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202
밥만 먹고 레벨업 203화
케리는 가슴이 크게 떨려왔다.
예선전에서 그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패배했다.
그때의 그 실수. 그 실수만 아니었다면 당당하게 아테네:한국전에 참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데, 그 실수로 후보 선수가 되어버렸다.
때문에 참가기회는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 참가기회가 생겼다.
그는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되었다. 민혁이란 생소한 유저와 함께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케리는 가슴속 뜨거움을 느꼈다. 모두가 꿈꿔볼 국내 최고의 유저의 이름 MVP!
그 기회가 다가왔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혜민아빠는 케리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민혁 선수에 대해 모르지?”
“……아시는 분이신가요?”
“알다마다. 아주 잘 알지, 그러고 보니 케리 자네는 기적이란 단어를 믿지 않는다고 했지?”
“……그런 건 없죠.”
“이렇게 기적처럼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는데도?”
“이건 그냥 운이죠. 운!”
“하하, 뭐 그래. 하지만 이제 곧 자네는 첫 번째 기적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난 생각하네.”
“예?”
혜민아빠는 더 이상 그 이후의 말은 해주지 않았다. 단지, 빙긋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때마침 민혁이 선수 대기실로 들어왔다. 사실 케리는 민혁이 미덥지 못했다.
‘……내가 잘해야 해. 나를 믿자, 케리!’
그리고 민혁은 예의 바르게 꾸벅 인사해 왔고 케리도 대충 상체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곧 해설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수들 입장해 주시기 바랍니다.]그리고 케리와 민혁이 입장을 시작했다. 그와 함께 관중석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비웃음에 케리는 딱딱하게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옆에 있는 민혁이 말했다.
“히야, 시장 먹거리. 상상만 해도 기대돼요, 님도 그렇죠!?”
이 이상한 사람과 자신이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 * *
[이제 30초 후면 경기가 시작됩니다!]해설자의 목소리와 함께 콜로세움이 커다란 크기의 대지로 바뀌었다.
허허벌판 위로 대회에 참가한 수십 명의 유저들이 있었다.
이 빨리 먹기 대회는 유저들이 서로 공격할 수 없게 투명한 막이 사이 사이에 쳐져 있었다.
그리고 각 팀의 유저들이 선 곳은 넓이가 100m는 될 정도로 커다랬다.
그리고 유저들의 등 뒤로 250개의 촛불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케리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히야,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하네요. 식용유가 뿌려진 평평한 불판 위로 시장 아주머니께서 빈대떡 하나를 부쳐서 앞에 놔주는 거예요. 그걸 간장에 콕콕 찍어서 먹으면? 와, 진짜 맛있겠네요.”
꿀꺽-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케리는 그에 그를 사납게 바라봤다.
제발 긴장 좀 하자!
민혁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케리.
그가 기적을 믿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의 아버지는 병마로 돌아가셨다. 그 아버지와 함께, 자주자주 낚시를 다니고는 했다.
생존률이 극악이라는 ‘췌장암’에 걸리셨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는 그럼에도 호탕하게 웃으며 ‘어서 나아서 너와 다시 낚시를 다녀야지!’라고 하시곤 했다.
워낙 병과 다르게 정정하셨기에 케리는 그런 날이 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결국 싸늘하게 식어갔다.
그리고 케리는 이번 종목에서 우승하여 MVP를 받는다면, 아버지께 그 영광을 바치고 싶었다.
그런데 그 꿈을 비장하게 품고 있는데, 앞에 사내는 전혀 달라 보였다.
그리고 이어 민혁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어렸을 적에 어머니 손을 잡고 함께 자주 시장에 갔어요. 아직도 머릿속에 잊히지 않아요. 부침개 한 장을 입에 넣어주시던 어머니 모습이요. 참, 행복했는데.”
민혁은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그저 그때의 그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누군가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
케리는 순간 그를 돌아봤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슬픔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이제야 다시 ‘시장’에 온 기분이에요.”
“……뭐라는 거야, 짜증 나게.”
하지만 케리는 그가 여전히 못 미더웠고 이상해 보였다.
화르르르르륵!
수백 개의 촛불에 붉은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빨리 먹기 대회 시작합니다!]그리고 이어서 케리는 촛불 하나를 입김으로 ‘후!’ 하고 불어 껐다. 이 촛불은 오로지 선수의 의지대로 입김을 불거나 하는 행동으로 개수가 꺼진다.
그 순간, 몬스터 세 마리가 나타났다. 200레벨대의 몬스터 레키였다.
레키는 이족보행의 쥐로써 창을 주로 사용하는 몬스터였다.
“일단은 같이 협공하죠.”
그렇게 말하며 케리는 달려가려다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민혁을 보았다.
이윽고 해설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 모든 출전자가 촛불을 3~5개씩 끕니다!] [와, 3조 황혼의 조각사 루켄은 조각칼을 들고 몬스터들을 학살하기 시작하는군요. 시작과 동시에 다섯 개의 촛불을 끄고 몬스터를 한 번에 잡아냅니다!] [경기 시작된 지 1분 만에 벌써 촛불을 3개 이상 끈 팀이 세 팀이 넘습니다. 그런데 아직 사냥조차 하지 못한 팀도 있군요?] [11조는 아직 사냥조차 하지 않고 있군요.] [이상한 일입니다. 심지어 11조의 옆은 강력한 우승 후보 브하드가 있네요. 이거 비교 대상이 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군요.]그리고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민혁이 검을 들어 올렸다.
쑤우우우우웅!
이어진 광경에 케리와 해설자들은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가 촛불 위로 검을 가로로 그었다. 그 순간, 촛불 위의 불꽃들 70여 개가 꺼져나갔다.
“……!”
“당신, 미쳤어!?”
케리가 서둘러 민혁에게 다가가 그를 밀치려 했다. 그때 뺨을 스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바람?’
* * *
일산에 위치해 있는 작은 호프집.
루크토의 무덤에서 민혁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다가 죽었던 유저 자빈, 즉 현실 이름 유지민은 친구들과 앉아 아테네:한국전을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타난 아기 돼지에 눈을 크게 떴다.
‘저, 저 아기 돼지!’
분명히 프라이팬 살인마의 펫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테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아기 돼지.’라고 검색하자 곧이어 수백여 가지의 검색어가 떠올랐다. ‘아기 돼지 졸귀 ㅠㅠ’, ‘아기 돼지 갖는 법’, ‘산타 할아버지한테 아기 돼지 달라고 하면 줄까요?’, ‘콩이 인형 발매는 언제?’ 등이 떠올랐다.
그 틈에서 이목을 끄는 글이 있었다.
[저 아기 돼지 프라이팬 살인마가 데리고 다니는 아기 돼지 아닌가요?]프라이팬 살인마가 아기 돼지를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몇몇 유저들이 알고 있다.
결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건 바크란 길드의 길드원들이었다.
속속들이 그에 관련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야, 내가 글 올릴 필요 없겠네.’
어차피 프라이팬 살인마가 대회에 참가한다는 건 간단한 의미였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겠다는 것.
그러던 때였다. 선수교체가 이뤄지자 친구들이 욕을 하기 시작했다.
“와, 뭔데 11조 팀을 결성하냐, 무슨 바보 듀오야?”
그 말을 듣고 있던 지민이 말했다.
“결성할만했으니까 했겠지. 사실 이번 대회의 주목적이 아테네:세계전 선수 선발이니까.”
“……뭔 소리야? 너 왜 그래?”
“너희들은 어떤 팀이 MVP가 될 것 같아?”
지민의 물음에 친구들이 말했다.
“당연히 브하드가 있는 팀이지.”
“맞아, 저 재수 없는 복학 미대생같이 생긴 놈이 세긴 진짜 세. 예전에 올라온 즐투브 영상 봤는데, 쩔더라.”
그에 지민이 지갑을 열어 5만 원짜리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리곤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난 11조.”
그녀가 빙긋 웃었다.
“와, 진짜지? 무르기 없기다? 나도 5만 원. 난 브하드 팀!”
“나도 브하드!”
친구들은 이때가 기회다 싶어 5만 원을 걸었다. 자신들이 공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자빈은 곧 피식 웃었다.
‘아니, 저 사람이 승리로 이끌 거야.’
자신도 뒤통수를 치려고 할 땐, 그런 결과가 초래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으니까.
그리고 화면 속 그가 촛불 70여 개를 꺼트렸다.
그리고 엄청난 비웃음을 사기 시작했다.
* * *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 뒤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쇄에에에에-
서서히 불기 시작한 바람이 앞에 있는 민혁의 검에서 살랑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바람은 더 강력하고 매섭게 불기 시작했다.
솨아아아아아아-
주변에 있는 모든 풀과 나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바람에 곳곳의 선수들이 민혁을 보았다.
그리고 은빛으로 번쩍이는 수백여 개의 낙엽이 떨어져 내리는 장관이 펼쳐졌다.
그것은 마치 낙엽으로 이루어진 눈 같았다.
“예, 예쁘다.”
“와아아아아아. 낙엽이 눈처럼 내리는 것 같아.”
스크린을 통해 관중석에서 보고 있던 한 유저가 넋을 놓고 내뱉은 말이었다.
그리고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이 케리의 등을 노리고 달려오기 시작한다.
거대한 하피가 팔을 휘저었다.
바람의 칼날이 만들어지며 케리의 등을 노린다.
“다, 당신…….”
케리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하피의 바람의 칼날을 보며 민혁은 발렌에게 바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면서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발렌은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바람은 그렇게 다스리는 것이 아니란다.’
그러면서 발도 자세를 취하며 순간적으로 검을 뽑아냈다.
민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람은 그렇게 다스리는 게 아니란다.”
쐐에에에에에엑!
민혁의 검이 움직인 순간이었다. 검에 밀집되었던 바람의 힘이 수백여 개의 낙엽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낙엽이 케리의 등 뒤의 몬스터들을 향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핏핏핏핏핏핏핏핏핏핏-
케리는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모든 몬스터들이 쓰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광판에 점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점수는 촛불을 꺼트리고 꺼진 촛불에 의해 나타난 몬스터가 죽은 만큼 점수가 나온다.
[2위 3조 6개.] [1위 11조 71개.] [……!] [……!] [……!] [……!]식신의 레벨이 너무 낮다는 둥, 후보 선수 둘을 모아 팀을 결성한 것이 바보 듀오냐는 등 했던 관중석과 해설자들이 침묵했다.
그리고 케리는 지금 기적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