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48
밥만 먹고 레벨업 849화
800만의 아르도 제국군의 출정.
그 소식을 인재들을 빼앗긴 왕들과 황제들은 들었던 바 있다.
그들은 평소 사이가 좋고 나쁨을 떠나 한자리에 모였다.
자신들도 군사들을 보내어 천외제국을 함께 멸망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지만.
“기다려 보죠. 어차피 콘스티누 황제가 형벌을 떠안고 천외제국을 처단할 터이니.”
그 말에 시끄럽게 떠들던 왕들과 황제들이 입을 닫았다.
그렇다. 분노는 컸지만, 굳이 자신들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힐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그 안에서 나의 백성이었던 자가 전쟁에 휩쓸려 죽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맞소이다. 비록 잠깐의 잘못된 선택을 하였으나 내 그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었으니, 그를 구할 기사들을 몇 보내려 합니다.”
황제와 왕들이 신하를 너무도 아끼는 척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들의 빼앗긴 인재가 전쟁에 휩쓸려 죽는 것이 매우 안타까울 뿐이었다.
왕들과 황제들이 보낸 무수히 많은 자들이 인재들을 다시 회유하기 위해 갔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난 후, 왕들과 황제들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콘스티누 황제가 천외제국 황제를 보며 절을 올렸다 합니다.”
“전쟁을 치르러 간 것이 아니었다 합니다. 아마칼의 배웅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 보고를 들은 왕들과 황제들은 적잖은 충격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자신들이 군대를 보내야 하는가?
“지금 콘스티누 황제가 그 앞에 있소이다.”
아르도 제국의 황제 콘스티누는 루브앙 제국 다음가는 2인자의 황제다.
그런 자가 천외제국에 있는 상황에서 군대를 보내선 안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천외제국을 이대로 가만두고 보는가?
그때, 안드라의 왕국의 왕이 자신의 턱을 쓸었다.
“이번 인재영입에 가장 큰 공을 기여한 것은 헤이즈라는 여인이었다 들었소.”
그에 황제와 왕들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들도 알고 있는 여인이다.
현란한 말솜씨와 똑똑한 머리를 가진 여인이었다.
“혹시 이번에 그녀를 통해 무언가를 산 사람들이 있소?”
그 질문에 황제들과 왕들은 떠올렸다.
그 물건들이라 하면 꽤 있었다.
“나는 생명의 신이 내린 축복의 물을 샀소. 마시기만 해도 온몸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
“나는 대지의 신이 이 땅에 내리신 청정의 흙을 샀지. 방에 두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맑아지는 기분이더군.”
“아주 좋은 물건들을 많이 샀네.”
황제와 왕들은 호감을 가진 표정들이다.
그런데, 곧 그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 수량이 얼마 없다고 들었는데.”
“수량이 얼마 없으니, 내게는 다른 이들에겐 말하지 말라 했소. 경쟁이 심해지면 그 값어치가 올라가는 법이니까.”
“그런데 생각보다 더 많은 물량이 있었군.”
왕들과 황제들이 하나둘 깨닫기 시작한다.
그때, 안드라의 왕국의 왕이 자신이 샀던 화려한 유리병에 담긴 흙을 바닥에 버렸다.
“확인해 본 결과 그냥 흙이오.”
“……!”
“……!”
“물은 그냥 물일 뿐이고, 그 여인에게 구매했던 모든 것은 그저 평범한 것이오.”
왕들과 황제들은 자신들이 아둔했음을 깨달았다.
어찌나 말솜씨가 뛰어났던지 알아채지 못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헤이즈는 자신들에게 권유하지 않았다.
“구매를 하고 싶다고 한 건 우리였소.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오?”
아둔했던 자신들의 이야기가 세간에 번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구매를 원했던 것은 우리지만 세 치 혀를 놀린 것은 그녀였소이다. 무엇을 할 수 있냐 물었소?”
안드라의 왕국의 왕의 얼굴이 기괴한 웃음을 짓는다.
“천외제국의 황제 민혁을 공격할 수 있겠지.”
“……!”
“……!”
그 말에 모두가 아차 했다.
우리가 그를 건드리지 않는 것은, 인재영입에 대한 죄를 묻지 않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것은 달랐다.
황제의 신하가 거짓말을 이용하여 자신들을 능욕하고 돈을 앗아갔다.
“그리고 이를 황제 민혁의 지시였다는 것만 밝혀낸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전군을 이끌고 천외제국으로 갈 수 있소.”
그 말에 황제와 왕들의 얼굴에 사악한 웃음이 자리매김했다.
“천외제국에 보낸 자들에게 그년을 잡아 오라 하라.”
* * *
헤이즈는 조급했다.
2주 동안 1천만 플래티넘을 현란한 말솜씨로 얻어내야 했다.
때마침 적기였다. 모든 왕들과 황제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니까.
[현란한 말솜씨로 949만 플래티넘을 얻어내셨습니다.] [사기꾼의 신 전직을 위해 51만 플래티넘이 추가로 필요합니다.]조금만 더, 조금만 더 얻게 되면 그녀는 민혁에게 더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죽을 뻔한 위기에서 자신을 구해줬던 폐하, 그에게 뭐라도 더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은 창신 밴처럼 강하지도, 브로드처럼 지휘관의 카리스마를 가진 것도, 대악마 엘피스처럼 악마군단을 이용해 천외제국을 도울 수도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신은 하고 싶지 않았다.
무서웠다.
평범한 인간인 자신이, 비상한 두뇌와 세 치 혀밖에 없는 자신이 신이 된다는 것.
그리고 하필이면 사기꾼의 신은 뭐란 말인가?
그러나 그 신이 됨으로써 벌어들이는 돈이 2배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나의 폐하를 지키고 싶었다.
평범한 인간이었으나 그랬기에 신에 다가가고자 했다.
그러나 그 무리했던 욕심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헤이즈에게 어둠만 보이게 했던 복면이 벗겨졌다.
각 제국의 황제와 왕들이 오만한 표정으로 헤이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플라트 제국의 황제.
노한 황제가 밧줄에 묶인 그녀에게 손에 쥐고 있던 물병을 엎었다.
촤아아아악-
그녀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이것이 네가 말한 생명의 신이 내린 물이더냐, 확인해 보니 그저 평범한 물에 지나지 않더구나.”
“아플라트 제국의 황제시여, 저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이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확인할 수…….”
“닥치거라!”
위험의 상황에서도 세 치 혀를 놀리는 헤이즈에게 왕과 황제들은 분노했다.
정확하게는 그녀에게 겁을 주기로 했다.
“왕과 황제들을 능욕한 죄. 네년의 죽음으로 치러야 할 것이다.”
왕과 황제들은 헤이즈에게서 한 가지 답변만을 원했다.
그것은 ‘민혁 황제가 시켰다’는 답변.
아니, 꼭 그런 답변이 아니어도 좋다.
두루뭉술하게라도 황제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내기만 해도 된다.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스르르릉-
아플라트 제국 황제의 검이 그녀의 목 끝에 닿았다.
피가 흘러나와 검을 타고 흐른다.
왕들과 황제들은 그저 재밌는 것을 구경하듯 바라본다.
“살고 싶지 않으냐?”
당연한 질문이었다.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특히나 헤이즈는 다른 자들처럼 병사가 아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이들보다 컸음이 사실이었다.
그녀가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었다.
“네 황제가 시킨 일이냐? 그것 하나만 대답하라, 그렇다면 목숨만은 살려줄 테니.”
“……!”
이제야 헤이즈는 이들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빌미로 천외제국을 치려 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렇지만 이것은 그녀가 독단적으로 벌인 일일 뿐이다.
“폐하께선 제게 이런 일을 지시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에 아플라트 제국 황제가 그녀의 작은 얼굴을 한 손으로 쥐었다.
“말하라!!!”
“폐하께선, 제게 이런 일을 지시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녀의 똑같은 답에 아플라트 황제가 작은 조소를 흘리며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지시했는가 아닌가의 답변을 원하는 게 아니다. 넌 그저 ‘그렇다’라고만 답한다면 이곳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다.”
“…….”
살기로 번들거리는 아플라트 황제의 눈빛이 헤이즈를 더욱더 덜덜 떨게 만들었다.
그 자리의 왕들과 황제들이 외친다.
“어서, 말하라!”
“어서!!!”
“말하라!”
“너의 황제가 어떤 분이신지 말하라!”
“당장 죽고 싶은 것이냐!?”
“산 채로 몬스터들의 먹이로 던져줄 수도 있다!”
계속된 그들의 압박이 헤이즈를 더 두렵게 만들었다.
일개 평범한 여인인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큰 압박이었다.
결국 그녀가 기절하고야 말았다.
“쯧.”
“결국에 불게 되어 있네.”
“조금만 더 압박하면 알 수 있겠군.”
황제들이 병사들에게 눈짓했다.
양동이의 물을 부어 깨우라는 제스처였다.
* * *
특별유저관리팀.
이민화 사원은 기뻤다. 드디어 자신의 후임이 왔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박민규 팀장의 면접을 이겨낸 수천 명 중의 한 명.
듣기로는 엄청난 멘탈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런 신입사원 이태성과 그녀는 함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민화 사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눈을 뗄 수 없었다.
“고지가 코앞이었는데…….”
그런 그녀의 중얼거림에 신입사원 이태성이 입을 열었다.
“저 선배님.”
“왜?”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도 될까요?”
“물론이지.”
“사기꾼의 신이라 하면 말 그대로 사기꾼인데, 왜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시나요?”
사기꾼.
어쩌면 처음 이 특별유저관리팀에 온 이태성에게는 안 좋게만 보이는 게 헤이즈일지도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사기꾼을 좋게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민화는 달랐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NPC 중 한 명이야.”
“예?”
이태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이민화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국과 제국이 전쟁을 하면 병사들은 서로를 어떻게 하지?”
“싸우고, 죽이려 하겠죠?”
“맞아, 싸우고 죽여.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싸우고 죽이지?”
“그래야, 자신의 제국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것도 맞는 말이야. 그런데 자신의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
“…….”
이태성으로서는 알 것 같기도 하면서도 모를 것 같기도 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이민화는 하나하나 짚으며 설명했다.
“그녀가 벌어들인 모든 수익은 단 한 푼도 그녀가 쓴 적이 없어, 모두 천외제국 백성들을 위해 쓰였지.”
그 말은 즉, 그녀의 거짓말은 제국을 위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사기꾼의 신이라는 클래스 딱 들으면 어때?”
“무슨 이딴 신이 있나 싶어요. 안 좋아 보입니다.”
“맞아, 그런데 사기꾼의 신의 전직 조건이 뭔지 알아?”
이태성은 신입이기에 알지 못하지만 이민화 사원은 알고 있다.
“바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남을 위해서,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자들이야.”
아테네에도 사기꾼은 많다. 더불어 헤이즈보다도 더 노련한 거짓말을 하는 자들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사기꾼의 신이 그녀를 선택한 이유.
“아, 그리고 사기꾼의 신에는 비밀이 숨어 있어.”
“비밀이요?”
이민화 사원이 모니터 속 헤이즈를 바라봤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사기꾼의 신의 비밀을 풀지 못할 것 같았다.
어쩌면 오늘 죽을지도 몰랐으니까.
“그 비밀이 뭔가요, 선배님. 너무 궁금합니다.”
“사기꾼의 신은 시크릿 클래스야.”
시크릿 클래스.
비밀에 감춰진 직업을 뜻한다.
“신 클래스인데, 시크릿 클래스이기도 하단 말입니까?”
“맞아, 그 신의 진짜 이름은 사기꾼의 신 같은 게 아니거든. 아테네 스토리팀에서도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신이라고 알고 있어.”
신입사원 이태영. 그가 몹시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 신의 이름이 뭐죠?”
“그 신의 진짜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