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29
밥만 먹고 레벨업 530화
라르도.
무신의 왕국의 왕좌의 주인.
패왕이라 불리는 자.
패왕도를 이어받은 계승자.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고맙소…….”
그 목소리는 많을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패왕도가 발동된 후 민혁은 지체하지 않고 군주의 갑옷으로 스왑하며 그를 향해 달려왔다.
민혁이 한 일?
그의 패왕도를 막는 것이 아니었다.
라르도를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자신이 대신하여 그의 데미지를 받았다.
처음 민혁은 HP가 1% 가까이 하락했었다.
곧바로 ‘군주의 갑옷’의 특수효과인 HP 100%, MP 100% 회복 스킬을 사용하여 다시 HP를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왕도의 화마는 여전히 뜨겁고 강렬했다.
거대한 화마 속. 서서히 정신을 차려가는 라르도는 보았다.
필사적으로 민혁은 과거의 이야기들을 읊어냈다.
그 목소리에는 진심이 있었다.
또한, 그가 말하는 것들에는 과거 라반베르크와 함께 나누었던 자신들만의 비밀 또한 있었다.
그랬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랑한다, 아들아.”
민혁이 그 말을 뱉었을 땐, 그 목소리가 너무도 따뜻하고 부드러워 과거의 라반베르크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사라졌다.
라르도는 사라져가는 민혁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라반베르크를 떠올렸다.
‘나의 아버지.’
루마이 왕국의 영웅이자 왕이나 스스로 미치광이가 되는 길을 택했다.
그 이유.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하나 자신은 그를 이토록 오랜 시간 원망하고 미워해 왔다. 변변찮은 그의 무덤 또한 만들어주지 않았다.
“크흐흐흐흐흐흐흑!”
라르도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 앉아 울었다.
그 누구도,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는 천외국에 붙잡혔던 포로들.
그들은 라르도가 깨어났기에 자신들이 포로에서 해방되는가 하는 기대감 따위 가지지 않았다.
‘무신을 위해, 천외국의 왕이 희생하였다…….’
‘어찌 자신의 목숨을 바쳐 진실을 전하려 하는가.’
‘천외국의 왕. 존경하여 마땅한 인물이다.’
포로들의 가슴이 크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 천외국의 길드원들.
그들은 방금 전 민혁이 사라진 곳에서 그가 드랍하고 간 것들을 보며 말문을 잃었다.
“민혁이가 드랍한 건 온통 음식 재료뿐이네…….”
“민혁이 지금 울부짖고 있겠는데……?”
“저기 보여? 치킨 닭 다리 떨어져 있다. 민혁이 지금 울고 있겠다…….”
그렇다. 민혁은 다행히도(?) 아티팩트는 드랍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토록 아끼는 재료들을 드랍하고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눈물을 훔치고 일어선 라르도.
그는 민혁이 있던 자리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웬 식재료들이……?”
모두 식재료 뿐이기에 의아한 것이다.
* * *
캡슐이 열리며 접속을 종료한 민혁은 절규했다.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라르도를 깨운 후에 요리하려던 식재료 중 몇 가지를 드랍해 버린 민혁이었다.
심지어 가장 큰 문제는 아끼고 아껴 두었던 치킨의 닭 다리를 떨어뜨렸다는 사실이었다.
“빌어먹을…….”
민혁의 눈에서 눈물이 흐를 것처럼 그렁거린다.
‘우리 애들이 잘 챙겨와 주겠지?’
그렇게 위안을 삼던 민혁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첫 번째 강제 로그아웃에 대한 감상을 했다.
‘강제 로그아웃은 이런 기분인가? 정말 죽는 것 같은 느낌이네.’
최상위 랭커인 만큼이나 민혁이 가지게 될 패널티는 굉장히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앞으로 라르도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려나?’
그 부분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이 검은 화면을 보기 전 그의 부드러운 ‘고맙소.’라는 목소리만이 귓가에 맴돈다.
그리고 민혁은 결국에야 해내지 않았는가.
민혁은 휴대폰을 통하여 연동된 아테네 캐릭터의 알림창을 확인했다.
[연계 퀘스트: 무신의 저주 완료.] [완전치 못한 패왕도를 획득하셨습니다.] [패왕도 획득 특혜로 총 1회를 해당 조건 충족 없이 150%의 힘만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민혁은 이미 몸소 패왕도의 위력을 겪어봤다. 그것도 불과 몇 분 전에 말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딜량이었어.’
완전한 패왕도는 아테네의 정상에 서 있는 유저인 민혁의 HP를 단숨에 1%로 깎는 데 그치지 않고 100% 차올랐을 때도 또다시 곧바로 죽음까지 이끌었다.
처음 타격시에도 엄청난 타격 데미지가 있었으며, 타격 후에도 이어진 화마의 지속 데미지 또한 상상을 초월했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까?’
하지만 이제 패왕도는 반쪽짜리가 되었다.
방금 전과 같은 위력의 패왕도는 아닐 것이 분명하였다.
너무 큰 기대는 되려 커다란 실망을 불러오는 법이다.
때문에 민혁은 기대감을 버리고 패왕도의 설명창을 켰다.
(패왕도)
왕의 권능.
레벨: 4
최소 패왕의 마력: 40
패널티: 없음
쿨타임: 240시간.
효과:
⦁패왕의 화마가 추가 공격력 3,000%~4,000%의 데미지로 반경 40m~60m에 있는 자들을 공격합니다.
⦁패왕의 화마는 쉽사리 꺼지지 않습니다. 몸에 화마가 붙어 있을 시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힙니다.
⦁패왕도를 익힌 사용자는 이미 왕의 권능 중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중 하나만을 설정하여 마력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성장조건: 자신보다 강한 적과의 전투, 압도적인 숫자의 이들과 대인전. 또는 본인을 성장시킬 강자들의 가르침 등에 따라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헐……?”
민혁은 숨이 턱 하니 막힐 수밖에 없었다.
패왕도는 아이리스가 민혁에게 준 ‘경배하라’와 비슷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반적인 MP를 사용해 발동시키는 것이 아닌 ‘권능의 마력’처럼 ‘패왕의 마력’을 토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한데, 경배하라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훨씬 더 경악스럽다.
마치 기사와 병사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패왕의 마력 30부터 시작하며 최소 데미지가 3,000부터 시작하고 4,000까지 도달할 수 있다.
반경 또한 40m부터 시작한다.
‘만약 반경이 60m까지 될 정도로 패왕의 마력이 차오른다면……?’
마른침이 꿀꺽하고 삼켜진다. 심지어 패왕도의 경우 상대방의 몸에 불이 붙어 있으면 지속적인 데미지까지 입혀버리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이 패왕도에 더 주목해야 할 점.
‘성장이 가능하다.’
즉, 반쪽짜리 패왕도라고는 하지만 민혁은 이 패왕도를 완전한 것으로 성장시킬 수도 있음을 의미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도…….’
민혁은 라르도의 꿈속에서 보았던 전쟁터의 그 장면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몰려오는 대군 앞으로 라르도는 검은 불길이 치솟은 검을 내리찍었고 거대한 화마가 해일이 되어 적들 3만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던 민혁은 아차 했다.
‘아, 지금은 접속 못 하는구나.’
첫 강제 로그아웃이었기에 그를 자각했었다. 민혁은 오늘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 * *
아스간 대륙에서 살아가는 왕들.
그들은 뛸 듯이 기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뭐라!? 천외국의 왕이 라르도의 검에 죽어!?”
“라르도가 천외국의 왕을 자비도 없이 단칼에 죽여 버렸다고!?”
“심지어 라르도가 천외국을 배척하려 한다고!?”
뛸 듯이 기쁜 소식이었다.
그들은 라르도가 천외국의 왕 민혁을 죽였다는 사실을 접했고, 그 사실은 다소 부풀려졌다.
루마이 왕국이 천외국을 배척하려 한다.
민혁이 어떠한 과정에서 죽었는지 그들은 모른다. 단지, 그가 라르도 손에 죽었다는 이야기에 자신들끼리 유언비어를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다.
“이때가 기회다.”
“지금 바로 군대를 소집하라!!”
“곧바로 천외국을 향해 진격한다!”
그렇다. 기회이다.
천외국은 바로 며칠 전 아칸과의 전투로 인해 많은 병력을 손실하였고 정비 단계였다.
그 상태에서 천외국의 왕이 라르도의 손에 무참히(?) 죽기까지 했다.
천외국의 왕은 이방인.
죽어도 살아나는 불사의 존재이다.
하지만 천외국의 왕 민혁이 라르도와 몇 합도(?) 겨뤄보지 못하고 바로 목이 잘렸다고 하니, 그들의 사기는 곤두박질쳤을 터.
누가 봐도 어서 잡숴줍쇼였다.
아스간 대륙을 지배하는 왕들은 곧바로 군대를 소집했다.
군대는 소리 소문조차 없었다.
엘레의 귀와 눈을 피하기 위함이다.
그 군대의 숫자 약 12만에 이르는 지경이었다.
그들은 또 다른 속보를 듣게 된다.
“라르도가 곧바로 최정예 기사 1천을 이끌고 천외국으로 진격하고 있다!?”
“허어~! 라르도가 화가 단단히 났나 보군. 깊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곧바로 천외국을 치는 걸 보니!”
“우리도 어서 합류해야만 하오!”
왕들은 낄낄거리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식신이 얼마나 패왕 라르도를 화나게 했기에 곧바로 다시 목을 치기 위해 최정예 기사 1천을 이끌고 달리고 있단 말인가?
또한, 고작 최정예 기사 1천이라고 해서 무시해선 안 된다.
보토 왕자를 따랐던 기사들과는 질이 다른 인물이다.
오로지 라르도를 위해, 라르도만을 위해 살아가는 최정예 기사들은 그의 명만을 듣고 움직이는 자들이다.
또한 라르도가 가진 특별한 패시브 스킬로 인해, 그들은 한계를 수차례 넘어선 존재들.
왕국조차 라르도와 1천 명의 정예기사가 두려울 지경이다.
또한, 소리소문없는 진격이라 하나 그 틈엔 일반 유저들도 몇 껴있었다.
그들이 서둘러 라르도가 천외국을 치려 하고, 다른 왕국들도 합세하려 한다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커뮤니티가 폭주하기 시작하며 천외국으로 이주한 유저들은 진상을 알지 못한 채 두려움에 떨었다.
“결국 천외국도 끝이야?”
“이럴 수가…….”
“서둘러 튀어야 하는 거 아니야!?”
“모두 진정하십시오. 우리 천외국은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지금 도망간다면 여러분들께선 천외국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
이에 따라 천외국 병사들은 유저들을 통제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물론 유저들은 그때엔 로그아웃해버리면 그만이긴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는 천외국이 야속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리고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상당수의 유저들이 두려우나 천외국을 지키기 위해 로그아웃하지 않고 적군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천외국으로 거대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뿌우우우우우우우-
뿌우우우우우우우우-
뿌우우우우우우우-
네 개의 왕국의 깃발을 든 연합군이 주변에서 접근해 온다.
유저들과 천외국의 백성들은 두려움에 떤다.
또한, 누군가는 결국 천외국이 드디어 사라진다고 말한다.
그때 네 개의 왕국의 병력보다 한 발자국 먼저 라르도와 1천의 정예기사들이 말을 타고 천외국 내로 진입했다.
“미친…… 왜 안 막는 건데!”
“천외국의 병사들! 싸우기도 전에 전의를 상실한 거냐!”
정작 유저들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 선봉엔 자그마치 엘레와 버금간다는 ‘패왕 라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유저들은 라르도의 위엄을 보며 감탄했다.
라르도와 기사들은 모두가 흑빛의 갑옷을 두르고 흑빛 뿔투구, 검의 문양이 박혀 있는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이 타고 있는 말까지 흑마였다.
멋들어지는 루마이 왕국 정예기사와 패왕 라르도의 등장에 유저들과 백성들이 숨을 죽인다.
그리고 접속제한이 풀린 민혁이 등장했다.
그 또한 왕의 위엄을 갖추었다.
핏빛의 갑옷을 두르고 은빛 망토를 두른 그가 위엄 있는 발걸음으로 위풍당당 천외국 신하들을 대동한 채 걸음 한다.
그리고 이 장면은 어느새 자신의 호위기사들과 함께 숨어든 왕들 또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 라르도. 어서 식신의 목을 쳐라!!!’
‘놈의 목을 치고 전쟁의 시작을 알려라!’
그들은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그리고 흑빛의 뿔투구 사이로 민혁을 바라보던 라르도.
그가 천천히 말 위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그가 한 행동.
스르르르릉-
검을 뽑아 드는 행동이었다.
누군가의 얼굴엔 진득한 미소가, 누군가의 얼굴엔 좌절이 자리매김한다.
바로 그때.
라르도. 그가 힘껏 땅에 자신의 검을 박아 넣었다.
푹-
유저들은 잠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나 NPC들. 또는 왕들은 이해했다.
‘왕이 검을 땅에 박아넣는 행위는…….’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것인데……?’
그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어째서 라르도가 싸울 의사가 없음을 먼저 밝히는가?
그리고 더 충격적인 행동이 이어졌다.
라르도가 천천히 흑빛의 뿔투구를 벗자 말에서 내린 1천의 최정예들이 함께 뿔투구를 벗는다.
그리고 라르도.
그가 천천히 민혁에게 한쪽 무릎을 꿇는다.
패왕 라르도.
무신의 나라의 국왕.
검의 대제 엘레조차 쉬이 대하지 못하는 그.
그가 말한다.
“미안하고 고맙소. 나의 은인이시여.”
척!
척!
척!
척!
일제히 기사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민혁에게 예의를 차린다.
그리고 라르도. 그가 양쪽 다리 위에 양손을 올려놓으며 말한다.
“내 목을 치시오.”
“……!”
“……!”
“……!”
“……!”
모두가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