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75
밥만 먹고 레벨업 876화
아르갈리소 던전에서 마주한 창신 에보크와 자아의 쇠사슬.
강제 로그아웃 당한 민혁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창신 에보크도 내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자아의 쇠사슬이다.’
자아의 쇠사슬은 똑똑하다. 거기에 민혁의 속도를 따라잡을 정도로 빠르며, 민혁의 발목을 잡을 정도로 영리하기까지 하다.
민혁으로선 1:1이 아닌, 1:2의 상황이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아르갈리소 던전의 입장자는 에보크가 아니어도 ‘자아의 쇠사슬’에 대해선 확인 가능했다.
민혁은 찰나에 확인했던 자아의 쇠사슬에 대해 떠올렸다.
(자아의 쇠사슬)
등급: 신.
레벨: 678
공격력: 8,784
방어력: 8,237
특수능력:
⦁뛰어난 기사와 같은 자아로 적을 공격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방해한다.
⦁자아의 쇠사슬의 공격은 절대무적의 방어마저 15%의 확률로 무시한다.
⦁자아의 쇠사슬은 11% 확률로 x2배의 치명타 데미지를 낸다.
⦁자아의 쇠사슬은 ‘속도증가’를 사용하여 평소 속도의 2배로, 5초간 움직일 수 있다.
⦁자아의 쇠사슬은 버프효과 또한 가진다. 자아의 쇠사슬이 인식한 아군은 모든 힘이 12% 더 증가한다.
설명: 던전의 신 에바스는 아르갈리소 던전을 제작할 당시 여러 신들을 불러모아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 당시 있던 대장장이의 신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제작해낸 자아의 쇠사슬이다. 자아의 쇠사슬을 부숴낸다면 자아의 쇠사슬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 것이다.
다시 떠올려 봐도 자아의 쇠사슬은 미쳤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브로드와 맞먹거나 더 뛰어난 정도이다.
물론 뛰어난 자아를 가졌다고 한들 브로드의 압도적인 실력을 생각하면 그와 맞먹을 수는 없으나, 자아의 쇠사슬에게 공격을 허용하면 커다란 치명타를 입는다는 거다.
‘돌파구는 요리버프다.’
물론 민혁은 초입에서 얻은 다양한 효과를 내는 버섯과 풀들이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자아의 쇠사슬과 에보크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돌파구는 요리버프인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자아의 쇠사슬은 절대무적의 방어마저 15%의 확률로 무시한다는 것.’
즉, 밥먹고 합시다의 배리어를 자아의 쇠사슬이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리를 하거나 먹을 때 민혁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가장 위험할 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답이 밥먹고 합시다의 배리어였다.
‘둘을 상대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둘을 상대해야 한다면, 자신 또한 둘이 되어 임하면 그만이었다.
민혁은 어둠을 가득 채운 화면에 떠오른 알림들을 보며 답했다.
“다시 도전한다.”
* * *
던전의 신 벤틀리.
그는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다.
“에보크와 제대로 겨뤄보지 못하고 지다니, 역시 식신이란 신은 보잘것없는 하찮은 신에 불과했구나.”
식신의 후예. 그는 창신 에보크와 제대로 겨뤄보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그것도 스킬 공격 단 한 번에 말이다. 물론 ‘자아의 쇠사슬’에 붙어있는 ‘12% 모든 힘 상승’ 버프 효과도 톡톡히 힘을 냈다.
초대 던전의 신인 에바스는 어떠한 강한 신이 버티고 있다 한들, 누군가는 분명히 그를 이길 수 있을 거라 판단하였다.
그에 ‘자아의 쇠사슬’을 추가했다.
에바스 신은 신들에게 ‘도전의 기회’를 준다는 식으로 이 아르갈리소 던전을 만들었다.
실상은 아니었다.
에바스 신은 탐욕스러운 신이었다.
이 아르갈리소 던전은 결코 깨기 힘든 극악의 난이도로 만들어냈다.
이렇게 되면 아르갈리소 던전은 영원히 파헤쳐지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해 그의 이름은 오랫동안 신들에게 기억될 테니까.
그렇지만 에바스 신이 완전히 삐뚤어진 신은 아니었다.
‘불가능에 가깝도록 만드셨으나 만약 이 아르갈리소 던전을 무너뜨린다면 에바스 신께선 그를 인정할 것이라고 하셨다.’
에바스 신의 인정은 곧 모든 신들의 인정이 될 것이다. 또 에바스 신이 숨겨놓은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딱, 거기까지 후예인 벤틀리도 알고 있었다.
그때였다.
군신의 음성이 들려왔다.
[명성의 신이 준비한 칭호가 완성되었다고 한다.]벤틀리, 그는 히죽히죽 웃었다.
자신의 후예를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함인지, 군신은 명성의 신에게 아르갈리소 던전을 공략한 자에게 추가적인 ‘칭호’를 내릴 것을 명한 바 있다.
그 칭호가 완성된 듯하다.
문득 벤틀리는 그 칭호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칭호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신 위의 신’]“……!”
칭호명을 들은 벤틀리는 분노했다.
식신이다. 버러지 같은 식신이란 말이다.
그런 신에게 신 위의 신이란 칭호를 내리겠다는 건가?
[어떠한 신도 이겨내지 못한 곳이다. 그곳을 이겨낸다면 저 칭호가 아깝지 않을 터.]그러나 곧 벤틀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민혁은 저 칭호를 거머쥐지 못한다.
군신은 민혁이 에보크와 자아의 쇠사슬에 고작 몇 분도 버티지 못했다는 사실을 모르기에 오만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승인하겠는가?]실제로 신 위의 신 칭호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이 아르갈리소 던전 공략 보상으로 적용시킬 수 있는 이는 벤틀리였다.
[다른 신들의 승인도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네.]곧 이어진 군신의 말이 그 칭호가 꽤 심상치 않은 칭호임을 알게 해줬다.
‘다른 신들의 승인도 필요할 정도라.’
하지만 곧 벤틀리는 피식하고 실소를 흘렸다.
설령 그렇다고 한들 상관없다.
어차피 민혁이란 식신은 에보크의 관문도 넘기지 못할 것이니까.
[직접 찾아뵙도록 하죠.]벤틀리는 더 이상 민혁을 볼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
그저 군신과 신들이 칭호를 승인하는 자리로 가서 군신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줄 생각이었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때 민혁은 창신 에보크의 앞에 있었다.
그가 휙, 고개를 돌리자 자아의 쇠사슬이 천천히 뽑혀 나오고 있었다.
“다시 도전하는가?”
에보크는 도망치지 않은 민혁을 바라봤다.
에보크는 일부러 자신의 궁극기를 펼쳐 민혁을 한 번에 죽였다.
“겁먹고 도망칠 줄 알았더니.”
그래야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깨닫고 도망칠 테니.
“리베르라는 자보다는 나은가.”
민혁은 딱히 답하진 않았다.
리베르는 한 번도 도망친 적이 없다.
오랜 시간을 홀로 자신의 신전에서 요리하며 훗날을 기약했으니.
촤르르르르르르륵-!
자아의 쇠사슬이 민혁의 등 뒤를 노렸다.
까가가가가가가강-!
민혁이 몸을 돌렸다. 엄청난 빠르기로 움직이는 낫이 쉴 새 없이 민혁을 공격해 댔다.
에보크가 아까와 같이 뒤를 노리기 전에, 바람같은을 사용. 민혁이 서둘러 회피했다.
그와 동시에, 에보크와 거리를 좁혔다.
“필살검.”
콰아아아아아앙-!
무조건적으로 적중하는 벼락이 에보크에게 떨어졌다.
“큭!”
에보크는 깜짝 놀랐다. 엄청난 딜량이 그를 엄습했기 때문이다.
민혁의 사기적인 스텟량, 신급 이상의 스킬의 힘, 더해져 영겁의 검의 효과다.
신조차 경악할 데미지.
그리고 수백 개의 낙뢰가 무분별하게 에보크의 주변으로 떨어졌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벼락들 틈에서 에보크가 그를 피하거나 상쇄시킨다.
또는 몸으로 막으며 버텨낸다.
시야가 차단된 에보크는, 벼락이 사라진 순간 놈의 목을 비틀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욱한 흙먼지가 걷힌 순간, 배리어 안에 숨어들어 재빠르게 요리하고 있는 민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몸 곳곳이 그을린 에보크가 조소했다.
“자아의 쇠사슬은 그 어떤 방어도 뚫을 수 있다.”
민혁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르갈리소 던전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모든 포션이나 양피지 등이 사용 가능했다면 내가 미리 만들어두었던 요리들도 버프 효과를 볼 수 있었겠지.’
그렇다면 안에서 빠르게 먹은 후 전투하면 된다.
그러나 현재로써 그것이 불가능해졌다.
차르르르르르륵-!
빠르게 쇄도한 자아의 쇠사슬 끝에 달린 낫이 배리어를 긋는다.
[절대무적의 배리어입니다.]그리고 또다시 수차례 긋고 지나간다.
[절대무적의…….] [절대무적의…….] [절대…….] [자아의 쇠사슬이 절대무적의 방어력을 무시합니다!]까르륵-!
배리어에 흠집이 생겼다.
[밥먹고 합시다의 배리어의 내구도가 1.6% 하락합니다!]자아의 쇠사슬이, 더 빠른 속도로 밥먹고 합시다의 배리어를 강타한다.
까가가가가가강-!
작은 확률로 발동되는 절대무적의 방어조차 무시하는 힘이 계속된 흠집을 입히기 시작했다.
“2분이면 너의 배리어는 무너진다.”
이 정도 속도라면 자아의 쇠사슬이 민혁의 배리어를 부수는 것은 에보크의 말처럼 2분이면 충분하다.
“왜 너만 그런 수가 있다 생각하지?”
그러나 요리하고 있는 민혁이 조소를 머금었다.
에보크는 다른 신들과 달랐다.
민혁이 ‘식신’이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가 한 제국의 황제라는 사실도.
유저로서 가장 많은 인재를 곁에 두고 있다는 사실도.
그리고 가장 뛰어난 ‘무기’를 쥐었다는 사실도.
“빌.”
끼디디딕, 끼딕-
민혁의 바로 앞에서 관절 마디가 뒤틀린 빌이 나타났다.
뚜둑, 뚜두두둑-
어느덧 뼈의 마디마디가 맞춰진 빌이 배리어 너머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까아아아아앙-!
그리고 미친 듯이 배리어를 두들기는 자아의 쇠사슬을 쳐냈다.
자아의 쇠사슬이 강력한 힘에 뒤로 몇 미터를 밀려나다가, 다시 빠르게 쇄도했다.
까아아아아아아앙-!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빌은 브로드급의 힘을 가진 인물이다.
차르르르르르르륵-!
계속된 빠른 쇠사슬의 공격에도 빌은 노련하게 모두 쳐내고 있었다.
급기야, 빌이 날아오는 자아의 쇠사슬의 낫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은 살이 아닌 ‘단단한 강철’과 같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낫을 쥔 상태에서 빌이 천천히 걸어갔다.
핀 쪽으로 걸어간 빌이 온 힘을 다해 핀과 연결된 쇠사슬을 내리찍었다.
꽈아아아아아앙-!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빌이 미친 듯이 자아의 쇠사슬을 내리찍기 시작했다.
에보크가 당혹하여 빌의 등 뒤에 창을 찔러넣었다.
까가가가가가각-!
무언가를 뚫고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빌의 복부를 지나 창이 솟아났다.
흘끗, 빌이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창대를 꽉 쥐었다.
그 상태에서.
깡! 깡! 깡! 깡! 깡! 깡!
미친 듯이 쇠사슬을 내리찍어 대기 시작했다.
“이런 무식한……!”
에보크가 아무리 힘을 줘봐도 복부에 박힌 창이 뽑히지 않았다.
본디 사람이라면 고통으로 손에 힘이 풀려 창을 놔야 맞다.
그러나 빌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인형에 지나지 않는다.
깡! 깡! 깡! 깡!
무시하고 계속 쇠사슬을 후려치는 빌의 뒤통수를 에보크가 후려쳤다.
퍼어어억-!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그러나 다시.
깡! 깡! 깡! 깡!
에보크가 계속해서 빌을 주먹과 발을 이용해 후려쳤다.
퍼어어어어억-!
옆머리를 맞은 빌의 고개가 틀어졌다가 돌아온다.
콰자아아악-
옆구리를 맞은 빌이 휘청이다가 돌아온다.
콰아아아아아앙-
뒤통수를 수차례 맞은 빌이 다시 본래로 돌아온다.
그리고 민혁은 그 틈에 빠른 요리를 하고 있었다.
‘빌의 회복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애초에 그는 신이었을 뿐만이 아니라, 고레벨 보스 몬스터로 취급되던 존재다.
또한 에보크의 창을 제한하고 낫의 움직임을 제한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만약 민혁이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방법이다.
그렇게 빠른 요리를 하면서 민혁은 흘끗 빌을 봤다.
퍽퍽퍽퍽퍽퍽퍽-!
“아오! 아오!”
화가 난 에보크가 빌의 뒤통수를 힘껏 후려쳤다.
계속 뒤통수를 맞는 빌.
‘…….’
민혁은 잠시 빌을 측은하게 바라봤다.
한때는 에데아의 땅에 군림하던 최강자였던 빌이다. 그는 하늘이었던 옥황상제의 자리마저 탐냈을 정도의 강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뒤통수를 맞고 있다.
퍼어어어억-!
그때, 알림이 울렸다.
[자아의 쇠사슬의 내구도가 5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민혁은 반격의 때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아의 쇠사슬만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 관문을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또다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퍼어어어어어어억-!
한때는 세상을 아울렀던 신에서 ‘딜 흡수기(?)’가 된 빌의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민혁은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다시 낫을 치켜들고 내리찍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누, 눈물……!?’
빌은 아주 조금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빌의 눈가에 촉촉이 맺힌 것.
그것은 눈물 아닐까.
[빌의 꼭두각시 인형이 슬퍼합니다.] [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그와 동시에, 빌의 낫을 밟고 있던 다리에 힘이 풀렸다.
차르르르르륵-!
그의 발에서 빠져나온 자아의 쇠사슬이 빌의 몸 곳곳을 난자하기 시작했다.
‘빌이 부서지면, 배리어도 무너진다.’
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