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66
밥만 먹고 레벨업 166화
“……!”
제네럴, 즉 오창욱은 아테네를 접속 종료하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TV 속 앵커들의 대화.
[레전드 길드의 마지막 역전은 짜릿한 한 수이지 않았습니까?] [하하, 짜릿했죠.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레전드 길드가 일부러 힘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부러요?] [예, 레전드 길드는 애초에 자신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40분의 벽을 넘고 SSS등급에 오를 자신이요. 하지만 초반에 힘을 드러내지 않고 막판에 판을 뒤집어 우리나라 국민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한 겁니다.]실시간 검색어.
[1위. 레전드 길드 역전 SSS등급 타임어택 공략.] [2위. 블랙스완 길드 줄리안의 수행방법 재조명.] [3위. 레전드 길드의 마스터 지니 사장 강태훈 딸 루머.]인터넷 신문.
[게임망국 대한민국? 아니, 게임강국 대한민국 – 푸른일보.] [블랙스완 길드 줄리안이 하루 일천 번 절하다가 기절하는 동영상 화제, 네티즌들, 그럼에도 2위. 유감. – 유쾌일보.] [다가오는 아테네:한국전. 벌써 국민 기대감 급증. – 스포츠 뉴스]“……길드 마스터 지니, 사장 딸은 뭐야.”
피식 웃음이 났다.
지금 전국이 축제 분위기였다. 아테네가 게임이라고 하지만 이제 세상은 단순히 게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세계적인 대결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았다.
창욱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잠깐, 그러고 보면…….’
민혁이 용왕의 바다에 다녀온 것과 시기가 겹쳤다.
그가 다녀오자마자 곧바로 역전되었다.
“에이, 설마~”
민혁 한 명이 투입되었다고 순위가 역전됐다기엔 너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그러다가 멈칫한다.
“아니, 생각해 보면 그것도 말이 안 되잖아? 뭐하러 레전드 길드에서 이제까지 힘 숨겼다가 빵 터뜨려?”
앵커들의 이야기는 레전드 길드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들은 위험한 도박을 즐기는 이들이 아니다.
하지만 측근에서 민혁에게 레전드 길드 이야기를 들은 창욱은 어느 정도 짐작했다.
‘그럼 진짜……?’
때마침, 민혁이 박문수 비서님께 아버지 생신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나왔다.
창욱이 다가갔다.
“너 혹시 레전드 길드 타임어택 던전 참여했어?”
“네.”
“…….”
민혁은 갑자기 타임어택 던전 이야기를 물었다가 눈을 크게 뜨는 창욱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대박. 내 앞에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놈 있는 거나 똑같네?”
“형, 그것보다 맷돌은 뭐예요?”
“아, 로반 님이랑 네 영상 최초 업로더 있지? 얼마 전에 합의 요구했다던.”
“아, 네.”
“그분 닉네임이 ‘주아’인데, 합의 조건으로 내가 정보를 받았거든, 일단 확실한 건 맷돌이고. 일반 맷돌이 아니야.”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창욱이 귓속말을 했을 때부터 어림잡아 눈치챘다.
일반 맷돌을 창욱이 좋은 정보라고 하진 않을 테니까.
“일단 이 맷돌 안에 불린 콩이나 혹은 곡식을 넣고 갈면 더 많은 양을 얻을 수 있대. 듣기론 두 배 정도?”
“……!”
그 말을 들은 민혁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헐? 로또 1등보다 더 좋은 거 아니에요?”
“그건 모르겠고. 두 배나 더 많은 양이 나타나고 처음으로 갈아서 음식을 맛보면 특별한 힘도 발휘한대, 또 이 맷돌로 한 번 간 음식은 절대 상하지 않는대, 영원히. 그리고 세상에서 둘도 없이 더 맛있대.”
“와……!”
민혁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벌써 크게 기대가 되는 거다.
“그 맷돌은 어디서 나타나는 거예요?”
“루크토의 무덤.”
“루크토?”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레벨 300~380 사이의 유저들이 주로 가는 던전인데, 그 레벨 대의 유저들이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 했던 던전이지.”
“도전해 보고 싶어 했다?”
“왜냐면 이제까지 루크토의 무덤을 공략 성공한 팀이 없거든, 루크토의 무덤 1층은 일반 몹들을 사냥하는 던전과 똑같아, 하지만 그 후에 1층 보스몹을 사냥하면 시련이 시작되고 그 후로 여섯 개의 시련을 거쳐야 하지, 그 여섯 개의 시련이 깨진 적이 없어. 그리고 주아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여섯 번째 시련에 맷돌이 있다고 해, 그런데, 아직 유저들은 5차 시련까지밖에 못 깼고. 너무 극악 난이도라, 이젠 유저들이 도전을 안 해서 도전해 보고 싶었던 던전이지.”
“흠…….”
민혁은 턱을 쓸었다.
그 말은 간단하다.
“그럼 루크토의 무덤에 맷돌이 있다는 것만 확실한 건가요? 아닌가, 그것도 불확실한가?”
“확실하다고 보는 게 맞을 거야, 주아 말 들어보니까, 악마 숭배자라는 히든 클래스 유저가 퀘스트를 받았는데, 루크토의 무덤 6층까지 클리어 하기래, 그리고 거기 보상에 ‘맷돌’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맷돌에 관한 이야기도 NPC에게 듣고.”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창욱이 말했다.
“참, 주아라는 유저는 고소 취하장 보낼까?”
그 말에 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잖아요, 그리고…….”
민혁은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뽑을 수 있는 건 더 뽑아야죠. 가능하면 먹을 것에 대한 정보로 오랫동안 이용하는 정보꾼이 되면 좋을 것 같은데…….”
창욱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이익은 확실하게 챙기네…….’
돈 욕심이 없는 민혁이었지만 그는 손해는 정말 보지 않으려고 한다.
민혁의 입가에 잠깐 악마 같은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창욱은 생각했다.
‘……얘, 평생 부려먹을 느낌이다. 평생 먹을 거 셔틀 시키려는 거야, 잔인한 놈!’
그러다 민혁이 물었다.
“아, 맞다. 형, 저 요새 손재주가 너무 안 오르는데, 궁수 유저들도 손재주가 기반이 된다던데, 활로 사냥하면 잘 오르려나요?”
전투직 직업 중 유일하게 손재주 스텟이 올라가는 직업이 궁수였다.
그 말에 창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전투직 직업만큼이나 손재주 스텟이 잘 오르는 직업이 궁수기는 하니까.”
그 말에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은 휴대폰을 이용해 루크토의 무덤의 기초적인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오오오……!’
그는 당연히 루크토의 무덤을 가는 길목에 관련한 ‘맛있는 거’, ‘존맛’, ‘어머, 이건 꼭 먹어야 해!’ 등을 검색했다.
그리고 관련 퀘스트가 있었다.
‘히야…… 태양의 밀에 견주는 달의 밀이라……?’
NPC가 한 명 존재하는데, 몬스터를 사냥할 때마다 달의 밀이 떨어지는 퀘스트를 준다고 한다.
또한, 이 ‘달의 밀’은 희한하게도 국수를 만들면 정말 맛있다고 한다.
때문에, 그 근방 마을이 국수로 유명하다고 한다.
‘국수…….’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음식이다.
싸면 3천 원, 비싸도 5천 원 정도면 즐기는 잔치국수, 비빔국수는 정말 맛이 좋지 않던가.
특히나, 비빔국수는 잘 쪄진 만두와 함께 먹으면 기가 막힌다.
‘맷돌도 얻고 국수도 먹고. 좋다, 좋아!’
심지어 NPC에게 돌아가지 않아도 몬스터를 사냥하면 달의 밀이 떨어지며 이걸 모두 습득할 시에 저절로 퀘스트가 완료되는 형식이다.
그리고 모두 모았을 때는 저절로 버프 효과가 보상으로 발동되는 퀘스트였다.
민혁은 창욱과 운동을 한 후에 국수를 먹기 위해 다시 아테네에 접속했다.
* * *
닉네임 로갈드.
그는 레벨 390의 나름 레벨 높은 유저였다.
그런 그는 지금 자신의 앞에서 눈을 감고 다가오는 유저. 자빈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드, 드디어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그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느꼈다.
친구들에게 그의 별명. 불멸의 대마법사.
손 한 번 휘두르면 메테오를 부른다는 그 마법사!
그 이유는 그가 서른다섯 살까지 여자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모태솔로였기 때문.
하지만 이제 아니다.
우연히 아테네에서 동행하게 된 이 여인과 동굴 안에 들어와 있다.
또한, 이 여인은 숨이 막힐 듯 너무나 아름다웠다.
청순했고 귀여웠다. 모든 남성이 갈망할 스타일!
천천히 입을 포개기 위해 다가오는 그녀를 보며 로갈드는 눈을 감았다.
‘크, 여자의 입술이란 어떤 걸까……!’
그 부드러운 감촉을 상상하고 있던 순간.
푸지익!
목 쪽에 뜨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껍……!”
그것은 단도였다.
로갈드는 눈을 크게 떴다.
조금 전, 수줍은 미소를 지었던 자빈.
그녀가 짙게 웃고 있었다.
“어머, 오빠 미안.”
그녀가 단도를 뽑아내며 싱긋 웃었다.
로갈드가 천천히 허물어졌다.
“커헉, 허억……!”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빈.
남성들을 유혹해 동굴로 유인하여 PK를 일삼는 여인.
그녀가 강제 로그아웃 당한 채 아티팩트를 떨군 그를 보며 빙긋 웃었다.
“뭐 나쁘지 않네.”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가 아티팩트를 줍고 동굴을 나섰다.
그리고 강제 로그아웃 당하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로갈드의 시체.
그 시체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 * *
동굴을 나선 자빈은 생각했다.
‘이제 몇 번만 하고 이곳도 슬슬 떠나야겠어.’
PK를 생계로 삼는 그녀는 근래 자신의 소문이 이 근방에 퍼지고 있음을 알았다.
이곳 사냥터는 300~350레벨 유저들이 주로 오는데, 일반 사냥터보다 좀 더 험난한 편이다.
나타나는 몹들은 주로 아울베어와 같은 몬스터들이다.
아울베어 한 마리를 베어낸 유저 자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에이씨, 저번에 받은 달의 밀 퀘스트 때문에 계속 몹 잡을 때마다 밀 떨어지네…….’
퀘스트는 받았지만, 그녀는 굳이 완수하지 않았다.
보상이 썩 그녀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
‘또 어디 호구 없나.’
그러던 때였다.
그녀의 눈에 한참 사냥 중인 유저 한 명이 보였다.
그는 등 뒤로 레이피어를 차고 있었고, 꽤 초라한 차림새였는데, 활을 쏘고 있었다.
곧 그 활을 보던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퍼지익!
아울베어의 급소를 명중시켜 단 한 수에 잡아냈다.
‘분명 스킬 안 썼어…… 그러고 보니 쏘는 족족 급소잖아…… 말 그대로 치명타라는 건데.’
그녀는 확신했다.
‘저, 저거 에픽 템이 분명해……! 템에 ‘치명타 확률 대폭 상승’ 같은 게 붙어 있는 거지.’
에픽 템이라면 충분히 이해된다.
그리고 사내는 달의 밀을 줍더니 갑자기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이제 마지막 달의 밀이네…… 후…….”
그는 고작 달의 밀이란 것 때문에 울상을 지으며 그것을 습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빈의 입가가 쭉 찢어졌다.
“누가 봐도 호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