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21
밥만 먹고 레벨업 822화
헬라가 환생의 강을 건넘으로써 사라졌다.
사라지기 전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였다.
민혁이 군신의 목소리를 발동시킨 이유는 죽음의 신 때문이 아니다.
‘지옥조차도 풍요롭게 만들겠다던 당신의 긍지를 인정해.’
수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고군분투했고, 끝내는 자신의 뜻을 해내며 사라진 그녀는 존중받아 마땅했고 그런 그녀에 대한 민혁의 예의다.
그리고.
“…….”
“…….”
헬라가 떠나간 후에 어색함이 감돌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죽음의 신과 자신이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헬라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애초에 죽음의 신은 그 어떤 신보다도 차가운 신이다.
그런 죽음의 신은 여전히 환생의 강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난다.
‘……설마, 죽음의 신도 어색해서 환생의 강 보고 있나?’
그런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대로 가다간 평생 이러고 있을 것 같기에 민혁이 입을 뗐다.
“있잖아.”
“음?”
죽음의 신이 그제야 몸을 돌렸다.
죽음의 신의 표정에서 민혁은 알 수 있었다.
‘맞네, 어색해서 환생의 강 보는 척한 거.’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죽음의 신은 절대신 중에서 가장 까탈스러우며 그만큼 사람을 많이 만나보지 않았다.
사람 다루는 것에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선 죽음의 신의 다리가 미세하게 떨린다.
‘1시간 동안 한자리에 서서 환생의 강만 바라봤는데, 저릴 만도 하지.’
민혁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죽음의 신이 입을 열었다.
“네 검을 내놔라.”
“……?”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영겁의 검을 달라고 하니, 당연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는 자의 효과는 너의 검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다.”
“……!”
그 말을 들은 민혁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죽음의 신은 2차 봉인을 해제하는 힘을 가졌었다.
그런 그가 영겁의 검에 또 다른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은 의외였다.
“이 검이 어떠한 검인지는 알고 있는 거냐?”
죽음의 신은 하찮다는 시선으로 민혁을 바라보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민혁은 모른다.
어떠한 아티팩트를 얻을 때 보통, 퀘스트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그 아티팩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나 민혁은 이 검을 사자 루마칼의 보물상자에서 요리재료를 선택하여 얻었다.
그리고 민혁은 죽음의 신의 입에 집중했다.
이 검이 어떠한 검인지, 죽음의 신은 알고 있는 듯하니까.
하지만 죽음의 신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말을 하다 말아?’
그렇지만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을 민혁은 알았다.
어쩌면 시스템적 제한이 죽음의 신이 말할 수 없게 막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저 그가 말해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민혁이 영겁의 검을 죽음의 신에게 건넸다.
“권능이 깃들게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총 3일이다.”
“뭐……?”
예상외로 긴 시간이었다. 민혁은 현재 굉장히 바빴다.
당장에라도 에데아로 돌아가 연합군을 도와야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민혁’의 개인적인 사정일 뿐이다.
“더 빠르게는 안 되는 건가?”
“안 된다. 싫으면 힘의 일부를 포기하든가.”
민혁은 그 3일의 시간을 예상해 봤다.
아마도 죽음의 신이 검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강화’일 것이다.
그리고 하루에 1강씩 무조건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 강화를 포기하면서 에데아로 가는 건 옳지 않다.
또한, 강화된 영겁의 검은 분명히 에데아로 돌아간다면 커다란 힘을 발휘해줄 것이었다.
“알았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은 에데아 연합군과 옥황상제의 연합군이 본격적인 충돌을 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3일이면 충분히 버틸 수 있어.’
그 정도 시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의 신이 영겁의 검의 검날을 양손으로 꽉 쥔다.
뚝뚝-
그의 손에서 흐르는 붉은 피가 곧 영검의 검으로 스며든다.
[죽음의 신이 당신이 소유한 영겁의 검에 태초의 권능. 나아가는 자를 발동시킵니다.] [영겁의 검의 강화가 진행됩니다!] [0%…… 0.2%…… 0.3%…….]천천히 진행되는 강화를 민혁이 바라봤다.
그때, 민혁은 품속에서 무언가가 진동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꺼내든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덜덜 진동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항상 오블렌이 잠들어있던 알쏭달쏭 조미료통이었다.
“오블렌……?”
민혁이 불안한 표정으로 조미료통을 내려다봤다.
* * *
민혁이 에데아를 떠나 지옥으로 가던 날.
오블렌과 민혁은 서로가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민혁이 지옥의 문을 넘었을 때, 오블렌은 그가 간 자리를 돌아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잘 다녀와라, 멍청이.”
바보 같은 저 녀석은 죽음의 신을 만나도 예의 바르게 인사할 녀석이다.
그리고 곧 삼장법사가 다가왔다.
“가시겠습니까?”
오블렌은 고개를 까닥였다.
삼장법사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열 번째 절대신이 되십시오.’
열 번째 절대신이 되는 방법.
그 방법은 바로 옥황상제를 죽이고 그 자리에 앉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옥황상제를 지금의 당신은 이기기 쉽지 않을뿐더러 설령 이긴다고 할지라도 그렇게 해서 뺏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닙니다.’
삼장법사는 오블렌이 분명히 뛰어난 자임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의 오블렌이었다.
과거의 오블렌이라면 삼장법사에게 그토록 강한 존재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보유하고 있는 절대신의 목걸이를 가져야만 할 것입니다.
-절대신의 목걸이라?
-절대신이 되고 싶은 누군가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들어낸 그 목걸이를 가지고 있다면, 절대신인 옥황상제를 죽였을 시에 당신은 새로운 절대신이 될 것입니다.
-그 절대신의 목걸이를 가진 자가 누구이지?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 누가 절대신의 자리를 원하고 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준비해 왔단 말인가?
또한 절대신의 자리를 꿰찰 준비를 하고 있다면 그는 결코 쉬운 존재가 아닐 터였다.
-사람들은 그를 대악마 베로스라고 부르더군요.
-……!
대악마 베로스.
그 이름을 들은 오블렌은 얕은 신음을 흘렸던 바 있다.
과거에 악신 오블렌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리 불릴만한 대악마 베로스가 있다.
대악마 베로스는 수년 전에 민혁이 봉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봉인은 지상에서의 봉인이었다.
지금은 마계에서 어느 정도 힘을 되찾아, 다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마계에서 절대신의 목걸이를 가져온다라.”
또한 삼장법사는 특별한 힘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가 오블렌의 왼쪽 손목에 자신이 끼고 있던 염주를 걸어줬다.
“이 염주가 당신의 봉인되었던 힘을 일깨우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삼장법사의 염주를 착용하셨습니다.] [당신은 한때 악신이라 불렸으나 지금은 그 힘이 매우 나약해진 상태입니다.] [염주를 착용한 상태에서 악한 자들을 죽일 시에 봉인력을 획득하게 됩니다.] [봉인력은 당신의 봉인된 힘으로, 곧바로 사용하여 그 힘을 일깨울 수도 있으며, 보유하고 있을 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영구적으로 흡수되어 당신의 힘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삼장법사의 염주는 분명히 기이하고 신비한 아티팩트였다.
신등급의 힘이 느껴진다.
오블렌이 물었다.
“그대는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가.”
그 질문에 삼장법사는 쓰게 웃었다.
“옥황상제는 분명히 타대륙의 사람들이 에데아를 침공할 때, 기회를 틈타 함께 강림할 것입니다. 옥황상제를 식신께서 막을 수 있다 보십니까?”
“…….”
군신과 옥황상제의 협약서는 허점이 존재한다.
바로 옥황상제의 사자들은 통제 가능하나, 옥황상제의 통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옥황상제도 그 주기를 보았을 때, 고작 30분만 난입 가능하다.
그런데 그 30분이면, 에데아군 전체를 몰살시키기 충분하다.
삼장법사는 오로지 에데아를 지키기 위해, 악신 오블렌의 등을 떠밀고 있다.
당신이 절대신이 되어, 에데아에 평화를 내려라.
“재밌는 땡중이군.”
검은색 머리카락의 미남자.
오블렌이 재밌다는 듯 키킥거리며 웃었다.
삼장법사는 목탁을 두들긴다.
탁- 탁- 탁…….
“나무아미타불…….”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삼장법사.
그는 어쩌면 가장 냉혹한 인물이다.
“에데아를 지키고 싶으니, 나보고 마계로 가라.”
“저 또한 당신과 함께할 것이며, 에데아를 왕래할 것입니다.”
“정말 재밌는 힘을 가졌어. 네놈 정체가 뭐야.”
삼장법사는 서늘한 오블렌의 시선을 느꼈다.
오블렌은 삼장법사의 범상치 않은 힘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저 부처님이 내린 당신이 말한 땡중이겠지요.”
“허튼짓하면 네 모가지를 비틀어주마.”
오블렌은 사람을 쉬이 믿지 않는다.
그가 믿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민혁뿐이었다.
“길이나 열어라.”
삼장법사와 오블렌이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발걸음했다.
곧바로 삼장법사가 목탁을 두들기자 마계로 넘어가는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블렌이 삼장법사와 함께 마계로 넘어갔다.
마계로 넘어온 순간, 두 사람을 짙은 마기가 휘감았다.
삼장법사는 그 이질적인 마기에 신음을 흘렸다.
그때.
“야.”
“…….”
눈을 감고 그 이질적인 기운을 잠재우려고 노력하던 삼장법사가 눈을 떴다.
“입구에 아무도 없을 거라며.”
“나, 나무아미타불…….”
탁- 탁탁- 탁…….
삼장법사가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들은 마계의 존재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현재 알의 형태로 봉인된 대악마 베로스에게서 ‘절대신의 목걸이’를 빼앗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약 30만에 이르는 마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부, 부처님도 때론 실수할 때가…….”
“…….”
삼장법사는 낭패임을 깨달았다.
마물들의 레벨이 약 450~500 사이는 되어 보였다.
설마, 대악마 베로스가 마계로 침입자가 넘어온 순간 마물군단 상당수가 저절로 소환되게 만들어놓은 건가?
그가 보았을 때, 오블렌은 저 30만의 마물군단을 혼자 상대할 수 없다.
비록, 삼장법사는 그 힘을 가늠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과거에 악신이라 불려던 자라도 지금은 힘의 상당수가 봉인된 자였다.
“튈까요?”
다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오블렌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5분만 기다려라.”
삼장법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도망치지 않겠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시는 게…….”
그러나 삼장법사는 그 말을 끝맺지 못했다.
하늘에서 수만 개의 검은빛을 뿌리는 악신의 서들이 두둥실 떠오른다.
그 책들이, 오블렌이 앞으로 걸어가는 순간 일제히 수만 개의 검은 낙뢰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흔적도 없이 마물들이 소멸되어 사라진다. 그 틈을 오블렌이 걷는다.
그리고 한 권의 또 다른 책이 하늘 위로 떠오른다.
[제약의 서.] [제약의 서를 사용하셨습니다.] [일시적으로 억누르고 있던 악신의 힘이 폭사하기 시작합니다.]쿠호오오오오오오-
오블렌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그 안에 숨은 아름다운 미남자가, 검은색 눈동자를 번뜩인다.
그제야 삼장법사는 깨달았다.
‘내, 내가 가늠했던 힘조차 억누르고 있던 것이었다고!?’
오블렌은 힘이 대부분 봉인되어있다.
그 ‘틀’에 삼장법사의 고정관념이 박혀 있었다.
그런데, 힘이 봉인된 오블렌이라고 할지라도 그는 이미 절대신의 영역에 있었다.
그런 그가 읊조렸다.
“꺼져라.”
또 다른 악신의 서 한 권이 떠오른다.
악신의 서가 검게 타오르며 그것은 여러 개의 검은 불에 휩싸인 메테오가 된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앙-
검은 불에 휩싸인 메테오가 마물들 틈에 꽂히며 놈들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다.
5분.
30만에 이르는 마물들을 소멸시키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30만의 마물들을 불살라 버린 오블렌이 그 가운데에 서 있다.
삼장법사는 문득, 이곳에 오기 전 에데아의 한적한 곳으로 발걸음하며 오블렌과 나눴던 대화를 회상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당신은 절대신이 된다면 어떠한 신이 되고 싶습니까?
모든 신들은 자신이 맡은 바가 존재한다.
악신이라면 열 번째 절대신이 된다면 ‘악의 신’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것이다.
또 다르게는 ‘선의 신’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의 발걸음대로 선택이 될 것이니까.
그 질문에, 오블렌은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었다.
-수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