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392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2화
모든 게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자는 물론 신규 유입 또한 줄어든다.
왕년에 잘나갔던 게임도 1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 언제적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하지만 가상현실게임 아테네는 그를 무시했다.
물론 신규 유입이 주춤하긴 했었으나 약 6개월 전 민혁이 폭식 결여증 완치를 함으로써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또 흔히 말하는 고인물이란 오래된 유저들 상당수도 여전히 아테네란 게임에 흠뻑 빠져 있다.
이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테네에서 가장 전지전능한 존재.
태초의 신 아테네는 무엇을 하든 큰 파급력을 일으킨다.
‘오늘을 위해 아껴뒀다.’
아테네와 만나 활짝 웃는 민혁이 일화라면을 꺼냈다.
민혁은 자신의 증조할머니가 된 아테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힘을 알았다.
일부러 아테네가 자신의 증조할머니가 되었음을 밝히지 않았다.
‘그래야 더 큰 파장을 일으킬 테니까.’
아테네가 등장하자마자 시청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아테네가 말했다.
[라면이라, 라면은 몸에 안 좋지 않으냐.]옳거니!
우리 증조할머니께서 내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신다!
“맞아요, 할머니. 라면은 몸에 안 좋죠. 그래서 얼마 전에 이 일화라면에서 좀 더 건강하게 먹으라고 MSG를 뺏었죠.”
[건강하게? 라면이란 음식은 건강을 챙기는 게 아니라 맛있게 먹기 위한 음식 아니던가?]“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고 그래서 이 일화라면이 다시 MSG를 넣었죠. 다시 예전처럼 엄~~~~~~~청 맛있는 라면이 되었답니다.”
[PPL 개쩌넼ㅋㅋㅋ.] [머야? 일화라면 다시 MSG 넣기 시작했음? 맛 변해서 떠났었는디.] [헐? 다시 맛 변했음? 그럼 일화라면 못 참지.]민혁의 방송은 전 세계인이 시청하는바.
[라면……? 일화라멘? 한국을 대표하는 라멘입니까?] [ㅇㅇ 대표했었는데 맛 변해서 많이들 떠났었지, 함 잡숴보슈.]민혁이 알리고자 했던 첫 번째는 다시 이 일화라면이 맛있어졌다는 것.
방금 전 아테네와의 대화로 충분히 그 사실을 알렸다.
자, 이제 매출을 폭발시킬 시간이다.
“생각해 보면 할머니께선 몸이 불사시잖아요?”
아테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면은 몸 생각보단 맛있게 먹는 음식이죠. 고작 천 골드로 잠깐의 행복을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일 아닐까요?”
아테네가 그럴 수 있다는 듯 너그러이 웃었다.
민혁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 어떤 것도 라면에 넣지 않기로 한다.
그저 팔팔 끓어오른 라면을 아테네와 자신 사이에 넣는다.
[미쳤다.] [아테네와 마주 앉아서 라면 먹방…….] [아테네 알현실에서 라면 먹는 거 실화……?]민혁이 라면 뚜껑을 젖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라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아테네가 작게 감탄했다. 민혁은 팔을 들어 그녀가 먼저 라면을 건져가길 권유했다.
라면을 큼지막하게 들어 올리자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릇에 라면을 한가득 받은 그녀가 입김을 불었다.
그리고 그것을 후루룩 몇 가닥 입안에 넣어봤다.
[오?]작게 감탄한 그녀가 이번엔 크게 들어 입에 밀어 넣었다.
[후루루루루룹.]입안 가득 차오르는 라면 면발이 그녀를 즐겁게 한다.
입에 면을 넣고 눈을 감고 음미하는 그녀의 표정.
그 표정은 마치 귀한 음식을 입에 넣고 천천히 음미하는 귀족 같았다.
이 한마디면 끝난다.
[맛있구나.] [후루루루루루룹!]그녀가 미친 듯이 라면을 들이켠다.
그녀와 마주 앉은 민혁도 라면을 크게 들이켰다.
그다음 아주 잘 익은 김치를 입에 넣는다.
아삭아삭-
기가 막힌 맛이다.
[이건 뭐지?]민혁은 이번엔 좀 색다른 김치도 하나 꺼낸바.
“파김치요, 할머니.”
[파김치?]파김치는 민혁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반찬이다.
특히 파김치는 라면에 어울리는데, 짜파게띠나 이런 국물 라면과 함께 먹으면 최고다.
[오……. 알싸하구나.]아테네가 즐거운 미소를 머금었다.
민혁도 라면을 먹은 후 파김치를 먹었다.
아삭아삭-
파김치 특유의 매운맛이 그를 기분 좋게 한다.
라면을 모두 먹어치우자 아테네가 아쉬운 기색을 보였다.
[귀, 귀여워…….] [아테네 님 너무 귀여운 것…….]테무룩 한 그녀를 보며 민혁이 뭔가를 꺼냈다.
“짜잔! 찬밥도 있죠. 아, ‘일.화.라.면.’은 찬밥과 가장 잘 어울리는 라면이기도 하죠.”
[일화라면…… 내 꼭 기억하마.]민혁이 쾌재 했다.
그녀의 한마디가 일으킬 파장을 안다.
찬밥을 말았다.
적당히 면발을 남겨둔 상태에서 말아진 밥을 입에 넣는다.
‘크흐.’
정말이지 기가 막힌 맛이다.
역시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건 탄수화물이 분명하다.
식사를 끝낸 아테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민혁이 조심스레 유도한다.
“일화라면. 어땠어요?”
[내가 근래 먹었던 음식 중 최고였다.]끝났다.
* * *
박재석이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니, 아닐 거야. 아무리 아테네가 라면을 먹었다고 해도 한 계열사의 매출이 10%가 오른다는 게 말이 되나?’
불가능하다.
물론 아테네가 ‘최고였다’고 말한 것이 일으킬 파장을 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매출이 올라가기 위해선 일화라면 품귀현상 정도는 일어나 줘야 한다.
담배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온 박재석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라면 칸으로 갔다.
“……?”
재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오로지 일화라면 칸만 텅 비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르바이트생에게 물었다.
“여기 일화라면 없어요?”
“일화라면 찾으시는구나. 20분 전에 다 나갔어요. 아테네랑 민혁 먹방 보고 사람들이 쓸어갔어요. 벌써 8번째 질문이시네요.”
딸랑-
재석의 시선이 돌아갔다.
한 손님이 들어왔다.
“일화라면 있어요?”
“9번째 질문이세요.”
“아이씨, 여기도 없네.”
들어왔던 손님이 푸념했다.
“이 근방 편의점 다 돌았는데, 다 나갔다네요.”
편의점 직원이 물었다.
“마트도 없대요?”
“사람들이 라면 살 때 묶음으로 사잖아요. 마트도 다 쓸어갔대요.”
재석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급하게 회사로 복귀했다.
휴게실에서 담배를 입에 문 박재석에게 다른 팀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이야기 들었어? 일화라면 편의점, 마트, 동네슈퍼에서의 소진율이 지금 허니허니핫버터칩 때와 맞먹는다는데?”
“헐…… 곧 품귀현상 일어나겠네?”
“아마도 그럴 것 같아. 일화라면 생산량 세 배로 늘리라는 오더도 떨어졌대.”
그때.
“박 팀장님!”
재석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해외업무팀 직원이었다.
“지금 베트남, 미국, 대만, 프랑스 쪽에서도 일화라면 빠르게 동나고 있다고 연락 왔습니다!”
박재석은 실감할 수 없었다.
처음 민혁이 ‘아테네 협력팀’을 만들었을 때 비웃었다. 아니, 사실 회사의 많은 이들이 비웃었다고 볼 수 있다.
고작 게임과 연계하여 매출을 올리겠다는 팀을 보면 얼마나 같잖은 마음을 가졌겠는가.
심지어 민혁은 낙하산 중의 낙하산. 그것도 회장님 아들이며, 나이는 고작 20대 초반에 불과하다.
박재석은 얼어붙어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주변을 둘러봤다.
함께 회의실에 들어가 민혁을 비웃었던 다른 팀장들과 부장들도 놀란 토끼 눈으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때 또 다른 직원이 뛰어 들어왔다.
“민혁이 이번엔 군신 브로드와 함께 일화참치로 참치 김치찌개 끓여서 먹는데요?”
그날 박재석은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엔 절대성녀 로이나와 저칼로리 마요네즈를 뿌린 음식 먹방을 한다는데요?”
“이번엔 이끄는 자들의 땅에서 가르치는 자, 만능손과 일화햄 먹고 있대요!”
“팀장님!?”
“팀장님!”
“팀장!”
“박 팀장님! 해외 쪽에서 문의 전화가……!”
박재석 팀장은 패닉에 빠졌다.
그때.
쌔애애애애앵-
누군가 다급하게 그 옆을 스쳐 지나갔다.
다른 이들도 몇몇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쌔애애앵
쌔애애애앵-
쌔애애애앵-
해외업무팀 직원들이 박재석 팀장의 옆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테네 협력팀, 엄청 바빠졌다는데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야근 예정이라는데.”
“쟤네 왜 저렇게 행복해 보여……?”
반대로 박재석은 세상 우울해졌다.
* * *
일주일이 지났다.
[일화라면 여전히 품귀현상 중. 1주일 전 대비 판매율 431% 올라…….] [일화식품. 마요네즈, 참치, 햄, 이유식까지 일주일 새 매출 큰 폭 상승.] [일화식품 일주일 동안 총매출 400% 이상 상승. 한 달 동안 역대 최고 매출 기록할 것으로 전망.]아테네 협력팀 사원 한지원은 옥상에서 팀원들과 쉬면서 기사를 확인했다.
‘세상에…… 이게 아테네 협력팀의 진정한 힘…….’
고작 일주일 사이에 벌어진 일.
“우리 연말에 보너스 받는다는데?”
“진짜요?”
아테네 협력팀이 화기애애하다.
물론 일주일 동안 밤샘을 이어가고 있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늘도 고작 이 10분의 휴식시간을 만끽하고, 곧바로 업무를 처리하러 가야 한다.
하지만 주위 팀들의 시선이 완전히 변했다.
낙하산 팀에서 에이스 팀으로 단숨에 바뀐 것이다.
때마침 민혁도 쉬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왔다.
팀원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본 민혁이 말했다.
“여러분이 어떤 줄을 서게 됐는지 보여주겠습니다.”
그들은 짜릿해졌다.
낙하산이 아니라 황금 동아줄 같은 자다.
그리고 민혁은 얼마 전 박재석에게 뺨을 맞았다는 김지석에게 말했다.
“앞으론 그런 일 있으면 바로 저한테 보고해 주세요.”
지석이 쓴웃음을 삼켰다.
“알고 계셨군요.”
“예, 알고 있었기에 미리 준비했죠.”
준비?
그 말뜻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 박재석이 슬그머니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가 어색한 미소와 제스처로 말했다.
“아, 아테네 협력팀! 정말 대단해! 나는 아테네 협력팀이 해낼 줄 알았다니까?”
“지랄하지 마십쇼.”
“…….”
민혁의 시원한 말에 박재석의 입술이 꾹 닫혔다.
“그 일전에 이야기했던 거 있잖아? 매출 달성하면 누가 퇴사하고 그런 거.”
“아아, 그거요?”
“그래, 농담식으로 했던 이야기이고 하니까. 그냥 내가 술이나 한잔 살게.”
“농담이요? 전 진담이었는데요?”
박재석은 황당해졌다.
자신이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 치고 노력해 왔단 말인가.
해외업무팀 팀장이 되어 성과를 올리기 위해 개처럼 일해왔다.
그런데 그런 농담처럼 했던 말을 진짜 이행하라고?
“박재석 팀장님, 김지석 사원 뺨 때렸다면서요.”
그 말이 더 황당해졌다.
고작 그 이유 때문이란 말인가?
그깟 이유 때문에 팀장직인 자신보고 나가라는 건가?
“상사가 고작 밑에 사람 뺨 한 대 때렸다고…….”
“그쵸. 상사가 ‘고작’ 아랫사람 뺨 때리는 건 아무 일도 아니죠.”
민혁이 그 앞에 서서 씨익 웃었다.
“그 논리라면, 일화그룹 후계자인 제가 당신을 해고시키는 것도 ‘고작’의 일이 되는 거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나는 ‘고작’ 당신 하나 해고시키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