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4
밥만 먹고 레벨업 4화
‘좋았어……!’
민혁은 쾌재 했다.
진환은 직접 게임을 해본 후, 라면 100개를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포만도가 100%가 된 후에 계속 먹어도 캐릭터는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게 된다.
민혁의 폭식 결여증은 정신병이다.
배가 불러도 뇌에서 고프다고 인식하는 것.
캐릭터가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민혁은 발렌이 보는 앞에서 딱딱한 빵 열 개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리고…… 비장하게 걸어갔다.
마치 보스몹을 레이드하려는 듯.
‘먹는다…… 밀가루…… 빵!’
퍼직!
허수아비를 후려쳤다.
* * *
벌써 네 번째.
즉, 200번 휘두르기의 끝에 도달했다.
이전에 빵 서른두 개를 먹어치운 것이다.
두 개가 추가된 것은 발렌이 호의적으로 두 개를 더 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이런 알림을 들었다.
[발렌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자신은 그저 휘두르고 먹었을 뿐인데, 친밀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희한한 일이다.
그리고 여전히 빵은 맛있었다.
막 네 번째 50개를 채웠을 때였다.
[힘이 1 상승합니다.]‘응?’
민혁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스텟창을 열어봤다.
(민혁)
레벨: 1
직업: 무직
HP: 57 MP: 50
힘: 7 민첩: 5 체력: 5 지혜: 5 지력: 5
포만도: 100%
보너스 포인트: 0
분명히 힘 스텟이 올라 있었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
민혁은 발렌 교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교관님.”
“오, 또 50번을 채웠군. 자네, 정말 성실하구먼!”
발렌은 그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이었다.
“자, 여기 이번엔 세 개 더 넣었네.”
“감사합니다!”
민혁은 꾸벅 구십 도로 상체를 숙여 보인 후에 본론으로 들어갔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교관님.”
“뭐든 묻게나.”
“힘 스텟이 1 올랐습니다.”
“오호라.”
발렌은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허수아비를 반복 타격해서 특별 보상을 받은 거일세. 하지만 보통 추천하진 않는 방식이지.”
“예? 어째서죠?”
“당장 나가서 몬스터 몇 마리만 잡아도 초반에 1 레벨업을 하고 5 보너스 포인트를 받지, 고작 1포인트 때문에 그럴 사람들은 없다 이거야.”
“아하, 역시 교관님은 잘 생기신 만큼 아는 것도 많으시군요.”
그 말에 발렌은 턱을 쓸었다.
“이 친구, 말도 예쁘게 하는군!”
“하하하!”
[발렌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또다시 알림이 들렸다.
민혁에게 먹을 것을 준 자.
생명의 은인이요. 고마운 사람이다.
또 이런 아부로 인해 빵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면야!
그에겐 먹는 것이 곧 행복이었고 게임을 하는 이유였으니.
그저 그는 즐겁기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인데, 희한하게 보상을 추가로 받고 누군가 좋아하고 있었다.
우적우적 우적-
민혁은 다시 빵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먹은 후엔…….
“빵! 빵! 크레용 빵!”
이상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허수아비를 향해 움직였다.
* * *
아테네의 특별 유저 관리팀의 신입사원 이민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어후, 그 단단한 걸 저렇게 잡고 늘려? 헛, 저걸 한 번에 다 삼키다니. 그러다 큰일 난다고.”
흡사 누군가 본다면 야구 동영상을 본다고 착각할 만한 감탄사였다.
이어서.
꿀꺽-
그녀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그때.
“이민화.”
“앗, 예. 박 팀장님!”
이민화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입가에 묻은 침을 느끼고 서둘러 닦았다.
“대체 뭘 보길래, 그런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거야?”
“헤…… 그, 그게…….”
이민화의 시선을 따라 박민규 팀장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다.
그곳엔 단단한 빵을 찢어서 입에 넣고 있는 한 남성 유저가 있었다.
그것을 보며 박 팀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특별 유저를 관찰하라고 있는 부서이지, 먹방 하는 유저 보라고 있는 부서가 아닌 걸 알 텐데?”
박민규 팀장은 꽤 깐깐했다.
“트, 특별 유저 맞습니다.”
“뭐?”
“허수아비를 200번 이상 타격하면 보상을 받지 않습니까?”
“그렇지.”
“저 유저 200번 이상 타격했어요.”
“그래? 흐음…… 아테네 게시판에서 이상한 걸 주워들은 유저인가?”
이미 유저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허수아비를 때리면 능력치가 오른다.
대신 정말 많이 쳐야 한다.
그리고 갈수록 그 횟수가 더 커져야 보상을 받는 식.
정말 비효율적이라는 거다.
“근데 저 유저는 더 특별한 거 같아요.”
“특별하다? 뭐, 저런 유저 많지 않나.”
“그게 아니라, 뭔가 먹으려고 허수아비를 때리는 느낌?”
“……무슨 말도 안 되는. 고작 딱딱한 빵 먹으려고 허수아비 치는 미친놈이 어딨어?”
“여, 여기 이분이요.”
박 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이민화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유심히 지켜봤다.
그러다가 볼 수 있었다.
힘들게 땀을 흘리고 다시 빵을 받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먹는다.
꾸울꺽-
박 팀장도 민화처럼 침을 꿀꺽 넘겼다.
“어라? 이거 왜 계속 보게 되지?”
이상한 일이다.
그냥 넋 놓고 보게 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보다 진짜 빵 먹고 싶어서 허수아비 때리네, 이런 유전 또 처음이야.”
“그러게요. 참, 그것보다 허수아비 타격 보상 이틀 안에 스무 번 넘게 받으면 특별한 보상 받지 않나요?”
“그렇지. 칭호. 근데 설마 빵 먹으려고 20번 보상을 받을까? 그럼 휘두르는 것만 해도 자그마치 천 번인데.”
“그, 그렇죠?”
그렇게 말한 박 팀장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그리고 민화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편안한 자세로 등을 기대며 말했다.
“민화 씨.”
“예, 팀장님.”
“우리 빵 먹을까?”
사 오라는 말이다.
* * *
푸슈육!
캡슐이 열리며 그곳에서 민혁이 나왔다.
네 시간 간격으로 한 번씩 게임을 종료해서 30분 동안 상태를 파악하고 현실 속 육체도 먹어줘야만 했다.
나오자마자 민혁은 미칠 듯한 허기를 느꼈다.
그리고 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무수히 많은 사람.
그 사람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다.
“어, 어땠어?”
“가서 뭣 좀 먹었니?”
“네…….”
민혁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에게 약을 처방하듯 방울토마토가 든 밀폐 용기를 건네는 것을 받아들었다.
“근데 왜 그렇게 시무룩해?”
“지금은 못 먹고 있어서요.”
그렇게 말하면서 우적우적 방울토마토를 입에 구겨 넣었다.
그리고 이내.
씨이익-
하고 웃었다.
“너무 맛있어요…….”
“뭐 먹었는데?”
오창욱 트레이너가 물었다.
“딱딱한 빵이요.”
그 말에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아테네라는 게임을 해본 이들이 얼굴을 구겼다.
딱딱한 빵?
정말이지 맛없고 푸석푸석한 음식이었다.
정말 돈 없고 가난한 초보자들이 포만감만 올리려고 꾸역꾸역 먹는 그런 빵 말이다.
그게 맛있었다?
의아하기도 했지만, 민혁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땐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30분 휴식 후에 다시 들어가도 되죠?”
민혁이 이진환을 보며 물었다.
“그래.”
첫 접속, 그리고 로그아웃.
현재까지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당장 변화가 조금 있다면…….
“빨리 들어가서 딱딱한 빵 먹어야지~”
민혁의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라는 거였다.
진환은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웃는 걸 본 적이 있던가.’
그가 이제까지 지었던 웃음 대부분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투성이였다.
하지만 지금 그의 웃음은 진심이었다.
‘민혁 군에겐 먹는 게 어떤 것보다 재밌고 행복한 것이니까.’
진환은 고개를 주억였다.
“참, 민혁이 너 이제 사냥 튜토리얼 끝내고 초보존으로 진입했지?”
“아뇨. 아직 허수아비 타격하고 있는데요?”
“뭐어?”
오창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허수아비 타격은 1시간 내로 끝낼 수 있는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혁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서 말해줬다.
“……그래?”
참으로 이상한 게임 방식이었다.
빵이 더 먹고 싶어서 계속해서 허수아비를 타격하고 있다?
준랭커에 올라 있는 창욱으로서는 다소 이해할 수 없었다.
게임이란 자고로 레벨업 하고 템 얻고 스킬 써야 맛 아니던가?
“그럼 초보존 나오는데 시간 좀 걸리겠네.”
“그렇습니다. 제네럴 경.”
“……야이씨.”
오창욱이 미간을 찌푸렸다.
민혁은 방울토마토와 추가로 가져온 샐러드를 와구와구 빠르게 먹어치웠다.
그리고 한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그는 먼저 휴대폰으로 아테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다음 ‘아르도 먹을 것’이라고 검색했다.
참으로 희한한 검색법이었다.
민혁은 그 어떤 때보다 날카로운 눈으로 내용을 확인했다.
[님들, 아르도에 있는 소나무 뜯어 먹어봤음? 졸맛탱.-내똥칼라: 이분 또 이러시네…… 저번엔 잡초 주워 먹고 캐릭터 사망했다더닠ㅋㅋㅋㅋㅋㅋ
-원더보이: 관종ㅋㅋㅋㅋ, 레시피 추천해 드림, 말똥이랑 밥이랑 비벼 먹으면 개꿀. 해보셈 ㅋㅎ
-콩이아빠: 원더 님, 저분 진짜로 할지도 몰라요…….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많다.
게임은 더 그런 듯싶었다.
이어 민혁은 계속 마우스 휠을 내렸다.
그러던 중 그의 손이 한 곳에서 멈췄다.
‘이, 이것은……!’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는 글 내용을 확인해 보곤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야, 너 왜 그래……!”
“미, 민혁 군! 설마 4시간 동안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금단 현상인가!”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곧 민혁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 그게 아니에요…….”
“……그럼?”
“허수아비 타격 시험 끝내고 출구로 나가면 닭이 나온대요!”
“아, 닭? 그거 잡기 엄청 쉬워. 그냥 몇 대 때리면 죽어. 말 그대로 진짜 몬스터 사냥 전에 연습해 보는 느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닭.
어떤 존재이던가.
“닭은 볶아 먹어도 맛있고 튀겨 먹어도 맛있고, 끓여 먹어도 맛있죠!”
“아…….”
모두가 동시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이해한 것이다.
하지만 순간 민혁은 고뇌에 빠졌다.
‘하지만 난 아직…….’
빵이 더 먹고 싶다.
아직 더 많은 빵을 먹고 싶었다.
그는 갈등했고, 곧 결단했다.
‘아직 빵이 더 먹고 싶어.’
결국, 닭은 이른 시일 내에 먹을 수 있다.
몇 년 만에 먹어보는 빵인지 모르겠다.
그는 하나를 하려고 하면 집요하게 하는 성격이었다.
그로 인해 수능 전국 1위를 했던 것이고 모든 분야에서 최고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 냉면도 계란은 마지막이랬어.’
그는 냉면 계란 마지막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즉, 맛있는 건 나중에!
또 걸리는 게 하나 있었다.
‘당장 닭을 잡아서 산채로 뜯어먹을 수도 없는 거고.’
도구가 없다는 거다.
그 방법을 곰곰이 한 번 생각해 보다가 민혁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때마침 그 아이디어와 함께 그 NPC의 이름이 보였다.
민혁의 검색에 따라 연관 검색어로 떠오른 내용이었는데, ‘아르도 교관 발렌’이라고 쓰여 있었다.
클릭해서 들어가자 유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였다.
민혁은 하나를 클릭해서 읽어봤다.
[아르도 허수아비 교관 발렌 겁나 불친절함…… ㄷㄷ 오십 번 힘겹게 치고 빵이랑 생수 내놓으라고 하니까, 겁나 아니꼽게 던져줌…… 내가 왜 던지냐니까, 뭣 같은 놈한텐 뭣 같이한다고 함. 유저가 왕 아님? 이딴 것도 NPC라고.]-킹뚜맨: ……? 그건 그냥 님 인성 문제. 일상생활 가능하심? NPC도 사람하고 똑같음. 님처럼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친절해짐?
-세일러봉: 발렌 교관 불친절한 거로 유명하긴 한데, 나였으면 손님이고 뭐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하고 뚜까 팸ㅋㅋ, 출발지로 나간 걸 다행으로 여기셈.
-내솨랑바퀴벌레: 발렌 교관 확실히 띠거운 건 맞음…… 근데 사람이라 생각하고 매일같이 초보자들 와서 반말하고 하면 나 같아도 짜증 나긴 할 듯…….
‘음?’
댓글들을 보며 민혁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발렌 교관?
자신에겐 한없이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가 준 호의에 맞게 자신도 꾸벅꾸벅 답했다.
민혁은 단지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했을 뿐이다.
남이 베풀면 권리로 받아들이지 마라.
약한 자를 무시하지 마라.
같은 것.
민혁은 몰랐지만, 회장을 아버지로 뒀음에도 참으로 가정교육 잘 받은 민혁이라 할 수 있다.
발렌교관에 대해 확인해 봤던 민혁은 아테네 공식 홈페이지를 종료하고 새로운 사이트로 들어갔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있는 ‘네이바’였다.
네이바에 ‘딱딱한 빵 레시피’를 검색했다.
이젠 빵을 더 맛있게 먹고 싶어진 것이다.
사실 민혁은 요리는 잘하지 못했다.
시도를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만드는 동안 재료를 모두 먹어치워 버린 것이다!
그것 때문에 한동안 살이 더 쪘었다.
하지만 게임 속에선?
가능할 것이다.
“저 또 들어갈게요.”
“닭 먹는 각이냐?”
“노놉, 아직은 빵 먹을 거예요.”
“왜?”
“고진감래. 고생 끝에 맛있는 걸 먹는 법.”
그 말을 끝으로 민혁은 캡슐로 슉 들어가 버렸다.
“이해할 수가 없네. 나 같으면 바로 닭 먹겠다.”
“하하, 난 충분히 민혁 군 마음이 이해가 되는데?”
진환이 웃었다.
“선생님도요?”
“그냥 그런 것 있지 않나. 돈 주고 뷔페 가서 여러 가지를 먹고 싶어 하는 사람과 차라리 퀄리티를 높여서 한 가지 음식에 집중하고 싶은 사람. 민혁 군은 후자 아닐까?”
“아…….”
“거의 몇 년 만에 먹어보는 빵일 거야, 정말 미치도록, 질리도록 먹어보고 싶겠지.”
그렇게 말한 진환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해했나, 제네럴 경?”
“아…… 아…… 악……! 강민혁 진짜!”
오늘 밤 이불킥을 할 것 같은 오창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