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49
밥만 먹고 레벨업 850화
헤이즈는 죽어가고 있었다. 황제와 왕들은 고작 가냘픈 여인일 뿐인데, 남자보다 더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고, 기사보다 굳건한 그녀에게 놀랐다.
그녀는 민혁이 연관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에 아폴라트 제국 황제는, 그녀를 몰아붙이기 위해 맹독이 발린 단검으로 그녀의 팔을 베었다.
이 맹독은 30분 내로 해독하지 않으면 서서히 죽어가는 독이다.
특히나 헤이즈는 훈련받지 않았기에 독이 퍼지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안색이 파리해진 그녀가 죽어가고 있다.
“어서, 말하라! 어서!!!”
“어서 너의 황제가 네게 사주하였음을 말하라, 그렇다면 해독제를 주겠다!”
황제와 왕들도 다급했다. 이대로라면 헤이즈가 정말 죽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죽어버리면 그들은 사실상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쿨럭……!”
헤이즈의 입에서 붉은 피가 울컥하고 쏟아져 나왔다.
온몸의 장기가 비틀어지고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었다.
죽어가는 그녀를 아폴라트 제국의 황제 엘레스가 멱살을 부여잡고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말하라! 너의 황제가 사주하였다 말하라! 어서 말하라!”
헤이즈,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이 난관을 헤쳐 나갈 방법도, 강하지도 않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
“하겠…… 습니다…….”
피를 토하는 그녀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말한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자신이 죽을 것임을 그녀는 알았다.
“나는 오로지 나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녀가 잘하는 것 딱 하나.
그것은 거짓말.
폐하가 사주함은 없다. 이것은 진실이다.
그러나 이자들에게 아주 작은 틈도 주지 않기 위해 거짓을 더한다.
“나는 이 세 치 혀로 사람들을 현혹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단 하나의 사치품도 산 적이 없다.
“나는 좋은 것을 먹고 대대손손 나의 자녀들이 풍족하게 살게 하기 위해 거짓을 말했습니다!”
그녀의 입에 들어간 달콤한 것보다, 백성의 입에 들어간 달콤한 것들이 더 많았다.
“나는 천외제국의 폐하마저 이용하기 위해 그곳에 들어갔습니다!”
그리 외치는 헤이즈였으나 그녀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나는 나의 폐하의 등 뒤에 숨어 거짓말을 하여 많은 것을 얻어낸 년입니다!”
나의 폐하, 헤이즈는 한번도 그를 이용한 적 없다.
그녀의 숨이 미약해진다.
그 미약해진 숨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나의 폐하께 가지 못하게, 이 모든 걸 내가 벌인 일이라 하여야 한다.
그것이 재상이자, 평범한 백성, 그리고 여인 헤이즈의 마지막 거짓말.
“그러니 나를 살려주시옵소서, 나를 살려준다면 그대들에게 천외제국을 드릴 테니, 대신 내게 100만 플래티넘을 주시오!”
끝까지 탐욕스럽다.
이 지경까지 오자, 황제와 왕들은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도 하지 못했다.
“죽는 순간까지 거짓을 말하는 여인이라니.”
“돈을 달라? 마지막 순간에도?”
“돈에 환장한 여인이었군.”
“네깟년이 100만 플래티넘의 가치가 있다 생각하는가?”
황제와 왕들은 급기야 포기했다.
그리고 헤이즈, 그녀가 작은 미소를 짓는다.
‘폐하, 이제 폐하를 그 누구도 건드리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죽는 그 순간까지 그만을 떠올렸다.
나의 폐하가 행복하시길.
신이 되지 못한 못난 자신을 용서하시길, 항상 맛있는 것을 마음껏 드시길.
왕들과 황제들은 헤이즈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100만 플래티넘. 내가 주겠다. 네 말을 믿겠다.”
그 목소리는 헤이즈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그 순간, 죽어가는 헤이즈는 천장을 바라봤다.
하늘에서 백색 동전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촤르르르르르르륵-!
헤이즈는 그 쏟아지는 백색 동전의 비를 바라봤다.
그리고.
[당신은 거짓말을 이용해 1,000만 플래티넘을 모아내는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신 클래스, 사기꾼의 신으로 전직할 수 있게 됩니다.] [히든피스가 발동됩니다.] [사기꾼의 신이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습니다.] [그 신은 모든 이들에게 손가락질받았다. 고작 할 수 있는 것이 말뿐이었던 신이었음이다.] [그 신은 많은 신들에게 무시 받아왔다. 그는 다른 이들처럼 강한 힘도, 특별한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신은 차별받아왔다.] [그 신은 놀림 받아왔다.] [그 신은…….] [그 신은…….] [그 신은…….] [그러나, 그 신은 신들의 땅을 떠나지 않았다.] [그의 모든 거짓말의 시작은 신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어느 날, 그는 모든 신들이 우러러보는 자가 되었다.] [8기둥 중 하나의 침공. 그는 홀로 8기둥과 마주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것으로 싸웠다. 신들의 땅, 그곳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 [그 거짓말에 8기둥이 전쟁을 포기하고 돌아갔다.] [그는 말 한마디로 신들의 땅을 구했다.] [그는 모두가 사랑하는 신이 되었다.] [그는 모두가 아끼는 신이 되었다.] [그는 모두의 존경을 받는 신이 되었다.] [그는…….] [그는…….] [그는…….]헤이즈의 귓가에 끊임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그 목소리는 자신을 누군가 알아주는 것 같았다.
천외제국 내에서도 몇몇 이들은 돈에 미친 듯한 집착을 보이던 자신을 꺼려 하는 걸 보였었다.
주변의 어린아이들은 ‘양치기 헤이즈’라 불렀다.
나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사랑하는 제국이 있어서고, 내가 사랑하는 백성이 있어서고,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폐하가 있어서다.
그렇다. 나는 양치기 소녀가 됐다.
양치기 소녀의 결말은 모두가 알고 있듯 비극적이다.
끊임없이 들리는 알림, 하늘에서 쏟아지는 백화의 동전.
헤이즈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사내를 바라봤다.
내가 양치기 소녀가 된 이유.
그리고 후회가 없게 해준 이유.
나는 이분을 위해 계속 거짓말을 할 것이다.
그녀가 걸어오는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 * *
이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천외국이 건립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이야기.
많은 백성들과 병사들, 유저들이 지나가는 헤이즈를 볼 때마다 수군거렸다.
“이번에 거짓말로 다른 왕국과의 교류를 성사시켰다는데?”
“우리 왕국의 군사가 60만이 채 안 되는데, 300만은 있다는 것처럼 과장시키고 거기에 돈까지 뜯어왔다지 뭡니까.”
“어찌 나라의 재상이라는 자가. 쯧쯧.”
헤이즈는 어리고 아름다웠다.
또, 머리는 비상하였으며 언변 또한 훌륭했다.
또한 백성들은 불안해했다. 거짓된 것으로 왕국을 일구려는 자, 또한 어떠한 이들은 시샘했다.
그녀는 고작 평범한 여인이었고, 또 무척이나 어렸는데 재상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번,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속닥였다.
“양치기 소녀 지나가네.”
“들릴라 이사람아.”
“내가 뭐 틀린 말 했수?”
그 숙덕거림은 왕국 전체에 퍼져 나갔다.
급기야 민혁에게 보고가 올라왔다.
“폐하, 백성들이 재상 헤이즈 양께 미운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민혁은 헤이즈가 ‘양치기 소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많은 이들이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민혁은 그녀를 찾아갔다.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헤이즈, 왕국을 위하는 것도 좋지만 너 스스로도 생각했으면 좋겠어.”
“저를 말이십니까, 전하?”
헤이즈는 분명 미모의 여인이었다. 전혀 꾸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피부에 큼지막한 눈이 매력적이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헤이즈에게 민혁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헤이즈, 나는 네가 나 때문에 속앓이하는 게 싫어.”
민혁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과 천외국을 위해 희생하고 있음을 말이다.
또한, 한 기사에게 보고 받았다.
-재상께서 식료품 창고에서 울고 계셨습니다.
헤이즈는 아직 어리다.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감당하기에는 말이다.
그것을 아는 민혁이었기에 한 말이었다.
그에 헤이즈는 고개를 저었다.
“틀렸습니다. 전하. 저는 전하 때문에만 거짓을 말하지 않았나이다.”
그녀가 천외국을 둘러봤다.
평화로운 천외국은 오늘도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고 과일가게 주인과 과일을 사러 온 사람이 인사를 나누며 활기차다.
“저는 이 나라를 위해 거짓말 하나이다. 어찌 그것이 전하만을 위해서라 생각하십니까.”
“힘들잖아, 네가.”
민혁의 표정은 썼다.
그러나 헤이즈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힘듭니다. 이제 백성들이 저의 어떤 말도 믿어주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행복합니다. 저의 이 거짓말에 뛰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 백성들이 더 풍요로운 것. 저는 그거면 됐습니다.”
헤이즈는 자신이 욕을 먹어도 행복하다 말했다.
민혁은 말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봤었다.
* * *
그때 이후로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초라했던 천외국은, 굳건한 천외제국이 되었다.
헤이즈는 사기꾼의 신. 아니, 본래는 다른 이름을 가졌던 신이 거짓말을 하였지만 결국에 많은 신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에 감명받았다.
그러는 한편, 생각했다.
자신은 저렇게 사랑받을 수 없다.
자신은 저 신처럼, 천외제국을 구할 수 있는 거짓말은 할 수 없다.
한편으론 부럽다. 거짓말로 인정받았구나.
헤이즈는 천외제국에서도 외출을 잘 하지 않는다.
이젠 그녀도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시선에 대인기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도, 모두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그때.
그녀를 향해 걸어오던 민혁의 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모두를 위했으나 미움을 받았다.] [그녀는 항상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녀는 항상 그 누구와도 대화조차 하기 힘들었다.]그 누구도 거짓말쟁이 헤이즈와 이야기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들은 그녀가 과로로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그녀의 손에 흔하디흔한, 액세서리 하나 없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녀가 일군 왕국에 자신들이 풍요로움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어느 날부턴가, 양치기 소녀를 아끼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 날부턴가, 속닥거렸다.] [그녀는 천외제국을 위해 가장 헌신하는 사람이라고.]이 모든 것은, 민혁이 직접 겪고 느낀 것.
처음 헤이즈를 미워했던 모든 백성이 지금은 헤이즈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다.
어느덧 헤이즈의 앞에서 걸음을 멈춘 민혁이 몸을 낮춰 그녀의 가녀린 손을 쥐었다.
헤이즈가 울고 있었다.
자신을 정말 많은 백성들이 사랑해주고 있는 건가?
양치기 소녀에 불과한 자신을?
“내가 직접 보았어.”
“매번 잠도 못 자고 일을 하는 너를 보며 백성들의 생각은 변했고.”
“매번 엄청난 돈을 벌어도 스스로를 위해 하나 쓰지 않는 너를 존경하게 되었고.”
“매번 제국만을 위해 헌신하는 너를 보며 아이들은 ‘네가’ 되기를 꿈꿨어.”
헤이즈는 기뻤다.
양치기 소녀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그를 헤이즈는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이 순간 알았다.
재상 헤이즈의 결말은 너무도 행복할 것 같다.
“헤이즈, 고맙다. 날 위해, 제국을 위해, 백성을 위해, 헌신해 줘서.”
그리고 들려오는 알림의 마침표.
[사기꾼의 신의 진짜 이름이 베일을 벗습니다.] [당신이 계승할 신의 이름은 ‘헌신의 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