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76
밥만 먹고 레벨업 76화
아산병원 입원실.
그 안의 침대 위에 누워있는 혜민이는 문 너머로 들려오는 한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아…… 그 말은 저희 아이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아직 어린 혜민 양은 음식이란 것 자체가 ‘무섭게’ 다가오는 것이니까요. 차차 시간이 지난다면 음식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차차’라는 게 도대체 언제인가요. 지금 저 앙상한 내 딸이…… 후우, 죄송합니다. 흥분했습니다.”
“이해합니다.”
“아빠 똥꾸, 또 힘들어…….”
혜민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얇은 팔뚝을 보았다.
백혈병.
그 병마와 싸워 이겼다.
문제는 그 후로 음식이란 게 혜민이에겐 두렵게 다가왔다.
이어서 문이 열리며 그녀의 아버지 이태민이 들어왔다.
“아빠가 바빠서 요즘 함께 못 있어 주네.”
“괜찮아, 다른 똥꾸가 목마 태워 주고 놀아줬오.”
“다른 똥꾸?”
“웅, 그 똥꾸는 참 이상한 대지야! 삼겹살을 수십 인분을 뚝딱 해치웠다고!”
“호오, 돼지 친구가 생겼구나, 혜민이?”
순간 이태민은 딸 아이가 말하는 게 진짜 ‘돼지’ 인줄 알았다.
돼지가 아니라면 그럴 수 있을 리 없으니까.
“근데 그 대지 똥꾸. 사람이다?”
“응?”
태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혜민이 말처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니!
그 또한 꽤 놀라운 일 같았다.
하지만 곧 혜민이 말했다.
“근데 그 대지 똥꾸 착해!”
“친구가 생겼다니, 좋구나.”
태민은 빙긋 웃었다.
소심한 성격, 병과의 싸움 이후 변해가는 딸 아이.
그런 아이에게 친구가 생겼다.
“그래서 나 지금 대지 똥꾸 만나러 갈래!”
“지금? 안 돼.”
“씨잉, 대지 똥꾸랑 놀고 싶다고!”
그에 잠시 고민하던 태민은 고개를 주억였다.
대장장이 론이 고맙게도 혜민이를 잘 봐주곤 했다.
또 혜민이는 그 주위를 벗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럼 조심해서 놀고 있으렴.”
“응!”
혜민이 입원실 내에 배치된 캡슐로 들어갔다.
닉네임 혜민아빠.
헤파스의 후예인 그는 드래곤 소드를 비롯한 다양한 아티팩트를 판매해 굉장한 부자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병실도 특실.
“뭔가 보답이라도 해드려야겠어.”
혼자 게임 속에 아이를 둔다.
참 나쁜 아빠다.
그렇다고 태민이 그녀를 혼자 두려 한 것은 아니다.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그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알아보면서도 여러 사람을 붙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혜민이가 거부하며 싫어했다.
한데, 의아하게도 대장장이 론은 좋아했다.
그래서 그곳에 혜민이가 있을 때 그의 마음이 한결 편했다.
그리고 자신의 딸 아이의 친구가 되어주었다는 그 돼지 같은(?) 사람.
그에게 무언가를 꼭 해주고 싶었다.
‘뭘 해주는 게 좋을까?’
* * *
접속했던 혜민이는 민혁이 요리를 완성시키고 김치볶음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한쪽에 숨어서 지켜봤다.
‘확실해…… 대지 똥꾸는 대지인데, 사람인 척하는 거야!’
그녀는 그가 정말 돼지라는 걸 확인해볼 심산으로 숨어서 지켜보는 것!
곧 있으면 정말 돼지로 변해서 ‘꿀꿀꿀!’ 하는 소리를 낼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김치볶음밥을 먹는 민혁을 지켜보다가 혜민이는 넋을 잃었다.
‘나도…… 김치볶음밥…… 좋아했는데…….’
아빠가 엉성한 솜씨로 해주었던 김치볶음밥!
한때 좋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도리질 쳤다.
‘안대, 먹으면 혜민이 아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멍하니 지켜봤다.
김치볶음밥을 대지 똥꾸가 계속 입에 넣는다.
우물우물 씹으며 정말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행복한 표정, 그 미소.
“넘흐넘흐 맛있다아~”
그 말에 혜민의 침이 꿀떡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지켜보는데 혜민이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혜민이 마, 마음이 이상해…… 펴, 편안해!’
그녀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민혁이 먹을수록 그녀는 초조해졌다.
‘안대. 다 먹지 마! 이 대지!’
그리고 이어 침을 다시 한번 꼴깍하고 넘긴 그녀.
그녀가 결국 몇 숟가락 남지 않았을 때 뛰쳐나갔다.
“이 똥꾸야!”
“응?”
대지 똥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혜민이는 그 작은 손을 뻗었다.
“나도 한 숟가락만 죠!”
“아, 안 돼!”
“내 거 쪼꼴릿 네가 다 먹어버렸잖아!”
“……그, 그렇지. 참. 그럼 어쩔 수 없지.”
망설이던 대지 똥꾸가 숟가락을 건넸다.
혜민이는 수저에 김치볶음밥 반 숟가락을 담았다.
민혁은 그 위로 계란 프라이 조금을 떼어 얹어줬다.
“이렇게 먹어야 진짜 먹는 거지.”
“헤…….”
혜민이는 조심스레 입가로 가져갔다.
항상 먹으면 아팠다.
음식을 먹으니까, 아팠다.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몸에 힘이 없었고 온몸을 뜨거운 고통이 감쌌다.
그래서 먹지 않았다.
그런데, 대지 똥꾸를 보면 먹는 건 행복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혜민이는 마지막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김치볶음밥을 입으로 가져가 우물우물 씹어봤다.
김치볶음밥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심지어 맛도 있었다.
그렇게 꿀떡하고 넘겼다.
“응? 이상해…….”
“뭐가 이상해?”
“먹으면 아파야 하는데, 기분이 좋아져…… 먹으면 토하고 머리가 빠져야 하는데 기분이 죠아!”
“당연하지! 맛있는 건 최고야, 자 따라 해 봐. 맛있는 게 최고야!”
“맛있는 게 쵝오야!”
혜민이는 그렇게 말하며 김치볶음밥을 한 숟가락 더 먹어봤다.
그리고 두 숟가락, 세 숟가락.
그러던 중이었다.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 인기척에 민혁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 허름한 복장의 초보자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남성은 들어오더니 갑자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았다.
그러곤 이어 혜민이를 부둥켜안았다.
“드디어 먹는구나…… 드디어 먹어! 혜민아, 드디어 먹는구나! 크흐흐흐흑!”
그가 울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어 대지 똥꾸.
즉, 민혁에게 고개를 계속해서 숙여 보이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크흐흐흐흑!”
“……?”
* * *
“……?”
민혁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혜민이가 본래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론에게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와 김치볶음밥을 먹었다.
그리고 정체 모를 초보 유저처럼 누추한 차림새의 사내가 자신에게 꾸벅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있지 않은가?
그에 의아할 수밖에.
‘난 김치볶음밥 맛있게 먹고 있었을 뿐인데?’
“이제, 이제 됐어.”
혜민의 몸은 계속 쇠약해지고 있었다.
치료가 끝난 후 잘 먹어줘야 당연히 기력을 빨리 찾는다.
하지만 혜민이는 항상 몸에 힘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젠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첫 숟가락일 테지만 이제부터 다시 음식을 먹게 된다면 더욱더 크게 좋아지리라!
“아, 제가 추태를 보였군요.”
혜민아빠는 기쁨에 겨워하다가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이러는 것은 추태라는 걸 깨닫고 눈물을 훔쳤다.
“제 딸아이와 놀아주는 돼지, 아니, 분이 계시다던데, 그쪽이시죠?”
“아, 예. 저번에 한 번 목마 태우고 놀긴 했습니다.”
“전 혜민아빠라는 사람입니다.”
“딱 그렇게 보여요.”
“아뇨. 닉네임이요.”
“그렇군요.”
“당신에게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 일이 없는데…….”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무엇을 했다고 보답이란 말인가?
단지, 음식을 맛있게 먹었을 뿐!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자 혜민의 아빠는 차근차근 하나하나 설명했다.
백혈병이 걸리고 치료를 하고 그 후의 이야기들까지.
그 말을 모두 들은 민혁.
그 말에 민혁은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병의 후유증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폭식 결여증으로 현실 속 음식을 먹지 못하던 민혁이었다.
그리고 먹으면 아플까 두려워 먹지 못하는 혜민이를 생각하자 어느 정도 공감되었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단지 잘 먹었을 뿐인데, 그게 좋은 방향으로 갔다니, 다행이다.’
민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 혜민아빠가 빙그레 웃었다.
‘이분에게만큼은 내가 누구인지 말씀드리고 싶구나.’
레전드 길드에는 하나의 규율이 존재한다.
되도록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지 말 것.
하지만 혜민아빠는 앞의 민혁이란 이는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에게 보답하기 전,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당연한 것.
“저는 대장장이입니다. 꽤 이름 있는 대장장이지요. 혹시 드래곤 소드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아, 들어봤습니다!”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그에 혜민아빠는 자신이 그걸 만든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들으면 엄청 놀랄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드래곤 소드는 역대 최고의 경매가를 기록한 최고의 아티팩트!
이제까지 보기 힘들었던 공격력과 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그 드래곤 소드로 잘 안 썰리는 소뼈를 자를 때 쓰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엥?”
혜민아빠는 고개를 갸웃했다.
드래곤 소드는, 드래곤을 잡으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
드래곤의 비늘도 가를 수 있을 공격력을 가졌다.
그런데, 뭐라고?
“소, 소뼈를 잘라요……?”
“예, 소뼈를 기계 없이도 자를 수 있을 정도의 공격력. 소뼈를 잘라서 푹 고아 먹으면 기똥 차죠. 소뼈 자르는데 최고일 것 같더라고요.”
“아, 예…… 그, 그렇죠?”
세상에 드래곤 소드로 소뼈를 잘라먹고 싶다는 발상을 가진 사람이라니!
혜민아빠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이어 차분히 말했다.
“제가 바로 그 드래곤 소드를 만든 사람입니다. 헤파스의 후예. 신클래스죠.”
“그렇군요.”
“……생각보다 담담하시군요.”
“아닙니다, 너어어무 놀랐어요!”
민혁은 관심이 생겼다.
그럴 수밖에.
자신 이외의 신클래스는 사실상 처음 만나 보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혜민아빠가 말했다.
“당신이 원하는 아티팩트를 하나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것이든 말만 하세요.”
혜민아빠는 부드럽게 웃으며 생각했다.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그리폰의 영혼.
이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엄청난 아티팩트 재료이다.
그 외의 다양한 것들과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그에게 특별맞춤 아티팩트를 제작해 주려고 한다.
‘검을 말씀하시려나? 아니면 갑옷?’
유저들은 다 똑같다.
공격력이 높은 검에 옵션이 좋으면 정말 좋아한다.
갑옷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헤파스의 후예인 그의 아티팩트의 앞에는 ‘헤파스의 무엇’이라고 붙는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브랜드적인 가치를 가진다는 거다.
없어서 못 살 정도.
그는 무엇을 제작해달라고 할까.
“저, 정말 어떤 것이든 말씀드려도 되나요?”
민혁은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혜민아빠는 고개를 주억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선을 다해 무조건 만들어준다.
그는 은인이었다.
혜민아빠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단지, 자신의 딸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커 줬으면 하는 사람.
그런 그에겐 민혁이 정말 고맙고 뭐든 해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네, 정말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그, 그럼요. 정말 어렵고 놀라운 물건일 수도 있는데요.”
“괜찮습니다. 편히 말씀하세요.”
혜민아빠는 민혁의 입에 시선을 집중했다.
민혁은 정말 이런 대단한 것을 부탁해도 되냐는 표정으로 그를 보면서 조심스레 입을 뗐다.
“이 팬…… 만들어주세요.”
“……예?”
순간 혜민아빠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 부정하고 싶었다.
“제육볶음 할 때 양념이 잘 스며드는 프라이팬을 제작해 주세요! 아, 너무 큰 걸 바라나……? 하긴, 이 엄청난걸!”
“…….”
혜민아빠는 순간 말문을 잃었다.
그에 민혁은 그가 너무 대단한 것이기에 말문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하긴, 제육볶음이나 갈비 요리를 할 때, 양념이 더 잘 배여 드는 프라이팬이라니! 그런 엄청난 걸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야, 정말 대단한 물건이지! 너무 어려운 부탁인가?’
하지만 곧이어 혜민아빠는 말했다.
“저한테 고작, 아니, 아니, 검이나 갑옷, 또는 지팡이와 같은 아티팩트가 아닌 후, 프라이팬이요?”
“네에!”
“정말요?”
끄덕끄덕-
“진짜요?”
끄덕끄덕-
“공격력이나 마법 공격력 올라가는, 또는 자체회복력이 붙은 이런 것도 아니고. 제육볶음 더 맛있게 만드는?”
끄덕끄덕-
그러다 민혁이 말했다.
“아, 혹시 가능하다면 부침개 할 때, 끝부분 노릇노릇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노릇노릇 구워지는 기능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혜민아빠는 머어엉 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프라이팬으로 패버릴까…….”
“예?”
“아, 아닙니다. 후우…… 알겠습니다. 제육볶음에…… 양념이 더 잘 배여 드는…… 프라이팬…… 부침개 끝부분처럼 전체적으로 잘 익히는 기능도…… 있고요…….”
그는 말하면서 국어책을 읽듯 감탄했다.
“와아. 정말 대단한 기능이다. 내가 이렇게 대단한 걸 만들 수 있으려나?”
“네넵, 해주시는 건가요?”
“넵, 이상하게 하기는 싫지만 해드릴게요.”
혜민아빠가 볼을 긁적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에 민혁은 마치 세상을 구해준 것처럼 크게 기뻐했다.
혜민아빠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내가…… 프라이팬 만들려고…… 헤파스의 후예 됐나…… 자괴감 들어…….’
그리고 힘없이 몸을 일으켰다.
프라이팬을 만들러 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