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55
밥만 먹고 레벨업 356화
웅장한 콜로세움.
본래 기사들이나 혹은 격투가 등이 있어야 할 그곳에 올라선 것들은 커다란 식탁들과 조리도구들이었다.
일곱 명이 넘는 예선 합격자들의 이름표가 그 위로 올라가 있었으며 수만의 관중들이 가득 찼다.
오늘 하루, 알베로 영지는 모두가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알베로 영지의 영지민들 대부분이 이 대회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과거 식신이 요리하여 만족시켰던 미식 드래곤!
하지만 과거의 식신은 죽었다.
이제 새로운 식신이 도약해야만 할 때였다. 이 미식 드래곤의 만찬은 그러한 자를 뽑는 자리!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식신이시여!!!”
“식신이시여!!”
영주 안톤. 정확히는 황혼의 요리사 안톤이 입장하는 순간, 그를 ‘식신’이라 찬양하는 목소리가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다.
안톤.
전대 식신이 죽은 후에, 그는 이 알베로 영지의 영주로 왔다. 그리고 대륙 전체에 자신의 식당을 가지고 있던 안톤은 엄청난 권력과 부를 거머쥔 이였다.
그러한 그가 식신의 영지의 환심을 사는 것은 어렵지 아니했다.
세금을 감면하였으며, 영지민을 위해 자금을 풀었다. 그런 식으로 영지민의 환심을 샀으며 바람잡이들을 통해 ‘전대 식신’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다.
그렇다. 안톤은 영주로써 본다면 못된 이는 아니다.
하나, 그는 ‘식신’의 자리를 돈과 권력으로 샀다 할 수 있다.
또한, 영주로서 나쁘다 하지 않을 수 있으나, 그는 요리사로서는 아니다.
자신의 라이벌이자 유일하게 전대 식신을 섬기는 인물 루카로의 왼쪽 손을 괴한을 시켜 망가트려 버린 것.
또한, 그를 쫓아내기 위해 계속 사람들을 보내었으니, 그는 요리사로서 자격 미달.
정확히는 그저 ‘정치인’일 뿐.
하나, 그 사실을 모르는 영지민은 그를 찬양하며 우레와 같은 함성을 터뜨린다.
그가 입장함과 동시에 터져 나온 함성.
그리고 영지민들의 목소리.
“식신님께서 미식 드래곤을 만족시킬 거야!”
“세상에! 지상 최강의 존재인 드래곤! 드래곤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존재라니.”
“여기 있는 모든 관중에게 자신이 오늘 만들었던 요리까지 베푼다고 하셨어!”
“그의 요리는 뛰어난 버프를 머금고 있지, 그의 요리를 먹는다면 며칠 동안 피로하지 않을 걸세!”
그리고 영주 안톤이 무대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관중들이 자신들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잡는다.
그리고 그들의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하늘을 올려다본다.
“미, 미식 드래곤!!!”
“그 어떠한 드래곤보다 강력하며 흉포한 존재!!”
“응에에에에에에에!”
“무, 무서워…….”
미식 드래곤은 허공에서 멈춰섰다. 놀라운 일이다.
날갯짓을 하지 않음에도 하늘 위에서 편안하게 지상을 내려다보는 그.
엄청난 무게를 견뎌내는 플라이 마법!
과연 마법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다운 면모였다.
그와 함께, 속속들이 요리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의 바르사와 그 수제자들이다!”
“노을 식당의 한식의 장인 아그르와 그 제자들도 함께 있어!!”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이 화려함 그 자체라면, 노을 식당은 정갈함 그 자체지.”
“크흐~ 밥이냐, 스테이크냐 아니야?”
“그렇지!”
이처럼 모든 요리사는 주방보조나 혹은 수제자들과 함께였다. 미식 드래곤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드래곤!
대용량 요리를 하기 위해선 쉽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루카로가 외로이 무대 위로 향했다. 그가 가는 동안은 그 어떠한 함성도 없었다.
또한, 그의 곁에 동료도 없었다. 그는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관중들은 처음 그를 욕하려고 했다. 하지만 욕할 수 없었다.
‘뭐, 뭐지?’
‘멋있는데?’
‘뭔가 당당해 보여.’
그것은 루카로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긍지 때문이었다. 혼자서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 긍지로 인해 관중들은 매료되어 버린 것.
하지만 루카로는 혼자이다. 대량의 음식을 만드는데 쉽지 않을 터다.
“요리시간 제한은 없습니다. 8인의 미식가들과 미식 드래곤의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자가 우승합니다. 또한, 우승자에게는 5대 전설의 재료를 얻을 수 있는 ‘5대 전설의 상자’가 주어집니다.”
“신이 지상에 내렸다는 전설의 5대 재료!!”
“신들의 세상에서 신들이 먹는 재료라더군!”
“심지어 상자에서 나오는 재료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지!!!”
“그 값어치는 천문학적이기까지 해!”
많은 관중과 요리사들이 감탄한다.
그는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의 바르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이 내린 요리재료. 5대 전설의 재료. 그것도 심지어 원하는 재료를 상자에서 뽑을 수 있다. 그 하나하나가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
바르사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이곳 요리사들은 알았다.
여기에서 만약 안톤을 제치고 우승한다면, 안톤의 후예가 될 수 있다.
즉, 다음 영주의 자리는 자신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베로 영지는 왕국의 왕이 특별히 지목한 영지!
이곳에서의 힘은 곧 요리이다.
또한, 바르사는 그를 통해 대륙 전체에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을 내고 막대한 부를 벌어들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요리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성을 여러 채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들은 말 그대로 탐욕에 물들었다. 요리를 통해 남들을 기쁘게 해주는 소망이 아닌, 자신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려는 그들.
그들 틈에서 한 남자가 경건하게 묵례를 취하고 있었다.
‘나의 요리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게 힘을 주십시오. 식신이시여.’
그리고 루카로가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미식 드래곤의 만찬이 시작된다.
탁!
요리사들이 펼치는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최상급 식칼 가방.
그 안에서 빛을 뿌리는 여러 개의 화려한 식칼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의 조수들이 최상급 재료들을 씻고 주방장이 칼을 쥐고 칼질을 시작한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탁-
요리란 맛도 중요하나, 모양도 중요한 법. 당근 하나를 썰어도 1㎜의 오차도 존재하지 아니했다.
그들의 화려한 손놀림!
그에 절로 관중석에서 감탄이 터져 나온다.
“우, 우와아아아아아!”
그리고 누군가는 커다란 가마솥을 꺼낸다. 노을 식당의 주방장이 가마솥 밑으로 손을 뻗는 순간.
화르르르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피어오른다.
“노을 식당의 주방장은 2클래스 마법을 배웠다고 하지, 그 이유가 오로지 요리에 마법을 접목시키기 위함이라고 하니, 참으로 대단해!”
“그의 마나가 있는 한, 저 불은 꺼지지 않겠지. 또한, 화력조절도 일품이라고 해.”
모두가 감탄사를 터뜨린다. 그리고 영주이자 가짜 식신인 안톤.
영주성의 메인 요리사들이 발 빠르게 그를 돕는다.
“듣기론 SS급 이상의 재료들만을 가지고 왔다고 하는군.”
“개중에는 5대 전설의 재료와 비견되는 세이렌의 눈물이라고 표현되는 재료도 있다나 봐.”
“엄청난 재료, 엄청난 실력! 크흐!!!”
그리고 그들의 틈 안에서 한 손을 이용해 묵묵히 반죽하는 사내가 있었다.
느렸다. 굼벵이처럼, 처음 그의 모습에 매료되었던 관중들은 실망했다.
“혼자서 뭘 하겠다고!!”
“미식 드래곤을 그걸로 배불리 먹일 수 있겠어? 가서 네 거지 같은 조수나 먹여라!!!”
“하하하하하하!”
루카로의 거지 같은 조수!
그는 며칠 동안 이곳에 머물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루카로의 한심한 모습에 지쳐 떠나간 것 같았다.
“정숙하십시오! 대회는 시간제한이 없습니다. 떠들지 마시오!”
미식가들이 한 말이었다. 미식가들은 관중, 다른 요리사들과 다르게 루카로를 극찬하고 있었다.
‘다급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손은 다급하기보다 신중하기 그지없어.’
‘어찌 한 손으로 저렇게 노련하게 반죽할 수 있는 거지,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섞이지 않아야 할 물과 기름이 섞이는 듯하니, 가히 예술이로다.’
‘그는 이번 요리에서 피자를 선택했다. 구워낸다는 걸 감안한다면 그가 조리를 위해 볶거나 튀기거나 할 필요는 없지. 그의 전략 중 하나.’
‘하지만 문제는…….’
다른 것에 존재했다.
한 손으로 만든 요리.
피자가 만들어질 때마다 대형 피자를 만들기 위해 덧붙이고 또 덧붙일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피자는 한없이 식어버릴 것이다.
피자라는 음식은 식었을 때 가장 맛이 없는 음식이다.
눅눅해진 치즈와 토핑들, 심지어 시간이 너무 오래되면 딱딱해진 그 맛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피자란 자고로 베여 물었을 때, 치즈가 늘어나야 하며 입안에서 따뜻함을 선사해야 했다.
양날의 검.
그것이 루카로가 하고 있는 요리이다.
그리고 반죽을 어느 정도 끝낸 후, 루카로를 보는 미식가들이 탄식을 흘렸다.
‘재료는 어떻게 썰 것인가?’
‘한 손으로 정갈하게 재료를 썰어낼 수 있는가?’
‘음식은 맛도 중요하나 모양도 중요한 법.’
그리고 관중들도 잘 씻어낸 재료 앞에 선 루카로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는 혼자였기에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루카로가 자신의 허름한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의 ‘왼손’이었다.
“……!”
“……!”
이는 마도사가 만들어낸 왼손이다. 없는 손 위로 그를 끼우는 순간 실제 손처럼 움직이며 따뜻하기까지 하다.
루카로가 전 재산을 털어서 구매한 물건!
하지만 이러한 가짜 왼손은 섬세함이 떨어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법!
하지만 루카로가 왼손을 낀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탁-
빛과 같은 솜씨로 빠르고, 화려하게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하는 루카로!!
“미, 믿을 수 없어…….”
“어, 어떻게 저럴 수가…… 저 가짜 손으로…….”
“혼자서 수천 번, 수만 번도 더 연습한 거야!!”
가짜 왼손은 하루에 발동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
하나, 그는 그 제한적 시간을 이용하여 꾸준히 갈고 닦은 것이다.
‘이것이 제가 만드는 요리입니다. 식신님.’
루카로의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볶고 튀기고, 썰고.
그 어떠한 기술도 영주 안톤에게 밀리지 아니하니, 모두가 그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판의 피자를 오븐을 이용해, 굽기 시작한다.
“확실히 느리다…… 그, 그런데 되게 잘해…….”
“와…… 루카로가 양손으로 요리하는 건 처음 봐.”
“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요리사들의 영지인만큼 모두가 루카로의 놀라운 실력을 알아봤다.
이제껏 자신들이 그를 욕하였으나 그의 실력은 인정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드디어 한판의 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꾸, 꿀꺽…….”
“마, 맛있겠다…….”
“루카로를 이제껏 욕했지만, 그가 만든 빵은 최고인 건 부정할 수 없네, 나도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밤잠을 설칠 정도였지.”
“와, 지글지글 끓는 듯한 저 치즈를 좀 봐.”
모두가 감탄할 때, 어느덧 2시간이 흘러 루카로는 여섯 판의 피자를 구워냈다.
그리고 루카로가 피자 한 판의 온도를 체크했다.
“…….”
온도가 떨어졌다. 피자가 식어버렸다. 반대로 다른 요리사들은 아직 재료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그들은 대량의 요리를 한 번에 만들어내 따뜻함을 유지할 생각인 것.
하지만 그것은 다수일 때나 가능한 법이다. 혼자인, 루카로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곧 생각했다.
‘전설의 태양의 밀만 있다면…….’
전설의 태양의 밀은 무엇인가?
태양의 힘을 온전히 받아, 영원히 식지 않고 불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설적인 밀이다.
또한, 사람이 가장 먹기 좋은 온도, 혹은 그 요리에 가장 어울리는 온도를 영원히 유지하는 전설의 요리재료이다.
그 재료만 있다면…….
문득 자신이 쫓아낸 민혁이 생각난다.
‘멀리멀리 가게. 돌아보지 말고.’
그는 그를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끼디디디딕-
잘 움직여주던 왼손의 사용시간이 끝났다.
하지만 루카로.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한 손으로 피자 반죽을 펼치고 토핑을 뿌린다. 그리고 발 빠르게 움직인다.
그 모습에, 관중석의 요리사들은 감탄했다.
“진정한 장인…….”
“포기할 줄을 몰라…….”
“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눈이 죽지 않았거든!”
그들은 이제까지 욕했던 루카로를 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루카로도 한계에 도달해간다.
요리도 상당한 체력을 소모하는 바.
빠르게 움직이던 루카로가 무언가에 걸려 넘어졌다.
“크흡!”
한데, 문제는 오른손만으로 쓰러지는 몸을 지탱하느라 오른손이 심하게 꺾였다는 것.
커다란 통증이 오른손을 엄습해온다. 하지만 비틀거리며 서둘러 일어선 루카로는 통증 따위 무시했다.
그리고 구워지지 않은 피자를 넓은 쇠판 위에 올려 한 손만으로 들어서 오븐으로 올리려 했다.
그러자 거대한 통증이, 그의 손을 타고 흘러온다. 그가 피자를 잡은 손을 놓치려 했다.
“아, 안 돼!!!”
그가 균형을 잃어버린 피자를 보며 탄식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 그의 오른손을 잡아주었다.
덥석-
그리고 피자를 함께 오븐에 넣었다.
루카로. 그가 그를 바라봤다.
누구지?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그 사내.
그가 빙긋 웃어 보였다.
“주방장님, 주방보조를 빼놓고 혼자 요리하시다니요! 정말 너무하십니다!!”
그는 흙투성이에 몸 곳곳이 흠뻑 타버린 흔적이 역력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하나, 그 앞에서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웅성웅성-
관중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누군가 루카로를 돕기 위해 왔다.
한데, 그 모습이 심상치가 않다.
뜨거운 화상에 그을린듯한 그 모습.
그리고 낯익은 얼굴.
“루, 루카로의 집에 얹혀살던 거지잖아?”
“우리 레스토랑에 밥을 구걸하러 왔던 그 거지!!”
웅성거림이 커진다.
그리고 사내 민혁. 그가 루카로가 구운 피자를 보았다.
딱딱하게 식어버린 피자.
그리고 민혁이 말한다.
“주방장님, 제가 영원히 식지 않을 재료를 구해왔습니다.”
그리고 그가 인벤토리에서 자루를 꺼내었다. 그 자루를 식탁 위에 펼치는 순간.
화르르르르르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크흑!”
루카로가 깜짝 놀라며 한 걸음 물러났으나, 곧 이상함을 느꼈다.
‘뜨겁지 아니하다?’
그리고 이어 그 화염들이 그 재료들로 저절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밀이었다.
밀이 붉은 태양을 집어삼키고 콜로세움 전체를 뜨겁게 밝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