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38
밥만 먹고 레벨업 539화
아레스.
그는 얼마 전의 회의를 떠올렸다. 자신은 민혁의 계약서 사인에 길길이 날뛰었었다.
하지만 민혁은 확신에 찬 음성으로 하나하나 짚어주며 설명했다. 더 놀라운 건.
바글바글
“뭐!? 왕국 퀘스트 깨면 식신님이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나도 경험치 버프 요리 받을 수 있는 거냐!?”
“캬~ 천외국으로 이주하길 잘했다!”
고작 1주일이 지났을 뿐인데도 어느덧 천외국이 유저들로 바글거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나 또한 천외국에 도움이 되고 싶다.’
아레스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니는 고양이 항문을 들여다보지만 천외국의 부길드 마스터, 엘피스는 동요에 맞춰 춤을 추지만 천외국의 방패. 로크는 못생겼지만 개 키우는 학살자, 카이스트라는 설거지를 하지만 신수의 주인. 아르벨은 야설을 쓰지만 강하고.’
이상한 일이다.
그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렇게 걷던 중.
“아레스 님~ 이번에 ‘황금 고구마’를 재배했는데, 한번 드셔보실래요?”
밭일을 하던 아낙네가 바구니에 담긴 황금빛 고구마를 내민다.
‘천외국의 백성 중 상당수는 농부라 들었다.’
농부의 나라인 로카드 왕국의 이주민들이다.
이렇듯 천외국의 백성들은 간부들이나 일반 병사, 기사들을 아끼며 나누고 베풀려 했다.
아레스는 매번 이럴 때마다 시크하게 거절하곤 했다.
“귀찮게…….”
문득 아차 했다.
천외국을 위하고 싶다면서 정작 그 나라의 백성을 무시한다?
민혁은 모든 백성을 넓은 아량으로 안아준다.
그는 내키지 않지만 황금 고구마를 집어 들었다.
자그마치 자신의 주먹만큼이나 컸다.
‘사실 이해하긴 힘들다. 천외국 간부진들은 모두 식신의 음식을 즐기고 사랑한다. 하지만 일반 랭커들은 육포나 빵과 같은 걸로 포만도를 올리는데.’
그렇다. 배를 채우는 건 캐릭터가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함일 뿐이다.
이해는 힘들었지만 아레스는 황금 고구마의 껍질을 살며시 까보았다.
그러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황금 고구마의 속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먹음직스럽긴 하군.’
아낙네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아레스를 바라보고 있다.
아레스가 황금 고구마 한 입을 크게 베어 문다.
씹는 순간, 입안으로 진한 단맛이 퍼져나간다. 포슬포슬하게 씹히는 고구마의 식감이 기분 좋다.
한참이나 뜨거움에 입속에서 ‘허어~’ 하고 굴려주다가 목구멍 뒤로 넘기는 순간.
“…….”
아레스는 말문을 잃었다.
‘뭐 이런…….’
살면서 이토록 맛있는 고구마는 먹어본 적이 없다. 아니, 고구마가 이런 맛을 낼 수 있긴 한 것인가?
한 입을 더 베여 물어본다. 그러다 두 입, 세 입, 네 입. 아레스가 허겁지겁 고구마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먹다 보니 목이 메인다.
“흠, 뭐 마실 거 없나?”
“여기 동치미 좀 드셔보세요.”
아낙네가 아레스에게 동치미를 건넨다. 살얼음이 동동 띄어진 그 시원한 동치미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입안으로 남아 있던 모든 고구마가 목구멍 뒤로 쓸려나갔다.
“크…….”
자신도 모르게 아레스가 작은 감탄사를 흘렸다.
그 순간.
[천외국이 개발한 특수품종인 ‘황금 고구마’를 드셨습니다.] [황금 고구마는 드실 시 딱 1회만 캐릭터가 특별한 효과를 얻습니다.] [힘과 체력이 +1 상승합니다.]“……!?”
아레스는 경악했다.
‘무, 무슨…….’
맛도 좋은데 스텟을 두 개나 상승시킨다!?
실제로 스텟을 영구적으로 상승시키는 대부분의 것들이 엄청난 가격에 거래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고구마 더 남은 거 없나?”
“아, 있지요. 마음껏 드세요.”
바구니에 있던 고구마를 아낙네가 내민다.
우걱우걱우걱-
아레스는 새로운 세상을 깨닫고야 말았다.
천외국의 황금 고구마. 정말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맛있다.
그러다 바구니에 손을 더듬는데.
더듬더듬-
‘어, 없다……!?’
순식간에 다섯 개를 다 먹어버린 것이다!
‘더, 더 먹고 싶어……!’
아레스는 그 길로 아낙네를 쫓아갔다. 그리고 막 수확 중인 고구마와 감자 등을 발견하고 손을 뻗었다.
“아레스 님, 그것들은 손대시면 안 됩니다!”
아낙네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껴 그를 제지했다.
“아레스 님 같은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셨어요. 고구마나 감자를 하루에 수백 개를 먹으려는…….”
“어,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아레스.
그는 4대 길드 중 하나인 아레스 길드를 이끌던 수장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간곡히 청하지만 아낙네와 농부들은 단호하다.
“안 됩니다. 대신에 수확을 도와주신다면 할당량만큼 지급해 드릴게요.”
“……좋네.”
아레스는 승낙하고야 말았다. 자신이 수확까지 해야 하는가!? 했지만 고구마의 맛이 아른거려 참을 수 없었다.
그가 스킬을 사용한다.
[전신의 축복] [민첩이 40% 증가하며 30분 동안 지치지 않는 체력을 유지합니다.]그가 빛과 같은 속도로 스킬을 쓰고 내달리며 호미를 이용해 고구마와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파파팟-
“……뭐, 뭐야!?”
“저 사내는 누구지?”
아레스는 대한민국 최고 격투가 유저이다. 비록 발차기가 장기라고는 하나 그의 육체는 일반 랭커들과 격이 달랐다.
파파파파파파팟-
빛처럼 감자와 고구마를 파대는 그는 지치지 않았고 남들의 수확량 6배 가까이에 이른다.
파파파파파파팟-
30분이 지났을 무렵.
[손재주 1을 획득합니다.]‘뭐지? 밭일만 했는데, 손재주 스킬을 획득했다?’
손재주는 격투가에겐 너무도 중요한 스텟이다.
손재주 1당 그들은 물리 공격력 및 물리 방어력+1 효과를 얻는다. 또한, 격투가 클래스들은 손재주가 높아질수록 스킬들에 +데미지가 붙는다.
파파파파파파팟-
[손재주 1을 획득합니다.] [손재주 1을 획득합니다.] [손재주 1을…….]아레스는 드디어 깨달았다.
‘처, 천외국 이들은 이상한 자들이 아니었어!’
고양이 항문을 보는 지니나, 베스트 샐러 작가 아르벨, 엘피스 등이 강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자신들을 갈고 닦았던 것이었다.
아레스는 3일 내내 밭일만 하고 황금 고구마와 황금 감자를 우걱우걱 먹어댔다.
그러자 자그마치 손재주 스텟이 70개나 올랐다.
‘재밌군, 정말 재밌어. 하하하!’
그러면서 아레스는 생각했다.
천외국 이들은 현재 길드홍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은 스스로를 갈고 닦고 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지. 나도 방송을 켜볼까?’
아레스는 방송을 키고 농사일을 시작했다. 그는 어떠한 멘트도 없었다.
그저 묵묵히, 감자와 고구마를 캐고 밀짚모자를 쓴 채, 농부들 사이에서 새참을 먹고 막걸리를 마셔댔다.
“으하하핫, 막걸리 맛 조오타!”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처음 저조했던 시청자 수가 갑자기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시청자들은 그저 농사를 짓다가 시원한 물 한 잔을 들이켜고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레스에게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내가 이걸 왜 보지!?’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것.
그 시청률은 놀랍게도 민혁의 먹방 조회 수를 쫓아가는데 이르렀다.
그렇다.
아레스가 드디어 천외국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이다.
한편, 민혁의 집무실.
“오늘은 총 1만 3천 명의 이방인들이 이주해왔습니다.”
“……???”
“그중 약 4천 명의 유저들이 밭일을 시켜달라고 아우성입니다.”
“……???”
“전하껜 매우 좋은 일입니다. 더 맛좋고 특수능력 또한 좋은 농작물 재배를 위해 그들이 힘써줄 테니까요.”
“개꿀?”
* * *
메인광고 방영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 전에 무수히 많은 기사가 세계를 강타했다.
[아테네 제2의 시대 개막. 무수히 많은 업데이트 예정. 메인 예고편 자그마치 2시간 분량. 블록버스터 영화급?] [메인 예고 시나리오 천외국의 요청에 전면수정.] [시나리오를 맡았던 김필수 작가와의 인터뷰. 김필수 작가. ㈜즐거움 상대로 법적 절차 진행예정. 천외국이 제안한 시나리오 터무니없어…….] [네티즌들 내일 다가오는 예고편에 기대감 급증.]시나리오는 결국 전면 수정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시청자가 우려를 표했다.
[김필수 작가면 우리나라 최정상급 작가인데, 그걸 천외국에서 엎었다고……?] [근데 김필수 작가면 좀 안 어울리긴 함. 그분 로코 전문이잖음?] [그래도 천외국이 시나리오에 대해서 뭘 안다곸ㅋㅋ, 내일 메인 예고 망하는 거 보러 간다. 후기 들려줌.] [요새 천외국 이주 많이 하던데, 메인 예고편 보고 전부 떠나가는 거 아님?] [망함 ㅅㄱ.] [이건 갓직히 무리수였다…….] [아테네 망했네…….]대륙통합은 이제까지의 그 어떠한 이벤트나 업데이트보다 파급력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이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예고편 방영 3시간 전 ㈜즐거움 회의실.
쿠우우우웅-
“해당 작가의 이름도 알려줄 수 없다니요! 제 시나리오를 갈아치운 그 이유가 뭔지 설명해달란 말입니다!!!”
본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김필수가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강태훈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현재 시나리오 작가가 누구인지는 저밖에 알지 못합니다. 저를 제외하고 아무도 듣지 못했습니다. 저희 ㈜즐거움 측은 작가님의 고료에 맞춰 5억 원에 시나리오를 의뢰 드렸고 불발됨에 따라 총 10억 원을 지급해드린다고 약속드렸습니다. 또한, 시나리오를 검토했던 우리는 ‘아테네’ 메인 예고편과 전혀 맞지 않는다 말했으나 그 의견을 무시하시지 않았습니까?”
“그건……!”
“아, 일단은 작가님께서 그토록 요청하셔서 민혁 님께 양해를 구해 전화번호를 받아왔습니다. 두 분이 통화해보시죠.”
강태훈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 김필수는 민혁과의 통화를 요했고 다행히도 그는 순순히 승낙해줬다.
“하나만 아십시오.”
그리고 김필수가 성난 표정으로 회의실을 둘러봤다.
“이번 아테네 예고편은 망할 겁니다.”
홧김에 아무 말이나 내뱉은 김필수는 곧바로 강태훈에게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딸칵-
[네. 강민혁입니다.]“김필수 작가입니다. 도대체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하신 이유가 뭡니까?”
김필수가 화나는 건, 작가도 아닌 자들이 자신의 시나리오를 손댄 것도 모자라 엎어버린 것이었다.
[아테네 메인 예고편과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천외국 길드원 대부분이 수긍했고 저희 측 시나리오 작가도 승인했습니다.]“도대체 어디가요?”
꽤 많은 작가가 자신만의 고집이 있었다.
김필수도 그러한 사람 중 한 사람이었고.
[대륙 간의 전쟁. 그리고 그 과정에 로맨스가 너무 들어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상관없지만 그 누가 봐도 그러한 예고편을 보고선 게임을 하고 싶어지지 않습니다.]“당신이 시나리오를 뭘 알아!! 이 새끼가, 정말……!”
결국 김필수의 끈이 끊어졌다. 해선 안 되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다.
그에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리 계약관계라 하나, ㈜즐거움 측은 당신께 만족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 위반금을 물었어. 그런데 무슨 문제지? 또한.]민혁의 목소리가 사나워졌다.
[한참 전쟁 중에 이런 씬이 있던데? 검의 대제 엘레와 내가 같이 전쟁에 참여하기 전에 내가 그녀를 돌아보며 이런 대사를 치지.]김필수는 일단 묵묵히 들었고 회의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귀를 열고 집중했다.
[누나. 전쟁이 끝나면 동생 말고 남자 하고 싶어.]“…….”
“…….”
“…….”
“…….”
“…….”
“…….”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사실 이 자리의 몇몇 이들은 그의 시나리오를 보지 못했었다.
혹여 유출될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한데, 그 대사를 들은 그들이 속으로 박수 쳤다.
‘잘 엎었다…….’
‘미친. 전쟁 중에 무슨 로맨스질이야? 이게 아테네 예고편이지 월화 미니시리즈인 줄 아나.’
“그 대사가 뭐? 시나리오의 X도 모르는 작자가 뭘 안다고 그렇게 나불거려! 응!? 사람들은 당신과 엘레의 로맨스를 보면서 전율……!”
[끊습니다. 예고편 보시고 판단하시죠.]민혁은 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종료했다.
김필수가 얼굴이 붉어져 말했다.
“그 대사는 많은 사람의 가슴에 불을 지폈을 거라고!!”
“크흠.”
“흠흠.”
“음…….”
불을 지피긴 했을 것이다.
㈜즐거움 본사에.
김필수는 씩씩거리며 예고편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 예고편이 시작되었다.
‘이 예고편은 분명히 망할 것이다.’
김필수는 확신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지켜봤다.
‘영상미는 좋군.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치고.’
그는 계속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미친…….”
“겁나 잘 만들었잖아?”
“특히 천외국 길드원들의 외모가 한몫하는 것 같군. 마치 우리나라 버전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기분이야.”
“좋은데?”
갈수록 김필수의 얼굴이 굳어져 갔다.
‘뭐야? 왜 재밌지?’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뭐야!? 왜 내 몸에 소름이 돋지!!!?’
그리고 또.
‘뭐야!! 이 미친 영상미는!!’
그리고 모든 예고편이 끝났을 때.
강태훈 사장이 박 팀장에게 질문했다.
“현재 반응은?”
“이례 없는 폭발적인 반응입니다.”
“지금의 반응을 보았을 때, 천외국이 가져가게 될 순수익은 어떻게 되지?”
“이 기세로 간다면 천외국은 여섯 번의 구간 이상을 넘어섭니다. 예상수익금은.”
모두가 마른 침을 삼키며 박 팀장에게 집중한다.
박 팀장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약 3천 7백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그 의미.
㈜즐거움도 막대한 부를 취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
“가즈아아아아아아!”
“아테네 대륙통합 벌써 성공입니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그들의 틈.
김필수.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어디가 잘못되었던 거지? 그래! 이제 깨달았습니다. 제가 대사를 잘못 썼습니다. 민혁이 엘레에게 그런 대사를 쳤으면 안 됐어요!!!”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김필수가 벌떡 몸을 일으켜 그들을 둘러봤다.
모두가 잠시 기쁨을 뒤로했다.
‘드디어 알았다니, 다행이군. 우리도 계약해지를 일방적으로 했으니 최대한 그의 마음을 헤아려줘야지.’
강태훈은 그런 너그러운 마음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김필수가 말하기를.
“엘레가 아련한 표정으로 벽을 짚으며 이런 대사를 쳤어야 하는 겁니다! 이제, 누나라 부르지 마! 너한테 누나 아닌, 여자이고 싶어. 크~”
“…….”
“…….”
“…….”
“…….”
“…….”
순간 그 자리의 모든 이들은 같은 생각을 했다.
죽여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