 다니겠니?”
호우는 가출한 필로스를 순수한 의도로 돕고자 했다.
필로스는 그에 응했다.
필로스는 자신의 가출계획이 무척 수월하게 풀리고 있음을 알았다.
앞으로 평생 이 호우라는 분과 함께 다닐 생각이다.
자신과 함께 밥 먹어주지 않은 민혁 오빠에 대한 복수였다.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편지에 썼듯이, 필로스는 기왕 가출한 거 두 번 다시 민혁 오빠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로그아웃한 필로스는 지금쯤 자신을 찾아다니며 울고불고하고 있을 민혁을 생각했다.
푸쉬이이이익-
캡슐에서 빠져나온 필로스는 자신의 옆자리 캡슐에서 함께 나오는 민혁과 눈이 마주쳤다.
“아…… 아앗…… 앗…….”
필로스는 깨달았다.
아테네에서 가출했어도 그녀는 민혁의 자택에 거주 중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