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3
밥만 먹고 레벨업 63화
‘부럽다…… 무슨 복을 타고났길래…….’
그런 생각을 하다가 창욱이 말했다.
“이거 말고 또 없어?”
“업적 포인트도 1만 받았어요.”
“1, 1만!? 내가 이제까지 받은 업적 포인트가 1만 3천인데!?”
“와, 형 게임 진짜 못하시나 보네요.”그 말에 창욱의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그가 못하는 게 아니라 민혁이 사기적인 것이다.
업적 포인트는 결코 쉽게 얻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면 진짜 좋은 걸로 교환할 수 있겠다. 하긴, 미노타우르스 그거 잡지 말라고 뿌려놓은 건데, 잡았으니…….”
“으흠.”
민혁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아테네 공식 홈페이지에 검색해봤다.
‘업적 포인트로 맛있는 거 사 먹기.’
[요리사의 탑에 가서 업적 포인트로 재료 사기] [요리사의 탑 업적 포인트로 구매한 재료]이 비슷한 글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글 중에 부정적인 글들이 무척 많이 보였다.
[여러분, 똥 밟지 말라고 꿀팁 알려드립니다. 요리사의 탑에서 업적 포인트로 재료 사는 거 바보 같은 짓입니다.fgjkadf31: 그게 왜 꿀팁임? 바보가 아니라면 전부 아는 사실 아닌가요?
콩이빠덜: 저희 집 콩이랑 옆집에 사는 말티즈 칸쵸도 그건 압니다.]
“음?”
민혁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업적 포인트로 재료를 사는 게 바보 같은 짓이라니?
곧이어 그는 추가적인 내용을 확인해 봤다.
[업적 포인트로 요리사의 탑에서 재료 사지 말아야 하는 이유 정리해 드립니다.1. 업적 포인트 대비해서 요리 재료에 붙어 있는 특수능력이 현저히 적은 편입니다. 더군다나, 요리사들은 버프 능력밖에 없는데, 굳이 단발성의 재료를 살 필요가 있을까요?
2. 그 업적 포인트로 차라리 버프량을 높여주는 요리사의 식칼이나, 조리모를 사는 게 훨씬 이득, 혹은 요리사 스킬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가 핵심인데, 초보 유저들이 보통 아무것도 모르고 재료 사서 먹으면 요리 숙련도나 이런 거 오를 줄 알고 구매하다 낭패 보는 거 많이 봤습니다. 그러지 마시길.]
“오호.”
민혁은 턱을 쓸었다.
“너 업적 포인트로 뭐 살 거야?”
“맛있는 거요.”
“……1만 포인트로?”
“네.”
생각해 보면 민혁은 마부인 바란에게 대장장이 론을 만나라는 퀘스트를 받았다.
그가 있는 곳 인근으로 탑들이 있을 테니 겸사겸사 가면 될 것이다.
“1만 포인트로 맛있는 거 사면 뭘 줄까? 흐흐…….”
1만 포인트 정도면 창욱이 보았을 때 꽤 대단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전부 먹을 걸 바꿔먹겠다니,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1만 업적 포인트짜리 재료는 도대체 어떤 거려나?’
그게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이어서 민혁은 휴대폰으로 자신의 알림창을 확인해 봤다.
시상식장으로 이동된 후에 민혁은 어서 빨리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알림을 제대로 듣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유저가 들었던 알림창은 원한다면 휴대폰으로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5천 2백만 골드를 획득합니다.] [대회에서 우승하셨습니다.] [명성 50을 획득합니다.] [업적 포인트 5천을 획득합니다.] [엘레의 검술을 익히실 수 있습니다.] [엘레에게 작은 소원 한 가지를 부탁하실 수 있습니다.]“5천만 골드? 원래 미노타우르스가 골드를 많이 줘요?”
“아니지, 아마 이벤트용 몬스터 비슷하게 준 것 같은데, 그보다 업적 포인트 또 있네.”
총합 1만 5천 업적 포인트.
거기에 에픽 스킬인 엘레의 검술까지 익힐 수 있다는 거다.
“와, 엘레의 검술. 부럽다…… 에픽 스킬을 얻다니…….”
창욱도 가진 스킬 중에서 가장 강한게 유니크였다.
사실상 에픽 스킬은 유저들 중에서도 가진 이가 많지는 않은 편이었다.
거기에 엘레에게 작은 소원 한 가지를 부탁할 수 있다는 것.
그에 창욱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좋은 생각 났어!”
“……?”
“에픽 아티팩트를 달라고 해, 그게 아니면 에픽 아티팩트로 이어지는 퀘스트 같은 거. 캬! 형 머리 좋지?”
창욱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민혁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그래, 너도 드디어 형 말을 듣는구나!”
창욱이 뛸 듯이 기뻐했다.
곧이어 캡슐로 들어가면서 민혁이 말했다.
“엘레한테 맛있는 거 달라고 해야지!”
“…….”
“…….”
“…….”
창욱과 주변의 사람들은 캡슐로 들어가는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 * *
엘레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중이었다.
현재 그녀가 확인하는 것은 근래 이필립스 제국에서 나타난 이방인 중 두각을 드러낸 이들에 대한 검토였다.
그렇게 검토하던 중,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흑염룡? 대단한 사람이구나.”
“그렇습니다. 폐하.”
엘레가 어렸을 적부터 그를 보좌하였던 루스가 꾸벅 상체를 숙여 보였다.
“아직 100레벨이 되지 않았는데, 대상인으로 전직한 것도 모자라 쓰러져가던 상단을 매입하여 본래 나던 매출의 1,200%를 내다니, 상인으로서의 역량이 뛰어난 자인 것 같아. 되도록 영입하였으면 좋겠군.”
“영입 제안은 이미 하였습니다. 하오나…….”
루스는 굉장히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흑염룡이 말하기를 ‘나는 한 사람만을 위해 싸우고 한 사람만을 위해 이곳에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상단을 키우는 이유 또한, 그 한 사람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없애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호오.”
엘레는 그 말을 듣고 흥미가 생겨 턱을 쓸었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지키고 싶어서 대상인이 되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참으로 멋지지 아니한가.
“하지만 그의 재능이 탐이 나서 계속된 권유를 하자 정색을 하여 말하기를.”
엘레는 관심을 가졌다.
그처럼 확고한 뜻을 가진 사람.
그가 무슨 말을 하였을까.
“‘내 오른손의 그 녀석이 미쳐 날뛰려 한다,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한다면 꿈틀거리는 그 녀석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폐하.”
“…….”
“…….”
엘레는 잠시 말이 없었다, 루스도 무안함에 헛기침을 했다.
“독특한 이방인이군.”
“……그렇습니다. 폐하. 참, 이제 식사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주억이며 엘레는 걸음을 옮겼다.
집무실을 나가 식탁으로 가자 길게 나열되어 있는 호화로운 산해진미들이 보였다.
황궁의 요리사들이 만들어낸 황홀한 요리!
일반 이방인들은 한 번이라도 맛보고 싶어 하는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몇 번 떠먹어보던 엘레는 ‘후…….’ 하는 한숨을 쉬며 식기를 내려놓았다.
“입맛이 없구나.”
루스는 그 모습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워했다.
랜.
그가 나간 이후부터였다.
그녀는 식욕을 잃은 사람 같았다.
그리고 루스가 보기에도 요리의 맛은 랜이 압도적으로 뛰어났었다.
그에 황궁의 요리사들은 어쩔 줄을 몰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을 가져오라.”
“예!”
하지만 그런 엘레의 식욕을 돋을 수 있는 음식이 딱 한 가지가 존재하였다.
이는 본래 이방인들의 세계의 음식이라고 하였다.
곧이어 황궁 요리사들이 그것을 대령하였다.
그녀의 앞에는 잘 구워져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것이 있었고 까르보나라 스파게티가 있었다.
그리고 요리한 그 녀석을 담고 있는 캔에는 ‘스팸’이라는 두 글자가 영어로 적혀 있었다.
“스팸. 참으로 희한한 녀석이야, 없던 입맛도 다시 생기게 하니 말이다.”
루스는 그 말에 작게 웃음 지었다.
엘레는 먼저 까르보나라를 먹었다.
그다음 짭조름한 스팸을 먹었다.
식감 있게 씹히는 이 스팸이란 음식은 바삭하게 구워야 맛이 있었다.
거기에 조금 짭조름한 맛에 자신도 모르게 까르보나라를 더 많이 먹게 되었다.
“맛있어, 아주 훌륭해.”
“그렇게 맛있사옵니까.”
루스가 본 엘레는 먹을 걸 참으로 좋아했다.
하지만 랜이 나간 이후로는 영 입맛이 없는 듯 보였다.
루스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또 그때 이후로 웃으시는 모습도 본 적이 없지.’
그녀는 그가 나간 이후로 오로지 황제로서의 업무에만 집중했고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황제가 되어버렸다.
바로 그때였다.
피닉스 기사단의 단장 카스가 들어왔다.
“단장, 폐하께서 식사 중이신 거 안 보이오?”
“압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이번에 우승을 한 이방인이 오면 바로 들이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엘레는 포크를 멈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그가 온 것이냐?”
“그렇습니다.”
엘레의 눈이 이채를 머금었다.
“들라 하라.”
“예!”
카스가 후다닥 걸음을 옮겼다.
엘레는 그가 궁금했다.
랜의 인정을 받고 자신이 건넸던 식칼을 전수 받은 자.
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 우승한 자.
곧이어 그가 안으로 들어와 넙죽 고개를 숙였다.
“네가 그 민혁이라는 이방인이로구나.”
“그렇습니다. 폐하.”
“어디 불편한 것이냐?”
“아닙니다.”
그의 몸은 계속 움찔거리고 있었다.
“너 또한 들어서 알겠지만, 우승의 대가로 앞으로 나에게 검술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다.”
“네, 감사합니다. 폐하.”
엘레는 고개를 갸웃했다.
‘별로 안 기뻐하는 목소리인데?’
자신의 검술을 배우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다소 무미건조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이어 그 이방인이 말했다.
“폐하, 우승을 하면 폐하께 작은 소원 한 가지를 부탁드려도 된다고 들었사옵니다.”
“……그렇지.”
그 말에 엘레는 피식 웃었다.
‘똑같군요. 랜.’
랜에게 식칼을 받아온 이방인.
그는 조금 특별할 거라고 생각했다.
랜은 자신을 사랑했고 아꼈다.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미각도 없으면서 자신을 위해 뭐든 했다.
손재주를 올려 요리를 만들었고 자신을 기쁘게 해줬다.
그처럼 이도 순수한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는 탐나겠지.
황제인 자신은 그 작은 소원으로 해줄 수 있는 게 많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 특별한 무기가 있는 장소더냐? 아니면 나의 보물창고에서 몇 가지 물건을 가져오길 원하느냐? 또 아니면 작위? 수억 골드? 말해보라. 해줄 수 있는 선에서는 뭐든 해주겠다.”
소를 먹으러 갔다고 하여 그에게 관심이 생겼었다.
하지만 이제 그 관심이 사라졌다.
이도 평범한, 욕심 많은 이방인일 뿐이다.
이방인들은 항상 그렇다.
다 똑같다.
그리고 그 이방인이 고개를 들어 올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엘레를 보았다.
엘레의 검술을 전수받는다고 할 때는 다소 시무룩한 목소리였는데, 갑자기 이러자 엘레는 의아했다.
그리고 그가 기쁨에 겨운 표정으로 말했다.
“폐하. 정말이지 어려운 부탁인데 괜찮겠습니까?”
“말해보라, 나는 이 이필립스 제국의 황제인 엘레이다. 가능한 선에서는 뭐든지 해주겠다.”
그에 사내는 정말 힘겹게 입을 떼며 활짝 웃었다.
“저에게도 스팸을 먹을 수 있는 영광을 주소서!”
그 말을 들은 엘레는 잠시 말이 없었다.
루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재차 물었다.
“스팸……? 이 햄 말이더냐?”
“네에!”
그는 고개를 맹렬히 끄덕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루스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웃었다, 그녀가.
얼마 만에 보는 웃음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곧이어.
“푸하하하하하!”
그녀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