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26
밥만 먹고 레벨업 727화
민혁의 폭식 결여증은 중학생 때 불현듯 찾아왔다.
만족스러웠던 삶이었다. 일화그룹 회장님이셨던 아버지, 민혁을 믿고 따랐던 무수히도 많은 친구들.
일화그룹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인재라는 찬사.
그는 탄탄대로의 삶을 살아오던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부모 잘 만나서 그렇지, 뭐.’
과연 그럴까?
아니다. 민혁은 아버지를 등에 업었기에 그런 사람이었던 게 아니다.
살아생전의 어머니의 바른 가르침과 무너지지 않는 법을 가르쳐준 아버지.
그리고 그가 가진 ‘노력’이라는 가장 큰 재능 덕분이었다.
그리고 폭식 결여증이 찾아왔을 때, 많은 것을 잃었다.
‘친구들을 잃었었지.’
그는 전학을 간다며 폭식 결여증 치료를 위해 방안에만 틀어박혀야 했다.
‘사람들의 찬사도 사라졌어.’
많은 이들이 ‘후계자 강민혁이 공부만 하다 미쳐서 도망쳤다’라고도 말했다.
또는 강민후가 알코올 주정뱅이였다더라, 그 때문에 민혁이 힘들어한다더라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늘씬했던 몸도 잃었다.’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왔고 몸은 비대해져 갔다. 그에 불면증에 의해 하루에 1시간도 잠을 자지 못하기 일쑤였다.
갈수록 몸은 망가져 갔다. 살고 싶었다.
나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하루에 세 끼를 가족, 친구, 연인과 오순도순 먹으며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랬기에 그 비대한 몸뚱이로 수영장에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운 상태로 쉴 새 없이 되지도 않는 윗몸 일으키기를 했다.
몸은 뚱뚱했으나 운동을 하고 책을 보며 공부했다.
‘나는 살아갈 것이다.’
오로지 그 일념 하나로 뛰었다.
하루에 4~5시간 이상의 운동량.
필사적인 식욕조절.
마침내 만난 아테네.
“나는 꼭 살 거야.”
그것이 자신이 가졌던 꿈이다.
몸을 일으킨 민혁이 다시금 요리를 시작한다.
나는 귀감이 될 것이다. 꼭 살아남아 폭식 결여증을 완치하고 일화그룹을 이끌어 세상에 말할 것이다.
‘우리 모두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랬기에, 그런 민혁이었기에 이깟 공포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의 눈이 번뜩인다.
카레를 끓이며 온몸이 팔팔 끓듯 한다.
그러나 그 고통마저 잊는다.
‘브로드.’
당신께 나의 따뜻한 한 끼를 먹이고 말 것이다.
어느덧 카레가 완성되었다. 기름 솥에 식용유를 콸콸 붓고 가스 불을 켜서 적정량의 온도까지 올라가게 한다.
그 상태에서 돼지고기 등심에 튀김옷을 입힌다. 그것을 입히는데, 순간 온몸을 누군가 도끼로 후려치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콰콰콰콰콰콱!
휘청-
잠시 몸을 가누지 못했던 민혁이 이를 악문다. 그리고 기름이 끓어오르자 튀김옷을 입은 등심을 튀김 솥에 가져간다.
그 순간.
쿠콰콰콰콰콰쾅!
하늘에서 내리치는 수백 개의 벼락이 민혁에게 떨어진다. 그로데스크한 광경이다.
그에게 무수히 많은 공격이 떨어지나 요리와 재료들은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
“큭……!”
곧바로 힘겹게 손을 뻗는 민혁에게로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칼날처럼 뾰족해지며 그의 몸 곳곳을 꿰뚫는다.
“크하아악!”
비명을 지르는 민혁이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곧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전하. 식사는 하셨는지요.’
브로드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는 그에게 어떤 것도 해준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많은 것을 해주었던 사람이다.
그랬기에 떨리는 팔의 손목을 다른 한 손으로 붙잡고 힘겹게 넣는다.
촤르르르르르륵-
즐거운 소리가 퍼져 나간다. 그의 주변으로 여러 개의 재앙이 떨어진다.
갑자기 땅에서 솟아난 용암이 그를 덮치기도 했다.
화르르르르르륵-
또 때로는 하늘에서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 민혁을 내려치고는 환상처럼 흩어진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것들은 민혁에겐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요리 만드는 것과 하나가 되고 있었다.
완전한 무아지경의 경지에 빠져들고 있었다.
[또 한 번 깊은 무아지경 속에 빠져들었습니다.] [무아지경이 발동될 시 특별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그러나 민혁은 그 알림을 듣지 못했다. 오로지 요리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돈가스를 튀기는 동안 계속해서 주변이 변화한다.
여름이 되어 50도가 넘는 열기가 민혁을 내리쬐고, 또 겨울이 되어 주변의 모든 것이 얼어붙고.
하늘에서는 수백 개의 벼락이 내리치고, 그가 선 뒤의 땅이 갈라지며 지진이 일어나고.
그러나 그는 오로지, 요리를 하는 공간 안에만 있는 사람이었다.
그 어떤 것도 그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마침내, 그가 돈가스를 모두 튀겨내고 그의 입가에 희열 어린 미소가 지어졌다.
따뜻한 밥이 접시 위에서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고 있다.
그 바로 옆에 만들어낸 빈 공간으로 카레를 부었다.
그다음 카레 위에 노릇노릇 아주 잘 튀겨진 돈가스를 얹었다.
그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며 눈앞이 핑 돌았다.
흐릿해지는 그의 기억 속으로, 무수히 많은 알림이 들려온다.
[카레라이스와 돈가스를 완성하셨습니다.] [당신이 극의의 무아지경에 빠져듦으로써 특별한 일이 일어납니다!] [무아지경. 당신의 ‘물러서지 않는 의지’, ‘신하를 위한 마음’, ‘살고자 하는 욕망’, ‘정성’이 들어간 요리입니다.] [극의의 무아지경에 따라 버프효과와 등급이 ‘본래’의 무아지경보다 훨씬 더 뛰어나집니다!] [스킬 무아지경이 극의의 무아지경으로 변화합니다.] [신의 저주받은 재료를 이용해 요리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전대 식신조차 해내지 못한 놀라운 업적입니다.] [식신 전용 스킬 포인트 2를 획득합니다.] [신의 저주받은 재료를 이용해 요리하는 데 성공할 시, 무조건적으로 신등급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신등급 요리가 극의의 무아지경의 힘을 받아 더 높은 등급의 요리가 됩니다!] [세상에 두 번째 절대신 등급 요리를 탄생시키셨습니다!] [모든 스텟……!] [HP와 MP……!] [폐위된 황제 브로드가 일시적으로……!] [직업 적용 퀘스트: 식신의 친우들의 인정 완료.] [대륙황제가 당신을 인정……!] [드래곤 로드가 당신을 인정……!] [자애의 신이 당신을 인정……!] [경이적인 성과로 퀘스트를 달성……!]끊임없이 들려오는 알림을 들으며 민혁은 정신을 놓았다.
* * *
“…….”
“…….”
“…….”
식신의 친우들은 모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나 방금 전까지 그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드래곤 로드조차 눈을 떨고 있다.
“지금 내가 뭘 본거지?”
신등급. 그를 넘어선 절대신 등급의 요리가 세상에 탄생했다.
전대 식신 엘렌조차도 넘어서는 대단한 업적이었다.
하지만 어떠한 자들은 이를 부정하게 마련이다.
드래곤 로드가 고개를 저었다.
“하…….”
재밌다는 웃음을 지은 그가 고개를 저었다.
“엘렌이 대단했던 건, 많은 사람들과 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
그에 그 자리의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몬스터 로드는 자신의 친구가 최고라 믿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때 안델로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이 탑 안에서도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주억였다. 영혼들은 오랜 시간 그를 봐왔기에 알고 있었다.
“대륙황제이자 제국의 황제. 검신의 자리를 내던진 엘레라는 자가 이 사내의 누나이십니다.”
“???”
“그리고 패왕이라 불리는 한 나라의 왕이 이 자의 삼촌입니다.”
“???”
“아, 얼마 전에는 대륙용병들을 통합하고 용병의 신의 후예가 된 용병왕이 이분의 형입니다.”
“???”
“그리고 이분의 나라의 총사령관이 ‘창신’입니다.”
“???”
“또 엘피스라는 자는 소악마이며 그의 방패이고, 신의 검이 그의 호위기사. 대악마 그레모리의 가호를 받고 또 성녀 로이나의 친구이며…… 중얼중얼…… 아, 8기둥 중 하나인 오블렌을 수하로 두고 있으며 교황 크로나드와도 깊은 연을 쌓고. 아, 절대신수가 그의 펫이며 중얼중얼…….”
“…….”
“…….”
잠시 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있었다.
몬스터 로드가 민혁을 바라보다 말했다.
“얘,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거 맞긴 하지?”
“그럴걸요?”
“…….”
“…….”
모두가 잠시 침묵했다.
* * *
끝이다. 브로드는 뒤의 막다른 절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 앞을 투신 벨로반과 넷의 신. 신군 25만이 막고 있다.
투신 벨로반에게 관통당한 복부에서 끊임없이 피가 꿀렁이며 쏟아진다.
그 상태에서도 브로드는 검을 놓지 않았다.
“절대신의 검이자 폐위된 비운의 황제여, 이제 끝이다.”
투신 벨로반이 차갑게 말했다. 벨로반은 브로드라는 자에게 질릴 대로 질려 버렸다.
‘어떻게 고작 혼자…….’
십만이 넘는 신군을 베어내고 세 명의 신의 공격을 버텨낸다는 것인가?
당장에라도 저치의 목을 쳐 이제까지 했던 고생을 보상받고 싶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분께선 브로드를 원한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군신께서 너를 원하고 계신다. 군신의 품으로 오라. 그분이 약속하셨다.”
벨로반이 주먹을 꽉 쥐었다.
어째선지 모르겠다. 군신은 어째서 저자를 이토록 아끼는가.
그분께선 이리 약속하셨다.
“너에게 새로운 제국을 만들어주겠노라.”
“…….”
신군들이 술렁일 정도의 발언이었다. 일개 인간이었던 자에게 신의 땅의 제국을 만들어주겠다.
어떠한 신군은 상상만 해도 전율이 이는 듯 마른 침을 삼킨다.
신들조차 그에게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갖은 금은보화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며 영원토록 평안하고 안락한 삶을 살 것이다.
“그토록 원하지 않았는가.”
벨로반이 질문했다.
브로드는 복부에서 흐르는 피를 매만졌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섬겨보니까 느끼는 것이 있네.”
“…….”
“꼭 내가 황제가 되지 않아도 좋겠구나, 내가 황제가 되지 못해도 나는 행복할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나는 줄곧 하곤 했어.”
꽈아아악-
검을 쥔 브로드가 부드러운 웃음을 짓는다.
“나는 황제가 되지 않아도 괜찮네, 아니, 내가 아닌 그분께서 황제가 되셨으면 좋겠네.”
나의 전하. 나의 동생 같은 왕.
해맑게 웃으며 음식을 먹고 콧노래를 부르며 배를 두들기던 왕.
“나는 오로지 그분만을 섬긴다네.”
벨로반.
그가 자신의 검을 쥐었다. 드디어 군신께서도 결국에 그를 내려놓으셨다.
“그렇다면 죽게나.”
투신 벨로반의 검이 브로드의 목을 노리고 찔러진다.
벨로반이 소리친다.
“어리석은 자여, 왕은 당신에게 그 어떠한 감정도 없음을, 신하는 그저 쓰이고 버려지는 존재일 뿐이다!!!”
벨로반의 말에 브로드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하.”
작게 불러본다.
얼마 전 민혁을 만났을 때, 그는 말했었다.
-브로드. 네가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어. 그렇지만 부탁이니까, 제발 살아만 있어줘. 알았지?
-하하하, 물론입니다. 전하! 소인 그 누구보다 강하지 않사옵니까.
브로드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그는 지금 당장 신군 한 명이 덤벼들어도 대처가 안 될 만큼 몸 상태가 최악이었다.
그랬기에, 그저 작게 바라본다.
“……소인을 기억해 주소서.”
그 순간 벨로반의 검이 브로드의 목 끝에 다다른다.
어이없는 일이다.
왕이, 죽음을 맞이한 신하를 기억하는 일 따위나 있겠는가!?
브로드의 눈이 감긴다.
푸우우욱-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드디어 영원한 숙면에 빠져들 것이다.
뚝- 뚝뚝-
피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
[가장 낮은 곳의 신이 한 사람을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왕은 신하를 기억할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왕이 신하에게 입을 열어 말합니다!]“브로드.”
그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 나의 전하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브로드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아…… 아…….”
브로드의 가슴이 찢어졌다.
내 앞에 서 계신 분.
나의 전하셨다.
나의 전하가 한 손으로 벨로반의 검을 잡아내고 있었다.
전하의 붉은 피가 땅에 스며든다.
“기억하마.”
벌벌 떨리는 손으로 전하의 찢어진 손을 향해 브로드는 팔을 뻗었다.
그러나 민혁은 작은 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나와 함께할 너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