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24
밥만 먹고 레벨업 24화
“꾸이이이익!”
문을 열자마자 나타난 것은 정말 돼지였다.
하지만 일반 돼지와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약 두 배 정도 큰 크기라는 것.
그리고 엉덩이에 달려 있어야 할 꼬리가 이마에 두 개 꼬불꼬불 달려 있다는 것과 털 색깔이 금색으로 번들거린다는 거였다.
[보스방에 입장하셨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시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워프 게이트가 생성됩니다.]“화, 황금 돼지예요! 황혼의 무덤에서 간혹 나타나는 특별한 보스몹!”
“특별한 보스요?”
“네, 알기로 아이템 습득률 두 배 상승, 경험치도 두 배 주고 템도 본래 돼지에게서 나올 수 없는 걸 주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좀 더 강해요……!”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검을 꽉 쥐었다.
‘삼겹살…… 목살…… 등심……!’
정말이지 갈망했던 음식 재료 중 하나였다.
어떠한 이들에겐 삼겹살 같은 음식은 퇴근 후 소주 한 잔에 직장동료들과 먹는 음식일 것이다.
또는 어머니가 양팔 소매를 걷어붙이고 제육볶음을 해주는 일상 속의 음식일 것이다.
하지만 민혁에겐 아니었다.
그가 현실 속에서 고기와 같은 먹고 싶은 것을 모두 먹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달렸다.
꽈아악!
[바르디 검술.] [5분 동안 5대 스텟이 +9 상승합니다.]그의 몸에 힘이 깃든다.
황금 돼지가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민혁을 향해 맹렬히 달려온다.
그 거대한 크기의 민혁과 황금 돼지가 충돌하기 직전.
촤아아아앗!
민혁은 몸을 옆으로 비틀며 검으로 황금 돼지의 옆구리를 찢고 지나갔다.
“꾸이이이익!”
돼지의 비명 소리.
성난 녀석이 빠르게 몸을 돌린다.
민혁은 호흡을 차분하게 했다.
타앗!
저 녀석이 한 번만 들이받아도 꽤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
다시 놈이 맹렬한 속도로 달려온다.
민혁은 피하지 않았다.
대신 달려오는 황금 돼지를 노려봤다.
[급소 찌르기.] [성공할 시 공격력+17%가 추가됩니다.]다섯 곳의 돼지의 약점이 붉게 표기되었다.
정확하게 놈의 머리를 찌른다.
호흡을 가다듬고 양손으로 검을 꽉 쥔다.
쿵쿵쿵쿵쿵!
지척을 울리는 소리.
“꾸이이익!”
민혁의 손에 식은땀이 맺혔다.
곧이어.
“흐웁!”
타이밍과 거리, 그리고 놈의 속도를 계산하여 민혁이 힘 있게 검을 찔렀다.
정확하게 돼지의 목쪽을 향해 검이 뻗어졌다.
푸지이이익!
“꾸이이이이익, 꾸이이이이익!”
목 바로 밑쪽이 찔린 돼지가 발버둥 쳤다.
민혁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좌로, 우로 부웅부웅 몸이 들리는 걸 느꼈다.
잠깐, 검을 놓았다.
그리고 돼지가 민혁을 막 공격하려던 찰나.
[매직 미사일.]퍼지익!
락쿠가 정확한 타이밍에 시전해 두었던 매직 미사일.
하얀색 주먹 한 구가 돼지의 안면을 후려쳤다.
“굿잡!”
민혁이 한 바퀴 몸을 굴렸다.
빠르게 몸을 일으키면서 그 상태로 검을 꽉 쥐었다.
푸지이익!
“꾸이이이익……!”
놈이 비명을 토한다.
민혁은 이를 악물고 힘껏 뽑아냈다.
“꾸이이이이익!”
놈이 민혁을 그대로 들이 받아버렸다.
퍼지이잇!
푸슈유유유육!
그와 함께 놈의 목 밑에 박혀 있던 검이 뽑혀 나왔다.
황금 돼지의 목에서 붉은 피가 꿀럭꿀럭 흘러나왔다.
“크읍.”
몸을 일으킨 민혁은 이제 거의 끝나간다는 걸 알아챘다.
파앗!
지면을 박찼다.
“꾸이이이익!”
놈이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린다.
그리고 민혁의 검에 밝은 빛이 물든다.
[용맹의 일격.] [일격에 20%의 공격력이 추가됩니다.]푸화아아앗!
황금 돼지의 목이 깊게 베이며 녀석이 천천히 쓰러져 내렸다.
쿠우우웅!
몸이 부들부들 진동한다.
참으로 현실적인 모습이었다.
아직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금방 끊어질 것이다.
‘그러고 보면…….’
돼지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자신이지만 자신은 로이나에게 황혼의 무덤 관련한 퀘스트를 받았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끝냄과 동시에 알림이 울렸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레벨업…….] [퀘스트: 첫 파티 사냥 완료.] [1만 골드를 획득합니다.] [보너스 포인트 5를 획득합니다.]알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퀘스트: 황혼의 무덤 공략 퀘스트 완료.] [신클래스. 식신(食神)으로 전직합니다.] [레벨업을 위한 필요 경험치가 3배로 상승합니다.] [식신 스킬이 생성됩니다.]“……식신?”
민혁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신클래스.
민혁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신클래스는 정말 특별하다.
그리고 여러 시련을 거쳐야 할 수도 있으며 다소 얻기 쉬운 경우도 있다.
확실한 것은 히든 클래스, 시크릿 클래스, 혹은 전설 클래스보다도 더욱더 희귀하다는 거였다.
민혁은 먼저 스텟창을 열람해봤다.
(민혁)
레벨: 13
직업: 식신(食神) 0%
HP: 431 MP: 280
힘: 47+14 민첩: 37+32 체력: 25+12 지혜: 20+8 지력: 20+8 명성: 16
포만도: 50%
보너스 포인트: 15
확실히 자신의 직업은 식신이라는 것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그리고 의문.
‘식신 옆에 붙어 있는 0%는 뭐야?’
일단은 미루고 추가로 포만도 옆에 붙어 있던 /가 완전히 사라졌다.
‘흠…….’
고개를 주억인 민혁.
일단은 스텟창을 꺼봤다.
그다음 곧바로 스킬창을 열람했다.
기존에 있던 스킬을 제외하고 새로 생긴 스킬들을 확인했다.
(신선함의 묘미)
패시브 스킬
레벨: 없음
소요마력: 0
쿨타임: 0
⦁과일을 따거나 사냥을 한 후 1시간 이내에 요리해 먹으면 맛이 훨씬 더 좋아지고 스텟이 추가 상승한다.
“스텟 상승?”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뜻인진 알겠다.
생선도 갓 잡아서 회 떠 먹어야 맛있는 법이라고 했다.
그것처럼 신선함이 중요하다는 스킬 같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의아한 것은 바로 ‘스텟이 추가’라는 부분이었다.
‘밥 먹으면 스텟이 상승하기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그런 생각을 하며 민혁은 스킬창을 추가로 확인했다.
(식신의 진가)
패시브 스킬
레벨: 없음
효과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다양한 요소에 따른 스텟이 상승한다.
⦁???
⦁???
‘물음표?’
민혁은 경악과 함께 또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밥만 먹으면 스텟이 상승한다.
이럴 수가 있는 걸까?
‘너무…….’
사기적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스킬은 끝나지 않았다.
(재료습득.)
엑티브 스킬
레벨: 없음
소요마력: 100
쿨타임: 없음
효과
⦁도축되지 않은 고기, 손질되지 않은 채소 등을 한 번에 손질하고 얻을 수 있다.
(식신의 위대함)
패시브 스킬
레벨: ?
효과
⦁???
⦁???
‘오……!’
이상한 일이지만 민혁은 식신의 진가보다도 재료습득이 더 마음에 들었다.
사실 민혁은 닭을 손질했을 때 초반에도 매우 버겁다는 걸 느꼈다.
도축을 배운 사람이라면 모를까, 게임 속이어도 배우지 않은 사람이 하기에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만약 돼지나, 소라면?
민혁이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민혁은 황혼의 무덤에 오기 전, 근처 정육점에 들렸었다.
그곳에서 돼지를 가져오면 해체해주는지 물었고 10만 골드만 가져오면 모두 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런 번거로움이 민혁에게 사라진 것이다.
‘그래, 이게 바로 게임이지!’
민혁은 희열을 느꼈다.
일단 스킬은 여기가 끝이었다.
“민혁 님, 여기 템 나온 것 좀 봐요!”
민혁이 무언갈 하고 있다는 생각에 조용히 황금 돼지를 살피던 락쿠가 말했다.
확실히 템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와, 여기 스태프도 나왔네.”
황금 돼지여서 그런지 확실히 템 드랍 자체가 달랐다.
곧이어 그녀가 아이템을 습득했다.
여전히 자동분배 시스템은 켜져 있었고 로그아웃한 두 사람을 제하고 그 둘에게 고루 들어온다.
[파티: 67,354골드를 획득합니다.] [파티: 민혁 님이 황금 돼지 가죽(1)을 획득합니다.] [파티: 락쿠 님이 황금 돼지 뼈의 스태프를 획득합니다.] [파티: 민혁 님이 황혼의 구슬을 획득합니다.] [파티: 민혁 님이 황금 돼지의 보석을 획득합니다.]“민혁 님, 제 손 잡아요.”
“왜요?”
“트레이드하게요. 4만 골드랑 황금 돼지 뼈의 스태프 드릴게요. 이거 레어예요!”
피식
민혁은 웃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냥을 자신이 했기에 미안해서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사실 민혁은 관심도 없었다.
지금 그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
바로 돼지였으니까.
“스태프 님 써요, 돈도 반씩 나눴으니까 괜찮고. 어차피 저 마법사 아니어서 스태프 쓸 일 없어요.”
“아, 그래도 미안…….”
“미안하면 어서 밖으로 나가시죠.”
“에?”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꼭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
그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민혁의 표정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은 당장 나가지 않으면 PK를 해버리겠다는 듯 살벌한 표정이다.
“아, 알겠어요. 그렇게 무섭게 보지 마요.”
그녀가 공략 후 열린 워프 게이트 쪽으로 걸음 했다.
그러다 민혁이 아차 해서 물었다.
“맞다, 혹시 직업 옆에 0%? 이거 뭔지 아시나요?”
“아, 네, 알아요. 그거 100% 채우면 보통은 2차 전직하는 거예요.”
“오. 알겠습니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식신이, 그냥 식신으로 끝나지 않는 거 같았다.
“즐아하세요!”
“넵, 즐아요.”
곧이어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지고 민혁은 황금 돼지에 손을 뻗었다.
“재료습득.”
[안심, 등심, 알등심, 등심 덧살, 목심살, 앞 다리 살, 암 사태 살, 항정살, 볼기 살, 설깃살…… 삼겹살…… 오돌 삼겹…… 갈비…… 마구리…… 생략]민혁의 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그 홀로그램에는 각 부위의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거기에 부산물인 내장과 족, 머리뼈, 피까지 보였다.
[획득할 재료를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민혁은 친절한 알림에 손가락을 뻗어 하나하나 클릭했다.
[삼겹살을 획득합니다.] [갈매기살을 획득합니다.] [안심살을 획득합니다.]돼지 한 마리에는 정말 많은 부위가 있고 대분할이 7개, 소분할 22개이다.
그리고 이중 버릴 게 정말이지 없다는 거였다.
털과 돈피를 포함한 전부 획득한 민혁은 씨익 하고 웃었다.
‘반갑다, 돼지야.’
그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 * *
민혁의 아버지 강민후.
그리고 게임 속 흑염룡인 그는 막 파티 사냥을 끝내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는 민혁을 보기에 앞서 레벨을 충분히 찍고 싶었다.
그리고 아테네는 확실히 재밌었다.
때문에 그는 요새 꽤 즐기고 있었으며 많은 돈을 들여 템도 최고가로 맞춘 상태였다.
‘후후, 모두가 놀라더군.’
이제 그의 레벨은 고작해야 30이었다.
하지만 함께 파티 사냥을 한 동렙 유저들은 경악했다.
어떻게 템이 그렇게 좋을 수 있냐면서.
그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웃음이 가득했다.
‘내 유머가 먹힌 것이지.’
그는 자주자주 유머를 던졌다.
일할 때도 그렇지만 게임 속에서도 즐겁게 해야 좋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던진 유머는 이런 것들이었다.
‘여러분, 창으로 적이 찌르려고 할 때 쓰는 말이 뭔지 아십니까?’
‘뭐, 뭔데요. 흑염룡 니임!’
그들은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푸웁 하고 웃곤 했다.
‘창피해.’
‘에?’
‘창으로 적이 찌르려고 할 때 쓰는 말이 ‘창피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