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22
밥만 먹고 레벨업 823화
마계에서 삼장법사와 오블렌은 대악마 베로스가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다.
오블렌이 입구 초입의 30만 군단을 전멸시킨 것이 화근이었는지 더 많은 마계군단과 악마가 나타났다.
렉스는 죽음의 신을 이용해 여러 악마들을 이용해 천외국을 친 적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때의 악마들은 진짜 악마가 아닌 ‘껍데기’뿐이었던 악마들이라는 사실이다.
‘마족이나 마물은 지상에 내려오면 그 힘이 약화된다.’
그런 그들은 마계에서만큼은 700레벨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삼장법사가 신음을 흘렸다.
‘우리의 목표는 어떠한 악마도 마주치지 않고 대악마 베로스가 가진 절대신의 목걸이를 빼앗아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 앞에는 악마 우발이 있었다.
악마 우발은 검은 낙타의 모습이다. 악마답게 엄청난 숫자의 마물군단을 이끌고 놈은 나타났다.
‘……미쳤군.’
삼장법사는 오블렌을 평가하려던 자신을 되돌아봤다.
“같잖은 새끼들이.”
작게 조소하는 오블렌의 머리 위에서 검문양이 그려진 악신의 서가 나타났다.
화르르륵-
불에 타올라 사라진 악신의 서는 흑빛의 검을 만들어냈다.
콰르르르르륵- 콰콰콰콰콱!
빠르게 나아가는 오블렌이 마물들을 쉴 새 없이 베어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만개의 낙뢰. 그리고 악신의 서들이 발현하는 힘들이 마계에 있는 악마조차도 가뿐히 짓밟는다.
그러나 오블렌도 결국에 힘이 봉인된 때였다.
몸 곳곳이 찢기고 베이며 계속된 상처를 입는다.
급기야, 검은 낙타 모습의 우발과 충돌하면서 한쪽 팔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오블렌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놈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다.
화르르르르륵-
검은 화염에 휩싸여 사라지는 악마를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오블렌이 생각한다.
-오블렌, 나는 황제가 되겠어.
-먹는 거만 좋아하는 황제라, 그 제국은 금세 망하겠구나.
-모두가 배부른 제국이 뭐가 어때서?
-온 백성이 행복하긴 하겠지, 한데 쉽지만은 않을 터다.
-그렇겠지, 그런데 네가 있잖아? 많이 부족한 내가 황제가 될 수 있게 도와줄 거지?
-뭐라는 거냐, 네가 알아서 해라.
-아이잉, 오블레엔, 도와주어어.
-토할 것 같군.
-…….
황제가 되겠다.
새 꿈을 품은 자신의 친구를 보며 오블렌은 즐거웠다.
그리고 그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약속했다.
‘널 돕겠다.’
네가 황제가 될 수 있게, 루브앙 제국이라는 강국에 짓밟히지 않게, 네가 더 맛있는 것을 먹게 하기 위해.
사라진 오른팔을 바라보는 오블렌에게로 또 다른 악신의 서가 떠오른다.
[회복의 서를 사용합니다.] [회복의 서는 총 3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1회의 회복의 서를 사용함으로써 망가졌던 육체를 재생시킵니다!] [순간적으로 많은 마력을 사용함으로써 어지럼증이 동반됩니다!]꾸물꾸물-
오블렌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오른팔이 재생된다.
그리고 또 다른 알림도 들린다.
[삼장법사의 염주가 그 힘을 발휘합니다!]악한 자의 힘을 빼앗아 봉인된 힘을 깨울 수 있는 염주.
[봉인력이 3% 차오릅니다!] [1주일 이상 보유하고 계실 시 영구적 힘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단 1주일 내로 봉인력을 사용하여, 본인의 힘을 끌어낼 시 봉인력은 사라지게 됩니다.]팔의 재생이 완료됐다.
그 순간 오블렌의 눈앞이 새하얘졌다. 한 손을 머리에 댄 그가 휘청거렸다.
“괜찮습니까?”
휘청거린 오블렌이 손을 들어 제지하며 천천히 근처에 있는 바위에 몸을 기댔다.
“어디 숨어서 쉬었다 가시지요. 그 몸으로 더 나아가는 건 무리입니다.”
“아니,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
그 녀석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거 보십시오. 1시간은 쉬어야 합니다.”
오블렌은 말을 듣지 않는 몸뚱어리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잠깐, 그것을 보면서 쉬면 괜찮아지겠지.”
편안하게 등을 기댄 오블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 그가 품속에서 한 권의 책을 꺼냈다.
그것을 읽기 시작한 오블렌이 단숨에 몰입했다.
그러자 얼굴에서 흐르던 식은땀이 사라지며 안색이 편안해졌다.
“후우우…….”
거칠던 숨도 안정을 되찾는다.
오블렌의 얼굴은 너무도 편안해 보였다.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삼장법사는 감탄을 흘렸다.
방금 전까지 팔 한쪽을 잃을 정도로 지친 이를 단숨에 치유해 주는 책이다.
심지어 악신 오블렌은 책들을 다루는 힘을 가진 인물이다.
저 책이 가진 힘 또한 범상치 않을 것임을 눈치챘다.
스리슬쩍 곁눈질로 책장을 흩어본다.
[삐걱이는 마법 침대에 소녀가 몸을 뉜다.] [황홀경에 차오른 그녀가 이불을 꽉 껴안는다.’] [삐걱삐걱, 그 소리에 따라 점차…… 그녀의 신음이…… 아름답게 흰 허리에…….]부릅!
삼장법사의 눈이 커다래졌다.
어찌 이런 책을 본단 말인가!?
그는 악신이지 아니한가, 어찌 이런 경박한 책을!
그런데 삼장법사의 시선이 책에서 떼어지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몸에 후끈후끈 열이 오르고 있다.
그리고 책에 빠져들었던 오블렌은 그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듯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책장 좀 빨리…….”
“……?”
“…….”
“……?”
“…….”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 * *
원래 모든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그 말뜻이 딱 오블렌과 삼장법사를 가리키는 듯했다.
여차저차하여 두 존재가 마계에 존재하는 대악마 베로스의 쉼터에 도달했다.
그 쉼터에는 마치 심장과 같은 형태의 베로스의 알이 있었다.
[베로스의 봉인된 알 앞에 도달하셨습니다!] [절대신의 목걸이는 대악마 베로스가 1서열 악마이자 마왕 바알에게 그 소유권을 이전하였습니다!]그것은 삼장법사에게 절망을 선사했다.
알 앞에 도달했을 때, 삼장법사는 직접 눈앞에서 보고야 말았다.
72서열의 악마들. 그 서열 1위~10위까지의 이들이 베로스의 봉인된 알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끝이다.’
삼장법사는 좌절했다.
[악마 바알. Lv 775.] [악마 아가레스. Lv 739.] [악마…….] [악마…….] [대악마 베로스의 특별한 힘이 악마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악마들은 마계에서 죽을 시 알의 형태가 되어 봉인됩니다.] [시간이 지날 시 악마들을 다시금 깨어나게 됩니다.]마계에서의 악마들.
특히나 1~10위 서열의 악마들이 베로스의 알을 지키고 있을지는 몰랐다.
어쩌면, 소란을 듣고 소집되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삼장법사는 오금이 저려왔다.
덜덜, 다리를 떨고 있을 때, 오블렌만큼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오는 동안 봉인력을 꾸준히 모았어.”
봉인력은 약 60% 정도를 모았다.
즉, 60%의 봉인된 힘을 깨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친 소리 하지 마십시오. 봉인된 힘 60%를 깨운다고 해서 저자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상한 일이다.
자신은 마계에서 계속 두렵고 무서웠다.
그런데 이 앞의 사내는 아니었다.
오블렌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다.
“보아라.”
[봉인력을 사용합니다!] [악신의 60%의 봉인되었던 힘이 깨어납니다!]“나는 악신이며.”
쿠호오오오오오오오-
거대한 힘의 파동이 마계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 파동 앞에 악마들이 신음을 흘렸다.
악마 바알.
마계 서열 1위. 바알의 창이 오블렌의 심장을 향해 날아온다.
[봉인된 힘을 사용합니다!] [사용시간은 10분입니다!] [봉인력을 모두 소진합니다!]그 순간.
“……!”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모든 시간이 멈춘 것처럼, 바알의 창이 기다랗게 뻗은 오블렌의 손가락 끝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 그 창이 거꾸로 돌아가, 바알에게 날아가 심장에 박힌다.
꽈드윽-
“한 시대의 지존이었다.”
“……?”
바알이 놀란 표정으로 오블렌을 바라본다.
그리고 며칠간의 전투가 시작된다.
이 모든 전투를 눈앞에서 바라본 삼장법사는 때론 희열 했으며, 때론 무서웠고, 때론 좌절했다.
며칠 동안이나 싸워대던 오블렌은 몸 곳곳이 잘려 나갔었다.
그러나 2회 남은 회복의 서를 적절히 사용하여 살아났다.
그리고 0회 남은 회복의 서.
오블렌은 단 한 마리의 악마도 죽이지 못했다.
그 이유는 대악마 베로스의 알에 있었다.
[악마 베로스의 알이 악마들의 회복력을 x2배 상승시킵니다!]가뜩이나 높은 방어력과 회복력을 가진 악마들이었다.
사실, 며칠을 버틴 오블렌이 감탄스럽다.
‘이자의 모든 힘이 풀린다면…….’
꿀꺽-
마른침이 삼켜진다.
끝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진 오블렌을 삼장법사가 감싸 안았다.
부처의 힘이 이틀이 넘는 시간 동안 절대적인 배리어를 발현해 그들을 보호했다.
“……아직도입니까.”
“…….”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오블렌은 그 배리어 안에서 누워서 마계의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리어의 근처에는 이미 상처를 회복한 악마들이 절대무적의 그것이 사라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삼장법사가 물었던 ‘아직도’라는 말은 여전히 도망칠 생각이 없냐는 질문이었다.
오블렌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다.
며칠이 지났으나 몸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무리해서 악신의 서를 사용한 결과물이다.
그래, 사실대로 말하자면.
“죽어가고 계신 겁니다.”
“…….”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않겠습니까?”
부처의 힘이 크게 닿지 않는 이곳에서, 삼장도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
돌아가야지만, 그가 살아날 방법도 생긴다.
그러나, 오블렌의 고집은 너무도 셌다.
그의 달싹이는 입술에서 음성이 흘러나온다.
“……약…… 속…… 했단…… 말이다…….”
“…….”
“지켜…… 주겠다…… 고.”
삼장법사의 심장이 격동한다.
‘알 수 없는 운명이다.’
그 운명은.
‘고작 인간과 악신 사이에서 생겨난 기이한 운명이다.’
그리고 너무도 위대했기에.
‘감히 내가 범접할 수 없음이다.’
그리고, 오블렌의 눈이 서서히 감긴다.
끝이 다가오나?
이런, 그 나약한 녀석을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건가?
문득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 * *
그것은 꽤 오래전의 이야기다.
민혁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하고 있을 때, 조미료통에서 잠들었던 오블렌이 깨어났다.
소파에 기댄 오블렌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민혁을 바라봤다.
“이 왕국 일은 네가 다 하더냐?”
그 말에 민혁은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왕인 내가 뛰어야 모두가 행복하지.”
“네가 그렇게 무식하니까, 내가 네 곁에 있는 거다.”
“날 지키려고?”
“……뭐라는 거냐.”
오블렌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민혁은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오블렌, 너 참 이상하다.”
“뭐가 말이냐?”
“왜 너만 나를 지킨다고 생각해? 나도 널 지킬 거야.”
피식-
오블렌은 황당해져 웃었다.
“너 같이 나약한 놈이 말이더냐?”
“응, 꼭 지킬 거야, 그리고 오블렌. 나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짓 같은 건 하지 마. 전혀 안 고마워, 그리고 사실 너도 죽는 게 두렵잖아?”
“……두렵다라.”
오블렌은 쓰게 웃었다.
글쎄, 자신도 죽는 게 두려울까?
“솔직해지자. 죽는 게 두렵지 않은 이는 없어.”
“…….”
오블렌은 대답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알쏭달쏭 조미료통에 들어가는 오블렌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민혁이 자신에게 한 말을 되새겼다.
‘나도 널 지킬 거야.’
* * *
오블렌. 마계의 천장을 바라보는 그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악하악”
숨이 거칠어진다. 그렇지만 오블렌은 웃고 있었다.
삼장법사는 그의 끝이 다가옴을 알았다. 그런데, 웃고 있는 오블렌의 얼굴을 보며 의아했다.
‘고맙다.’
너로 인해 살아갈 수 있었음에.
악신이었던 나를 지켜주겠다고 한 것에.
그리고.
‘두렵다.’
너의 말처럼 나도 죽는 것이 두렵다.
영원한 잠. 그것이 두렵다.
천천히 눈꺼풀이 감겨 들어간다.
모든 것이 고요해져 간다.
그때.
“오블레에에에에에에엔!!!!!!!”
그 목소리는 너무나도 처절했다. 그 처절한 음성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
흐릿한, 또 다른 알림이 지나간다.
그 목소리는 울며 아이를 찾는 부모처럼 긴박했다.
“오블레에에에에에엔, 어딨는 거야아아아아!!!!”
“…….”
그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이 너무도 반가웠다.
그리고 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악신이라 불렸기에, 매번 고귀한 척, 누구보다 대단한 척했던 나다.
그러나 이 나를 누군가 지켜주겠다고 했다.
한 번쯤은 나도, 누군가에게, 아니 너이기에 의지하고 싶다.
꿈틀-
오블렌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나는 악신이었다. 그러나 너이기에 말해본다.
“살…… 고…… 싶다.”
그 작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그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외쳤다.
“살고 싶다. 제발 날 살려다오!!!!!”
그 순간.
마계 전체가 뜨거운 화염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화염의 시작.
삼장법사는 그것을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거대한 검은 불에 휩싸인 말.
“히히히히히힝!”
“히히히히히히히힝!”
“이히히히히히힝!”
그 말위에 탄 민혁이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로 수십만 마리에 이르는 다른 지옥마들이 마계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함께 내달리고 있다.
오블렌이 작은 웃음을 지었다.
내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자.
그리고 나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되는 자.
민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