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672
밥만 먹고 레벨업 673화
민혁과 우마왕.
두 존재가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
민혁에게 우마왕은 아주 든든했던 전우였다.
우마왕에겐 민혁에 대한 온전한 기억은 없었지만 한때 자신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대했던, 자신을 위해 싸워준 자라는 기억은 있었다.
“이만 가볼게.”
민혁.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마왕.
그는 민혁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는 걸 알았다.
민혁은 제천대성에게 오블렌을 깨울 수 있는 방법을 들은 후 다시 떠날 것이라 하였다.
“에데아에 오신다면 꼭 한번 들리시죠.”
“그래.”
“그리고 이건 선물입니다.”
우마왕.
그가 신하들을 시켜 무언가를 가져오게 시켰다. 금색 천에 싸져 있는 무언가였다.
민혁은 직감했다.
이것이 무엇인지.
흘끗 금색 천 사이를 엿보자 먹기 좋아 보이는 ‘소고기 선물세트’가 들어 있다.
“…….”
우마왕이, 민혁에게 소를 선물하다.
조금 꺼림칙했으나 뭐 어떤가?
그리고 민혁은 이 소고기 선물세트가 결코 범상치 않을 것임을 알았다.
“잘 먹을게!”
민혁의 얼굴로 환한 미소가 자리매김한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미소였다.
우마왕.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한 나라의 왕이며 신인 자. 루마칼에게 대적했던 자가 고작 먹을 것에 이토록 환한 미소를 짓다니.’
우마왕.
그는 사실 알고 있다.
소의 모습일 때의 자신이라고 할지라도 그 누구도 자신을 쉽게 부릴 수 없을 거다.
‘나는 이자의 순수함에 반하였던 건가?’
우마왕.
한 나라의 왕이 그토록 한 사람을 따랐던 이유.
그런 게 아닐까?
지금도.
“하하하하하하, 그게 그렇게 좋으십니까?”
품에 자신이 선물로 준 그것을 꽉 끌어안는 그를 보며 우마왕은 웃고야 말았다.
“좋고말고. 우리 한우가 준, 한우 선물세트인데!”
“……음?”
“아니야, 아무튼 너무 좋아!”
우마왕.
그는 한참이나 민혁을 바라보았다. 민혁도 한참이나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민혁이 떠났다.
그가 떠나는 모습, 우마왕은 성벽 위에 서서 계속하여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왕으로서의 일정을 며칠간 소화하기 시작했다.
피해 입은 백성들을 위해 힘쓰라 명하고, 다시 에덴 왕국 곳곳을 돌며 백성들과 인사했다.
그리고 이번 싸움으로 죽은 유족들을 위로했다.
그렇게 걷다가.
“……전하.”
한 기사가 그를 불렀다.
바로 검의 신성 아론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우마왕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돌아봤다.
“어찌 계속 그가 떠났던 자리를 돌아보십니까.”
“아닐세.”
우마왕.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뒤돌아보았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저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와 함께 웃고 울었던, 그때를 회상하는 것이지 않나 싶었다.
귀에 들려오는 것 같다.
‘음머어어어어어어어!’
자신이 그토록 기쁘게 웃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가자, 한우야!!!!!’
자신이 그토록 누군가를 위해 살아간 적이 있었을까.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전하.”
아론. 그가 우마왕을 불렀다.
“전하는 더 이상 우리의 왕이 아니십니다.”
“……뭐라?”
우마왕.
그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아론을 돌아봤다.
아론. 그가 에덴 왕국을 둘러본다.
“전하가 폭군으로 불리고 민심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새로 왕이 된 루마칼은 더욱 백성들을 핍박했고 백성들은 사자인 루마칼 이전에 우마왕 전하를 원망하였습니다.”
“…….”
“전하는 우리를 버리고 도망치셨고 백성들은 그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왕? 계속 그 자리에 있으실 수 있겠지요. 하나.”
“…….”
우마왕.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백성들이 자신을 미워한다.
그는 곧 기사들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그러나 백성들의 눈빛과 기사들, 병력들의 눈빛은 그러지 아니했다.
그들은 모두 우마왕에 대한 충직한 충성심을 드러내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자를 가슴에 품은 자를, 우리가 왕으로 대접해 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스르르릉-
검의 신성 아론.
그의 검이 뽑힌다.
그리고 우마왕을 겨눈다.
“떠나십시오.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
스르르릉-
스르르르릉-
스르르르릉-
수백 명의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우마왕을 겨눈다.
애초에 우마왕.
그는 돌아오지 않았어도 되었다.
그러나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해 돌아왔다.
또한, 자신들은 우마왕이 폭군이 아니었음에도 옥황상제와 루마칼이 두려워 그를 외면한바.
자신들은 그를 섬길 자격이 없다.
그저 자신들이 해줄 수 있는 건.
“당신이 정녕 무엇이 하고 싶은지만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아론.
그의 표정이 싸늘해진다.
“에덴 왕국에서 썩 떠나시오.”
수백 명의 기사들이 우마왕에게 검을 겨누고 있다.
그러나.
“흑, 크흐흑…….”
“크흐흡!”
누군가 울고 있다.
우마왕.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에덴 왕국의 백성들이 하나둘 머리를 땅에 박고 그에게 절하고 있었다.
“언젠간.”
우마왕.
그가 아론을 바라봤다.
“내가 이곳에 온다면 쫓아내지만 말아주게.”
그리고 아론과 우마왕.
그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 * *
왕국을 떠나려 할 때.
우마왕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알림을 듣게 되었다.
그 알림은 그가 다른 세상으로 넘어갈 때의 알림과 동일했다.
[왕의 자리를 포기하려는 당신을 보며 옥황상제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에덴 왕국의 왕 자리를 포기하실 시 당신은 소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우마왕.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스템적인 제약이었다.
우마왕은 에데아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러한 인물이, 또 그런 강한 힘을 가진 인물이 떠나는 걸 막기 위한 시스템적 방편이었다.
우마왕.
그는 에덴 왕국을 돌아보며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파아아아아앗-
빛에 휩싸였다.
거대한 소의 모습이 된 우마왕. 즉, 한우.
그는 되려 우마왕일 때의 기억이 흐릿해졌다.
또한, 방금 전처럼 깊은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조금 똑똑한 소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달렸다.
“음머어어어어어어어!”
그의 걸음이 경쾌하다.
다시 그를 만날 생각에 그의 걸음은 빠르기만 하다.
벌써 그가 떠난 지 며칠이 지났다.
더 이상 한우에게는 그전과 같은 강인한 힘도, 언월도를 휘두르며 적들을 휩쓸던 카리스마도 없었다.
그러나 그에겐 두껍고 튼튼한 네 개의 다리가 있었다.
그는 길게 쳐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대며 힘껏 내달렸다.
거친 평야를 내지르고 달린다.
몬스터들은 먹기 좋아 보이는 소의 등장에 그를 공격한다.
그러나 한우가 힘을 잃었다 해도 그는 우마왕이었던 자다.
그는 수천 마리의 몬스터들을 뚫고 나아갔다.
때로는 아주아주 커다란 강을 만났다.
그 강을 힘겹게 넘었다.
“음머어어어어어어!”
또 언제는 너무도 햇빛이 뜨거웠다.
목이 말라 지쳐가고 있었지만 그는 달리고 달려, 제천대성과 마주할 수 있었다.
제천대성.
그는 적지 않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곧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교황의 벽으로 향했소.”
“음머어어어어어어어!!!”
한우.
그가 커다란 울음을 터뜨리며 다시 한번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떠나는 그를 바라보며 제천대성이 미소 지었다.
“멋진 전설이 될 것 같구나.”
그리고 한우.
그는 계속 달린다.
교황의 벽으로 가는 길은 훨씬 더 위험하고 고되다.
때로는 용암강의 돌다리를 건너느라, 그의 발이 시꺼멓게 타들어 갔다.
치이이이익-
“음머어어! 음머어어어어!”
또 때로는 거센 태풍을 만나 동굴 속에 숨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웅크리고 덜덜 떨어야 했다.
또 때로는 소의 육중한 몸으로 절벽을 조심조심 올라야 했다.
몇 번은.
주르르르르륵-
쿠우우우우우웅-
“음머어어어어어어!!!”
떨어져 내려 거친 비명을 토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교황의 벽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무척이나 강한 몬스터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는 것이다.
우마왕이었을 때라면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나 그러한 녀석들 수천 마리가 한우를 막기 위해 덤벼든다.
“음머어어어어어어어!”
그러나 한우는, 그들과 싸운다.
몸 곳곳이 베이고 찢어진다.
비틀-
몬스터들을 헤치고 비틀거린 그였으나 그는 다시금 내달린다.
“음머어어어어어어!”
먼 곳.
바로 먼 곳으로 드디어 교황의 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우.
그의 발걸음에 더욱더 경쾌함이 실린다.
한편 그 시각.
민혁.
그는 며칠을 이 교황의 벽 앞에 서서 난처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 교황의 벽은 엄청난 내구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민혁이 아무리 공격해도 성벽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거였다.
특히나.
‘재생되는 벽이라니…….’
그렇다.
교황의 벽은 공격을 당하면 5분 내로 다시 내구도가 회복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한 번에 엄청난 양의 딜량을 넣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민혁이 더블푸드와 중첩되는 즐거움 등을 사용하고 여러 번의 스킬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교황의 벽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민혁.
그는 높디높게 서 있는 교황의 벽을 올려다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 녀석이 있었다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민혁.
그가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아직 품속에는 한우의 목에 걸어주었던 그 목걸이가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생각을 떨친 민혁.
그가 다시 힘껏 검을 휘두른다.
약 30분 동안을 스킬을 난무하고 검으로 아무리 두들겨 봐도 교황의 벽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허억허억…….”
[스테미나가 고갈됩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찔해집니다!]말 그대로 순간.
정신이 아찔하게 돌았다.
바로 그때.
“음머어어어어어어어어!”
거대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 *
한우.
그는 달렸다.
저 앞에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나의 주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인이, 높고 커다란 벽 앞에 막혀 지쳐 있었다.
한우.
그가 커다래졌다.
20m, 30m, 40m, 50m.
비록 주인이 시키지 않았으나 한우는 그의 마음을 읽어냈다.
쿵쿵쿵쿵-
땅이 울릴 정도의 거대한 뜀박질 소리를 내며 한우가 마침내, 벽과 충돌했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가 벽과 충돌한 순간, 그 거대하고 단단했던 벽이 와르르르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욱한 흙먼지 틈.
민혁은 그 존재가 한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흙먼지가 걷히며, 한우가 모습을 드러낸다.
어떤 일을 겪은 것인지 몸 곳곳이 찢기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우.
그는 민혁의 앞으로 한걸음, 두 걸음 걸어온다.
그리고 그저 머리를 내민다.
“…….”
민혁.
그는 잠시 녀석을 바라보다 품속에 고이 간직해두었던 ‘한우♡’라고 쓰여 있는 목걸이를 그의 목에 걸어줬다.
“음머어어어어어어어!!!!”
민혁.
그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울음 터뜨리는 한우를 바라보다 하얀 이를 드러내 활짝 웃어주었다.
그리고.
한우의 등 뒤에 올라 교황의 벽을 넘어선다.
“한우야, 가자!!!”
“음머어어어어어어!!!!”
오늘. 왕과 신하가 뜨겁게 재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