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415
밥만 먹고 레벨업 외전 25화
푸른기업.
국내에서 알아주는 대기업이다.
박한수 부장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읽고 있다.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거좀 봐요.”
“흑염룡의 둥지? 아니, 평범한 영지 이름을 흑염룡의 둥지라고 부른다고? 중2병에 세상이 미쳐 돌아 가는구나.”
커뮤니 티를 보고 있던 박한수 부장은 흠칫했다.
‘뭐가 미쳐 돌아간다는 거지?’
올해 49세.
박한수 부장은 청년 시절 취업이 되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었다.
당시 한 만화영화가 히트를 쳤고 카드게임이 전국을 강타했다.
너무도 멋졌다.
카드를 꺼내며 ‘나와랏, 검은눈의 흑룡!’ 외치는 자신의 모습이.
카드를 모으고, 게임을 할 때마다 ‘나와랏, 악조뒤아!’라고 외치는 자신이!
멋진 카드를 뽑고 그런 말을 뱉어낼 때의 전율은 잊히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유치해……
-그 나이 먹고 검은 눈의 흑룡이라고?
-취미 생활을 바꾸는 게 어때?
우습다.
박한수 부장은 너무도 재밌고 즐거웠다.
성실한 청년으로 살아왔다. 살면서 나쁜 짓 한 번 한 적 없다.
그래서 그냥 제일 즐겁고 행복한 ‘취미’ 하나 가졌을 뿐이다.
세상은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고 시간이 흘렀다.
아테네가 출시되고 흑염룡이란 자가 나타났다.
세상의 비난과 경멸 속에서 그는 꿋꿋했다.
-자, 미쳐 날뛰어라, 용들아!
불현듯 스크린 속에서 외치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때 자신은 무슨 생각을 했는가?
‘부럽다……’
그는 회장이었기에 더 큰 비난을 받았을 거다.
어떠한 네티즌들은 그의 정신상태로 보았을 때, 일화그룹은 망하지 않겠냐라 했다.
반대로 일화그룹은 더 부흥했다.
스크린 속 그는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박한수 부장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흑염룡을 보며 동경했다.
“조용히들 하지.”
직원들을 조용히 시켰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격해져 물었다.
“자네들은 흑염룡처럼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고 해본 적 있는가?”
직원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한수가 피식 웃었다.
‘나도이제 숨기지 않겠어.’
‘흑염룡이 만들어갈 제국. 너무 재밌어 보이잖아.’
그가 까까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검은눈의 흑룡: 때가 되었다.]비밀스러운 흑염룡 팬카페. ‘미쳐날뛰어’의 회원 수는 5만 명을 넘어섰다.
* * *
회의를 끝마친 대기업 에이플의 회장이 커뮤니티 를 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재밌겠는데?”
흑염룡이 부러웠다.
회장이란 높은 직책을 가진 자.
하루하루 따분함의 연속을 이겨내야 하는 자.
흑염룡은 아테네란 세상에선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에이플이란 세계 최고 기업의 회 장은 세상 그 누구보다 부러워했다.
‘흑염룡의 둥지라. 나도 가야겠군.’
그처럼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커뮤니티를 보며 흑염룡을 응원하고 있었다.
* * *
박문수가 법무팀에 방문했다.
그가 고소장을 날리기 위해 캡처한 내용을 법무팀 장에게 전달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 적혀 있길래요?”
법무팀장은 벌겋게 달아오른 문수의 표정을 보며 갸웃했다.
[진짜 개 X#!#!xx%!!$$!#같넼ㅋㅋㅋ.]
“……..?”
법무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욕 내용에는 돌아가신 강민후 회장의 부모님에 대한 모독도 있었다.
“바로 접수하겠습니다”
흥분했던 문수가 돌아갔다.
그가 돌아가고 난 후 법무팀장은 화를 참지 못했다.
“감히 우리 회장님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일화그룹 장학금을 받고 성장한 법무팀장이다.
재밌는 사실은 그가 변호사가 되었을 때 강민후가 찾아와 이런 말을 했다는 것.
-꼭 우리 회사에서 일할 필요는 없네. 똑똑하고 유능한 자네가 빛을 발하길 바랐을 뿐이야.
본래 기업이 장학금을 주는 이유는 기업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이날 법무팀장은 강민후의 ‘검’이 되리라 다짐했다.
“나랑 같이 흑염룡의 둥지에 갈 사람 있어?”
많은 이들이 수긍했다.
커뮤니티 내용은 이미 일화그룹 전체에 퍼지고 있었다.
누가 말한 건 아니다.
그들이 직접 눈으로 본 거다.
회사 내 까톡 채팅방이 시끄럽다.
회사 휴게소가 시끄럽다.
회의실이 시끄럽다.
“우리 회장님을!”
“다 뒈졌어, 이 새끼. IP 추적해 버릴까?”
“난 간다.”
“ 나도!”
“재밌을 것 같은데?
“회장님과 만들어가는 새로운 제국이라니!”
“가면 너도 ‘크크크큭’ 웃어야 하는데?”
“왜 나 그런 거 좋아해.”
“사실 나도……”
일화그룹 인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카이스트라가 살아가는 아프리카의 마을.
일화그룹에서 지원해 준 캡슐 수백대.
그리고 랭커인 화신의 사자 카이스트라가 사들인 캡슐들과 먹을 것으로 인해 아프리카 아이들은 더 이상 배고프지 않게 되었다.
그때 카이스트라는 달려오는 여동생을 보았다.
“오빠!”
“응?”
숨을 헐떡이는 여동생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뭐? 한국 언론이 회장님을 비웃고 있다고?”
사람들은 우습다.
회장님께서 재밌게 게임을 하고 계신 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었는가?
아니다.
그때.
“카이스트라.”
그가 몸을 돌리자 아프리카 족장들이 서 있었다.
아프리카엔 카이스트라가 공급한 캡슐과 일화그룹이 공급한 캡슐이 많았다.
또 아프리카의 국민들은 강민후 회장님을 영웅이라 부르고 있다.
아프리카의 정재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자신들의 국가에 호의를 베푼 그를 존경하고 좋아했다.
카이스트라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용병왕 벤테오.
서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NPC 중 한 명으로 불린다.
현재 벤더와 관종들 일원인 그도 소식을 들었다.
“흑염룡 님이?”
“예.”
그 말을 들은 벤테오는 피식 웃음 지었다.
‘강단이 대단하신 분이군.’
벤테오는 관종들의 일원이었으나, 자신과 흑염룡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처럼 멋진 말을 하고 싶었던 적이 많으니까.’
용병왕 벤테오도 사실 혹했다.
비록 용병왕이란 직책 때문에 그가 만들어가는 국가의 백성이 되진 못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가 국가를 건립하는 데 도움도 주고 자신도 즐겁지 아니할까?
그리고 벤테오처럼 서대륙 전역에 있는 NPC 중 분명 혹하는 자들이 많았다.
‘3시간 후군.’
벤테오가 걸음을 옮겼다.
* * *
민혁은 끝없이 떠오르는 기사들을 보았다.
[일화그룹 회장 강민후. 중2병을 위한 국가 세우겠다 선언.] [네티즌들. ‘회장님, 제발 체통 좀…….’] [흑염룡의 둥지에 구경꾼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흑염룡은 만약 3만 명이 모이지 않으면 깨끗이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만약 정말 모이지 않으면……’
아버지가 느낄 상실감에 가슴이 메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그만하라고 해야 할까?’
아버지가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자들로 제국을 세우는 것은 아들로서 환영이다.
그걸로 아버지가 재밌으시다면 만족한다.
그런데 3만 명은 고사하고 3천 명도 모이지 않는 다면?
그 상실을 어찌 말할 수 있을까.
‘그래, 차라리 글을 지우시고 차근차근 만들어보 자고 말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카이스트라: 형.]카이스트라는 민후를 좋아한다. 그도 지금 사태에 대해 알고 있는 거겄!지.
[카이스트라: 지금 사람들하고…….]“ 어?”
민혁은 이어지는 카이스트라의 말을 들으며 경악 했다.
‘진짜로?’
곧 카이스트라가 말했다.
[카이스트라: 우리 이벤트 준비해요.]* * *
흑염룡의 둥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김혁수는 커뮤니티에 자신의 닉네임을 오픈한 후 말했다.
자신이 초라한 흑염룡의 모습을 생생히 중계하겠 다고.
많은 BJ들이 김혁수처럼 흑염룡과, 그를 위해 모일 사람들을 찍기 위해 둥지에 방문했다.
꽤 많은 방송국에서도 왔으며 구경하기 위해 온 이들도 많다.
“형님들, 사람들은 많은데 정작 흑염룡과 함께할 사람들은 없어 보이네요.”
흑염룡은 커뮤니티에 함께할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와줬으면 한다고 했다.
하지만 영지 곳곳에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많지 않았다.
[엌ㅋㅋㅋㅋㅋ.]
[이제 5분 후면 모이기로 한 시간인데 구경꾼들만 많고 흑염룡 친구들은 안 보이네.]
[와, 많이 안 모일 건 알고 있었는데 내 생각보다 더 적넼ㅋㅋㅋ]
군데군데 보이긴 하지만 그 숫자는 적었다.
약속되었던 시간인 6시가 되어간다.
영주이자 이 흑염룡의 둥지의 주인인 흑염룡이 나 타났다.
[흑염룡, 동공지진 일어난 거 보소.]
[이제 2분 후면 약속된 시간임. 어디 보자, 하나둘 서이너이. 한 150명 왔나?]
[제국은 무슨. 영지도 못 만들겠네.]
* * *
흑염룡은 씁쓸했다.
‘1분남았군.’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자신의 앞에 모이기 시작 했다.
약 200명 정도.
‘이렇게 적었나?’
물론 모여준 이들도 소중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말처럼 자신이 걷던 길이 정말 잘못된 길이었는가 라는 생각이 스쳤다.
‘물론 그들을 원망하진 않는다.’
자신이 이상했던 걸지도 모른다.
이 나이 먹고 미쳐 날뛴다를 외치며.
이 나이 먹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자들과 제국을 건립하겠다 말했으니.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모이지 않았다.
‘씁쓸하군.’
이제 20초.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여준 이들에게나마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몰랐으나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이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
[18!] [17!] [16!]“그래도 오셨으니 식사라도 대접하고자 합니다.”
입안이 쓰다. 앞에 선 검은 복장의 이들이 힘내라고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처진다.
‘이제 그런 대사하는 것도 그만할까?’
흑염룡은 그런 대사를 할 때마다 즐거웠기에 남들도 재밌다고 여겼던 걸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신만 즐거웠다.
물론 자신만 즐거우면 되는게 게임이긴 한데, 이제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10!] [9!]그때.
“아버지.”
군중을 헤치고 민혁이 나타났다.
민혁을 보자 민후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말년에는 나를 위해 살아보자고 다짐했다.’
이젠 다른 것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남들이 말하는 평범한 유저가 되어 평범하게 사냥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민혁아.”
쓰게 웃은 흑염룡이 말했다.
“이제 너와 여행이나…….”
[4!]“아버진, 정말 대단한 분이신 거 같아요. 저도 그런 사람들 많이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무슨 소리지?
이해할 수 없다.
[3!]많이 없다.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아테네에서 고작 200명이 모였으니.
“물론 그런 분들만 온 건 아닐 거예요. 아버지가 좋아서 온 분들도 있을 겁니다.”
[2!]민혁이 손을 들어 올렸다.
[1!]따아아악-
그의 손가락이 퉁겨졌다.
그 순간.
흑염룡의 주변으로 새하얀 빛들이 일렁였다.
그 빛은 마치 거대한 빛의 파도 같았다.
흑염룡을 중심으로 번져 나가는 그 빛이 영지 전체를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당신은 베이슨 영지의 영주이십니다.] [베이슨 영지에 이상이 감지됩니다.] [베이슨 영지의 동시접속자수가 폭주합니다.] [시스템이 서둘러 이를 점검합니다.]흑염룡은 믿기지 않았다.
그 빛은 동시에 로그인한 자들의 빛이었다.
흑염룡은 허허 웃고야 말았다.
민혁도 그를 보며 활짝 웃었다.
“이게 아버지가 걸어온 길인가 봐요.”
“이제 그 길을 돌아보세요.”
흑염룡이 살아온 이 길.
일렁이는 빛의 길이 너무도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