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25
밥만 먹고 레벨업 726화
전대 식신 엘렌은 민혁과 가장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세상에 배고픈 자들이 없기를 바라왔고 쾌활하고 친화적인 성격에 그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넘쳐났다.
본래 이 현자의 마법의 탑 주인은 전대 식신 엘렌이었다.
그러나 그가 신들의 무덤인 어비스로 향하기 전 이곳에 모든 친우들을 모아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식신 엘렌은 이러한 말을 남겼다.
-설령 내가 죽어도 이곳엔 너희들을 위한 만찬이 일 년에 한 번은 차려질 거다.
그렇게 엘렌은 어비스에 잠들었다. 그리고 이 식신의 탑으로 매년 그의 친우들이 발걸음했다.
그리고 전대 식신 엘렌이 특별한 힘을 이용해, 그들이 올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이는 그들이 죽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식신 엘렌을 누구보다 아꼈고 사랑했다. 때문에 그의 무덤이라도 찾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그에 그 영혼들은 해마다 이 버려진 탑으로 돌아오곤 했다.
혹시나, 다시 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그가 해준 요리를 다시 먹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 앞에 식신 엘렌의 후예 민혁이 나타난 것이다.
그가 탑에 들어온 순간, 그를 그리워하던 모든 영혼들이 모여들었다.
“…….”
민혁은 그들로부터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황좌에 앉아 자신을 흥미롭다는 듯 내려다보는 대륙황제.
드래곤의 머리 위에 올라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몬스터 로드.
그리고 셋의 신.
‘가장 낮은 곳에 있으나 가장 위대했던 신. 이 이름이 가장 어울리는 건 엘렌이었지 않을까?’
그는 절대신이 아니었으나 이 정도로 많은 이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살아생전 그들이 얼마나 엘렌을 아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민혁은 안델로가 말했던 브로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에 대해 눈치챌 수 있었다.
‘혹시 이들이 함께……?’
그리고 안델로가 말한다.
“본래 당신은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되면 이 탑에 방문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제 인정을 받지 않고 이곳에 입장하였습니다. 그럼으로써 몇 가지가 변화할 수도 있습니다.”
[직업 전용 퀘스트: 식신의 친우들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민혁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결국에 이곳에 도달해야 한다.
한데, 지금 알림에 따르면 본래 그 레벨에 받아야 할 퀘스트가 변경될지도 모른단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이곳을 벗어나 힘을 갖췄을 때 다시 오는 것이지요.”
알림은 분명히 식신의 친우들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즉, 선택은 자신 스스로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변경된다면 당신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직업 전용 퀘스트가 변경된 후 퀘스트를 실패할 시에 식신의 스킬 2가지가 랜덤으로 삭제됩니다!]“……!”
민혁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퀘스트 실패 페널티였다.
만약 그 랜덤의 두 개의 스킬 중 ‘식신의 요리스킬’이나 혹은 ‘레시피 창조’ 또는 ‘밥먹고합시다’ 등이 삭제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중 ‘식신의 요리스킬’은 지금 민혁의 버프요리가 뛰어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시스템을 비튼 대가를 치르는 건가?’
다르게 생각하면 보상이 변화했기 때문일지도 모르며 강한 힘을 거머쥐려는 대신 그 위험을 감수함을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민혁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안델로는 속으로 내심 놀랐다.
어찌 보면 왕이 일개 신하를 위해 자신이 가진 가장 큰 힘 두 개를 내던지는 일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 순간, 알림이 울렸다.
[직업 전용 퀘스트: 식신의 친우들이 변경됩니다!] [직업 전용 퀘스트: 식신의 친우들의 인정이 생성됩니다!]띠링!
[직업 전용 퀘스트: 식신의 친우들의 인정.]등급: ???
제한: 식신.
보상: 전대 식신의 친우들이 당신을 도와줌, 봉인되어 알 수 없는 식신의 유물.
실패 시 페널티: 식신의 전용 스킬 두 개 소멸.
설명: 당신의 행보에 의해 퀘스트가 변경되었다. 식신의 친우들은 당신에게 커다란 호감을 갖고 있거나, 혹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당신을 보고 있다. 그들의 인정을 받아라.
‘역시나.’
그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브로드를 구할 길이 열린다.
그들의 인정을 받는 방법은 무엇인가.
안델로가 손가락을 퉁겼다.
그 순간.
“크아아아아아악!”
정체 모를 보관함이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귀를 찢는 괴성이 들려왔다.
그 보관함은 붉은 피가 흐른 자국이 역력했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손 수십 개가 보관함이 열리지 않게 꽉 붙들어 매고 있다.
“신의 저주받은 재료.”
안델로가 그 보관함을 민혁에게 건네었다.
그가 보관함을 건네받는 순간, 열리지 않게 잡고 있던 손들이 스르르 사라졌다.
“누군가는 ‘고통의 재료’라고 부릅니다.”
민혁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재료로 요리하는 건가?”
“맞습니다. 신의 저주받은 재료는 그 불리는 이름처럼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하지만 요리만 완성해 낸다면 신급 요리를 만들어낸다 알려집니다.”
“무조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 그리고 실제로 느껴지는 그 고통들은 ‘환상’이지만 당신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할 겁니다.”
“…….”
민혁은 그 재료를 내려다봤다. 그 흉물스러운 보관함을 보며 민혁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안델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저주받은 재료를 보며 웃는 자는 또 처음이었다.
“왜 웃으시는 겁니까?”
“이 재료로 만들어진 요리는 분명히 맛있겠지?”
“……그렇겠죠. 그 과정이 힘들겠지만요.”
“브로드에게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할 수 있겠어.”
“…….”
그 말을 듣는 순간 안델로는 가슴이 지끈거렸다.
자신이 느껴야 할 고통보다, 자신이 한 요리를 먹고 기뻐할 자를 생각하며 웃는 자라?
‘아니면 브로드 님이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인가?’
민혁이 보관함을 내려다보다 물었다.
“이 안의 재료는 뭐지?”
“당신이 원하는 재료가 나타날 겁니다. 그리고 재료를 꺼내는 순간 고통은 시작됩니다.”
민혁은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브로드가 먹고 싶어 할 만한 요리가 무엇이 있을까.
브로드는 보기와는 다르게, 튀김류나 혹은 덮밥류 같은 것을 좋아한다.
곧 민혁은 결정을 내렸다.
‘돼지고기 등심.’
딸깍-
민혁이 보관함을 열었다.
그 순간, 주변 환경이 변화했다.
화르르르르륵-
용암이 흐르는 용암강이 눈앞에 놓여있다. 뜨거운 열기가 민혁의 몸을 뒤덮는다.
숨만 쉬어도 콧속과 폐부 깊숙한 곳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신의 저주받은 돼지고기 등심을 획득합니다.]알림을 들으며 민혁이 요리를 시작했다. 그가 하는 요리. 바로 카레라이스와 돈가스다.
카레를 때론 밥에 비벼 먹고, 때론 돈가스를 카레를 푹 찍어 먹으면 일품일 것이다.
[체력이 빠른 속도로 고갈됩니다.] [온몸에 지독한 화상을 입은 듯한 통증이 계속됩니다.]갈수록 몸이 익어가는 것 같다. 온몸이 뜨거워진다.
그 상태에서 민혁은 굴하지 않고 요리를 시작한다.
먼저 당근과 감자, 양파를 ‘재료습득’ 스킬로 손질하려 했다.
[저주받은 돼지고기 등심을 요리할 때 ‘재료습득’ 스킬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하지만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재료습득 스킬은 재료를 원하는 모양으로 단숨에 손질할 수 있다.
그게 불가능하게 되자 민혁은 감자와 당근을 씻기 위해 물을 꺼냈다.
그리고 막 물로 씻으려 할 때.
갑작스러운 차가움이 그의 손을 감쌌다.
[동상에 걸렸습니다.] [손을 움직이기 쉽지 않습니다.]“크흐흐흑!”
송곳 수백 개가 손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이어졌다. 벌벌 손을 떨어대며 재료들을 썰어냈다.
그다음, 칼을 꽉 쥐고 재료를 썰어낸 순간.
콰자아아악-
“크하아아악!”
민혁의 왼팔에 칼이 깊숙이 박히는 듯한 통증이 이어졌다.
이어서 계속 재료를 썰 때마다 그의 몸 곳곳이 난도질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으아아악!”
아무리 아테네가 가상현실게임이기 때문에 실제 통증은 훨씬 반감된다고는 하나 정신적인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게 마련이었다.
그 상태에서 어느덧 재료 손질을 모두 끝내고 물에 카레 가루를 풀어낸 후에 갖은 재료를 넣고 불을 켠다.
띠리릭-
불이 끓어오르기 시작할 때쯤, 민혁은 발목까지 차오른 끈적함을 볼 수 있었다.
[환상 속에 빠져듭니다!]마치 자신이 재료처럼 끓는 듯하다. 발목부터 시작해, 자신이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안델로의 말처럼 ‘환상’이라는 자각을 할 수 없었다.
포기하고 싶어진다.
실제로 온몸이 녹아내린다는 공포 속에 휩싸이는 민혁이었다.
* * *
“으아아아, 으아아아악!”
식신의 친우였던 자들이 가운데에서 비명을 질러대면서도 요리를 하는 민혁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그가 받고 있는 고통이 보이지 않았다.
안델로가 그를 바라봤다.
‘이겨냈으면 좋겠군요.’
하지만 곧 사자의 갈기가 달린 망토를 두른 대륙황제가 말했다.
“엘렌도 신의 저주받은 재료는 요리하지 못했네.”
“저러다 미치는 거 아닌가?”
“흥, 미치면 좀 어떤가. 저딴 작자가 엘렌을 이을 재목일 리가 없어.”
그들의 반응은 제각각으로 나뉘고 있다.
누군가는 식신의 후예를 가엽게 여겼고, 누군가는 그의 힘을 계승한 자가 고작 인간이라는 것에 아니꼬워했다.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안델로가 말했다.
“자신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을 보게 되는 겁니다. 엘렌마저도 이겨내지 못했지요.”
“엘렌이 이겨내지 못한 것을 저딴 애송이가 해낼 리가 없다.”
신 중 한 명의 비웃음이었다.
엘렌은 일개 신에서, 절대신을 향해 근접한 신 중 한 명이었다.
급기야 민혁이 무너져내렸다.
“…….”
“…….”
쓰러진 민혁이 머리를 부여잡고 뒹굴었다.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실체가 되어 그의 눈앞에 나타날 겁니다.”
그처럼 민혁은 지금 가장 두려워한 것을 보고 있었다.
허공을 향해 민혁이 소리쳤다.
“……문수 아저씨.”
모두가 숨죽였다.
“배고파요. 제발 문 좀 열어줘요.”
폭식 결여증에 걸렸을 당시, 민혁은 치료법을 찾지 못해 최악의 치료법에 스스로 들어갔다.
바로 방문의 문을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단식한 것이다.
그때 당시 그는 배고픔을 두려워했다.
그가 허공의 문을 두들기듯 한다.
“아저씨, 제발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나 너무 배고프다고요! 배고파!! 뭐라도 먹게 해줘요!!!”
그에게 살 수 있는 희망은 없었다.
폭식 결여증은 오랜 시간부터 존재해왔던 질병이다.
민혁의 시대에는 세 명이 있었고 한 명은 사망하였다.
그리고 그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에 의해 20살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배, 배고파……!”
쓰러진 민혁이 무언가를 우걱우걱 삼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방 안에 있던 휴지였다. 무언가를 입에 미친 듯이 밀어 넣는 모습에 그 자리의 모두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민혁이 보는 시야가 또다시 바뀌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일화그룹. 그리고 강민후 회장과 후계자이자 폭식 결여증에 걸린 아들 민혁.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민혁을 손가락질한다.
돼지라고 욕하며, 함께 그 아버지를 욕한다.
지금 민혁의 머릿속으로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함께 ‘돼지 같은 놈’, ‘죽어버려’, ‘넌 죽을 수밖에 없어’라고 외치는 것 같다.
급기야, 그가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며 구르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아아악!!! 나도 살고 싶어, 살고 싶다고!! 제발 살려줘!!”
비명을 지르는 민혁을 보며 대륙황제가 고개를 저었다.
“……끝났네.”
“안델로. 이 정도면 충분하네, 그의 요리를 막아.”
“역시 애송이 따위에 지나지 않는군.”
애송이라는 말에 신 중 한 명인 아드렌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미의 신이라 해도 될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그녀는 한때 ‘자애의 신’이었다.
그녀는 상대방의 고통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애송이는 아닌 것 같아요.”
“……뭐가 보이지?”
“먹어야만 하는 지독한 병. 배가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라도 계속해서 먹어야만 하는 병. 그 병을 가졌어요.”
“그 무슨……?”
“마치 저주와 같아 보이네요. 배고픔을 참을 수 없는 병인지라 절제를 하지 못하고 어쩌면 기도가 먹을 것에 막혀, 죽어도 먹는 병이에요.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해 왔던 병이겠죠. 이제까지 수천 명, 수만 명이 죽었을지도 모르는 끔찍한 희귀병이에요.”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으아아아아,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 배고파요!”
“……시련을 멈추게.”
대륙황제가 고개를 저었다.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무시하던 이들은 ‘역시나’라며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안델로가 보관함을 집어 들었다.
보관함 안으로 다시 재료를 넣으면 신의 저주받은 재료가 봉인된다.
그리고 전설 중 한 명. 몬스터 로드가 혀를 찼다.
“결국에 식신 엘렌을 넘어설 인재는 없는 건가? 하긴 나약한 인간 따위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을 때. 자애의 신 아드렌이 중얼거렸다.
“……일…… 한 인간…….”
“뭐?”
몬스터 로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머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던 민혁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살…… 거야.”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그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바뀐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살 거야.”
‘살려주세요’가 아닌, ‘살 거야’라는 본인의 의지가 흘러나왔다.
민혁이 한 손으로 자신을 지탱하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그의 눈이 총명하게 빛나고 있다.
“나는 살고 말 것이다.”
모두가 입을 벌린다.
그리고 아드렌.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민혁이 다시 요리도구를 쥔다.
그리고 몬스터 로드는 방금 전 그녀의 중얼거림이었던 ‘……일…… 한…… 인간…….’의 뜻을 원했다.
아드렌 그녀가 민혁을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는…….”
민혁은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유일하게 그 병을 이겨낸 인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