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224
밥만 먹고 레벨업 225화
현실로 5일, 아테네 시간으로는 15일 전.
김대식 부장은 휴가를 갔다가 새까맣게 몸을 그을린 채 선글라스를 끼고 ‘알로하~’를 외치며 들어온 박 팀장을 보자마자 감격에 찼다.
“박 팀장!”
그는 박민규 팀장을 꽉 끌어안았다.
“자네가 정말 보고 싶었네!!”
“……?”
박민규 팀장은 김대식 부장이 안기자 고개를 갸웃하며 그 너머 이민화에게 입 모양으로 말했다.
‘왜 이래?’
‘많은 일이 있었죠.’
이민화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곧 포옹을 뗀 김대식 부장이 말했다.
“내 특별 유저 관리팀이 얼마나 많은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성실한지 깨달았다네! 고생하시게! 자네들은 ㈜즐거움의 자랑이야!!!”
그 말을 끝으로 김대식 부장은 귀신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사장 강태훈과 만났을 때 말하기를.
“특별 유저 관리팀은 우리 ㈜즐거움의 핵심적인 팀입니다. 많은 노동량과 정신적인 타격(?) 등을 생각했을 때, 잦은 보너스와 휴가를 주어야 할 것 같더군요.”
“그렇군, 참, 할 만했나? 특별 유저 관리팀 휴가를 추가로 보내게 되면 자네를 대타로 쓸까 하는데.”
“휴가는 빼고 보너스만 더 얹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식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리고 박민규 팀장은 피부가 새까매진 채 브리핑을 들었다.
“현재 민혁 유저의 현황은?”
“군주의 씨앗을 얻고 현재 아테네교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박 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오자마자 못 들을 소리를 들었다는 듯.
“군주의 씨앗? 아테네교……?”
그는 말문을 잃었다. 이민화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그간 있었던 군주의 씨앗을 얻은 일화에 대해 설명했다.
“하우쉔 길드 놈들이 그런 짓을 벌였단 말이지? 베아스 마을이 사라지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앞으로 3개월 후에나 등장해야 했을 군주의 씨앗이 나오다니, 그것도 하필이면 민혁 유저 손에…… 그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씨앗의 힘을 깨울 거야. 그리고 자네도 알지? 씨앗에 있는 건…….”
이민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난 힘이죠.”
“그래, 그리고 민혁 유저라면 어떠한 일을 해서라도 군주의 씨앗을 깨우려고 하겠지, 맛있는 게 나올 거라고 믿을 테니까.”
“그래서 지금 아테네교로 향하고 있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는 아테네교에서 로이나를 만나지 못할 거라는 거지.”
“네.”
로이나는 검의 대제 엘레보다도 더 친밀도를 쌓기 힘든 존재였다. 물론 애초에 군주의 씨앗의 퀘스트는 로이나나 교황을 만나야 진행된다.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거였다.
아테네교는 현존하는 교에서 가장 뛰어나며 그만큼 콧대 높은 자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민혁은 로이나의 환심을 살 수 없을 거다.
“또 민혁 유저의 신성력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아직은 절대 성자의 검을 뽑을 수 없겠지.”
그나마 박 팀장은 안심했다.
성자의 검은 상식선에서 신성력이 4천 가까이 되지 않는 이상 뽑을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지금 민혁의 신성력과 다양한 아티팩트에 따른 X의 힘으로도 그 정도엔 미치지 못했다.
그는 안심했다. 하지만 안심하지 말았어야 했다.
* * *
아테네교에 도착한 민혁은 커다란 신전을 볼 수 있었다. 신전은 그리스에서 볼 수 있는 신전처럼 화려하고 웅장했다.
아테네 신전은 세계 각국 서버에 하나씩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 NPC 사제들 중에서 특별한 존재들의 경우 세계 곳곳의 아테네 신전으로 워프할 수 있다.
그는 로이나와 교황이라고 들었다. 로이나와 교황은 자신들이 있는 방에서 걸음을 옮기면 각 나라의 아테네 서버의 아테네 신전으로 이동된다고 하였다.
즉, 그들은 한 사람뿐이지만 세계 어떤 서버에도 존재하는 NPC라는 거였다.
그리고 성자의 검이라는 것도 비슷했다.
모든 서버에 존재하지만 단 한 자루뿐이다. 뽑히는 순간, 그 서버의 물건이 되는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민혁은 아테네 신전에 관람료 천만 골드를 내고 입장했다.
아테네 신전은 입장 자체가 가능하긴 하지만 주위의 그 어떤 것도 시스템설정에 따라 손댈 수 없고 관람만 된다.
또한, 소란을 피우면 그 즉시, ‘카오’ 상태가 되는 저주가 내려진다.
그리고 입장료가 매우 비싼 편이었기에 실제로 방문하는 이들은 돈 많은 유저들뿐이거나 혹은 성자의 검에 도전하는 유저들뿐이었다.
일단 입장을 한 민혁은 입장 도우미 케네 사제를 흘겨봤다.
입장 도우미는 입장과 동시에 나갈 때까지 함께 붙어있는 사제를 뜻한다.
케네는 금발 머리카락을 깔끔하게 친 사제였는데, 무척 사람 좋게 생겼다.
그를 조심스레 불렀다.
“케네 님.”
“예.”
“혹시 로이나 님을 뵐…….”
“안 됩니다.”
“…….”
“…….”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말 대답하는데, 1초, 아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이 나왔다.
“정말 방법이…….”
“없습니다.”
“한 번만…….”
“즉시 나가시고 싶으십니까?”
애초에 처음부터 차단해버리자 난감해졌다. 예의 바른 민혁의 행색에도 불구하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민혁은 묵례를 취해 인사하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사람 사는 곳에는 결국 ‘융통성’이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방법을 만들어 만날 방법을 찾는 게 좋을 거다.
물론 민혁은 아테네 공식 홈페이지에도 검색해 봤다.
그에 사람들의 반응은 간단했다.
[로이나짜응: 로이나를 만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1. 로이나 피규어를 구매한다.
2. 로이나 베개를 구매한다.
3. 로이나 비디오를 구매한다.
4.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묵언 수행과 육식을 금하고 매일 12시간씩 아테네 신에 대한 기도를 올리고 사제가 된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댓글들은 순순히 수긍했다. 농담식으로 올린 글이 분명해 보였지만 그만큼 로이나와 연결되는 퀘스트조차도 지금은 확인되지 않는 때라는 거다.
하지만 방법. 방법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던 중 민혁은 걸음을 옮기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에 들어갔다.
그곳에 커다란 대검 한 자루가 꽂혀 있었다.
그 대검의 그립은 황금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검신에는 아테네교를 의미하는 황소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저 황소 참 맛있겠네…….’
그런 맥없는 생각을 하다가 민혁은 유저들이 도전해보는 것을 보았다. 모든 유저들은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때였다.
“우리나라 성기사 랭킹 8위 렌더스다!”
“렌더스!! 신성력이 자그마치 400을 넘는 어마어마한 자라지?”
유저들이 웅성거리며 감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렌더스는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은 사내였다.
그는 근육이 불끈거리는 자였는데, 그 앞으로 다가가 그립을 쥐고 힘을 주었다.
“흐으으읍!”
처음엔 이러한 소리가 났다. 하지만 갈수록 얼굴이 붉어지고 소리도 기이하게 변해갔다.
“끄아아아아아!”
하지만 성자의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저 검은 뽑히기나 하는 걸까?”
“사실상 불가능 아니야?”
“아테네에서 발표한 것에 따르면 저 성자의 검을 뽑으면 아테네교의 엄청난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지?”
“보상도 그렇다고 들었는데.”
“하지만 이 콘텐츠는 영원히 안 풀릴 거 같은데, 대체 신성력이 몇이어야 풀린다는 거야?”
유저들의 목소리. 그리고 민혁은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때마침 케네에게 말했다.
“성자의 검을 뽑으면 로이나 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케네는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민혁은 도전했다.
그리고 그도 렌더스라는 자처럼 실패했다.
민혁의 신성력 스텟은 1천이 넘지만, 실질적으로 2천 이상이었다.
그 이유는 판도라의 투구의 효과 덕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용지물이었다.
한숨이 턱 나온다.
그렇게 민혁은 일단 케네와 함께 주변을 돌아봤다.
그러던 중이었다.
“점심시간이군요.”
케네가 빙그레 웃음 지었다.
“이 안에서 육식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시겠지요. 형제님?”
“아. 네, 압니다.”
“식당으로 가시면 채식을 할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그곳에 이방인들이나 혹은 저희 사제들이 모두 식사하지요. 그리로 가시지요.”
엄격한 규율!
아테네 신전 안에서 감히 육식을 행하는 자는 없어야 했다.
그에 민혁은 그를 따라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보고 경악했다.
‘이게 뭐야!!’
민혁은 깜짝 놀랐다.
생마늘 샐러드라는 듣도 보도 못한 요리가 1만 골드.
갈라그라 샐러드라는 게 2만 골드.
양념 없는 시금치가 2만 골드였다.
민혁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결국 아무것도 구매하지 못하고 케네의 앞에 마주 앉았다.
‘배고파……!’
민혁은 슬퍼졌다.
그러면서 중얼거렸다.
“자연에도 뛰어다니는 동물들이 있거늘, 어찌 이곳은 풀밭이란 말입니까, 형제님.”
그리고 곧 케네가 먹는 음식을 보았다.
아무런 소스가 없는 샐러드였다.
마치 민혁이 방울토마토를 먹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민혁은 주변을 둘러봤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민혁 같은 표정이었고 입장 도우미들은 평소처럼 편안하게 식사 중이었다.
하지만 민혁은 알았다.
‘얼마나 맛있는 게 먹고 싶겠어!!!’
이곳은 양념조차도 인공 조미료를 써선 안 된다고 알고 있다.
오로지 순수한 재료들을 갈아서 사용해야 했다.
즉, MSG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보다가 민혁은 기발한 생각이 문득 났다.
‘어, 어쩌면……!’
일단 그곳의 왕을 만나기 위해선 백성과 친해지는 게 좋을 거다.
로이나는 왕이었고 사제들은 백성들일 수 있었다.
기발한 생각이 난 민혁.
그가 곧 말했다.
“사제님.”
“예.”
“그거 맛있나요?”
“아니요.”
케네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종이를 씹어 먹는 것 같군요.”
“아아아아, 저런!”
민혁은 누구보다 격하게 공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스님 같은 말을 하는 케네!
민혁은 그에 입꼬리가 쭈우욱 올라갔다.
“그러한 채소류의 식사를 더 맛있게 제가 한 번 대접해 드릴까요?”
“……?”
케네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민혁에게 물었다.
“무엇을 해주실 겁니까?”
사람이란 무릇 모두 새로운 음식에 관심을 갖는 법이었다. 그에 민혁은 싱긋 웃었다.
“두부 스테이크입니다.”
* * *
아테네교의 사제들은 인근에 가까운 ‘사제쉼터’에서 생활한다.
그곳에 온 케네는 넋이 나가 있었다. 옆에 동료 사제 라벤이 묻는다.
“케네, 자네 아까부터 왜 그렇게 넋이 나가 있어?”
“……아, 아닐세.”
“그래? 이상하구먼.”
그에 동료들은 계속 의아해했다. 그리고 케네는 씻을 때도 뭔가에 홀린 듯 넋이 나가 있었다.
“케네 오늘 왜 이래?”
“모르겠군, 조금 전에 어떠한 이방인이 식당에서 두부 스테이크라는 것을 만들어줬는데, 그걸 먹고 난 이후로 저 모양이군.”
그리고 케네는 여전히 넋이 나가 침대에 누웠다.
그는 상상했다.
잘 구워진 두부 스테이크.
그를 썰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왼손으로 포크를 쥐고 두부를 꾹 누른 채, 오른손으로 고기를 썰 듯 썰어내고 포크에 있는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었다.
그리고 뜨끈뜨끈한 그것을 입에 넣었을 때의 식감.
자려고 누운 케네의 입이 저절로 그것을 씹듯이 움직였다.
“그 뜨끈뜨끈한 것을 우물우물…… 그 담백한 맛…….”
태어나서부터 케네는 육식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는 오늘 비록 육식을 못 했지만 ‘고기’라는 것을 먹으면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밤 동안 그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었고 팔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두부 스테이크 금단 증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결국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상체를 일으킨 케네.
‘또 먹고 싶다…… 두부 스테이크…….’
그리고 그가 눈을 번뜩 떴다.
‘미, 민혁 형제니이이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아테네교의 사제들이 민혁교를 따르게 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