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6
밥만 먹고 레벨업 36화
그녀는 미간을 구겼다.
뭐야, 이 사람.
정말 관심이 1도 없다.
“저기요. 제 말 듣고 있어요?”
“크흐, 소스에 파인애플이랑 체리 같은 거 넣고 만들어도 짱인데…… 아, 이따가 해 먹어야지~”
결국, 참다못한 루니가 몸을 일으켜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 님아! 지금 김석현이 당신한테 10억 몸값을 제시…….”
팍!
그에 사내가 거칠게 그 손을 쳐냈다.
“아, 님! 아까 대답했잖아요. 난 맛있어서 한다고, 근데 왜 이렇게 귀찮게 해요!”
“아, 아니…… 10어…….”
“뭐, 10이 어쩌구저쩌구, 얼마 하지도 않는구만! 전 지금 돈까스 먹는 게 더 중요하다고요!”
현재 민혁이 현실에서 가진 개인 자산은 900억 이상이다.
“어, 얼마 안 한다니…… 그리고 김석현이 직접…….”
“한 번만 더 건드리면 포크로 죽을 때까지 찌를 거예요!”
사내가 마치 포크를 무기로 쓰기 위해 집었다는 듯이 노려봤다.
정말로 그에게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수웅!
그가 그것을 휘휘 휘둘렀다.
“꺅, 죄송해요!”
그녀가 도망치듯 벗어났다.
그리고 그녀는 라벨에게 귓속말을 했다.
[루니: 라벨 님……ㅠㅠ]* * *
“와, 왔습니다. 답변!”
수현이 황급히 말했다.
김석현이 관심을 가지고 그의 앞에 척 섰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10억. 그 정도면 눈이 안 돌아갈 사람이 어딨겠어. 하지만 난 당신의 그 가치로 100억 이상을 끌어오겠어. 또…….’
경쟁자를 제거한다.
최고는 괜히 되는 게 아니다.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그게 안 되면 밟는다.
그게 김석현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요리를 만들어낸 자를 자신의 수족으로 부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제안에 대해서…….”
수현이 말끝을 흐렸다.
김석현의 입꼬리가 쭈욱 올라갔다.
“당연히 수락…….”
“거절했답니다.”
“뭐?”
“……지, 진짜!?”
“헉!?”
주변에서 놀란 소리가 흘러나왔다.
“무슨 소리야? 똑바로 말해봐.”
“지금 여성 유저 말로는 김석현이 누군지도 잘 모르고 돈까스 먹는데 건드렸다고 죽을 때까지 포크로 찔러 버린다고 했다네요.”
“……?”
“그리고…….”
수현이 그를 보며 말했다.
“10억 그까짓 거 얼마나 한다고. 자기는 지금 먹는 돈까스가 더 중요하다고 했답니다.”
“…….”
“…….”
“…….”
잠시 침묵이 지나갔다.
그리고 김석현은 생각했다.
‘……튕긴다, 이거지? 지금 몸값을 더 올려 받겠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10억보다 돈까스가 중요하다니?
그 의미는 간단하다.
자신의 가치를 이 남자는 알고 있다.
그래서 몸값을 올리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거다.
즉, 자신에게 스리슬쩍 ‘그 정도 가치로는 날 살 수 없어. 조금 더 올려봐!’ 하는 것.
‘재밌네.’
그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지금 아테네에서 그는 이스빈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 고블린 토벌대를 쫓는다면 금방 따라잡겠지.
어차피 자신의 목적지는 그곳이었으니까.
‘그래, 튕긴다면 직접 만나서 더 높게 부르면 된다. 딜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관심이 있다는 것.’
김석현.
그는 지금 김칫국을 항아리째 들고 원샷 중이었다.
* * *
토벌대는 계속 나아갔다.
이제 곧 있으면 보르디 평지에 도착하고 본격적인 토벌을 시작할 거다.
민혁은 늦은 시각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며칠 전 있던 일을 떠올렸다.
‘김석현…….’
물론 안다.
민혁도 세상 돌아가는 물정은 알고 있다.
국내 최고의 요리사.
알렉스의 제자인데, 모를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민혁은 여기서 쐐기를 박았다.
‘돈부터 불러?’
그는 화가 났다.
돈까스에 정신이 팔려있긴 했지만, 귓가에 돈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들렸다.
식신의 요리.
그게 탐나서 돈을 불렀겠지.
그리고 민혁은 아버지께 이렇게 배웠다.
‘그 사람에게 뭔가를 얻고 싶다면 절대 돈부터 제시하지 마라.’
그 전에 자신의 됨됨이를 보여주라고 하셨다.
저는 당신과 믿고 거래할 사업 파트너입니다.
이것이다.
그에 민혁은 다소 어처구니없었다.
‘어딜 돈으로 사려고 해? 그리고 내가 돈까스 님을 영접하시는데 말이야.’
그리고 정말 돈까스 먹는데 돈 이야기해서 화가 난 부분도 있긴 했다.
민혁은 그 일은 빠르게 접어두었다.
신경 쓸 가치도 없다.
“친밀도가 진짜 많이 올랐어.”
이젠 민혁을 못 미더워하던 몇몇 NPC들도 그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친밀도 상승 알림은 정말 계속 들려왔다는 거다.
더군다나, 그들은 자신이 요리해준 것의 버프 효과로 인해 토벌을 수월하게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밖에서도 고블린 순찰병들과 싸우고 있는 건지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조리병이 해야 할 일은 역시 내일의 끼니를 준비하는 것 아니겠는가.
‘내 요리를 먹고 누군가 기뻐하는 거…… 이것도 나쁘지 않네.’
그렇게 생각하지만 역시.
‘그래도 내가 먹는 게 최고지. 후후후후후!’
바로 그때.
[보르디 평지 토벌대 기여도 40% 달성에 성공하셨습니다.] [토벌대의 전사 칭호를 획득합니다.] [명성 3을 획득합니다.]“오……?”
민혁은 다소 놀랐다.
그는 먼저 칭호를 확인해봤다.
[토벌대의 전사]유일 칭호
칭호효과:
⦁5대 기본 스텟+3
스무 명이 참가했다.
그중에서 민혁 혼자서 기여도 40%를 달성했다.
매우 놀라운 일.
민혁은 오로지 먹기만 하고 요리를 해줬을 뿐이다.
하지만 이 기여도가 오른 이유는 하나.
‘버프 때문이다.’
병사들은 계속 자신 덕분에 사냥이 수월해졌다고 한다.
몇%씩의 상승이지만 총 70명의 병사의 힘이 증진하고 토벌대 전체에 민혁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거다.
‘듣기론 일정수치를 넘어서면 이 칭호가 변한다고 들었는데.’
이런 칭호를 진화 칭호라 부른다.
40%에서 추가로 20%를 올렸다고 가정하면 더 좋은 칭호로 변화하는 거다.
물론 무조건 변화하는 건 아니다.
그런 게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다.
“흠!”
그때 헛기침 소리가 들리며 랜이 들어왔다.
* * *
랜은 민혁을 볼 때마다 동질감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그를 보고 있자면 뿌듯하고 기뻤다.
그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성장을 이륙했다.
그 모습을 보고 랜은 정말로 기뻤다.
제자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황궁에서도 자신의 수제자 한 명을 두지 않았다.
그는 엄한 요리사였었다.
그리고 ‘맛’을 극대화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민혁은 다른 무엇보다 ‘맛’을 중요시한다.
이제 곧 민혁은 토벌대를 떠날 거다.
그는 밤이 깊은 숙영지 인근에서 걷다가 취사 마차는 여전히 불이 켜진 걸 보고 들어왔다.
민혁.
그가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헛기침을 했다.
“흠!”
“오셨어요?”
“그래. 앉겠나. 좀 쉬지.”
“넵!”
그러면서도 민혁은 딱딱한 빵과 우유를 가져왔다.
그것을 랜에게 권유했다.
“대장님도 드세요. 헤헤.”
“응? 자네 말하고 눈빛하고 따로 노는데? 마치 손대면 내 손을 잡아챌 것 같아.”
흠칫!
민혁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 아닙니다!”
그리고 랜이 눈을 가늘게 떴다.
“식재료가 병사들 한 달은 먹을 양이 있었는데…… 순식간에 십 일치가 사라졌단 말이지.”
흠칫!
두 번째.
하지만 곧 랜은 부드럽게 웃었다.
자신이 먹어도 되는 걸 허락했었고 또 이스빈 마을의 병력에겐 꽤 넉넉한 식량이 지원되니까.
민혁도 그가 장난을 친 것을 알기에 작게 웃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었다.
“그러고 보면 랜 스승님은 뭘 드시는 걸 못 봤어요.”
정말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보통 건강식으로 챙겨 먹으니까, 약 같은 걸로 대신할 때도 있고.”
“아…… 그래요? 전 스승님이 저처럼 맛을 추구하시는 분이신 줄 알았는데!”
“맛. 추구하지. 다른 이들이 먹는 맛을.”
“…….”
이런 사람도 있다는 생각이 민혁의 뇌리를 스친다.
그리고 랜은 천천히 입을 뗐다.
“난 태어나서 한 번도 미각을 느껴본 적이 없거든.”
“네?”
민혁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랜이 그 말을 한순간이었다.
랜에게 알림이 울렸다.
[아테네의 신이 당신에게 제재를 가합니다.] [현재 다른 유저가 퀘스트를 진행 중이기에 다른 이에게 퀘스트를 줄 수 없습니다.]‘……빌어먹을!’
그에 랜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줄 수 있는 퀘스트.
민혁에게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 진행 중이었다.
그는 자신이 그 ‘물건’을 줘야 한다면 꼭 민혁에게 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테네의 신이 제재를 가한다.
이 제제가 들어온 순간, 그는 퀘스트에 대해서 입도 뻥긋할 수가 없다는 거다.
“어디 편찮으십니까?”
“아닐세.”
“근데…… 맛을 못 보시는데 어떻게 달인이 되신 건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에 랜은 피식하고 웃었다.
“손재주.”
“……?”
“손재주에 모든 걸 걸었거든.”
“아……!”
민혁은 알 수 있었다.
NPC들도 스텟의 개념이 없지 않다.
그 말은 즉, 랜이 손재주 스텟만을 계속 올렸다는 거다.
‘손재주 스텟을 20을 올리면 맛+1이 올라가지, 그리고 손재주의 영향으로 음식을 노련하게 만들 수 있을 테고. 하지만 맛도 안 보고 그 정도 경지에 오르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손재주를 올려야 할까?
아니, 그게 가능이나 하다는 말인가?
“난 손재주를 올리기 위해 안 해본 게 없지, 대장장이, 화가, 목수, 광부, 낚시꾼에 이어서 모든 걸 했어.”
“……!”
놀라운 이야기다.
그것도 그는 자신의 입을 위해서 아닌, 남을 위해서 요리를 했다는 거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안타깝다…….’
분명 NPC일 뿐이다.
하지만 민혁은 누구보다 동질감을 가졌다.
맛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는 누구보다 더 잘 안다.
방울토마토를 하루에 5천 개씩 먹다 보면 신물이 난다.
배에서 그만하라고, 먹지 말라고 한다.
때론 화장실로 뛰어가 그것들을 게워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인생에 있어서 의식주의 ‘식’은 꼭 필요한 부분.
거기에 맛을 느낀다는 것은 결코 적은 부분이 아니라는 거다.
“손재주를 얻기 위해 난 정말 할 수 있는 건 전부 했지, 그렇게 하나하나 하다 보니, 요리조차도 손재주에 의존해 높게 설 수 있었지.”
민혁은 생각했다.
만약 그가 들인 노력 만큼에 그가 미각을 본래 가지고 있었다면 장인, 아니 그 이상에 섰을지도 모른다.
“자네에게 음식이란 뭔가.”
그 질문에 민혁은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매일매일 새로운 삶을 사는 거요.”
“새로운 삶이라.”
“하루에 세 끼를 먹죠. 평생이면 10만 끼 이상이에요. 하지만 세계에는 300만 개 이상의 요리가 존재하죠.”
“그렇지.”
“하루하루 다른 걸 먹는다는 걸 상상하는 거, 지루하게 반복되는 인생에 매일 새로운 거를 먹는다는 거는 힐링이죠. 물론 알고 먹는 맛도 좋지만요.”
“그래.”
랜은 빙긋 웃었다.
그리고 잠시 말없이 허공을 응시했다.
“나도…… 그 맛을 느껴보고 싶군.”
“…….”
민혁은 말이 없었다.
랜은 몸을 일으켰다.
“쉬게.”
“예.”
랜은 나가면서 생각했다.
이런 사람에게, 퀘스트를 주지 못하는 게 정말 큰 한이라고.
이 사람이 그걸 얻어야 할 진짜 주인이라고.
그가 밖으로 나섰다.
“음…….”
민혁은 자신보다 더한 삶을 살아온 랜을 생각하며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빵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미각이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만약 고구마를 먹으면 입안에서 지우개를 씹는 느낌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혹시 이거…….’
그러다가 생각 든다.
퀘스트로 가는 길일까?
충분히 가능하다.
미각 없는 요리사.
하지만 어째서 퀘스트를 주지 않고 랜은 돌아섰을까.
그건 모른다.
하지만 랜은 자신에게 요리를 가르쳐준 사람이라는 거다.
그 때문에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다 뭔가 생각났다.
‘아…… 혹시!’
그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스킬 중 하나인 재료추적 스킬이었다.
‘내가 원하는 요리의 능력, 요리종류를 선택할 수 있어!’
사실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계속 생각하던 재료추적 스킬이다.
이번 기회에 실험해 보자.
“재료추적 스킬을 1회 사용한다.”
그와 함께 앞으로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그 앞으로 요리의 종류가 떠오른다.
한식, 양식, 일식, 중식 등등.
“음…… 중식.”
민혁은 태양의 밀을 얻는다고 했을 때 먼저 떠오른 게 바로 중식이었다.
[중식이 선택됩니다.] [원하는 버프 효과가 있으십니까?]“죽은 미각을 살린다.”
[반경 1㎞ 내에서 재료를 탐색 중에 있습니다.]민혁은 간절히 바랐다.
단순히 랜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느낌이 왔다.
손재주를 언급한 그.
무언가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하다.
민혁도 손재주를 올려 요리에 대한 맛을 더 살리겠다는 거대한 야망을 품고 있었으니까.
곧 알림이 들렸다.
[탐색에 실패합니다.] [탐색은 3일 동안 유저의 이동범위에 따라 변경되어 지속됩니다.] [재료추적 스킬이 2회 남았습니다.] [패널티로 하루 동안 식신의 진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