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37
밥만 먹고 레벨업 37화
모니터를 보고 있는 이민화와 박 팀장.
그 둘이 눈을 맞췄다.
“역시네요…….”
이민화가 중얼거렸다.
박 팀장도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민혁 유저는 먹는 게 맛있어진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지.”
그래서 문제였다.
랜의 아티팩트는 그런 사람에겐 정말 엄청난 힘을 가져다줄 거다.
사실상 황혼의 요리사는 그 힘을 통해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테니까.
장인 이상으로 말이다.
“오크 부락지 자체가 현재 1㎞ 떨어져 있어서…….”
박 팀장이 우려했던 건 바로 재료추적 스킬이다.
그리고 랜이 민혁에게 ‘미각’ 이야기를 꺼낸 것부터가 이미 친밀도 자체가 엄청나게 높다는 의미다.
랜은 애초에 이방인을 무척 싫어하는 NPC로 설정되어 있으니까.
“예상대로 그건 황혼의 요리사 블랙이 가져가겠군.”
그런 생각을 할 때.
이민화가 말했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변수가 생길 일은 없겠죠?”
“없어. 보르디 평지에 도착해도 오크 부락지와 1㎞ 이상 떨어져 있으니까, 일부러 민혁 유저가 찾아가는 게 아니면 불가능해.”
“역시 그렇군요.”
그러다 문득 이민화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오크들을 일부러 끌고 오면?’
하지만 곧이어 너무나 터무니없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아쉬워서 그런가.’
그녀는 저 유저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것은 마치 야구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꼭 승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 기분과도 비슷한 것이었다.
‘휴…….’
그녀가 들리지 않을 한숨을 내쉬었다.
* * *
알림을 들은 민혁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허…….”
역시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였을까?
아니면 퀘스트와 연관이 있던 게 아닌 걸까.
랜이 주는 보상이라면 왠지 맛있는 거에 맛있는 거일 것 같은 느낌도 팍하고 왔었다.
아니면 손재주에 특화된 그였기에 손재주 관련한 것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대였나 보다.
주변에 미각을 살리는 것 따위는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그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도 남아 있는 설거지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늦은 시각.
벨로와 커넥션 길드의 길드원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벨로, 어쩌지? 그 요리사 새끼가 지금 기여도 1위라고. 그것도 엄청나게 높아!”
이대로라면 자신들이 얻어온 히든 던전에 대한 보상이 저 유저에게 돌아가고야 만다.
그것만은 안 된다.
이 과정을 위해서 소요한 시간이 결코 적지 않았다.
또 그 히든 던전 안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노릇 아니겠는가?
“도대체 어떻게 저 쪼렙 자식이…… 후…… 이건 답이 없다. 못 얻어, 우리가 아무리 몰아 주기 해도 혼자서 40%는 불가능이라고.”
그들은 이미 벨로에게 기여도 몰아주기를 하고 있었다.
보르디 평지에 향하면서 계속해서 고블린들과 전투할 때 일부러 고블린들을 잡아다 벨로 앞에 모아놓고 죽이게 한 거다.
그러면 절로 벨로에게 기여도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후…… 짜증 나네. 저딴 현실 찌질이 같은 놈한테, 저놈 현실에서 돼지가 분명해.”
벨로가 욕을 지껄였다.
그의 말에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 벨로의 부모님은 현실에서 꽤 부자였고 그의 길드원들이자 친구들이 순순히 그를 도와주는 이유는 그가 친구들의 ‘지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꽤 돈 많은 부잣집 아들이었다.
부모님의 재산이 30억이 넘는다.
“그래도 이건 어쩔 수 없네…… 호, 혹시 우리 약속했던 돈도…….”
길드원 한 명이 중얼거렸다.
벨로는 이번 일을 무사히 끝내면 인당 40만 원씩 주기로 했다.
그에 곧 벨로가 그를 돌아봤다.
“방법이 왜 없어?”
“응?”
“저 새끼, 요리사잖아.”
“요리사인데, 그게 왜?”
“요리사라고. 끽해야 15레벨 쪼렙.”
요리사 하면 떠오르는 것들.
망캐, 허접, 약한 클래스.
“……혹시 PK 하자고?”
그에 벨로가 씨익 하고 웃었다.
“어, 그리고 너희 모르냐?”
“뭘?”
“저 유저가 입고 있는 가죽 갑옷 하고 검. 저거 레어 중에서도 특별한 것 같아. 저 중에 하나만 떨궈줘도 너희들 계정비는 훨씬 뽑고도 남는다. 그리고 나 이거 실패하면 너네한테 약속했던 40 안 줘.”
벨로의 말에 그들은 생각했다.
‘우리가 그거 때문에 현실에서 이틀 넘게 뻘 짓 다 했는데…….’
‘와…… 너무하네…….’
그들이 미간을 구겼다.
“저놈 잡는 놈한테 100 준다, 저 새끼 웃고 다니는 낯짝 마음에도 안 들었어. NPC들한테 아부나 떨어대고.”
“100!?”
“헐!?”
그 말에 그들이 화색을 띠었다.
“그리고 떨어진 건 그 사람 거.”
“캬…….”
100만 원이면 어지간한 사람들이 10일간 일해야 버는 돈.
아니 사실 그마저도 못 버는 사람도 많지 않던가.
분명히 혹한다.
“누가 할래?”
“나! 나! 나!”
“아, 나야!”
“진정해. 어차피 저놈 쪼렙이라 한 대만 쳐도 뒈질 듯.”
벨로는 그 생각을 하며 낄낄 웃었다.
그러던 중, 한 명이 얼굴을 구겼다.
“아씨…… X 댔다…….”
“왜?”
“엄마가 지금 접속 해제 안 하면 집에서 쫓아낸대.”
아테네 캡슐에는 호출 버튼이 존재한다.
그 호출 버튼을 누르면 게임 바깥쪽 사람의 목소리가 유저의 귀에 들려 통화를 할 수 있다.
“그럼 넌 빠져.”
“아오씨, 아, 진짜. 내가 젤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하며 유저 한 명이 로그아웃했다.
남은 건 넷.
“야, 아니다.”
곧 벨로가 씨익 웃었다.
“그냥 다구리 까자.”
그가 짙게 웃었다.
“근데 저 사람 PK 하면 우리 토벌대 쫓겨날 것 같은데…….”
“맞아, NPC들이 우릴 죽일지도 몰라.”
그냥 죽이기엔 그 유저와 NPC들 간의 친밀도가 높아도 너무 높았다.
그 때문에 소리소문없이 죽여야 했다.
일단 그를 아무도 모르게 죽여버리면 습격한 고블린한테 죽었다던가 혹은 로그아웃해서 접속하지 않는다 등의 이야기가 나올 테니까.
“그건 걱정 마.”
벨로가 이죽 하고 웃었다.
“곧 있으면 저 녀석 알아서 으슥한 곳으로 갈 테니까.”
“응? 제 발로?”
벨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읏차!”
민혁은 고무통에 들어있는 음식물 쓰레기, 즉 짬 통을 옮겼다.
이제 이것만 옮기고 로그아웃할 생각이었다.
짬 통을 든 그는 곧 수레에 담아서 그걸 한적한 곳으로 가져가기 시작했다.
랜은 짬 통을 항상 숙영지와 조금 떨어진 곳에 버렸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냄새가 심각하게 나서이다.
두 번째는 야생 동물과 같은 녀석들이 이 음식물 쓰레기를 먹기 때문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보관해서 취사 마차에 놓으면 결국 음식 냄새가 차게 된다.
그 전에 근처의 숲에 내다 버리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겠는가.
숲 입구에 들어온 민혁은 짬 통을 엎었다.
어차피 이 근방에 나타날 몬스터라고 해봤자 고블린과 같은 녀석들뿐이다.
때문에 녀석들이 냄새를 맡고 와도 어렵지 않다.
오히려 짬 통 냄새가 미끼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라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하며 민혁은 몸을 돌렸다.
그때 그 앞을 네 사람이 막아섰다.
‘이 사람들…….’
민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벨로와 그 무리들.
민혁은 그들을 좋게 보지 않았다.
그들의 행실에서 그것이 역력히 드러났다.
그들은 다른 유저들을 보고 시비를 걸듯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와, 초보자들 얼 타는 거 보소.’
자신들도 초보자이면서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몰랐지만, 초보 토벌대에 무리를 이루고 참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유저들은 혹여 해코지를 당할까 봐 그저 무시하고 자리를 피했다.
또 그들은 NPC들도 욕하곤 했다.
‘와, 병사들 짬 내 오지고요, 지리고요~’
‘쟤네 아테네 망하면 다 뒈지는 거 아님?’
‘어차피 인공지능이잖아.’
민혁은 아테네라는 세상은 게임인 한편, 사람을 가려내는 하나의 도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가면을 쓴 자들은 상당히 많다.
일부러 웃고, 일부러 가식적이고.
뒤에서는 욕하고.
그런 자들이 아테네를 한다면?
‘본성이 나오지.’
아테네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자들이 사실상 현실에서 제대로 된 자들일 리는 없다.
하지만 민혁은 아직 자신에게 해코지하지 않았기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죠?”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허리춤의 검을 느꼈다.
랜은 항상 말했다.
‘우리는 조리병이라 최고의 식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만에 하나의 경우에는 우리도 무기를 들고 싸워야 할 때가 있지. 그래서 무기는 항상 소지한다.’
실제 현역 군인 조리병들도 훈련 중에 요리를 하면서 총을 소지한다.
그것과 같은 이치다.
“뭐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가장 앞에 선 벨로라는 유저가 입을 뗐다.
“어떤 거요?”
“아, 그냥 님 NPC들하고 친하게 지내시길래, 어떻게 그렇게 친해지는지 비결이 궁금해서요.”
그렇게 말하면서 벨로와 그 일행은 준비를 했다.
이미 그들은 포지션을 준비했다.
가장 먼저 마법사인 브론이 사일런스 마법을 건다.
사일런스 마법은 상대방의 말을 제한한다.
그리고 이 사일런스 마법은 보통은 적 마법사의 주문을 막기 위한 마법이다.
본래 40레벨인 브론은 2 클래스 마법인 그것을 익히고 있었다.
물론 스텟이 20레벨대 쪽으로 하향했다.
그리고 본래 2 클래스는 40레벨 이상부터 익힐 수 있어 스텟 하락과 레벨 하락에 따라 사일런스의 제한이 더 컸지만, 걱정 없다.
‘요리사 새끼가 지혜나 지력을 올렸을 리는 없지. 또 사일런스를 무효화시키려면 마방을 올려주는 명성이 높아야 하는데 그럴 리도 없고.’
명성은 다양한 힘을 가진다.
그중 하나가 마법 방어력도 미미하지만 상승하게 해준다는 거다.
20개의 명성에 하나 정도다.
초보자인 민혁이 명성이 높을 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충분히 사일런스가 걸릴 거라 생각했다.
먼저 민혁의 입을 막아야 NPC들 귀에 그의 비명이 들어가지 않겠지.
“방법이라. 딱히 필요하나요? 매너를 지키면 됩니다. 받으면 그만큼 주고, 그리고 그들은 제가 주면 그만큼 돌려주죠.”
“와…… 근데 들어보니, 뭐 우리는 ‘비매너라 그런다’처럼 들리는데?”
벨로가 비꼬고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 마법을 준비 중이던 브론.
그가 시전했다.
“사일런스!”
[사일런스가 실패합니다.] [비매너 행위를 하셨습니다.] [브론 유저가 일시적 카오 상태가 됩니다.] [공격할 시 상대방은 패널티를 받지 않습니다.]“……어?”
브론은 순간 당황했다.
어째서 먹히지 않는 거지?
곧이어 브론이 다시 시전했다.
“사일런스!”
“뭐, 뭐야!?”
“아이씨, 뭐하냐.”
“아, 안 걸리는데?”
그에 민혁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는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PK라…….’
이런 놈들이 다 그렇지 않던가.
한데, 지금 현재 그들 중 딱 한 명만이 반카오 상태가 되었다.
‘이딴 놈들 때문에 내가 카오가 될 필욘 없지.’
이들을 카오로 만들어야 한다.
자,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들은 지금 자신을 약한 요리사라고 생각할 거다.
사실 토벌대의 NPC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서, 설마 절 PK 하시려는 건가요!? 흐어억, 제, 제발 그러지 말아주세요!”
그는 연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