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54
밥만 먹고 레벨업 355화
주방으로 들어온 루카로.
그는 조리모를 쓰고 조리복을 입었다. 민혁도 그처럼 차려입었다.
“테이머인 자네에게 한 가지 알려주자면 요리의 첫 번째는 위생이네.”
“네.”
민혁은 일단 대답은 했지만 테이머라는 말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루카로는 미리 불려 두었던 팥을 삶기 시작했다. 팥을 삶은 후에, 첫 물을 버려주고 다시 삶는다.
그의 움직임은 신중하고 정확했다.
‘대단해.’
민혁은 그를 보면서 작게 감탄했다. 그는 팥앙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장인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계량기를 따로 쓰지 않았는데, 정확한 양의 물을 부으며 타이머를 쓰지 않아도 정확한 시간에 불을 껐다.
그리고 한 손으로 팥을 으깬다.
하지만 그 모습이 쉬워 보이진 않았다. 그는 오른손밖에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주겠나?”
작게 웃음 지은 루카로.
민혁이 잘 삶아진 팥을 으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단팥빵 반죽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러면서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예선전을 통과한 음식은 제값의 2배의 가격으로 영지에서 매입한다고 하네, 또한, 매입된 빵은 영지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고 하더군.”
루카로는 무료로 나눠주는 빵이 배고픈 자들을 배불리 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뻐하고 있었다.
또한, 합격하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어, 입가에 즐거움의 미소가 만연했다.
마치 민혁이 맛있는 먹거리를 먹고 싶어 하는 표정처럼, 그는 남이 자신의 빵을 먹어준다는 생각에, 한없이 행복하고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손이 퐉! 하고 움직일 때마다 곱게 갈린 밀가루가 뿌옇게 흩날린다.
땀 한 방울이 흐를 때마다 손수건을 이용해 땀을 닦아냈다.
그는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에게서 보이는 모습, 말 그대로 뛰어난 장인이었다.
고작 단팥빵 하나를 만드는 것임에도 그는 온 힘을 쏟아붓고 있었으니, 민혁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온다.
‘어찌 저 한 손으로…….’
팥앙금을 머금고 산양의 우유로 반죽이 된 단팥빵이 오븐 안으로 들어간다.
오븐 안으로 들어간 단팥빵이 빠르게 익어가기 시작한다.
그 앞에서 영락없는 어린아이처럼 웃는 루카로.
그를 보며 감탄할 때 민혁에게 알림이 들려온다.
[진정한 장인 요리사의 요리 만드는 과정을 보셨습니다.] [당신의 요리에 대한 이해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손재주 100을 획득합니다.] [당신이 만든 요리의 맛 부분이 30 상승합니다.]그리고 오븐 안에서 단팥빵을 꺼낸 루카로.
그가 단팥빵 하나를 양옆으로 쭈욱 찢자, 모락모락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민혁의 목울대가 자신도 모르게 꿀꺽하고 움직인다.
반으로 나눠진 단팥빵 안의 팥앙금은 또 어떠한가.
반으로 찢은 루카로가 그에게 단팥빵을 내밀었다. 막 만든 빵.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이는 오로지 그 빵을 만들어낸 이들일 수밖에 없다.
빵을 한 입 베어 물자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사이로 조금 뜨거운 팥앙금이 느껴지는데, ‘허어~’ 하면서 혀를 굴리며 먹자 그 달콤함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진짜 맛있어요……!”
“여기 산양의 우유와 함께 드셔보시게.”
벌컥벌컥-
보드라운 단팥빵을 먹다가 그 시원한 산양의 우유를 한껏 들이켰다.
입안에 남아 있던 단팥빵이 녹아서 사라진다.
그리고 부드럽고 담백한 목 넘김에 ‘후~’하는 숨이 저절로 뿜어져 나왔다.
[장인의 요리사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놀라운 단팥빵을 드셨습니다.] [일주일 동안 배고픔이 사라지며 활력 +20%가 상승합니다.] [높은 경지에 오른 이의 단팥빵을 드셨습니다.] [당신의 버프 능력에 어떠한 버프를 넣을지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민혁은 경악했다. 그리고 루카로를 보았다.
“요리에 뛰어난 능력을 담는 것도 분명 중요한 일이네, 하지만 난 이 단팥빵으로 영지에서 배고픔을 느끼는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민혁이 경악한 이유는 하나였다. 요리에 어떠한 버프를 넣을지 자신이 조절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루카로의 요리를 먹음으로써 자신이 새로운 경지에 올랐다는 거다.
‘이는 내가 식신이란 직업이기에 가능한 일.’
만약 일반적인 사람들이 빵을 먹었다면 자신처럼 요리에 대한 깨우침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루카로는 자신이 만든 단팥빵을 예쁘게 싼 포장지에 담아 영주성으로 향했다.
* * *
미식 드래곤의 만찬.
이 대회의 예선과 본선에는 총 여덟 명의 심사위원이 존재한다.
이 여덟 명의 심사위원 중 7인은 뛰어난 미각을 가졌다고 소문이 자자한 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인의 경지에 오른 요리 연구가, 실제 장인의 요리사, 요리재료 탐색가, 기괴한 미식가 등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대회 참가자 겸, 요리사, 그리고 영주인 안톤이 있었다.
또한, 이 미식 드래곤의 만찬의 예선전 참가 음식들은 전부 누가 만들었는지 불분명하게 표기된다.
그 이유는 사람을 보지 아니하고, 그 음식만을 보고 판단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안톤.
그는 7인의 미식가들이 올려놓은 최고로 뛰어났던 요리들을 나열해놓았다.
영주 안톤은 그 앞에 나열된 음식 네 가지를 보았다.
“그대들이 뽑은 가장 뛰어났던 요리는 무엇이오?”
그 질문에 7인의 미식가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하였다.
“단팥빵입니다.”
예선전이라고는 하나, 요리들은 제법 화려한 것들이 나왔다.
크라켄을 사냥하여 만든 게살 스프.
백년설삼을 설탕에 절인 후에 맛좋게 만들어낸 사탕.
소고기를 이용해 만들어낸 필라프 등.
화려함 그 자체였다. 한데, 안톤은 그중에서 가장 평범하고 하찮아 보이는 단팥빵이 예선에 올라온 것부터가 거슬렸는데, 그것이 최고라 한다.
7인의 미식가와 안톤은 심사위원이지만 확실하게 달랐다.
7인의 미식가는 안톤이 함부로 조종할 수 없는 인물들!
‘입들이 어떻게 된 것인가.’
고작 저딴 단팥빵이 최고의 요리라 말하다니, 그들의 찬란했던 과거도 이제 한물간 건가 싶었다.
그리고 안톤은 보이지 않는 조소를 머금고 단팥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
그 순간, 안톤은 말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부드러운 빵의 결, 적당한 반죽량.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달콤한 팥앙금.
팥앙금이 적당히 달콤하다. 너무 달콤하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
하지만 이 달콤함은 적당함이었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어떻소? 맛있지 않소?”
“평범한 재료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내다. 과거의 식신을 보는 듯하오.”
그리고 안톤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음미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그를 미식가들의 목소리가 깨어냈다.
그는 끝 맛에 산양의 우유 맛을 캐치한 것이다.
‘도, 도대체 누가 산양의 우유를!!’
경악하는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이 빵을 만든 자. 혹시 파라다이스 레스토랑의 주방장이요?”
“이제 이 요리들의 주인들이 곧 알려질 테니, 조금만 참으시지요.”
미식가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안톤은 요리를 한입씩 맛보았다.
그리고 어째서 심사위원들이 빵을 최고라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너무 화려하기만 한 맛들 뿐이다. 반대로, 이 빵은 화려하지 않고 그저 맛있다.’
그리고 모든 평가가 완전히 끝났을 때, 그제야 요리 주인의 정체가 밝혀졌다.
이미 안톤도 단팥빵에 최고의 점수를 주었다.
자신이 먹었던 크라켄의 살로 만든 스프는 파라다이스 주방장이 만든 것.
그 외의 뛰어난 요리들도 알베로 영지의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들어낸 거다.
그리고 단팥빵.
[루카로.]“……!?”
안톤은 경악했다. 루카로. 식신의 후예가 만들어낸 단팥빵!
그는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비수가 날아온다.
“루카로. 그자의 손을 그리 만들었으면 안 됐습니다.”
“맞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정체 모를 괴한이 루카로라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이의 손을 망가뜨렸습니다.”
그리고 한 미식가가 묻는다.
“과연 누구일까요?”
“크흠!!”
미식가들은 세계 곳곳에서 온 인물들!
애초에 알베로 영지의 이들이 아니다.
그들의 비수에 안톤은 헛기침으로 부정했다.
그러나 이미 어쩌겠는가? 자신 스스로가 루카로가 만든 빵에 합격점을 주었다.
‘빌어먹을.’
예선전 참가자들의 본선 대회는 바로 내일 이루어진다. 그리고 미식 드래곤이 나타나는 날이다.
* * *
합격자 발표. 광장 앞으로 무수히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루카로와 민혁 또한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루카로를 비난하는 이들이 쇄도했다.
“그런 쓰레기 같은 자를 섬기다니, 썩 우리 영지에서 떠나라!!”
“루카로!!! 너는 우리 영지의 수치다!”
“손 하나로 모자란 게냐? 사지를 찢어줄까?”
타락한 요리사들이 뱉어내는 말.
하지만 루카로는 그 안에서도 긍지를 잃지 아니했다.
누군가 외쳤다.
“네놈은 절대 예선전을 통과할 수 없어!!”
그리고 민혁은 그 틈에서 비웃었다.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가?’
그들은 시기할 뿐이다. 식신을 섬겨서 욕한다는 것은 핑계일 뿐.
그의 천재적 재능에 열등감을 가지고 욕할 뿐.
이쪽에서 맞받아칠 필요는 없다.
바로 그때, 합격자 공문이 붙었다.
그리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요리.
그 요리의 주인이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있었다.
[루카로. 단팥빵.]“……!”
“……!”
“……!”
“……!”
모든 요리사가 경악했다. 어떻게 하나뿐인 팔로?
심지어 더 놀란 것은 그가 만든 요리는 흔하디흔한 단팥빵이라는 거였다.
한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예선에 합격한 자들의 요리는 무료로 나눠질 것입니다. 하지만 단팥빵은 제외됩니다.”
“……!?”
그에 루카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 어째선가!?”
“배고픔을 일주일 동안 채워준다는 힘이 깃든 이 단팥빵은 사실상 요리사의 영지라는 이곳과 맞지 않소. 모두가 일주일 동안 배불러진다면 모든 식당의 매출이 크게 하락할 터, 이는 영주님의 결정사항이요.”
“……!”
루카로.
예선전에 통과한 기쁨을 오래 만끽하지도 못했다. 배고픈 이들에게 빵 하나 나눠주고 싶었을 뿐이거늘!!
그리고 루카로는 생각했다.
‘계속 이럴 것이다.’
대회 안에서도. 어쩌면, 오늘 밤 습격이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옆에서 민혁이 말한다.
“우리가 함께 만든 단팥빵을 나눠주지 못하겠다고요? 무슨 그런 말이 다 있죠?”
“……무슨 소리인가?”
그리고 루카로의 얼굴은 딱딱히 굳어 있었다.
“예?”
민혁이 돌아보자 그가 말했다.
“우리라니? 내가 만든 거지.”
“……?”
루카로의 표정은 한없이 차가웠다.
그리고 그가 말한다.
“착각하지 말게. 테이머 양반. 내가 만든 요리야, 우리가 아니라.”
그리고 루카로는 또 한 번 말한다.
“내가 자네 같은 파렴치한과 함께하다니, 실망일세. 당장 이 영지에서 썩 꺼지게!! 거지 같은 놈을 거둬주었더니 이딴 식으로 갚아!?”
“…….”
민혁은 말문을 잃었다.
그리고 루카로가 하는 말의 풀이는 끝났다.
‘내일. 알베로 영지는 예정대로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루카로도 죽고 이 자리의 모든 이들이 죽는다.
루카로는 짐작했다.
누군가 자신을 막아서는 한, 미식 드래곤은 만족하지 못한다.
그에 루카로는 자신을 떠나보내려 한다.
오로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썩 꺼지란 말 안 들려!!!”
슬픔이 끓어오르는 가슴, 말은 그렇게 하나 루카로의 눈은 한없이 슬픔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민혁은 알았다.
‘어째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었는지. 내가 루카로를, 이 영지를 구원한다.’
그리고 힌트로 얻어진 전설의 태양의 밀.
“카악 퉤!!! 치사하네요! 정말 실망입니다!”
민혁은 침을 뱉는 시늉을 했다. 루카로는 자신을 계속 밀어낼 것이 분명하다.
차라리 그가 바라는 대로 한다. 그동안 그의 마음이 편해질 수 있게.
대신에.
“제가 이제까지 일을 함께해 줬으니 전설의 태양의 밀이 있는 위치나 알려주시죠!”
“자, 자네가 전설의 태양의 밀을 어찌……?”
루카로는 놀랐다. 그가 전설 속에 내려오는 그 밀을 어찌 아는가?
하지만 그것보다는 전설의 태양의 밀이 알베로 영지와 조금 동떨어진 곳에 있다는 걸 알았다.
‘민혁, 방랑자인 자네는 이곳에서 죽어선 안 돼, 차라리 그곳으로 간다면 자네는 살 수 있겠지.’
루카로가 화를 내며 말했다.
“저쪽 바위를 넘어서고 태양과 가장 가까운 쪽으로 가면 전설의 태양의 밀이 있다. 이제 알았으면 썩 꺼져라!!”
그 말에 민혁은 뒤도 안 돌아보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무수히도 많은 인파 속. 그가 사라졌다.
민혁은 떠나면서 생각했다.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루카로 님.’
반대로 루카로는 생각한다.
‘멀리멀리 가시게, 자네만큼은 꼭 살아남게.’
서로가 다른 생각을 품고 다음 날 아침이 밝는다.
그리고 ‘미식 드래곤의 만찬’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