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88
밥만 먹고 레벨업 889화
한때 던전의 신이었던 벤틀리.
그는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신력을 빼앗기고 신들의 땅에서 쫓겨난 벤틀리는 더 이상 신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하나, 벤틀리는 던전의 신이었던 사내다.
그는 여전히 강자였다.
또한 머릿속에 있는 던전 제작법과 그에 관련된 것들은 현시대의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었다.
‘던전을 만들어 그 안에서 살아야 하나?’
아니면 오두막집을 짓고 평범한 인간처럼 살아야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던전의 신 벤틀리는 이미 삶을 포기했다.
갈 곳 없는 인간들의 땅에서 그는 계속해서 걷기만 하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인간이 되는 것 또한 순순히 인정한 벤틀리는 던전을 만들어 사는 것도, 오두막집을 지어 평범하게 사는 것도 싫었다.
“……젠장할.”
애초에 던전의 신 벤틀리는 대륙신이 아니었다.
순수한 혈통을 지닌 신이었던 이다.
그가 인간들의 땅에서 평범하게 어울릴 수도 없을뿐더러, 던전 안에서 숨어 지낼 수도 없었다.
뜨거운 햇빛이 강렬히 내리쬐는 사막을 걷는 그. 그는 일부러 물 한 모금 마시지 아니했다.
‘나도 인간이 되긴 했구나.’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에서 땀이 흘렀다. 목 안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고 침조차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털썩-
벤틀리는 애초에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
그는 사막의 뜨거운 모래 위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봤다.
참으로 비극적인 결말이다.
이따위로 사느니 죽는 게 나았다.
바로 그때, 벤틀리의 몸을 작은 그림자가 덮었다.
벤틀리가 눈을 떴을 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자신을 내려다보며 손을 뻗는 그는 높은 콧대와 날카로운 턱선, 사슴 같은 눈망울을 가졌다.
더럽게 잘생겼네, 라는 생각을 하다가 의아했다.
식신. 그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
“벤틀리. 네 도움이 필요하다.”
“……?”
도움이라?
벤틀리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신력을 빼앗기고 신의 자리까지 박탈당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당신같이 대단한 자가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편안하게 죽게, 가면 안 되나?”
벤틀리는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민혁이 그의 입에 정체 모를 무언가를 밀어 넣었다.
“우우우웁! 뭐 하는……?”
꿀꺽꿀꺽-
벤틀리는 정체 모를 무언가를 자신도 모르게 들이켜고는 눈을 크게 떴다.
입안에 들어온 순간, 시원하면서도 달달한 그것이 부드럽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페트병을 잡고 벌컥벌컥 들이켜 댔다.
마치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다.
한 통을 모두 마셔내자 흐릿했던 정신이 또렷하게 돌아온다.
“어, 어찌 이런 달콤한 맛을 내는 물이…….”
벤틀리가 그것을 확인해보자 ‘포카리스트’라고 적혀있다.
정신을 차린 그가 몸을 일으켰다.
“다른 데 가서 죽어야겠군.”
벤틀리는 이미 살아야 하는 의욕을 잃었다. 그가 돌아서려던 때, 민혁이 말했다.
“너만이 운영할 수 있는 던전이 존재한다.”
“…….”
자신만이 운영할 수 있는 던전?
그에 벤틀리가 고개를 돌렸다.
“던전의 신 에바스가 내게 신의 던전 운영권 1회를 주었다.”
“……!”
벤틀리는 적지 않게 경악했다.
에바스 신께서 던전 운영권을 주었다.
그것은 민혁이나, 헤이즈의 생각보다도 훨씬 엄청난 것이다.
에바스의 던전 운영권은 다른 운영권들에 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그렇지만, 일반 인간들은 그 던전의 1/10도 활용하기 힘들 것이다.
벤틀리의 가슴이 뛰었다.
‘에바스 신의 것이라니…….’
사실 벤틀리는 던전 제작 자체는 에바스에게 뒤떨어지나, 던전 운영은 자신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에바스가 남긴 던전과 자신의 운영이 더해진다면 엄청난 던전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후우후우,
벤틀리의 숨이 가빠졌다.
“그 던전으로 뭘 하려는 건데?”
민혁은 그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
솔직히 말하자면, 벤틀리는 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재밌겠다.’
자신은 지금 신이 아니나, 신보다도 더 뛰어난 업적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민혁이 다시 청했다.
“벤틀리, 천외제국을 위해 던전을 운영해 주겠나?”
벤틀리는 이번엔 망설이지 않았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 어떤 신도 만들지 못했던 던전을 만들겠다.’
벤틀리가 민혁의 손을 잡았다.
손잡아선 안 되는 거물들이 함께하게 된 순간이다.
* * *
대장장이의 신 헤파스의 후예 혜민아빠.
황금망치 드워프의 제자 드워프 오르골.
두 존재는 현존하는 최고의 대장장이들이다.
다른 제국과 왕국에서도 탐내나 감히 엄두도 못 내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혜민아빠는 큰 난관에 봉착했다.
‘재료들의 수준이 너무 높다. 또 어떻게 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실제로 기갑병기는 아테네에서도 드물지만 찾아볼 수 있었다.
기갑병기는 분명히 뛰어난 전쟁도구다.
그러나 기갑병기 한 기를 운용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며, 실제로 기갑병기를 제대로 만들어내는 장인은 세상에 없었다.
때문에 과거에 만들어진 기갑병기들을 주로 운용하는 실정인데, 그 설계도를 받아 블레스를 재탄생시키려는 혜민아빠와 오르골은 난관에 봉착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제작한 거지.”
“너무도 어렵네, 과거의 생산직 신들이 모여 만들어낸 명작이니.”
물론,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건 진짜 블레스가 아니다.
블레스의 하위호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그 수준 자체가 너무 높았다.
제작을 시도하려 하면 수준 높은 재료들과 높은 설계도의 수준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내가 보겠다.”
정체 모를 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꽤 잘생긴 미남자였는데, 민혁과 함께 나타났다.
설계도를 흩어보는 남자의 눈이 날카롭다.
사실, 혜민아빠와 오르골은 재료들을 이용하여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제작을 위해선 설계도 완성이 되어야 한다.
블레스는 신의 병기다. 다른 기갑병기들의 설계도를 참고해도 설계도가 완성되지 않고 있었다.
혜민아빠와 오르골이 올린 설계도 완성도는 고작 12%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남자, 벤틀리가 매의 눈으로 설계도에 펜을 쓱쓱 긋기 시작했다.
[블레스의 설계도 15%를 완성합니다.] [블레스의 설계도 18%를 완성합니다.] [블레스의 설계도 21%를 완성…….]“……!”
“……!”
혜민아빠와 오르골이 깜짝 놀랐다.
자신들도 머리를 맞대고 고작해야 12%의 설계도를 완성했다.
[블레스의 설계도 42%를 완성합니다.] [블레스의 설계도 52%를 완성합니다.]그러나 거기서 끝이었다.
블레스의 외형을 갖추는 것. 그 내부는 벤틀리마저도 손댈 엄두를 못 냈다.
벤틀리는 던전의 신이다.
손재주가 좋고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그가 파괴의 타이탄이라는 괴물 같은 병기를 만들어냈으나, 블레스는 그도 손댈 수 없었다.
그러나 혜민아빠와 오르골도 해내지 못한 업적.
두 존재가 경악했다.
“이, 이것이 블레스의 모습입니까?”
“대단합니다.”
두 존재가 감탄할 때, 민혁이 물었다.
“설계도는 완전히 완성할 수 없는 건가?”
“완성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나와 이자들이 100% 완성시켜, 그것을 제작한다 해도 실제 블레스의 반쪽짜리 힘밖에 내지 못할 거다.”
“방법이 없을까?”
반쪽짜리 힘으론 부족하다.
‘그렇게 되면 밀려오는 적군들에게 천외제국의 많은 병력을 희생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적을 잡아야 한다.’
그에 잠시 고민하던 벤틀리가 입을 뗐다.
“검은망치 드워프들.”
“……!”
그에 반응한 것은 바로 황금망치 드워프 칸트의 제자 오르골이다.
“그들이 있는 위치를 아십니까?”
오르골의 질문에 벤틀리가 고개를 주억였다.
“검은망치 드워프들이 누군데?”
“드워프들과 검은 드워프들 사이에서 태어난 드워프들입니다. 검은 드워프들은 멸종했지만 검은망치 드워프들은 은둔한 채 살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 파괴의 타이탄의 제작을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먼 옛날, 블레스의 제작에도 도움을 줬을 정도로 뛰어난 자들이다.”
즉, 블레스를 제작한 장본인들이라는 셈이다.
“그들만 있다면 블레스를 훌륭하게 완성시킬 수 있는 건가?”
“네가 운용했던 블레스만큼은 아니더라도 엄청난 병기인 블레스를 만들 수 있을 거다. 또 기갑병기 몇 기를 더 만들 수도 있겠지.”
민혁으로서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벤틀리로부터 위치를 전해 들은 민혁이 신하를 파견했다.
* * *
검은 드워프들.
기갑병기를 만드는 데 최적화된 힘을 발휘하는 그들을 만나기 위해 파견된 자는 다름 아닌 로크였다.
민혁의 경우 갈 곳이 있다고 하였기에 길드 채팅방에 글을 올렸다.
그에 로크가 직접 손을 들고 나서기로 결정했다.
로크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루브앙 제국의 루피소 공작.
그가 1만의 천외제국 병사들을 단숨에 몰살시키고 자신의 심장에 검을 꽂던 것을 말이다.
때문에 로크는 이번 작전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 로크는, 현재 온몸이 꽁꽁 묶인 채 검은 드워프들에게 끌려가고 있었다.
“…….”
로크는 일부러 병력을 대동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검은 드워프들이 자칫 위협을 느낄 수도 있었고, 그로 인해 전투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거래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로크는 민혁으로부터 ‘그들이 원하는 그 어떤 것도 들어줄 의사가 있음’을 밝히라고 들었다.
천외제국도 사활을 거는 것이다.
수백의 우락부락한 검은망치 드워프들은 겉으로는 평범한 드워프의 모습이었는데, 특이점이 있다면 등 뒤에 검은망치가 그려진 갑옷과 망토를 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후우우우우욱-!
후우우우우우욱-!
마치 용암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드워프들이 풀무질을 하여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가 곳곳에서 들끓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로크는 검은망치 드워프들이 무서웠다.
‘이 험상궂게 생긴 것 좀 봐, 저 팔은 또 어떻고!’
마동석만 한 팔뚝을 가진 그들은 단숨에 로크의 목을 비틀 수 있을 것 같았다.
끌려가던 로크는 높은 계단 위에 선 드워프를 마주할 수 있었다.
은빛 갑옷을 두르고 있는 그.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키가 140㎝도 되지 않기에 큰 감흥은 없다.
그러나.
[검은망치 드워프의 왕 벨론의 출현!] [검은망치 드워프의 패기가 발동됩니다!] [강대한 패기가 당신의 숨통을 조입니다!] [당신의 상태이상 저항력이 40% 하락합니다!]“커헉!”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기세에 짓눌리는 로크였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생각보다 강대했다.
만약 로크보다 레벨이 낮은 자, 혹은 병사들이 왔다면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검은망치 드워프의 왕 벨론.
그가 몸을 틀었다.
“천외제국의 황제가 보냈다?”
“그, 그렇습니다. 폐하께서, 도움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검은망치 드워프들이 ‘블레스’를 재탄생시켜 주길 바라고 계십니다.”
“블레스!?”
“브, 블레스라고?”
“그 신의 병기!?”
벨론, 그 또한 블레스라는 말에 적지 않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천 년 전, 위대한 선조들이 탄생시킨 기갑병기.
그를 재탄생시켜 달라?
그러나 그 일은 자신들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다.
그에 로크가 말했다.
“폐하께서 검은 망치 드워프들이 원하는 모든 걸 들어주겠다 하셨습니다.”
“……원하는 모든 것이라. 크, 크크큭, 크큭!”
벨론이 얼굴을 가리고 광소했다. 그 웃음에서 사악함마저 느껴진다.
‘이런 캐릭터였어? 설마 대륙정복을 도와달라 이런 걸 요구하는 건가?’
로크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블레스의 제작을 의뢰하는 만큼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결코 작지 않을 터다.
벨론이 말한다.
“우리 검은 드워프들은 오랜 시간 음지에서 살아왔다. 기갑병기를 만들어내는 이 손들은, 세상을 피로 물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그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
꿀꺽-
로크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깊고 날카로운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자 신음이 절로 흘렀다.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말하겠다. 네 귀에 똑똑히 새기거라.”
로크가 카리스마 넘치는 벨론의 얼굴에 집중했다.
‘도대체 뭘 요구하려는 거야!!!!’
그에 깊은숨을 들이마신 벨론이 ‘탐욕’ 어린 눈빛으로 로크에게 말했다.
“키 크고 싶다.”
“……?”
“3㎝만…….”
“……?”
로크, 그는 당황했다.
그가 주변을 둘러보자 검은 망치 드워프들이 말한다.
“3㎝만 큰다면 옷태가 달라질 텐데…….”
“우와, 벨론 님이 3㎝가 더 크신다면 자그마치 140㎝이시지 않은가?”
“크으~ 140㎝라면 어떤 갑옷이나 옷을 둘러도 완벽한 핏을 자랑하지 않는가!”
“세상에…… 140㎝라니~!!!”
“키가 140㎝면 뭘 입어도 멋질 것 같아.”
“140…… 우와아아아아…….”
“…….”
로크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난제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