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87
밥만 먹고 레벨업 187화
그중 태식이 삼촌.
즉, 불의 마도사 루스도 익숙한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챘다.
“혹시 민혁이냐?”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길 필요는 없었다.
민혁은 현재 일화그룹 내에서 유학을 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아주 소수의 이들만이 그의 병명을 알고 있었다.
바로 앞의 네 분이었다.
그들은 충분히 믿을 수 있는 분들이었다.
‘역시 우리 아버진…….’
멋지게 사신 분이다. 아마 그들도 우연히 아버지가 PK를 당했다는 사실을 접했겠지.
그래서 하던 일도 내팽개치고 저들에게 심판을 내리기 위해 왔으리라.
“허어, 네가 그 유명한 프라이팬 살인마였다니, 놀랄 노자구나.”
“삼촌들이 4인의 하이에나라는 사실도 놀라운데요?”
4인의 하이에나.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국내 20위권 랭커들과 견준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들의 레벨은 20위권 유저들만큼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희소성 있는 아티팩트로 온몸을 도배하고 있었다.
본래 그들은 사냥을 통해 게임의 즐거움을 느끼는 이들이었다.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고 길드와의 마찰도 없었다.
그런데 바로 지금, 아버지의 일에 나서시는 것이다.
“4인의 하이에나. 지금 바크란 길드하고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그리고 상황을 지켜보던 킬레가 경고했다. 그들이 아무리 강한 4인이라고 할지라도 숫자가 적지 않은가.
그에 너클을 착용한 노뚜기의 베즈가 말했다.
“전쟁? 우린 너희를 학살할 생각이다만?”
킬레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이유는?”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을 건드렸어.”
“…….”
킬레는 그 말에 누구인지 생각해 봤다. 하지만 도무지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그럼 전쟁뿐이겠군.”
킬레가 그 자리에서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앗!
검이 순간적으로 길어지며 채찍처럼 4인의 하이에나들을 노렸다.
“워워.”
킬레는 마검사였다. 다양한 마법들을 구사하기도 하며 검도 잘 다루는 이였다.
“일단은…….”
그리고 베즈가 건물에서 뛰어내리며 바닥에 착지했다.
“이 녀석들부터 처리하고 이야기하자꾸나.”
* * *
콰콰콰콰콰콰쾅!
사방팔방에서 수십 가닥으로 쏟아져 내리는 마법과 화살 등에 카이스트라가 후방으로 빠졌다.
푸지익!
앞에서 거대한 도끼를 들고 달려오는 아누비스의 목을 언월도로 베어내자 놈이 잿빛이 되어 스르르 흩어졌다.
“와아아아!”
“죽여! 레전드 애들 죽이면 아이템 좋은 거 떨굴 거다!”
드디어 적들이 영지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지니와 카이스트라, 로크는 계속 뒤로 밀려났다.
“얘들은 왜 이렇게 안 와?”
로크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늘 조기축구 하는 날이잖아.”
“내가 축구를 못하는 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구만?”
“…….”
그리고 그 틈에서 카이스트라는 펜루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무리 카이스트라와 펜루스가 강하다고 할지라도 저렇게 몰려드는 유저들과 아누비스들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하물며 가장 큰 문제는 파라오였다.
그는 마력이 차오르면 계속해서 아누비스들을 소환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능력이다.’
즉, 마력만 받쳐주면 소환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퍼지잇!
또 하나의 아누비스를 베어낸 순간이었다.
수화아아아!
쿠우우우우웅!
카이스트라가 미간을 구겼다. 허공에서 떨어져 내린 거대한 사자 두 마리.
돌로 이루어진 두 마리의 사자는 크기가 집 한 채는 될 만큼 커다래 보였다.
타타탓!
펜루스가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태에엥!
그 틈에 카이스트라가 창을 움직였다. 한데, 베이지 않고 창극에 스파크가 튀었다.
‘방어력이 높아.’
“크라아아!”
사자 한 마리가 펜루스를 짓이기기 위해 달려들었다.
팟!
재빠른 펜루스가 피해냈다.
“꺗!”
“지니!”
그 순간, 뒤쪽에서 지니가 아누비스의 공격을 허용했다.
전방의 화살 부대와 마법사들이 그 틈을 노리고 지니와 로크를 향해 총공격을 펼쳤다.
퓻퓻퓻퓻퓻!
수화아아아아!
새까만 화살이 비처럼 하늘을 덮으며 쏟아져 내리고 여러 속성의 마법들이 쏟아진다.
‘펜루스의 MP는?’
펜루스의 MP는 무한하지 않았다. 저 마법들을 상쇄시킬 수는 있으나 그러면 펜루스는 더 이상 속도를 높여주는 ‘가속’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때.
쐐에에에에엑!
창 하나가 날아왔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창은 허공에서 쏟아지던 화살들과 마법들을 빨아들였다.
퍼지지지짓!
그리고 허공에서 소멸시켜 버렸다.
그다음 어딘가로 다시 돌아갔다.
그곳에 시선을 돌리자 노인 밴과 창술사들이 도착해 있었다.
겁에 질려 있던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탓!
창술사들이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푹푹푹푹푹!
순식간에 몰려들던 아누비스들을 창으로 관통시키는 창술사들!
“……미쳤어.”
지니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틈에서 뚜벅뚜벅 뒷짐을 지고 걸어오는 밴.
그가 자신에게 달려오던 근접 유저 한 명의 목을 가뿐히 꿰뚫고는 뽑아냈다.
“예끼, 이놈. 그 실력으로 어딜.”
그리고 앞에서 몰려오는 유저와 아누비스들을 향해 창을 힘껏 찔렀다.
[귀신의 춤사위] [귀신같은 창이 춤을 추듯 적들을 유린합니다.]푹푹푹푹푹푹푹푹푹!
“커허억!?”
“헉!”
“크하아아악!”
곧 유저들이 쓰러지고 아누비스들이 잿빛이 되어 사라졌다.
“1군. 앞으로!”
창술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그와 함께 혼비백산하던 병력이 일사불란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우우웅!
“나도 저놈 하나를 맡으면 되겠군.”
밴이 거대한 사자를 향해 덤벼들었다.
밀릴 듯, 밀리지 않을 듯 팽팽하다.
하지만 그 순간 파라오가 든 스태프의 보석이 빛을 발했다.
[파라오의 축복] [아누비스들의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아누비스들이 더욱 흉포해졌다. 그와 동시에.
쿵! 쿵쿵쿵!
여섯 마리의 거대한 사자들이 추가로 나타났다.
“제길!”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사자들, 그리고 사자들이 건물과 충돌할 때마다 그 건물은 후두둑 무너져 내렸다.
놈들이 안으로 난입하는 순간 끝이다.
그때 때마침 도착한 에이스와 크로우가 움직였다.
“히히히히히힝!”
홍염의 격투가 에이스가 소환한 지옥마가 매서운 속도로 달려나가 사자 한 마리를 밀쳐냈다.
“크하아아악!”
거대한 사자가 지옥마를 향해 포효했다.
화르르르륵!
그리고 불길이 되어 사라진 에이스는 어느새 지옥마의 위에 올라 있었다.
“누나, 나 왔어!”
“빨리도 온다!”
“다른 애들도 이제 곧 접속할 겁니다!”
크로우가 외쳤다. 그와 함께 전장의 신 아스갈을 비롯한 몇몇 길드원들이 접속했다.
차가운 표정의 아스갈. 그녀는 말없이 한 마리의 사자를 맡았다.
사자들은 방어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때문에 전장의 신 아스갈도 그 두꺼운 피부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여어! 애들아 오늘 조기축구 우리가 이겼어!”
“캬! 나 골 넣었을 때 세레머니 봤어야 하는 건데.”
“세레머니로 나한테 개 패듯 맞을래요?”
“…….”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한 길드원들!
그들을 보는 파라오. 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 * *
파라오의 사자.
그는 레전드 길드의 길드원들이 모이길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바포메트. 그는 소환시간이 고작 30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짧았다.
하지만 바포메트가 소환되면 아직 완전한 성장을 이루지 못한 펜루스에게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바포메트는 엄청난 광역마법과 다양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순식간에 지금의 판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었다.
또한, 바포메트는 파라오가 일시적인 힘을 빌리는 존재일 뿐, 파라오의 소환수가 아니었다.
패널티로 자신의 모든 스텟-5를 갉아먹어 버린다.
“이 새끼들이, 어딜 감히!”
“크하하핫, 너희 왜 이렇게 늦게 왔냐? 이따가 좀 처맞자!”
속속들이 접속을 시작한 레전드 길드원들은 체계적으로 나뉘어 바크란 길드원들을 공격하거나 아누비스, 또는 사자를 상대하기 바빴다.
‘사자들은 공격력은 강하지 않지만, 방어력이 어지간해선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편이지.’
파라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그리고 역시 레전드는 레전드였다.
고작 스물. 그 정도 숫자로 바크란 길드의 길드원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으, 으아악!”
“이 새끼들, 우리 생각보다 엄청 세잖아!”
그들이 지나가는 자리로 바크란 길드의 길드원들이 맥도 못 추리고 쓰러져갔다.
그렇게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때였다.
펜루스가 순식간에 허공을 밟고 나타났다.
‘여유가 생기니 나부터 잡고 보자는 거군.’
카이스트라는 영리한 소년이었다.
지금 그가 맡고 있던 사자들을 다른 길드원들이 대신 맡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카이스트라. 그는 위험을 감지했다.
‘놈은 아직 모든 걸 보인 게 아니다.’
그리고 빛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펜루스가 그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사냥하며 빠르게 그와 거리를 좁힌 순간이었다.
파라오의 스태프의 보석이 검은빛을 터뜨렸다.
그 검은빛은 곧 하늘 전체를 뒤덮었다. 그와 함께 하늘에서 한 존재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양의 얼굴과 상체, 그리고 하체는 말과 닮아 있었으며 온몸이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파라오처럼 스태프를 들고 있었다.
사자들과 바크란 길드의 길드원들을 상대하고 있던 레전드 길드원들이 일제히 멈춰 그 존재를 바라봤다.
“저, 저게 뭐야?”
“마, 마물!?”
[마계의 7대 마물. 바포메트의 출현!] [바포메트는 파라오의 귀속 소환수가 아닙니다.] [바포메트를 사냥할 시 마계 보상을 최초 획득할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어 바포메트가 울음을 터뜨렸다. 놈의 스태프에서 검은 기운이 폭사되었다. 그 검은 기운은 자리에 있던 레전드 길드원과 병력을 휘감았다.
“음메에에에에!”
[마물의 저주] [물리 공격력이 40% 감소합니다.] [물리 방어력이 40% 감소합니다.] [마법 방어력이 40% 감소합니다.] [마법 공격력이 40% 감소합니다.] [스킬 쿨타임의 지속시간이 20% 길어집니다.]“미, 미친……!”
“뭐, 뭐?”
엄청난 디버프였다.
바포메트의 주변으로 수십여 개의 마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
바포메트는 마물 중 하나였지만 엄청난 마법을 구사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재 바포메트의 디버프에 따라 물리 방어력, 마법 방어력이 40% 감소했다는 거였다.
때문에 저 마법에 한 번만 잘못 허용해도 끝장이다.
콰콰콰콰콰콰쾅!
수십여 개의 마법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레전드 길드원과 병력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 * *
칼바트 백작.
남쪽에 위치한 이파스 영지를 거느리고 있는 영주 중의 한 명이었다.
그는 현재 마차에 타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보좌관 제크가 함께 있었다.
“수배령 지원서와 함께 만찬 초대라니, 어쩐 일일까요?”
수배령 지원서.
각 영지의 영주들은 수배령 지원서를 황궁에 지출할 수 있다. 물론 영지 내에서 자체적으로 수배령을 내릴 수 있는 힘 또한 있다.
하지만 황궁에 수배령이 걸린다는 의미는 말 그대로 제국 전체에 걸린다는 의미였다.
칼바트 백작은 블랙스톤과 은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이였다.
아테네는 게임이다. 그리고 그 게임 속에서 NPC가 이방인들이 만들어낸 그룹과 은밀한 관계를 이어간다?
다른 이들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하지만 블랙스톤 쪽에서 그에게 매번 수십여 채의 자택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거금을 쥐여준다면?
매번 엄청난 뇌물을 바친다면?
NPC들은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욕심 많은 귀족은 혹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친밀을 유지해 가던 중 파라오가 수배령 지원서를 하나 넣어줄 것을 말했다.
이는 프라이팬 살인마라는 존재에 대한 수배령이었다.
수배의 이유? 그는 만들면 그뿐이다.
‘바쁜 황궁에서 그런 걸 확인할 턱이 없지.’
어떠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황궁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그보단 신하를 파견해서 아마 칼바트 백작인 그에게 어떤 경위인지 물었을 터.
결국에 황제는 꼭두각시와 비슷하다.
때문에 칼바트 백작은 걱정 없는 표정으로 답했다.
“앞으로 이필립스 제국을 이끌어갈 나를 알아보신 거 아니겠나?”
“……흠.”
하지만 그와 다르게 제크는 괜스레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 황궁 앞에 마차가 도착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황제의 직속 보좌관인 루스가 그들을 안내했다.
“황제 폐하께서 저를 위한 만찬을 준비하셨다니, 정말 황송하기 그지없군요. 정말 기대됩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루스의 말에 칼바트 백작은 혹시 이러다 ‘작위’가 승급하는 건 아닐까 기대했다.
그리고 이어 만찬장의 문이 열렸다.
끼이이이익-
문이 열리고 드러난 모습에 칼바트 백작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차가운 표정의 엘레가 포크와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그 옆으로 세 명의 귀족들이 흔히 말하는 ‘대가리 박아.’ 자세를 취한 상태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 순간, 엘레가 자신의 앞에 종이뭉치를 흩어보다가 칼바트를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대가리부터 박고 시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