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193
밥만 먹고 레벨업 194화
교관 발렌.
이스빈 마을에서 처음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이방인, 즉 유저들의 뇌리에 각인 되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NPC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는 항상 쿨내가 진동했기 때문이다.
또한, 허리춤에 검을 차고 레더아머를 착용한 그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서 있어도 오오라가 흘러나오는 것만 같다.
그러한 교관 발렌은 아테네 신이 교관으로 있어 주길 원해 그곳에 있었다.
또한, 스스로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 수긍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디 그는 ‘검신.’
과거 세상을 구했던 영웅이었다.
그런 검신 발렌은 당혹한 표정이었다.
“……그러면 너는 왜 거기서 나온 거냐.”
“앗, 안녕하세요. 교관님! 헤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교관, 아니, 검신 발렌의 입가에 미묘한 웃음이 감돌았다.
처음 당혹했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과거 그때처럼 예의 바르게 꾸벅 인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혁이가 이 시련을 도전할 줄이야…….’
또한, 그가 이곳으로 오는 지도를 얻었다는 건 그간 상당히 강해졌다는 의미일 터였다.
하지만 이 시련 자체는 무척이나 어렵다는 거다.
“로이나 교관님은 잘 계신가요?”
“결혼을 하였고 애도 낳았지.”
“축하드려요.”
“그래, 고맙다. 그보다 이제부터 본론으로 넘어가자.”
“예, 알겠습니다!”
발렌은 반가움과 지금 시련을 진행해야 할 건 다르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민혁도 빠르게 그것을 이해했다.
“먼저 메인 진행자인 너의 자격을 확인할 거다. 확인은 한 번에 걸쳐서 진행된다.”
발렌은 설명을 시작했다.
“또한, 네가 이 아테네에서 얻은 힘들이 일시적으로 봉인될 것이다. 너는 순수한 너의 힘으로 싸워야 한다.”
민혁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 순간 추가적인 알림이 민혁에게 들려왔다.
[모든 스텟이 일시적으로 가장 기본으로 변경됩니다.] [임시 상태창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스킬과 아티팩트 사용이 제한됩니다.]민혁은 곧바로 열람해서 확인해 봤다.
(민혁)
레벨: 340
직업: 괴식의 식신.
HP: 55 MP: 50
힘: 5 민첩: 5 체력: 5 지혜: 5 지력: 5
포만도: 100%
민혁은 자신의 상태창이 처음 이 아테네에 왔을 때와 동일하게 변했음을 볼 수 있었다.
“너는 오크 전사를 상대할 것이다. 본래 지금 네 상태보다 오크 전사가 훨씬 강한 것이 맞으나 지금 이 순간 오크 전사의 능력치는 너와 동일해졌다.”
자신과 동일한 힘을 낸다는 것.
그 말은 자신의 실력이 이길지, 패배할지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발렌은 생각했다.
‘쉽지 않을 거다.’
이방인들은 본디 자신들의 세상에서 운동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 태산이라고 들었다.
그에 반면, 오크 전사의 경우 본래 사냥을 좋아하고 흉포하며 죽이는 것에 능통했다.
오크가 그냥 일반인이라면 오크 전사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백부장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이방인들은 현실에서 자신을 ‘방어’하는 무술들을 주로 배운다고 했다.
반대로 오크 전사들은 죽이기 위해 살기 위해 진화한 이들이다.
‘너는 범상치 않은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해낼 수 있을까?’
발렌은 안타까웠다.
사실 이 오크 전사를 이기는 것만 해도 상당히 힘들다.
또한, 패배하는 순간, 민혁은 퀘스트 실패 패널티를 받고 이곳에서 튕겨 나갈 것이다.
발렌이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 공간이 찢어지며 두 마리의 오크 전사가 나타났다.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
물론 능력치는 민혁과 동등해졌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죽이는 것에 능통한 오크, 심지어 전사의 이름까지 부여받은 오크 전사라는 거다.
그걸 민혁의 순수한 ‘실력’만으로 사냥해야 했다.
* * *
식단 관리사 혜진은 뾰로통한 표정이었다.
“아, 김치 냉장고를 부탁해 봐야 하는데……!”
“이것만 보고요!”
“하핫, 혜진 양. 이것만 보겠네.”
오창욱과 의사 이진환이 소파에 앉아 TV를 독차지하고 UFC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거기서 암바!”
“허허, 저 친구 정말 잘하는데?”
혜진은 그에 ‘남자들이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궁금한 게 생각났다.
“아, 맞다. 예전에 민혁이 검도랑 이종격투기 되게 잘했다면서요?”
그리고 때마침 TV 속 경기가 끝났다.
“에이씨…… 졌네.”
“허허, 아쉽군.”
그리고 그제야 혜진의 말에 두 사람이 반응을 보였다.
“저야 모르죠, 전 민혁이 폭식 결여증 걸리고 이곳에 왔으니까요.”
그리고 그 말을 대신 받은 건 이진환이었다.
“잘했지, 이종격투기뿐만이 아니야, 검도, 양궁, 복싱. 못 하는 운동이 없었지.”
그러던 중, 잠시 생각하던 이진환이 말했다.
“그 검도 금메달리스트 이다울이라고 자네들 아나?”
“크! 쌤, 세상에 금메달리스트 이다울 모르는 사람도 있나요?”
금메달리스트 이다울.
2년 전 치러졌던 올림픽에서 압도적인 검도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낸 우리나라의 자랑이었다.
그러던 중, 이진환이 작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이다울 군과 민혁 군은 동갑이잖나?”
“아, 그렇죠?”
“두 사람이 15살 때 비공식 대회에서 검을 맞댄 적이 있었지.”
“오…….”
“와, 진짜요?”
혜진과 창욱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금메달리스트와 민혁이 한 번 대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래, 그리고 졌네.”
“……역시.”
“크, 민혁이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있는 거지.”
그에 진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아니, 민혁 군 말고 이다울 군이.”
“……에?”
“헐, 진짜요?”
“이다울 군이 유일한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민혁 군이었어, 그런데 민혁 군은 별로 그렇게 느끼지 않았지만.”
“와…….”
“헐…… 대박…….”
새삼 민혁의 대단함이 느껴졌다. 그러다 혜진이 말했다.
“그래도 지금은 이다울한테 지겠죠?”
그리고 이어서 그 말에 반응한 것은 오창욱과 이진환 둘 모두였다.
“글쎄.”
“글쎄.”
“……엥? 왜요? 시간도 오래 지났잖아요.”
그에 이진환이 아닌 오창욱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민혁이도 매일 반복 훈련을 해왔잖아요.”
“그거 몸무게 유지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렇죠. 근데 민혁이는 살을 빼려고 검도도 하고 복싱도 하고 수영도 하고 하잖아요. 그리고 민혁이는 반복적으로 그것들을 계속하잖아요. ‘나를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배고픔이 덜 하다.’ 이것 때문에요.”
“그렇죠?”
“비록 지금 민혁이 몸이 뚱뚱해서 잽이나 완투, 어퍼컷 아니면 검도를 할 때 휘두르거나 하는 게 다소 둔해 보일 수 있어요.”
확실히 여자인 혜진은 170㎏ 때의 민혁이 몸을 움직일 때, 그저 둔한 움직임 같았다.
하지만 아니다.
“실제로 민혁이 주먹 맞아봤어요?”
그리고 창욱은 가끔 그의 스파링 상대가 된다.
“……어마어마해요.”
그리고 이어서 창욱이 말했다.
“그리고 수년 동안 민혁이는 몸무게 유지를 위해 어지간한 운동선수들 못지않은 특수훈련을 해왔죠. 그래서 저는…….”
오창욱이 말을 끌었다.
혜진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봤다.
“예전에 민혁이가 그런 실력자였다면, 지금 올림픽에 나간다 해도 최소 이다울의 실력 정도는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 *
앞으로 나선 민혁은 연계 퀘스트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연계 퀘스트: 숨겨진 신전으로 완료.] [경험치 100,000을 획득합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연계 퀘스트: 그레모리의 시련.]곧이어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연계 퀘스트: 숨겨진 신전으로.]등급: SSS
제한: 340레벨
보상: 시련 클리어 정도에 따라 달라짐.
실패 시 패널티: 모든 스텟-10, 1주일간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음.
설명: 숨겨진 신전에 도달한 당신. 그레모리의 시련을 이겨내라, 한 번의 시련을 이겨낼 때마다 원한다면 던전을 벗어날 수 있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알림이 울렸다.
[첫 번째 그레모리의 시련이 시작됩니다.] [앞의 두 마리의 오크 전사를 상대로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승리할 시 마계 음식 재료 ‘마계 흑돼지의 삼겹살’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승리할 시 경험치 200,000을 보상으로 획득합니다.] [단, 다음 시련을 진행한 후에 시련에 실패할 시 모든 보상 목록은 사라진다는 걸 유의하셔야 합니다.] [시련을 끝내시거나 혹은 마지막까지 이르셔야지만 적립된 보상을 획득합니다.]‘……!’
민혁의 몸이 크게 떨려왔다.
보상 목록에 있는 것 때문이었다.
‘마계 흑돼지의 삼겹살!?’
마치 제주도 흑돼지 같은 느낌이지 않는가!
조금 아쉬운 점은 보상을 바로바로 주는 게 아니었다.
시련을 한 번 진행하면 그대로 종료하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때 적립된 보상이 주어진다.
한데, 만약 시련을 도전하다가 죽으면 보상도 사라진다.
때문에 자신 있다면 계속 도전하는 게 나을 수도 있으나, 가까스로 그전의 시련을 이겨낸다면 나가는 게 나을 터.
민혁은 발라카의 검을 허리춤에서 뽑았다.
그러자 앞에 있던 두 마리의 오크 전사도 똑같은 발라카의 검을 빼 들었다.
동등하게 맞춰진다는 건 무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어서.
“자자, 시작하시기 전에 커피 마시고 시작하지.”
“오, 고마워요, 밴 어르신!”
밴이 민혁에게 잔을 내미는 동시에 카이스트라는 고무장갑을 ‘착!’ 하고 꼈다.
“…….”
“…….”
“…….”
잠시 발렌과 오크 전사 둘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어 오크 전사 하나가 말했다.
“취이이익, 긴장감이라곤, 취이익, 쥐뿔도 없다.”
“취이이익, 가만 안 둔다. 인간!”
민혁은 그 자리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스무 잔을 원샷 때렸고 카이스트라는 잔이 나오는 족족 빠른 설거지를 보였다.
물 없이도 가능한 놀라운 장인의 설거지 힘!
그리고 커피를 타준 노인을 보고 발렌이 물었다.
“그분이 네 가신인가?”
“네, 맞아요.”
‘…….’
발렌은 말문을 잃었다.
혼자 진행하는 이 시련이 끝난 후, 앞의 세 사람이 함께 진행하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발렌이 밴을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밴은 ‘전설’이라 불리지만 얼굴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또한, 밴은 당연히 발렌을 모른다.
‘검신 발렌’은 모든 게 감춰진 인물이기에.
“엄청나신 분입니다. 자그마치 전설이시라고요. 발렌 님도 커피 한잔하시죠!”
민혁은 오랜만에 만난 발렌이 반가워 한 잔을 권유했다.
그가 음식을 권하는 건 쉽지 않은데, 이런다는 건 그도 정말 반갑다는 의미다.
또 민혁은 전에 그가 주었던 식기류들과 가스버너 같은 것들을 유용하게 써먹었었으니까.
그리고 그 커피를 맛본 발렌.
‘커피의 ‘전설’인가……?’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 커피는 처음이었다!
‘음식 좋아하는 민혁이가 저런 가신을 둘 만해.’
하지만 그와는 별개의 문제로, 저 가신과 키가 작은 피부가 까만 소년으로 그레모리의 시련을 헤쳐나가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이다.
“자, 목 좀 축였으니(?) 시작할까요!”
그리고 오크 전사 두 마리가 앞으로 나섰다.
선공은 오크 전사 쪽에서 먼저 했다.
“취이익, 건방진 인간, 죽어라!”
탓!
쓔우우우욱!
빠르게 찔러 들어오는 검.
탱!
민혁이 가로로 쳐낸 순간, 옆에서 다른 오크 전사의 검이 곧바로 횡으로 베어진다.
그가 발을 비틀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몸 전체가 비틀어지며 검을 피해낸다.
그리고 조금 전, 검을 찔렀던 오크 전사의 가슴으로 힘껏 검을 찌르 듯 팔을 움직인다.
수우우웅!
오크 전사가 가슴을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민혁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감돌았다.
보통 오랜 시간 살아남기 위해 싸워온 이들, 또는 체계적 훈련을 받은 이들은 일반 사람과 다르다.
검이 움직이는 형태가 아니라, 팔의 움직임을 본다.
팔의 움직임을 보고 동선을 예측한다.
그리고 조금 전 오크 전사는 민혁의 팔이 움직이는 걸 보고 가슴을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민혁은 그 상태에서 검의 궤도를 바꿨다.
즉, 민혁의 함정에 빠져든 것이다.
푸화아아앗!
민혁이 가뿐히 오크 전사를 베어냈다.
“취이익!”
녀석이 비명을 터뜨리며 가슴에서 피가 솟구치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민혁을 향해 다시 검이 휘둘러진다.
탓! 탓!
한 걸음 빠르게 움직이고 그 상태에서 높이 도약한다.
발로 가슴팍이 베여 비틀거리는 오크 전사의 가슴을 박차고 그 힘을 이용해 힘껏 자신을 공격한 녀석의 검을 세로로 내리쳤다.
콰지익!
“취익! 이, 인간. 빠르다……!”
검이 땅에 꽂힌 오크 전사. 민혁이 서둘러 접근했다.
놈이 서둘러 다시 검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퍼엇!
오크 전사의 손을 민혁의 발이 힘껏 내리찍었다.
탱그랑!
검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 순간.
푸지이이익!
민혁의 검이 오크 전사의 목을 꿰뚫었다.
“취이이익…….”
목을 부여잡고 오크 전사가 천천히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발렌의 눈이 커다래졌다.
‘세 번이었어……’
오크 전사들이 공격한 횟수다.
그 세 번의 공격 동안 빈틈을 만들고 공격을 성공시킨다.
세 번이라는 숫자는 시간으로 따지면 고작 4초 찰나의 시간이다.
발렌의 몸이 전율했다.
‘……일반 이방인들보단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는 전율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검신. 자신의 검술을 그가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