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95
밥만 먹고 레벨업 896화
세계 곳곳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어떠한 이들은 밝혀지지 않았던 초월자의 모습을 자신들 멋대로 상상했을 것이다.
그 상상에는 아주 멋들어진 초월자의 모습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자신들이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분명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키가 185㎝에 이를 정도로 컸다.
또한 떡 벌어진 어깨와 작은 얼굴, 새하얀 백발이 잘 어울릴 정도로 백옥 같은 피부.
심지어 새하얀 도포를 입고 한 손에 쥔 검을 늘어뜨린 초월자가 루피소 공작을 보며 한 걸음을 떼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심지어 ATV방송국은 순간 시청률이 대폭 증가할 정도였다.
“시청률 40% 돌파합니다!”
“시청률 41% 돌파했습니다!”
“시청자 게시판이 난리가 났습니다.”
“난리 날 만도 하지.”
김대국 PD가 보기에도 초월자의 모습은 파장이 일어날 정도로 멋졌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외모에 비례할 만큼 강하냐는 것도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루피소 공작과 초월자의 대치를 숨죽여 바라봤다.
* * *
루피소 공작은 초월자를 바라봤다. 목에 밧줄이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지려던 조각들을 부드럽게 내려놓은 초월자가 자신을 바라본다.
루피소 공작이 자신의 검을 꽉 쥐었다.
‘쓰라리군.’
방금 전 브루드에게 입은 상처가 꽤 깊었다. 하지만 루피소 공작은 솔직히 다소 실망한 상태였다.
‘강한가?’
정확히 모르겠다. 루피소 공작은 그에게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루피소 공작은 살아오면서 딱 한 번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인물이었다.
“드디어 최종보스를…….”
루피소 공작은 이제 초월자를 사냥하면 이 던전 공략이 끝나는가 싶었다.
그러나.
[초월자가 임의로 자리를 이탈하였습니다!] [초월자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한 걸음을 떼고 두 걸음을 떼려던 초월자가 빛에 휩싸였다.
빛에 휩싸인 초월자의 매서운 눈빛이 루피소 공작에게 향한다.
곧 초월자가 사라지자 루피소 공작은 맥이 빠졌다.
‘자신의 조각들을 지키기 위함인가? 감성적인 초월자군.’
조소를 머금은 루피소 공작이 추가로 들려오는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죽음의 미로에서 모든 조각들을 사냥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초월자에게로 향하는 길로 루브앙 제국군 전체가 워프됩니다!]* * *
초월자의 길은 넓었다.
길게 펼쳐진 레드카펫은 무척 오래된 듯 낡아 보였으며 레드카펫의 양옆으로는 꺼지지 않는 촛불들이 2m 간격으로 타오르고 있다.
또한 양옆의 벽 쪽에는 정체 모를 거대한 동상들이 세워져 있었다.
빛이 되어 나타난 루브앙 제국군은 총 100만에서 약 40만 명만이 남게 되었다.
그나마 루브앙 제국군에게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신의 검들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덧붙여 루피소 공작 역시 꽤나 큰 피해량을 입긴 했으나,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이다.
뚜벅뚜벅 걷는 루브앙 제국군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초월자, 신들조차 뛰어넘을지도 모르는 자들.’
‘어쩌면 루피소 공작 역시 초월자들 사이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초월자는 얼마큼 강할까.’
처음 그들의 출정은 꽤 자신감 넘쳤었다.
그러나 초월자의 성지의 죽음의 미로에서 처참히 깨진 그들은 더 이상 자신감 따위는 없었다.
기사들 사이에서 자신들끼리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이야기를 하거나 했다.
그중에는 루브앙 제국의 3기사단의 단장 에드월이 있었다.
“이든, 그 머저리 같은 놈은 지금쯤 뭘 하고 있으려나.”
“기갑병기 조종사 새끼, 아마도 이 아테네를 떠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유저의 ‘게임을 접는다’는 개념.
NPC들도 갑자기 유저들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를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아테네를 떠났다’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NPC들 대부분은 떠난 이들을 패배자로 여겼다.
“애초에 그놈이 대루브앙 제국의 자랑스러운 기사가 될 자격 따위는 없었습니다.”
두려움과 긴장감을 떨쳐내는 이야기에 남을 험담하는 것만큼 좋은 효과를 내는 것은 없을 것이다.
곧 에드월이 말했다.
“더 재밌는 사실도 하나 있다.”
“그게 뭐죠?”
“처음 이든을 영입해 왔던 에브뎀 후작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에브뎀 후작은 루브앙 제국에서 인사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눈썰미가 좋으며, 병사들이나 기사들의 상태를 한눈에 봐도 알아채며 그의 가능성조차 꿰뚫는다.
그가 있었기에 인재가 넘쳐나는 루브앙 제국이 있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든은 루브앙 제국에서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배출하지 못할 뛰어난 기갑조종사라고 하더군.”
하지만 그러한 기갑조종사는 결국 자신들 손에 두들겨 맞고 멱살이 잡힌 채 쫓겨났다.
더 우스운 사실은 기사들이 크게 놀라지 않는다는 거다.
“뭐,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고작 이방인, 그것도 기갑을 조종한다는 조종사.
자신의 힘이 아닌, 기갑의 힘을 빌려 강해지는 존재.
사실 그와 함께했던 기사들은 대부분 그 사실을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그는 루브앙 제국이 꼭 필요로 하는 인재다.
실제로 루브앙 제국은 기갑병기 제작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그것을 막은 것이 기사들이다.
고작 기사들이 그것을 막을 수 있겠냐만은 기사들 수백 명, 수천 명이 이든의 평소 행실이 불량했고 그 정도 운용자금이면 기사들을 훈련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며 떠들어댔다.
그것은 자신들보다 ‘이든’에 대한 질투심이 만들어낸 웃긴 단합이었다.
쉬운 말로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왕따’를 시키고 ‘모함’한 것이다.
“어차피 그 머저리는 물만 흐렸잖은가? 그런 놈이 있을 바엔 없는 게 낫지, 안 그래?”
“맞습니다.”
“암암, 그렇고 말고요.”
“놈이 질질 짜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군. 크흐흐흐!”
“하하핫, 저도 그것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놈의 역겨운 말투도 마음에 안 들었어, 어디 그깟…….”
단장 에드월이 신나서 떠들어대던 때였다.
덥썩-
갑자기 누군가 에드월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혹시 상관이 잡담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는 건가 싶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전혀 뜻밖의 인물이 있었다.
그 남자는 루브앙 제국군 기사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투구는 벗어 던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들의 뒷담화의 주인공, ‘이든’이었다.
“이, 이든. 네놈이 왜 여길……!”
“네놈, 뭐야!”
“어째서 네가 여기 있는 거지!?”
“…….”
그를 알고 있는 기사들은 당혹했다.
자그마치 100만의 군대가 진격하고 있었고, 모두가 투구를 쓰고 있었기에 모를 수도 있던 일이다.
출정에 숨어 있던 건가?
“설마 여기에 숨어들어 활약하면 에브뎀 후작님이 다시 기사단에 영입해 줄 거라고 생각한 거냐?”
에드월은 그의 생각을 추측하며 같잖다는 조소를 머금었다.
그때, 이든이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내가 부족한 탓에, 루브앙 제국에서 기갑병기를 만들지 않겠다 한 것이 아니었나?”
꽈아아악-
에드월의 어깨를 잡은 이든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든은 기갑병기 조종사에 불과하다.
그 힘은 가소로울 정도로 작았다.
“단지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유 없이 따돌리고 싶어서, 당신들이 그렇게 만든 거였나?”
“단장님께 당신이라니?”
“네놈이 미쳤구나.”
이든의 눈에 핏대가 섰다.
“당신들이 가장 잘 알잖아, 당신들이 쉴 때 난 혼자 낡디 낡은 기갑병기를 정비했고, 당신들이 술을 마실 때 난 혼자 남아 그 낡은 기갑병기로 훈련해 왔어.”
자신의 행실이 좋지 않았다?
아니었다. 모두에게 예의를 갖췄고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기에 노력했다.
그들과 친해지려 다가갔다가 욕을 얻어먹더라도, 누구보다 그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
이 자리의 많은 기사, 병사들과 말이다.
에드월이 속삭였다.
“기갑병기 조종사는 애초에 대루브앙 제국의 훌륭한 전사가 될 수 없다. 이 전쟁통에 나타나다니.”
그가 사악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난, 널 죽일 거야. 응? 크흐흐흐, 천재 기갑병기 조종사이면 뭐하나? 기갑병기가 없는데. 으흐흐흐흐!”
그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 이든은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내가 노력했던 만큼 모두가 인정해 주길 바랐다.
그리고 언젠가는 바랐다. 나를 거두어준 루브앙 제국을 위해 그들이 위험에 빠졌을 때 선봉에 서 기갑병기를 운용해 그들을 구하리라.
“내겐, 기갑병기가 있어.”
“그 수백 년도 더 된 기갑병기 말이더냐?”
“으흐흐흐!”
“그 고물!?”
기사들의 웃음이 커진다.
옆의 기사가 다른 기사에게 이든이 왔다며 그를 손가락질했고 다른 기사들도 그를 비웃었다.
그 비웃음은 점차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틈에 있는 이든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간다.
루피소 공작이 소란에 고개를 돌려 그들을 조용히 시키려 했다.
그런데 자신을 비웃는 인파를 헤치고 걸어 나오는 이든.
그가 뚜벅뚜벅 걸어가며, 대루브앙 제국의 문양이 각인된 갑옷을 벗는다.
철커억-!
설레는 마음으로 신었던 루브앙 제국의 보급품 부츠를 벗는다.
뚜벅뚜벅-
오로지 루브앙 제국의 기사들에게만 지급되는 ‘루브앙 기사의 반지’를 벗어 던진다.
탱그랑-
천옷만을 걸치고 맨발로 앞으로 걸어가는 이든을 보며 많은 이들이 저놈이 드디어 미쳤다고 낄낄댔다.
루피소 공작과 신의 검들, 그리고 몇몇 이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이든이 새롭게 지급 받은 것들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루브앙 제국의 보급품에 지나지 않던 낡은 갑옷이 아닌, 검고 화려한 갑옷을 착용하고, 새로이 신게 된 부츠를 신으며.
‘그분’께서 자신에게 와줘 고맙다며 주었던 반지를 낀다.
우뚝-
마침내, 걸음을 멈춰선 이든. 그가 말한다.
“나에게는 기갑병기가 있다.”
우지직, 지지지지지직-!
우지지지지지직-!
우득, 우득!
양옆에 길게 늘어선 동상들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돌무더기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쿠우우우우우웅-!
모습을 드러낸 건 번쩍번쩍 흑빛이 나는 7m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기갑병기였다.
그 기갑병기 열기가 일제히 루브앙 제국군의 앞에 선다.
그 가슴이 열리며, 거대한 미사일이 나와 루브앙 제국군 틈에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앙-!
“……!”
“……!”
한 개의 미사일이 단숨에 2천에 이르는 루브앙 제국군을 흔적도 없이 소멸시켰다.
이어지는 미사일 폭격이, 루브앙 제국군을 휩쓸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어, 어, 뭐…….”
에드월이 말문을 잇지 못해 어버버거렸다.
미사일 폭격을 멈춘 기갑병기들이 일제히 다리에 장착된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든다.
그러고는.
처억-
처억-
처억-
대검을 쥔 팔을 동시에 들어 올려 루브앙 제국군을 겨눈다.
그리고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쿠우우우우우웅-!
떨어져 내린 기갑병기는 다른 병기들과 다르게 하얀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초월자의 병기가 모습을 드러냅니다!]그는 다른 기갑병기들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해 보였다.
푸쉬쉬이이이익-
조종석이 열린다.
[초월자의 병기는 오로지 초월자의 병기가 선택한 기갑조종사만이 운용할 수 있습니다!]기갑병기가 팔을 뻗어 이든을 들어 올리더니 조종석에 그를 안착시킨다.
쿠우우우우웅-
[초월자의 병기가 운용을 시작합니다!] [초월자의 병기가 현시대의 가장 뛰어난 기갑병기 조종사에 의해 더 강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다른 기갑병기들이 쥔 대검보다 두 배는 더 크고 날카로운 대검을 쥔 초월자의 병기.
그 안에 탑승한 이든이 말했다.
“그 어떤 기갑병기보다 강하고.”
그가 검을 내려친 순간.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엄청난 크기의 검기가 쏘아져 나가, 방금 전 이든을 비웃었던 기사들 수천을 흔적도 없이 찢어발겼다.
그 순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루피소 공작이 강대한 검기를 발현, 그에게 쏘아 보냈다.
그 순간 기갑병기의 왼쪽 팔에 장착된 핸드방패가 그 검기를 막아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어떤 기갑병기보다 단단하다.”
이든은 꿈꿔왔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
그것을 위해 무수히 많은 아군들의 선봉에 서서, 적들을 섬멸하는 것.
그것이 그의 꿈.
그러나 이제 그 꿈은 변하였다.
“우리의 목표는 루브앙 제국군의 섬멸.”
이든이 민혁과 같은 오만하고 위대한 눈빛으로 적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선봉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