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594
밥만 먹고 레벨업 595화
이스빈 마을.
아테네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유저들이 허수아비 타격지점과 기본적인 사냥 수련을 끝낸 후에 당도할 수 있는 초보자들을 위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말 그대로 초보자들이 즐비했지만 이곳에 ‘교관’이란 이름으로 숨어 살아가고 있는 ‘은둔 고수’가 존재한다.
이제 4살이 된 딸아이가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바라보는 남성.
바로 ‘발렌’이었다.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발렌이 거실로 나왔다.
로이나가 따뜻한 차를 기울이고 있었다.
‘행복한 삶이구나.’
발렌은 한때 검신이란 이름으로 살아갔지만 이 이스빈 마을에선 외톨이로 살아가곤 했었다.
그러던 때, 민혁이란 아이가 나타나 자신의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대접해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가 로이나와 자신을 이어 주었다.
“왜 웃어요?”
“그냥, 오랜만에 민혁이 생각이 나서.”
로이나도 그를 떠올리면 작은 웃음이 지어진다.
그때.
“끼에에에에!”
밖에서 정체 모를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그곳에 펑펑 울며 안절부절못하는 한 마리의 새가 있었다.
“이 새는…….”
신화 속에서나 등장하던 영물이 분명하다. 한데, 이 새가 어째서 여기에 온 것인가?
[민혁이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알림을 듣게 되었다. 서로를 돌아봤다.
특히나.
이 정체 모를 새는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다급해 보였다.
“민혁이가 위험한가 보오.”
“어서 준비해요.”
발렌이 서둘러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때 검신이라 불렸던 자.
그가 멋들어지는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하고 검을 허리춤에 찼다.
또한, 로이나.
희대의 천재였던 자이자, 검신 발렌과 함께 전장에서 싸웠던 여인.
그녀 또한 붉은색 레더아머와 무기를 착용하고 준비했다.
두 사람이 일제히 말 위에 올랐다.
지금, 검신과 그의 아내가 빛의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무신의 나라 루마이 왕국.
루마이 왕국은 패왕 라르도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을 때 보토 왕자가 마음대로 군사를 일으켜 천외국과 전쟁을 치렀던 적이 있다.
결과는? 완벽한 패배였다.
물론 이는 패왕 라르도가 온전한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루마이 왕국의 보토 왕자는 천외국에 포로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천외국의 왕 민혁이 보토를 지키고 루마이 왕국과의 화친을 도모하기 위한 위장이었다.
“하나.”
“흐아아압!”
“둘.”
“으랴아아앗!”
“셋.”
“흐아아아압!”
지금 루마이 왕국의 패왕 라르도가 왕국 최정예 기사단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패왕 라르도는 이번 전쟁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그는 더 강한 국가를 만들고 싶었다. 때문에 쉰이 훨씬 넘은 그였으나 군사들을 직접 가르쳤다.
결과는 놀라웠다.
엄청난 숫자의 네임드 NPC들이 탄생하였다.
실제 루마이 왕국은 아스간 대륙 모든 왕국과 제국에 비해 가장 작은 크기의 왕국이다.
하지만 그들이 보유한 네임드 NPC의 숫자는 이필립스 제국과 동등할 지경이었다.
또한, 그 군사들은 다른 왕국과 제국의 병사들과 비교할 수 없으니, 진정한 강국이었다.
또한.
패왕 라르도는 패왕도를 민혁과 나눠 가질 수 있게 되어 반쪽짜리만을 얻게 되었다.
대신에 완전한 패왕도를 부리니, 그는 이제 엘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절대지존 NPC’였다.
군사 훈련을 끝마친 라르도.
그가 향한 곳.
그곳은 바로 왕국에 위치한 보토의 방이었다.
보토는 분명 천외국의 포로로 잡혀가 있다.
하지만 민혁은 이를 헤아려, 한 달에 한두 번 보토를 은밀하게 그의 집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라르도는 보토를 보자 그를 꽉 껴안아 주었다.
“아들아.”
“아버지.”
본래 보토와 라르도의 사이는 매우 좋지 않았다.
자신을 갈고닦는 것에만 미쳐 있던 라르도.
반대로 왕국을 거머쥐고 싶었던 보토.
하나. 전쟁 이후. 민혁 덕분에 그들은 서로를 돌아보게 되었고, 돈독해졌다.
함께 식사를 하는데, 보토 왕자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한다.
“그곳에 창신 밴은 정말이지 무지막지하게 강합니다. 그리고 그가 타준 커피는 정말 맛이 좋아요. 나중에 꼭 아버지와 함께 마시고 싶어요.”
“하하하, 녀석. 그런 천외국의 비밀을 이 애비에게 말해주면 천외국의 왕한테 괜찮겠느냐?”
“아버지니까 괜찮을 거에요. 아, 그리고 거기엔 대머리를 치료해 주는…….”
라르도.
그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너무도 행복한 삶이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한껏 떠들어대는 아들과 오로지 강해지기만 해야 한다는 욕구를 버리고 남은 삶을 살아가는 라르도.
‘고맙소이다.’
그것은 바로 민혁에게 전하는 인사였다.
바로 그때였다.
빛에 휩싸인 새 한 마리가 침실로 날아들었다.
[민혁이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라르도와 보토 왕자.
두 사람이 새를 바라봤다.
새가 바닥을 뒹굴며 떼쓰듯 울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라르도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았다.
두 사람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라르도.
그가 자신이 수십 년을 쥐어왔던 검을 허리춤에 찼다.
그리고 루마이 왕국을 상징하는 검과 창이 교차된 문양이 그려진 검은 망토를 둘렀다.
1시간 후.
루마이 왕국 은밀한 곳.
검은 색 뿔투구에 검은 색 갑옷을 입은 약 50명의 루마이 왕국 최정예들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네임드 NPC로써 전설급에 해당하는 힘을 내는 자들이었다.
그 뒤로 약 5만에 가까운 루마이 왕국 강군들이 뜨거운 숨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바로 앞.
황금빛 풀 플레이트 아머에 검은 망토를 두른 라르도.
그 옆으로 그의 아들. 보토 왕자가 함께하고 있었다.
가장 뿔이 커다란 뿔투구를 쓰며 그가 뱉어낸다.
“출정한다.”
* * *
성녀 로이나.
태초의 신 아테네가 세상에 보냈다고 알려지는 인물.
온 대륙에 존재하는 아테네교의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또한, 그녀의 아름다움은 미의 여신 이펠레와 견줄 정도라고 알려진다.
그러한 로이나는 한때 악마 숭배자에 의해 죽을 뻔한 위기를 겪었던 적이 있다.
그럴 때 그를 구해준 것이 바로 ‘민혁’이었다.
그때 당시 로이나의 입지는 매우 약한 편이었다.
전 세계에 있는 몇몇의 교황들이 그녀를 인정하지 아니했다.
하나.
이제는 달랐다.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후, 그녀는 한층 더 단단해졌다.
그녀는 세계 대륙 곳곳의 신전들에서 교황들과 만나 직접 그들의 마음을 얻어냈다.
그로 인해 본래 ‘성녀’가 가질 수 있는 권한 중 하나.
성기사 통치권 또한 얻어낸 바가 있다.
성기사 통치권이란 무엇인가?
바로 온 세계에 뻗쳐있는 모든 성기사들을 부릴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아테네의 동상에 기도를 올리고 있던 로이나.
그녀 또한 슬피 우는 새의 다급함을 보았다.
민혁은 지금 엄청난 위험(?)에 빠져 있는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그 동상 앞에서 기도를 올릴 뿐이었다.
하나, 그 기도는 일반 기도가 아니었다.
“태초의 신. 아테네의 힘을 이어받은 아이. 나 성녀 로이나가 전 세계에 있는 성기사들에게 간곡히 청한다. 현재 나와 우리의 친우가 위험에 빠져 있다. 함께 전투를 치를 수 있는 자. 집결하라.”
그녀는 오랜시간동안 그들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났을 무렵.
성녀 로이나가 하얀색 사제복을 입고 기도실 바깥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녀가 또 한 번 양손을 모으자 그 손에서 거대한 빛이 터져나간다.
그녀의 앞으로 한 개의 빛이 나타난다.
그 빛을 뚫고 한 사내가 걸어나왔다.
전투 준비를 끝마친 성기사로서 흔히 알려진 ‘성검 루이도’였다.
그는 성기사들을 대표하는 기사로서 실제 그 힘은 지존 NPC 그 이상의 힘을 낸다 알려진다.
그와 동시에, 수만, 수십만 개의 빛이 일제히 생겨나며 그녀 앞으로 성기사가 집결해 있다.
그중 네임드라고 말할 수 있는 성기사의 숫자.
약 1천에 달한다.
애초에 ‘성기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선 기사 이상의 힘을 낼 수 있어야 하며, 신성력 또한 부릴 수 있어야 하기에 그 자격조건이 매우 높은 바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자리에 집결한 이들을 제외하고서도 곧바로 목적지로 내달리는 성기사들 또한 존재할 터.
오늘. 세상이 아테네교의 성녀 로이나의 힘을 낱낱이 보게 될 것이었다.
* * *
천외국의 부길드 마스터 지니.
그녀는 민혁이 길드 채팅창에 쓴 내용을 보았다.
[민혁: 현재 뱀의 신 엘리자베스의 아이. 리오나 후작과 대치 중. NPC들에게 도움 요청하였음. 천외국에선 약 3명 정도의 지원군을 제외하고 모두 정상적인 업무를 요함.]또한, 그와 함께 지니에게 따로 귓속말도 왔다.
[민혁: 지니야, 내가 지금 NPC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새 한 마리를 보냈는데, 3명 정도만 추려서 별들의 길에 보내줘. 너무 많이 오면 업무에 지장 생기니까. 아, 그리고 NPC들한테 꼭 숙지시켜.]지니는 그 뜻을 알아챘다.
천외국의 각 개인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 일들을 하지 말라고 제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최소한의 NPC만 보낼 것을 명령한 것이다.
그에 지니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NPC들에게 이 사실을 공지하기 위함이었다.
한데.
쌔에에에에에엥-
갑자기 무언가 그녀를 지나쳐갔다.
그는 맨몸으로 창 한 자루만을 들고 뛰고 있었는데, 지니의 눈으로 좇기도 힘들 정도였다.
“전하아아아아아!! 제가, 소인이 구하러 가겠나이다!!!”
“…….”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이, 일단 밴 어르신이 한 명 가는 걸로 하고 다른 이들에게라도 빨리 공지를…….’
하지만 그 생각을 끝내기 전에.
쌔애애애애애앵-
쌔에에에에엥-
쌔애애애애앵-
또 무언가가 지나갔다.
그 선두에.
“전하……를 건드리는…… 놈…… 가만두지 않아……!”
소악마 디아블로라 불렸던 자.
현재는 천외국의 방패 엘피스가, 평소의 순둥순둥한 표정을 지우고 악마 같은 표정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 뒤로.
“어떤 X만 한 놈이 전하를……!”
대해적이라 불렸던 사내.
지금 대어부 고르피도가 함께 뒤따르고 있었다.
그뿐인가?
“코니르!! 전하. 구한다!!!”
그 뒤를 이어 코니르가 달리고 있었다.
“너희들 멈춰!!! 명령이다!!!”
하지만 그들의 귀엔 지니의 목소리가 들어오지 않았다.
“…….”
심지어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감히, 우리 민혁 전하를?”
“내 이놈들을 가만두지 않겠어…….”
“우린 전하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감히 어떤놈들이야!!!”
백성들과 병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슬피 우는 신화 속의 새는 그를 진정으로 아끼는 자들에게 날아간다.
그의 백성들은 민혁을 끔찍이도 아기고 있었다.
인정할 만한 일이다.
민혁은 백성들에게 한 번씩 맛있는 요리를 해주며,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최대한 도와주는 성군 중의 성군이었으니까.
“우와아아아아아!!!”
“갑시다아아아아!!!”
백성들이 농기구를 들었고 병사들도 당장에 출정할 듯 무기류를 무장했다.
“멈춰!!! 출정금지다!!!”
지니는 골머리가 아파왔다.
그녀는 모든 백성들을 불러놓고 민혁이 말했던 바를 전했다.
하지만 백성들은?
“방금 전 그 새가 전하가 위급함을 말해주었소!!”
“그 새가 어찌나 전하가 위험해 보였으면 그렇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단 마시오.”
“지니 후작님!! 제발, 우리의 출정을 허락해 주십시오!!!”
“혹시……? 전하는 우리가 위험에 빠질까 봐 걱정하여 지니 후작님께 그런 말을 전한 것이 아닐까?”
“크흐흐흐흐흐흑!”
“……아, 아니라니까!!”
“전하를 구하라!!!”
“우와아아아아!”
“출정하자아아아아!!!”
“…….”
지니.
그녀는 민혁이 참 좋은 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한숨은 뭐란 말인가.
“진짜 돌아버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