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88
밥만 먹고 레벨업 188화
“폐, 폐하…… 가,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가…….”
칼바트 백작은 두려웠다.
조금 전까지 꼭두각시라고 생각했던 그 모습은 흔적 없이 사라져 있었다.
엘레는 단호한 황제였다. 그가 이런 행동을 보인다는 건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가 분명했다.
“일단 대가리부터 박아, 네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전에.”
엘레의 차가운 웃음에 그는 서둘러 머리를 땅에 박았다.
“너도 저기 줄 맞춰서 대가리 박고 있으렴.”
그 상태에서 기어가는 칼바트 백작의 꼴은 누가 보더라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옆에서 함께 부들부들 떠는 다른 귀족들에게 동질감이 느껴졌다.
“프라이팬 살인마에 대한 수배령 지원서를 보냈지, 또한 네가 말한 것들을 내가 한 번 꼼꼼히 조사해 봤어.”
“…….”
“허구 사실을 여기에 적으라고 되어있든?”
“허, 허구라니…… 그 무슨…….”
칼바트 백작은 일단 발뺌하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엘레가 손을 휘저었다.
우두둑!
“꺼억!”
칼바트 백작의 오른쪽 다리가 뒤로 꺾여 올라갔다.
“넌 그 상태로 대가리 박아. 만약 쓰러지면 네 목도 날아가는 거야.”
“……끄흐흡!”
“두 번 묻게 하지 마라. 너희가 작성한 이 수배령 지원서 자체는 모두 거짓이지? 그 명백한 증거를 내가 가지고 있어.”
“…….”
“프라이팬 살인마가 내가 아끼는 동생이라면 너희는 믿겠니?”
“……!”
“……!”
“……!”
“……!”
머리를 박고 있던 네 귀족이 동시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황제와 누나, 동생 하는 사이라고?
미친! 그게 말이 되는가?
엘레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봤다.
“일단 너희들이 걸린 건 이번이 처음이지, 하지만 내가 마음먹고 탈탈 털면 영원히 감옥에서 썩게 만들 수 있다.”
사실이었다.
실제로 형벌의 감옥에 갇혀 늙어 죽어가는 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누구야? 이거 시킨 게.”
그리고 결국 귀족들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엘레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방인 따위가…….’
세상을 휘어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결코 간과하지 못한 사실이 있다.
그들이 노리는 사냥감의 뒤에는 황제가 있다는 사실을.
“너희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 내 입으로 말해야 하나?”
“아, 아닙니다!”
그들이 대답했다.
엘레가 피식 웃음 지었다.
그리고 때마침 또다시 나갔던 루스가 하르벤 백작과 함께 들어왔다.
“응, 너도 여기서 대가리 박으렴.”
엘레가 빙긋 웃었다.
* * *
킬레를 비롯한 바크란 길드의 길드원들이 모두 강제 로그아웃 당했다.
반면에 4인의 하이에나와 민혁은 아직도 굳건했다.
‘와, 삼촌들 짱 강해…….’
레전드 길드원들 한 명, 한 명보다 더 강하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드랍된 것들의 경우 킬레의 무리에게서 나온 것은 민혁과 그들이 나눠 가지고, 그들이 오기 전에 민혁 혼자 죽인 이들의 것은 민혁이 습득하기로 했다.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양의 아티팩트와 골드였다.
그것들을 모두 줍던 중, 민혁은 클론이 쓰러졌던 자리에서 한 양피지를 획득했다.
[아티팩트 변화 양피지를 획득합니다.]아티팩트 변화 양피지.
민혁은 몰랐지만, 클론이 어렵게 획득한 것으로, 한 장에 약 50 플래티넘 정도의 값어치를 가지고 있었다.
민혁은 확인하고는 ‘호오.’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티팩트 변화 양피지는 같은 종류의 무기류 내에서 변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민혁은 지금 대검을 착용하고 있다. 이 대검을 일반 검, 롱소드, 플람베르크, 레이피어 등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그에 따르게 공격력과 특수능력 등이 변화된다.
‘난 대검이 안 어울려.’
사실 민혁은 대검이 귀속돼서 쓰고 있긴 했지만, 대검보다는 일반 검이 더 편하고 좋았다.
때문에 민혁은 이 아티팩트 변화 양피지를 발라카의 대검에 적용시켰다.
[아티팩트 변화 양피지를 고대 수룡 발라카의 대검에 사용하시겠습니까?]“예.”
[검의 종류 중에서 원하시는 것을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민혁은 일반적인 검 모양의 형태로 선택했다.
그러자 커다란 크기의 발라카의 대검이 일반 크기의 검으로 변화되었다.
투박한 그립 부분이 한 손에 더 잘 들어오게 작아졌고, 검신 또한, 줄어들고 날렵해졌다.
(고대 수룡 발라카의 검)
등급: 전설
제한: 민혁 귀속 아티팩트.
내구도: ∞/∞
공격력: 700
특수능력:
⦁힘 10%, 민첩 10% 상승
⦁패시브 스킬 검 상급 마스터리 5레벨까지 상승
⦁공격 성공 시 15% 확률로 상태 이상 호흡곤란.
⦁공격 실패 확률 50% 미만 감소.
⦁스킬 아티팩트 아공간.
설명: 고대 수룡 발라카의 뼈와 아다만티움이라는 신의 광물로 이루어진 검으로써 신들의 세상에서도 명검으로 불린다.
민혁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력이 -32가 하락했다. 대검의 경우 휘두르는 게 힘든 만큼 공격력이 더 높은 게 감안된 것이다.
그리고 패시브 스킬 대검 상급 마스터리 5레벨이 일반 검, 상급 마스터리 5레벨로 변했다.
이에 관련하여 공격속도가 대검 마스터리 때처럼 올랐다.
하지만 대검보다 약 1.5배는 훨씬 빠른 속도일 것이었다.
“우린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크란 길드의 학살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민혁아.”
“저 역시요.”
민혁은 삼촌들의 말에 자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을 건드렸다.
그리고 이어 민혁은 길드 채팅을 켰다. 길드 채팅이 수시로 깜빡이고 있었지만, 전투 중인지라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길드 채팅 로크: 아 저 양 대가리 겁나 세잖아!] [길드 채팅 칸: 디버프 때문에 마법 한 대만 맞아도 피가 40%가 깎여나가는데?]“……양?”
민혁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양’이라니? 곧이어 그는 길드 채팅에서 ‘바포메트’라는 네 글자를 볼 수 있었다.
‘……!’
바포메트!
양의 머리를 한 이족보행의 존재!
그리고 ‘양’ 하면 떠오르는 것.
‘야, 양꼬치!’
희한하게 생긴 기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양꼬치는 이젠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느낌이다.
또한, 양고기 전문점에서 잘 구워진 양고기는 때론 소고기 맛이 나지 않던가?
거기에 양꼬치에는 자고로 찡따오라고 하였다. ‘찡따오’라는 맥주를 함께 곁들이면? 감탄이 나온다는 거다.
“삼촌들, 저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혁은 그들도 사실 함께 데려가고 싶었다. 길드 전력에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매스 텔레포트라는 개념은 그 위치를 저장해 둔 마법사여야만 가능했다.
“그래, 알겠다.”
민혁은 그들과 친구추가를 하고는 빛이 되어 사라졌다.
* * *
전설 탐사꾼 라크.
그는 카이스트라가 알려준 바할라 영지에 도착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 이게 대체…….’
라크의 시선은 파라오와 카이스트라, 레전드 길드의 인원들에게 향해 있었다.
며칠간 연락이 되지 않았던 카이스트라.
그리고 그는 한 남성을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파라오가 소환한 바포메트의 디버프에 레전드의 길드원들이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쐐에에에엑!
콰아아앙!
“크흡!”
날아오는 불덩이에 적중당한 전장의 신 아스갈이 신음을 토해냈다.
“쿨럭……!”
자신의 옆에서 피를 토하는 아스갈을 보며 라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라크: 카이스트라, 파라오면 그분께서 보낸 사람 아니야? 도대체 네가 왜 여기서 싸우고 있는 거야, 그분의 무서움을 몰라!?]라크 또한 켄라우헬의 무서움에 대해 알았다.
소문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약 1천여 조가 넘는다고 했다.
너무 허황된 사실 아니냐고?
아니, 라크는 바로 오늘 이곳에 오기 전 그가 속한 귀족 가문에 대한 꼬리를 어느 정도 밟았다.
엄청난 재벌 귀족 가문!
금융권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세계 최고의 명문 가문.
그리고 그 중심에 선 남자.
그가 바로 켄라우헬이었다.
[카이스트라: 라크, 미안해. 하지만 난 ‘그분’을 모시기로 했어.]바포메트와 싸우는 카이스트라.
그는 파라오에게 접근하려고 했지만 바포메트가 그를 차단하고 있었다.
그 순간.
콰지익!
바포메트가 사용한 마법에 카이스트라가 뒤로 퉁겨 날아갔다.
“크르!”
펜루스가 빛처럼 날아가 그런 카이스트라를 받아냈다.
“쿨럭!”
카이스트라도 많이 지쳐 보였다. 초반에 몰려오는 적들을 거의 혼자서 막아냈다.
빛의 화신이 아무리 강할지언정, 이 정도 숫자를 감당해낼 순 없다.
또한, 바포메트는 마계의 마물.
디버프 능력과 각종 마법 능력을 합치면 레벨 520을 가뿐히 넘는 존재라는 거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
바포메트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메에에에에에!”
[그레이트 어스 퀘이크] [전방 20m 앞의 적을 집어삼키는 강렬한 지진!]꽈드드드드득!
땅이 뒤틀리며 밀려나는 레전드 길드원들을 집어삼키려 움직였다.
최소한 저 공격에 집어삼켜 진다면 길드원 다섯 명은 죽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라크는 생각을 끝마쳤다.
[왕자의 무덤] [강력한 돌무덤이 솟아나 공격을 막아냅니다.]꽈드드드득!
땅을 비집고 커다란 무덤이 나타났다.
그 무덤이 쏘아져 오던 방대한 힘을 가진 그레이트 어스 퀘이크와 충돌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앙!
“이 틈에 피해요! 얼마 못 버팁니다!”
“감사합니다.”
“땡큐, 남루한 아저씨!”
그 틈에 레전드 길드원들이 대피했다. 그리고 이어 왕자의 무덤이 차르르르 내려 들어갔다.
라크는 카이스트라에 비해선 한없이 약하지만, 전설 클래스 중 하나였다.
또한, 바포메트의 저주 디버프가 현재 걸린 상태가 아니었기에 방어할 수 있었던 것.
콰르르르르!
그리고 라크가 온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주변에 있던 아누비스와 바크란 길드원들의 몸이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력을 다스리는 힘.
그것이 바로 라크가 가진 힘이었다.
그가 들어 올린 팔을 땅에 내리치듯 몸짓을 했다.
콰아아아아앙!
허공에 떠올랐던 존재들이 땅에 쳐박혔다.
[카이스트라: 고마워, 라크.] [라크: 나쁜 새끼, 이따가 볼기짝을 때려주마.]카이스트라. 그는 믿을 수 있는 소년.
때문에 라크 또한 그를 믿고 가기로 결정했다.
* * *
바할라 소도시의 소년 케빈.
그는 2년 전 무모한 영주의 토벌대 파견으로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었다.
소년 케빈의 아버지는 한때 바할라 소도시의 기사단장이었다.
아직도 소년 케빈은 그때의 그 날을 기억한다.
웃으며 돌아온다고 했던 아버지는 결국 2년 동안 돌아오시지 못했다.
그리고 소년 케빈은 바로 오늘 악마처럼 보이는 존재가 나타난 것을 보았다.
그와 함께 개의 상체에 하체는 말의 것을 가진 놈들이 영지를 습격하고 있었다.
케빈의 나이 고작 7살이었다.
그러한 소년 케빈은 마을에 있던 병력이 죽어 나가고 레전드 길드의 길드원들이 속속들이 쓰러지는 걸 볼 수 있었다.
갈수록 수세에 몰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무덤 하나를 소환했던 아저씨가 적들을 땅에 내리꽂았음에도 말이다.
그러던 중.
쿠웅!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사자 한 마리가 앞에 나타났다.
케빈은 두려워 덜덜 다리를 떨었다.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렸다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났다.
‘남자라면 적 앞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돌아서는 게 아니란다.’
소년 케빈은 그에 항상 소지하고 다녔던 작은 단도를 품속에서 꺼냈다.
아버지의 유품.
“크르르르!”
돌로 이루어진 사자가 이를 드러내 다가왔다. 두려웠지만 케빈은 아버지의 행동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검을 양손으로 쥐고 힘껏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그 순간.
사자가 뛰어들었다.
“으햡!”
케빈은 두려웠지만, 눈을 질끈 감고 아버지처럼 단도를 위에서 아래로 힘껏 내리쳤다.
펏펏펏펏펏펏펏펏!
콰르르르르르르!
거대한 돌 사자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내가 해냈어!”
소년 케빈이 활짝 웃었다. 그에 옆에서 빛이 되어 나타난 한 사내가 작게 웃으며 물어왔다.
“정말 멋졌어, 기사가 되고 싶니?”
“응! 아주아주 멋지고 강한 기사. 우리 아버지는 예전엔 아주 강한 기사로 불렸던 사람이었거든, 나도 아버지처럼 훌륭한 기사가 되고 싶어!”
“그래, 꼭 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며 머리에 손을 올린 청년.
그의 어깨 위로는 아기 돼지가 올라타 있었다.
“인제 그만 돌아가렴, 위험하니.”
“알았어, 참. 형 이름은 뭐야?”
소년 케빈의 물음에 사내가 앞으로 달려나가며 말했다.
“민혁.”
달려나가는 사내의 앞으로 대검을 휘두르는 한 이방인이 보였다. 대검을 휘두르는 이방인은 단단한 돌사자의 갑각을 뚫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사내가 두 개의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이!”
달려나가던 민혁이란 사내의 주변으로 거대한 사자들과 아누비스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난무하는 검.”
팟팟팟팟팟팟팟팟팟팟!
높은 방어력 때문에 그 누구도 사냥하지 못했던 돌사자들이 후두두둑 무너져 내렸다.
이어서 사내가 검을 땅에 꽂았다.
“피어나는 검.”
푹푹푹푹푹푹푹푹!
날카로운 예기를 가진 검날이 아름답게 적들을 꿰뚫었다.
이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그리고 그를 바라보던 케빈.
“우와!”
그가 감탄했다. 그리고 소년 케빈은 추후, 이날 영지를 구했던 영웅을 상상하며 추후에 뛰어난 기사가 된다.
밥만 먹고 레벨업 189회
미친 사냥마, 그리고 투신이라 불리는 로반.
어느덧 그는 레벨을 360까지 올렸다. 실질적으로 민혁보다 더 높은 수준.
심지어 바할라 영토에 있는 그는 버서커의 광기 스킬을 사용했다.
3일 동안 경힘치 획득 불가, 5대 기본 스텟 -5 영구소멸!
엄청난 패널티 대신 50% 모든 능력치를 10분간 상승시켜 주는 능력.
이제 이 자리에 있는 이중 로반은 자신이 절대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빌어먹을 돌사자의 방어력은 넘사벽이었다.
꽈드드드득!
놈의 방어력을 뚫기는 힘들었다.
거대한 대검이 놈을 후려치자 돌무더기가 튀었다.
하지만 놈의 높은 방어력에 의해 큰 피해는 없어 보였다.
바로 그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이이이이이!”
[그리폰의 비명] [길드원 민혁의 버프 능력에 따라 5대 기본 스텟 15% 상승효과를 얻습니다.]“너무 오랜만이신 데?”
로반은 과거에 절규의 언덕에서 들었던 이 울음소리를 똑똑히 기억했다.
미친 사냥마 로반이라고 불렸던 자신이 지칠 정도로 사냥에 미친 인물!
그리고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줬다.
하지만 로반은 지금 자신 있었다.
그는 버서커의 광기까지 사용하지 않았는가?
하물며 돌사자를 해치우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놈의 방어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지, 자신이 약한 게 아니다.
지금도 그 대단한 카이스트라가 돌사자의 방어력을 뚫지 못하고 있다.
놈의 방어력은 최소 4,500이 넘어 보였다.
돌사자들이 탱커를 하고 바포메트가 뒤에서 마법을 쏴대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그러다 얼마 전, 로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저 얼마 전에 타임어택 던전 민혁이랑 같이 갔다고 했잖아요?’
‘네.’
‘근데 민혁이랑 같이 게임 하다 보면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집니다.’
‘잉?’
로반은 그에 고개를 갸웃했었다. 그다음의 말은 로크가 해주지 않았다.
나중에 차차 알게 될 거라는 듯.
‘왜 어그로를 끄신 거야? 우리도 다 감당 못 하고 있는데.’
로반은 그런 생각을 하며 서둘러 민혁을 지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렸을 때, 민혁이 보였다.
오랜만의 재회.
그는 많이 변해 있었다. 투박해 보이는 투구, 낡은 망토, 뼈로 구축된 갑옷, 그리고 어깨 위에 있는 아기 돼지.
곧이어 주변에 퍼져 있던 돌사자 여덟 마리 중 여섯 마리가 모두 민혁에게 달려갔다.
심지어 아누비스 스무 마리도 달려들었다.
‘이크, 어서 도와드려야겠어!’
로반이 달려가려는 순간, 민혁의 검이 움직였다.
비산하는 검의 경우 한 명을 연속 타격한다. 반대로 일반 난무하는 검은 광역 스킬 중 하나이다.
곧이어 난무하는 검이 펼쳐지며 수십여 개의 칼날이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진다.
펏펏펏펏펏펏펏!
그 순간, 로반의 눈이 휘둥그레 뜨여졌다.
“헉……!”
레전드 길드도 뚫지 못하고 있던 빌어먹을 돌사자의 피부가 찢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쿠웅! 쿵! 쿠우웅!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오장육부까지 돌로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던 돌사자들의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땅에서 피어난 검날들이 돌사자들을 집어삼키더니, 강력하게 터뜨렸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돌사자들을 사냥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레전드 길드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민혁에게 향했다.
그리고 버서커의 광기를 사용하고서도 한 마리에 고전하고 있던 로반.
그가 먼 허공을 바라봤다.
이제야 로크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아빠 보고 싶다.”
그는 엄마보다 아빠가 좋았다.
* * *
검을 갈무리한 민혁은 호흡을 추슬렀다.
민혁이 돌사자들을 다른 길드원들과 다르게 사냥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무형검’ 덕분이었다.
애초에 돌사자들은 생각보다 HP량이 높지 않으며 공격력도 마찬가지.
오로지 탱커의 역할을 한다.
방어력은 워낙 높아 정말 어지간해선 뚫기 힘든 녀석들.
한데, 그런 녀석들을 향해 9초 동안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어지는 난무하는 검을 비롯한 수백여 개의 칼날이 튀어 오르는 피어나는 검을 사용했다.
무형검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었고 놈들을 터뜨릴 수 있었던 거다.
그리고 그 찰나. 민혁의 시선이 한 곳에 향했다.
바포메트를 본 순간 민혁에게 레전드 길드원들이 들었던 알림과 똑같은 알림이 울렸다.
[마계의 7대 마물. 바포메트의 출현!] [바포메트는 파라오의 귀속 소환수가 아닙니다.] [바포메트를 사냥할 시 마계 보상을 최초 획득할 수 있습니다.]‘마계 보상을 최초로 획득한다?’
최초로 획득하는 거 이왕이면 맛있는 거였으면 좋겠단 생각이 스쳤다.
그 순간, 돌사자들을 사냥한 민혁을 경계한 바포메트의 스태프에서 검은 마력이 뿜어져 나와 민혁을 휘감았다.
“음메에에에에!”
[마물의 저주] [물리 공격력이 40% 감소합니다.] [물리 방어력이 40% 감소합니다.] [마법 방어력이 40% 감소합니다.] [마법 공격력이 40% 감소합니다.] [스킬 쿨타임의 지속시간이 20% 길어집니다.] [모든 상태 이상으로부터 버텨낼 수 있는 만독불침의 육체를 가지고 계십니다.] [상태 이상으로부터 저항하셨습니다.]그와 함께 또 다른 예상외의 알림이 들려왔다.
[마물입니다.] [신성력 스텟에 따른 특혜가 적용됩니다.] [판도라의 투구의 특수효과인 신성력 ×2배가 적용되어 마물에 대한 공격력과 방어력이 100% 상승합니다.]“……?”
민혁은 다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언데드가 아닌, 마물에게도 적용된다?
그러고 보면 아직 아테네에는 마물, 마계, 마족이라는 콘텐츠가 오픈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애초에 신성력과 반대되는 존재들이 바로 마계의 존재들이지 않은가?
그리고 민혁은 앞에 있는 바포메트가 검은빛으로 빛나는 걸 볼 수 있었다.
[바포메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재료.] [어깨 갈비, 가슴살 갈비, 등심, 안심…… 생략]예상처럼 먹어도 되었다.
그러다 이어 민혁은 볼 수 있었다. 바포메트가 방심한 틈을 타, 로크가 빠르게 접근해 놈의 어깨를 내리찍었다.
채채채채채챙!
순간적으로 바포메트의 어깨 부근에 생겨난 검은 색 실드!
그 실드가 깨져나갔다.
채채채챙!
와장창창!
퍼지잇!
“메에에에에!”
그 순간, 바포메트의 스태프에서 뿜어진 강력한 힘에 로크가 튕겨 날아갔다.
데굴데굴
“크헥!”
로크가 개구리 죽는 울음소리와 함께 엎어졌다. 그리고 민혁은 볼 수 있었다.
바포메트.
녀석의 어깨 부위가 엄청난 속도로 재생되고 있었다.
“……!?”
그에 민혁의 먹거리 더듬이가 발동했다.
“펴, 평생 양고기 걱정 안 해도 될 방법……!”
놈을 포획해서 양고기를 얻어내는 거다. 그러면 놈은 자연스레 회복하지 않겠는가? 그럼 또다시 양고기를 얻어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창조경제!
하지만 어떻게 놈을 포획하느냐?
바로 ‘유혹의 요리 스킬.’
하지만 곧 민혁은 좌절했다.
‘크흑, 나보다 레벨이 100 높으면 테이머가 불가능하잖아!’
세상에!
민혁은 지금 이 순간, 무한 리필 소고기 만큼 놀라운 양고기를 얻지 못하는 것에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민혁은 그 아쉬운 생각을 떨쳤다.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얻을 맛있는 양고기로 양갈비, 양고기 스테이크, 양꼬치로 만족하리라!
타앗!
민혁이 바람처럼 움직였다.
수세에 몰리고 있던 레전드 길드원들!
그들은 사자가 전부 죽자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민혁아, 위험해!”
“저놈 엄청 세다고!”
길드원들은 우려했다.
민혁의 만독불침를 모르는 그들은 그의 몸을 관통했던 힘이 단숨에 디버프를 걸었을 거라 생각했다.
또한, 신성력이 마물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런 걸 감안하면 민혁은 실제로 지금 일반 레전드 길드원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한데, 달려가는 민혁!
그리고 이어, 달려가는 민혁을 향해 바포메트가 땅에 스태프를 꽂았다.
화르르르르르륵!
불덩이, 스파크를 튀기는 번개, 모든 것을 찢어 발길듯한 바람 칼날. 그 존재들이 민혁을 향해 쏘아져 왔다.
[프라이팬 거대화] [마력량에 따라 프라이팬 크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프라이팬이 커지며 민혁의 앞을 막아섰다.
쾅! 탱탱!
[마법 반사] [마법 공격을 적에게 돌려줍니다.]마법 하나가 튕겨 날아갔다. 바포메트가 스태프를 휘둘러 검은 실드를 만들어냈다.
쾅!
검은 실드에 의해 퉁겨 나간 마법.
그리고 민혁은 보란 듯이 다시 작아진 프라이팬을 어깨에 걸치고 오른손으로 까닥거렸다.
“……패기 보소.”
“이소룡인 줄?”
길드원들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제스처를 끝낸 민혁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타탓!
“메에에에에에에!”
민혁의 도발에 분노한 바포메트.
그의 주변으로 수십여 개의 마법이 떠올랐다. 그리곤 민혁을 향해 날아갔다.
쑤화아아아악!
쑤화아아아아악!
쑤화아아아아악!
“미, 미친……!”
“그러니까 왜 도발을!!!”
길드원들이 경악했다.
바포메트의 저 정도 마법 공격에 적중당하면 한 번에 강제 로그아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민혁은 자신의 코앞에 다다른 마법 공격들을 볼 수 있었다.
광역마법부터, 일반 마법까지.
“바람 같은.”
그가 단숨에 3m를 좁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그 뒤로 막대한 양의 마법들이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바포메트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피해낼 것을 대비한 2차적인 마법이 날아갔다.
“콩아!”
“꿀!”
[절대 방어.] [2초간 콩이와 주인에게 그 어떠한 공격도 허용되지 않습니다.]헤파스의 양은냄비 뚜껑에 붙어 있는 특수 스킬의 발동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엄청난 양의 마법이 적중했다.
“헉!”
“크흑, 그러니까 왜 그런 짓을 해서…….”
“미, 민혁 님…….”
길드원들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바로 그때.
푸화아아아악!
흙먼지를 뚫고 민혁이 달려나갔다. 생채기 하나 없는 민혁의 망토 자락을 붙잡은 콩이 역시 함께였다.
타타타타탓!
민혁이 날아오르자, 망토를 꾹 쥐고 있던 콩이도 바포메트의 등 뒤로 한 바퀴 빙글 회전해 이동했다.
“분노하는 검.”
“꾸울!”
그리고 콩이의 칼날의 뒤집개.
팟팟팟팟팟팟팟팟!
촥촥촥촥촥촥촥
“아, 아빠 돼지와 아기 돼지 케미 보소!”
로크가 소리쳤다. 그리고 두 존재의 공격이 힘껏 바포메트를 강타했다.
“매에에에에에에에!”
* * *
[펴, 평생 양고기 걱정 안 해도 될 방법……!]이민화와 박 팀장 역시 함께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 민혁이 했던 말.
그 말을 보며 아차 한 이민화가 말했다.
“티, 팀장님……!”
“왜?”
“방금 전 민혁 유저가 말했던 평생 양고기 걱정 안 한다는 말…….”
“유혹의 요리로 테이밍 해서 평생 옆에서 양고기를 무료로(?) 채취하겠다는 야망이지, 하지만 자신보다 100레벨 더 높으면 못한다는 거 알잖아? 봐봐, 민혁 유저도 이제 눈치챘나 보네. 엄청 실망한 표정인데? 솔직히 마물을 데리고 다니는데, ‘양고기 채취용’으로 데리고 다니면 그만큼 웃긴 게 세상에 어딨겠어? 지금 귀신 바리스타 밴이나, 설거지의 신 카이스트라도 황당한데.”
박 팀장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곧이어 이민화가 말했다.
“그, 그게…… 그 웃긴 게 현실이 될 것 같은데요.”
“응?”
“마물 사냥 최초 보상이요…….”
“그래, 그게 어쨌다는 건…… 헉!?”
박 팀장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마물 사냥 최초 보상!
마물을 사냥하면 최초 보상은 값진 게 여러 가지가 드랍된다. 그리고 그중에 하나.
“나약한 바포메트 소환석……!”
그 소환석을 사용하면?
“민혁 유저가 사냥에 성공하면…… 바포메트를 옆에 두고 매일매일 ‘양고기 좀 떼어갈게’라고 하겠는데……? 아니, 설마 그래도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하겠죠. 민혁 유저라면.”
“……응.”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향했다.
막 콩이와 민혁의 공격이 바포메트에게 적중했다.
순간 이민화의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바, 바포메트…… 불쌍해…….’
이러다간 바포메트가 무한 리필 양고기가 될 것이다.
* * *
푸지이익!
바포메트는 복부를 비집고 들어온 검날을 볼 수 있었다.
그 순간 민혁에게 알림이 울렸다.
[급소 찌르기에 성공하셨습니다.] [100% 추가 데미지!]검 끝에 강력한 힘이 응축되었다.
그리고 이어 그 힘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앙!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낙뢰(落雷)] [3연타.]파지지지지직!
바포메트의 머리 위로 스파크가 일렁이는 소리가 퍼졌다.
그리고 이어.
콰콰쾅!
강력하게 내리친 번뇌가 놈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