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25
밥만 먹고 레벨업 626화
PC방에서 두 번째 쟁반을 처리한 후.
곧바로 세 번째 쟁반에 담긴 음식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수제버거 세트였다.
이쑤시개가 꽂아져 있는 불고기 수제버거 세트의 옆으로는 감자튀김도 함께 놓여 있으며 역시나 얼음 컵이 함께 나왔다.
얼음 컵에 시원한 콜라를 부어준 후에 양손으로 햄버거를 들어 올렸다.
햄버거에서 거무스름하고 달콤한 소스가 한두 방울 뚝뚝 떨어진다.
그 햄버거를 한 번에, 거의 반입 가까이 베어 문다.
부드러운 빵의 식감을 지나, 아삭한 양상추와 새콤달콤한 피클의 맛이 이어진다.
그리고 도달하는 담백한 맛을 내며 부드럽게 씹히는 패티.
그 상태에서 빨대를 이용하여 차가운 콜라를 쭉 하고 들이켜본다.
목이 찌릿할 정도의 청량감에 미소가 감돈다.
그리고 두툼한 감자튀김 세 개를 집어 들어 케첩과 마요네즈에 찍어 그대로 입에 넣어본다.
우물우물-
즐거움의 미소가 이어진다.
그리고 이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김지현 기자와 종석 PD.
그들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들의 앞으로는 라면과 찬밥이라는 환상적인 조합이 놓여져 있었다.
PC방에서 거의 최고라 불리는 조합인 것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햄버거가 먹고 싶지?’
‘아니, 두 입 만에 햄버거 반 개를 순삭시킨다고?’
두 사람은 실시간으로 먹방의 현장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민혁이 ‘헤헤’거리면서 행복하게 먹는 모습을 보자니, 자신들의 본분조차 잊고 아빠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다.
이내 정종석과 김지현이 도리질을 치며 정신을 차렸다.
세 번째 쟁반이 치워지며 네 번째 쟁반이 이어진다.
민혁.
그가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이번 코스 역시 만인에게 사랑받는 코스이다.
그의 앞으로는 떡볶이, 순대, 튀김, 김밥, 어묵 국물 등이 놓여져 있다.
“아, PC방 너무 좋아…….”
민혁에겐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도 특별하고 행복했다.
평범한 삶을 사는 이들은 쉬는 날, 지갑 하나만을 챙겨 PC방에 와서 게임을 즐기고 이러한 음식을 먹곤 한다.
그러나 민혁에겐 아니었다.
지금의 이 순간이 그에겐 너무도 행복했다.
그가 먼저는 참치 김밥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입에 넣자 새콤한 단무지와 함께, 향긋한 깻잎 향이 풍긴다.
민혁은 개인적으로 참치 김밥의 이 깻잎 향이 너무도 좋았다.
거기에 이어지는 마요네즈가 발린 참치의 식감.
입안 가득, 오물거리며 씹어주다가 넘겨준 후에, 이번엔 참치 김밥을 떡볶이 국물에 푹 찍는다.
그다음 입에 넣자 나오는 건 감탄뿐이다.
“와…….”
그러고는 일회용 종이 용기에 나온 오뎅 국물 한 모금으로 메인 목을 적셔준다.
오뎅 국물이 얹힌 모든 것을 싸아- 내려가게 하는 느낌이다.
그다음엔 순대를 집어 든다.
아쉽게도 PC방의 특성상 간이나 허파는 없었다.
그렇지만 탱글탱글하고 먹기 좋은 순대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좋다.
먼저는 소금에 찍어서 먹어본다.
짭조름함과 담백한 순대가 즐겁게 어울린다.
그다음엔 튀김을 집어 드는데, 먼저 오징어 튀김이다.
바삭-바사삭-
씹을 때마다 튀김 특유의 좋은 소리가 난다.
그리고 쫄깃한 오징어가 오동통하게 들어 있을 정도였다.
이번엔 김말이다.
김에 당면이 가득 들어가 있는 김말이 튀김은 꼭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어야 한다.
바삭바사삭-
한입에 김말이 튀김을 모두 먹어준 후에, 야채 튀김을 집어 들었다.
기름기가 가득 묻은 야채 튀김.
한입 베어 물면 여러 가지 야채의 맛이 느껴지며 그중 으뜸으로 고구마의 맛이 가장 강하게 나는 편이다.
그리고 대망의 떡볶이.
접시 위에 놓인 떡볶이로 삶은 달걀 한 알도 척 올라가 있다.
여기 사장님은 먹을 줄 아는 자가 분명해 보였다.
숟가락을 이용해 계란을 반으로 나누었다.
그 상태에서 반쪽짜리 계란 하나를 떡볶이 양념 국물에 으깨어주었다.
그리고 수저로 퍼먹으면.
퍽퍽해야 할 계란 노른자가 한없이 부드럽고 달콤하게 느껴진다.
그다음, 떡을 집어 들어 쫄깃한 그 식감을 느낀다.
그다음엔 오뎅이다. 민혁은 개인적으로 떡볶이의 오뎅을 떡보다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민혁의 먹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네 번째 쟁반이 지나가고, 다섯 번째 쟁반이, 다섯 번째 쟁반이 지나가고 여덟 번째 쟁반이.
“…….”
“…….”
자리에 앉아 먹방만 하는 민혁을 보며 종석과 지현은 말문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드디어 민혁이 또다시 봉고차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식신은 폭식 결여증이 있으니까 먹는 건 어쩔 수 없었겠지, 하지만 김 기자. 이번엔 진짜야.”
연예인들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비밀들.
혹은 그들의 가면 뒤에 숨겨진 추악한 민낯!
정종석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 추악한 민낯을 세상에 내보여 그의 가면을 까발리리라!
그의 차는 계속해서 달렸다.
어둡고 으슥한 골목길.
어느덧 해가 진 시각이다.
민혁이 봉고차에서 박스 하나를 옮겨서 한 집 앞에 놓았다. 그와 함께 봉고차에서 쌀도 한 가마니 내려놓았다.
“쌀과 박스……? 도대체 뭐지?”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뭐 봉사라도 하는 건가?
아니, 그건 다소 말이 안 된다.
‘굳이 회장 아들이 뭐하러 직접 다니면서?’
그렇다.
그걸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또한, 세계에서 기부 좀 한다는 사람들은 항상 ‘누구누구 1억 원 기부’ ‘지진 피해자들에게 1억 원 전달’과 같은 문구들을 달지 않던가?
그리고 그 옆에는 피해를 입은 자들, 기부금을 전달받은 자들이 항상 어색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그것은 쇼이자 비즈니스이다.
1억을 들여 이미지를 사는 행위이다.
그런데, 왜 민혁은 지금 해가 지고 있는 시간에 저기에서 저러고 있는가?
봉고차는 계속해서 빠르게 움직였다.
어떤 곳은 달동네였기에 쌀을 어깨에 짊어지고 낑낑거리며 옮겼다.
땀이 흠뻑 젖어 봉고차에 돌아온 민혁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도대체 뭘까요?”
“저 안에 무슨 판매 물품 있는 거 아니야?”
정종석은 의심이 많다.
오랜 시간을 더러운 연예계를 봐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조금 삐뚤어진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민혁이 수십 차례를 차를 세우고 짐을 나르는 모습을 보다가,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박스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때, 녹슨 대문이 열리며 중학생 소녀가 나왔다.
흠칫한, 그들이 걸음을 멈췄다.
소녀는 박스와 그 위에 올려진 메모지를 보다가 작은 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리려 했다.
그때, 종석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학생.”
“네?”
중학생 소녀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우리가 그거 놓고 간 사람을 유심히 지켜봐서 말인데, 그거 혹시 뭔지 볼 수 있을까?”
“오빠를 유심히 지켜봐요? 이 박스를요? 아아아…….”
그리고 소녀 채민은 눈치가 빨랐다.
채민이 슬쩍 박스를 열어 김지현에게만 보여줬다.
‘……생리대잖아?’
박스 안에는 생리대와 함께 많은 생필품이 들어 있었다.
지현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저분이 왜 문 앞에 이걸 놓고 간 거지? 그것도 직접?”
채민은 눈치가 빠른 소녀이다.
때문에 종석의 질문에, 이것이 그 사람을 돕는 일이 되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사실, 저 오빠가 누군지는 알지만 모른 척하고 있어요. 본인이 원하고 있어서요.”
“아무도 알지 못하길?”
“네.”
“얼마나 되었어?”
“4개월 정도?”
그 말에 종석은 머릿속 기억을 끄집어냈다.
민혁이 외출을 시작한 게 약 4개월 전부터인 것으로 안다.
“저분을 처음 뵌 건 ‘후원단체의 날’ 때였어요.”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 * *
촤촤촤촤촷!
후원단체의 날.
고아원, 양로원, 재난피해 등을 후원하는 후원자들이 감사패를 받는 행사이다.
이 행사에는 중소기업 대표들이나 혹은 어떠한 곳의 이름 있는 이들이 꽤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곳에 오는 건 그들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후원해주는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들도 함께한다는 거다.
그들이 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카메라 앞에서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그들을 돕고 있고, 그들은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간다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보여주기식에서, 자신들의 ‘선행’을 알리고자 함이기도 하다.
하나, 정작 후원받는 아이들은 고욕이었다.
‘이 사진을 우리 반 친구가 보면 어떡하지?’
‘내가 소년소녀가장이라는 걸 누군가 알면 어떡하지?’
‘도망치고 싶어. 불편해.’
물론 진짜 ‘선행’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 세상이다.
하지만 ‘거짓된 선행’을 하는 이들도 상당히 많다고 할 수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 사진을 찍은 아이들은 누군가 알게 될까 두렵고 이 자리가 불편하다.
그러나 이를 거절하면?
후원이 끊긴다.
냉담하고 어이없는 현실이다.
이날도 채민은 불편한 후원자들과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
식사를 하는 곳은 고깃집이었는데, 오늘 후원자의 날을 보기 위해 온 이들도 함께 대부분 왔을 정도로 커다란 고깃집이었다.
고기를 먹던 해민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푸르름의 대표가 부른다는 이야기에 테이블에 앉았다.
그곳엔 ㈜푸르름의 대표 양인식과 채민만 앉아있었다.
양인식은 50대 중반의 남성으로 이제 막 작은 중소기업을 방대하게 키워나가기 시작한 사내이다.
그랬기에 거만하고 콧대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았으며, 욕심 많은 이처럼 배가 불룩 튀어나왔다.
“채민아, 너 대학교까지는 이 삼촌이 다 해결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리고 알지?”
“네, 알아요.”
채민은 불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알지’라는 의미는,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기업 홍보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채민은 나중에 대학교에 입학하면 ‘(주)푸르름의 지원 하에 성장한 어엿한 숙녀 채민’이라는 이름으로 기사에 쓰여질 것이다.
이것이 선행일까?
채민은 바보가 아니다.
이건 선행이 아니라, ‘거래’이다.
어린아이들이 일을 하지 못하기에, 가난하면 배가 고파야 한다는 교묘한 점을 이용한.
“아저씨는 우리 채민이가 참 딸 같아서 좋아요~”
또 시작이다. 또.
그러면서 슬쩍 어깨에 손을 올리고 힘이 들어간다.
채민은 그 손을 살며시 내리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일어섰다.
“명심할게요.”
그리고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한숨이 나온다.
당장 생리대와 같은 생필품을 살 돈도 없고 할머니의 병원비 지원도 필요하다.
가난한 청소년들은 더 빠르게 ‘현실’을 알고 ‘철’이 든다.
그녀가 고깃집의 복도 쪽, 화장실과 가까운 곳 의자에 덩그러니 앉아 멍한 표정을 짓는다.
‘좋은 어른은 없어.’
이용하려는 어른만 있을 뿐.
그때 복도에서 화장실로 오기 위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최대한 웅크리고 있을 때, 양인식의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 아이들, 크면 다 너무 멋지고 사랑스러울 거야. 그렇지? 하하!”
“맞습니다. 대표님. 하하.”
“그래, 그중에서도 우리 채민이가 참 예쁘단 말이지. 나중에 크면 한 미모할 거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 가식과 지금 무언가를 상상하는 듯한 표정의 양인식의 얼굴을 떠올리면 역겹다.
“참, 채민이는 볼 때마다 내 딸 같단 말이지.”
그 말이, 너무 역겹게 들려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다.
그때, 남자 화장실에서 전혀 다른 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은 내 아빠 같아서 하는 말인데.”
“……?”
채민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에, 양인식과 그 비서가 당혹한 것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젊은 목소리의 사내가 말한다.
“나이를 똥구멍으로 처먹었냐, X발 새끼야.”
“…….”
그리고 날아드는 찰진 욕에 화장실이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