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68
밥만 먹고 레벨업 168화
‘엥?’
자빈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내가 신나서 아티팩트와 골드, 달의 밀을 주웠다.
골드는 단 1골드도 남지 않았다.
자빈은 당혹했지만, 그 기색을 서둘러 지우고 말했다.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부탁이요?”
“네, 제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루크토의 무덤에 함께 가기로 했던 일행이 먼저 떠났거든요. 혹시 루크토의 무덤에 가시는 길이면 동행할 수 있을까요?”
이 길목의 몹들은 레벨대비 까다로운 편이다. 또한, 근방에 다양한 트릭들이 있기도 한 편이었기에 보통 이 길목을 지나는 이들은 루크토의 무덤으로 향하는 이들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자빈은 그걸 알고 한 말이다.
하지만 민혁은 흔쾌히 답하지 않았다.
그는 혼자 가는 게 훨씬 더 편하고 좋았으니까.
자빈이 서둘러 말했다.
“가는 길이 생각보다 험악한 편이고 또 궁수셔서 몹들 몰리면 많이 난처하실 거예요, 제가 레벨대비 꽤 실력 있는 탱커거든요. 제가 몹 어그로 끌고 막아드릴게요. 아! 나오는 골드, 아티팩트도 전부 드릴게요. 원하시면 파티 안 하셔도 괜찮아요~”
민혁은 그녀와의 동행에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나오는 아티팩트, 정확히는 달의 밀 부분에서 이목이 확 당겼다.
그녀를 통해 달의 밀이 나오면 민혁은 그것으로 맛있는 비빔국수를 해먹을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한편으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모든 걸 양보한다? 좀 이상한데…….’
아티팩트는 이해한다.
헌데, 파티까지 하지 않고 경험치까지라?
민혁은 작은 의심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자신 있었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쉬이 누군가 자신을 통수칠 수 없다는 걸.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 어그로 능력 있는데, 제가 끌어드릴게요. 그리고 제가 지금 광렙 중인데, 괜찮으실까요?”
민혁은 어차피 가는 길에 최대한 활을 쏘며 손재주 스텟을 올리고 싶었다.
그 말에 자빈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괜찮아요.”
* * *
‘아, 안 괜찮아……! 미친놈아 제발 그만해!’
자빈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녀의 앞으로 스무마리 가까이 되는 아울베어와 하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민혁이 그리폰의 비명을 사용, 주변 적들을 전부 어그로 끌었기 때문이다.
“꺄악!”
그녀는 탱커의 모든 스킬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밀려오는 몹들을 막는 게 힘들었다.
그리고 민혁은.
푹 푹푹-
뒤에서 열심히 활시위만 당기며 급소를 공격해 몹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손재주 1을 획득합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또 레벨업이다. 아자!”
‘……씨X놈아!’
고생은 자빈이 하고 경험치는 민혁이 먹는다.
그나마 민혁의 활의 명중률 덕분에 몹들이 어지간해서는 한 번에 사냥 되기에 어느 정도 유지는 할 수 있었다.
꿀꺽꿀꺽-
사냥이 끝나자 자빈은 부들부들 떠는 팔로 회복 포션을 축였다.
탱커 계열들은 보통 회복 포션 쿨타임을 감소시키는 패시브 스킬이 존재했고 그녀는 동레벨 탱커들보다 쿨타임이 더 짧은 편이다.
포션으로 목을 축인 그녀는 뒤를 돌아봤다.
“오, 아티팩트와 골드가 이렇게 많네? 크, 달의 밀!”
그리고 아티팩트와 골드, 달의 밀은 정작 민혁이 줍고 있었다.
다 줍고 난 후에.
“저, 우리 조, 조금만 쉬었다가…….”
“삐이이이이이이!”
“야이 씨…….”
“씨……?”
“오르다민씨?”
그녀는 다시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보며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이었다.
“오, 그거 맛있는데. 하핫, 아 근데 너무 감사해요. 앞에서 몸빵해 주셔서 제가 너무 쉽게 사냥하네요. 이러니까 제가 너무 미안해지는데…….”
그녀는 달려오는 몹들을 보며 화색을 띄웠다.
“아, 그럼 아이템 분배…….”
“그래도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까요.”
민혁은 약속을 철저히 지키고 싶어 한다.
자빈은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또한, 자빈도 경험치를 어느 정도 얻고는 있었고 심지어 민혁을 통해서 혼자라면 가지 못했을 길을 갈 수 있었다.
심지어 이 근방엔 유저도 많지 않아 민혁이 없다면 그녀는 본래 루크토의 무덤에 갈 수 없다.
그리고 민혁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
자빈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호, 혹시 내가 자기를 PK 하려는 걸 아는 거 아니야?’
그런 의문이 들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기에는 말이 안 된다. 일단 그녀의 경우 PK를 할 때는 한곳에서 오랫동안 하지 않는 주의였다.
자신한테 당한 이의 지인?
아니, 그러기에는 그가 아닌 그녀가 먼저 접근했다는 거다.
또한, PK를 하려고 한다는 걸 아는데 순순히 동행한다?
그것 또한 말이 안 되는 일.
왜?
언제든 기습할 위험이 존재한다.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다.
‘정말 미치도록 강한 사람.’
하지만 궁수는 가까운 곳에 적을 두면 다른 근접 직업들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화살을 시위에 걸고 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결론.
‘저거 그냥 미친놈 아냐?’
아니, 아직 기회는 있다.
또 한 번의 사냥을 끝내고 그를 돌아봤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이 더 부각될 수 있게 끈을 조금 풀었다.
“후우, 사냥하니까, 덥네요.”
그렇게 말하며 돌아보자 민혁은 어느새 비빔국수를 만들고 그 앞으로 잘 쪄진 만두를 놓고는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그 옆에 앉은 자빈은 자연스럽게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려고 했다.
그 순간, 민혁이 피해냈다.
“뭐하시는 거예요?”
“잠깐만요. 너무 피곤해서 기대려고요.”
그에 민혁의 얼굴이 천천히 일그러졌다.
마치, 그 표정이 정말 진심으로 싫어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민혁이 아차 하며 인벤토리에서 양은냄비를 꺼내 뒤집어놨다.
“그럼 여기에 머리 기대고 저 이거 먹을 때까지 쉬시죠.”
“……네.”
자빈은 뭐 이런 게 다 있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녀가 양은냄비에 머리를 기대고 몸을 웅크리고 누웠다.
‘내가 왜 지금…… 양은냄비에 이러고 누워 있지…….’
남들이 본다면 폭소할 만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민혁은 개의치 않고 먹방을 시작했다.
비빔국수 위로 잘린 상추와 채 썬 오이, 김치 등이 올라가 있다.
붉은빛의 면은 윤기가 좌르르 돌았다.
보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갔다.
비빔국수에 젓가락을 가져가 잘 비볐다.
그다음 그릇을 들어 한가득 입에 밀어 넣었다.
“후루루루루룹!”
매콤 새콤한 비빔국수가 입안에 들어왔다. 씹자 국수와 함께 잘 비벼진 야채의 맛이 물씬 느껴진다.
첫 젓가락은 달콤하게 맛있는 느낌.
그리고 두 젓가락, 세 젓가락부터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한 얼얼한 맛.
그때쯤, 속이 꽉 찬 둥그런 고기만두를 집어 든다.
둥그런 고기만두를 한 입 베어 물자 입안으로 고기만두 안의 다져져 들어간 재료들과 그 안에 있던 뜨거운 육즙이 퍼진다.
얼얼한 입안을 고기만두가 달래줬다.
“후루루루루룹!”
민혁은 단숨에 비빔국수 한 그릇을 뚝딱 했다.
민혁은 그녀와 동행하면서 가장 좋은 게 달의 밀을 계속 얻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녀는 습득하지 않는다.
그럼 그녀는 달의 밀을 모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그녀가 몹을 한 대라도 치거나 가격하면 퀘스트에 의해 달의 밀은 드랍된다.
그걸 민혁이 주우면 무한정 얻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먹방 소리를 듣고 있던 자빈이 침을 꼴딱 삼켰다.
“그 있잖아요……?”
“네.”
“저도 좀 먹으면 안 돼요?”
“이미 다 먹었는데…… 죄송해요.”
자빈은 텅텅 비어버린 그릇을 보고 허탈해졌다.
그리고 이쯤 되자 확실해졌다.
‘처, 천상 고자가 분명해…….’
“혹시 저 안 이쁘나요? 주위에서 그런 말을 들어서…….”
“자기 입으로…….”
민혁은 흠하는 표정이었다.
그러다 국어책을 읽듯 말했다.
“아, 너무너무 이쁘고 아름다워서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줄 알았네, 아이쿠! 정말 아름다우셔서 가슴이 내려 앉아버렸다.”
“…….”
엎드려 절 받기인 것을 알았다.
자빈은 치아를 뿌드득 갈았다.
‘이 빌어먹을 놈, 방심시켜서 PK 하는 건 실패야.’
하지만 당한 게 있기에 어떻게든 저 활을 얻고 놈을 PK 하고 싶었다.
그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다 아차 했다.
‘……무덤에 실제로 우리 길드원들이 있잖아?’
자신 혼자서는 이놈을 뒤치기해도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하지만 무덤엔 자신의 길드원들이 있다.
그리고 때마침 길드 채팅이 활성화되었다.
[바랜: 하…… 흑염룡이란 유저가 진짜 그렇게 강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길드 마스터 클론: 그자가 가진 몬스터. 범상치 않은 녀석이 분명해, 지금부터 흑염룡을 쫓는다.]‘지금 길드 채팅은 하면 안 되겠네.’
모든 길드원은 지금 흑염룡이란 자한테 집중되어 있었다.
그녀는 따로 귓속말을 보냈다.
[자빈: 버클 님, 에픽으로 추정되는 활을 든 유저가 있는데, 무덤에서 뒤치기 좀 같이 칠 수 있을까요?] [버클: 오, 에픽 아티팩트요? 저희야, 환영이죠. 근데 자빈 님이 스스로 하시지 않으시고……?]자빈은 그에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에 버클은 감탄했다.
[버클: 어깨를 빌리자니까, 양은냄비를 베개 삼아 누우라 했다고요? 헐…….]곧 버클이 말했다.
[버클: 그런 놈은 저희가 지독한 맛을 보여줘야죠, 또 궁수 유저면 어렵지 않겠네요. 레벨은 몇 정도에요?] [자빈: 370초에서 후반 정도로 보여요.] [버클: 넵, 알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자빈: 넵^_^!!]본래 무덤까지 갈 필요도 없는 일이었지만 일이 귀찮게 됐다.
하지만 버클과 그들을 비롯한 길드원들도 레벨 370대의 후반 유저들이다.
“저희 지금 가는 던전이 5인 파티 위주잖아요?”
그에 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한 사람이 급한 일이 생겨서 나갔다는데, 혹시 저희랑 같이 파티하실래요?”
그에 민혁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었다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도 파티원이 필요했던 참이니까.
“그러죠.”
자빈과 민혁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바크란 길드의 마스터 클론.
‘흑염룡…… 그가 가진 몬스터는 분명 전설, 아니, 어쩌면 그 위일지도 몰라.’
그런 생각을 하던 클론.
그는 곧이어 자신에게 날아온 귓속말을 볼 수 있었다.
[라크: 클론 님, 두 번째 재앙 아티팩트에 대한 힌트를 찾았습니다.]그 말에 클론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클론 또한, 블랙스톤의 멤버였다.
물론 그는 한 길드의 마스터이긴 했지만, 그라는 사람도 블랙스톤이라는 거대한 그룹에 비한다면 조무래기에 불과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의문이었다.
‘어째서 나에게 이 사실을 알린 거지?’
재앙 아티팩트에 대해선 클론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라크가 귓속말 한 이유는?
[라크: 그 힌트가 가리키는 건 바크란 길드에서 관리하는 루크토의 무덤이었습니다.]“……!”
클론은 눈을 크게 떴다.
[라크: 6번째 시련을 이겨내면 나온다는 그 맷돌. 그게 바로 두 번째 재앙 아티팩트입니다.]“맷돌……?”
클론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맷돌에 대한 정보는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그저 맷돌을 돌리면 두 배의 것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간 것으로 세상 가장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보잘것없는 것들만 특수능력을 보유한 하찮은 맷돌.
그 맷돌이 재앙 아티팩트였다?
클론의 입가가 쭉 찢어졌다.
그 말은 재앙 아티팩트를 얻는데, 자신이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는 곧바로 그곳에 있는 버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클론: 버클.] [버클: 버클 님의 귓속말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클론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마도 무덤에 입장한 듯싶었다.
* * *
버클의 시선은 자빈과 함께 온 민혁이란 유저가 든 활에 향했다.
‘저 활이 에픽 등급이라…….’
본래 버클이나 지금 그와 동행한 일행은 PK를 일삼는 이들이었다. 그렇지만 근래는 아니었다.
루크토의 무덤 공략에 집중할 시간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픽 활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금 몇억의 가치를 가지지 않았는가.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파티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버클은 그에게 파티를 제안했다.
곧 민혁이 수락했다.
‘응……?’
파티를 수락한 후에 그의 정보를 확인한 버클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뭐지?’
분명히 자빈에게 듣기로 그의 레벨은 370대 후반일 거라고 하였다.
한데, 아니었다.
[민혁/305레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