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96
밥만 먹고 레벨업 897화
루브앙 제국군의 기사들은 믿을 수 없었다.
수백 년도 더 된 기갑병기를 운용하는 이든은 기사 한 명을 이기지 못했다.
그만큼 기갑병기가 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백색으로 빛나는 멋들어진 기갑병기에 오른 이든의 모습.
“내가 선봉에 서겠다.”
그의 카리스마가 적들을 압도한다. 그의 명에 따라 기갑병기들이 일제히 왼팔을 들어 올렸다.
끼이이익-
철컥-!
열린 왼팔에는 석궁이 장착되어 있었고, 수천 발의 화살이 장전되어 있었다.
일제히 열린 왼팔에서 초당 수십 발의 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피핏-!
마치 기관총처럼 쏟아져 나가는 석궁들이 루브앙 제국군을 휩쓸기 시작했다.
“이, 이든…… 네놈!!!”
에드월이 옆에 있던 기사단원들이 쓰러져 나가자 분노했다.
그럴 수밖에, 자신이 무시하고 조롱했던 이가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심지어 엄청나게 뛰어난 기갑병기를 운용하면서 말이다.
“그깟 기갑병기를 믿고 감히! 기갑병기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네놈이!”
에드월의 외침을 이든은 똑똑히 듣고 있었다. 차가운 눈빛의 이든의 시선이 그에게로 꽂힌다.
“나는 기갑병기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실이다.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기갑병기를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
스르르르르르르르릉-!
이든이 탄 초월자의 병기가 미끄러진다. 발에 달린 바퀴가 가속화되어 움직이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도와준다.
단숨에 혼란에 빠진 기사들 틈을 헤집고 들어간 이든의 거대한 대검이, 에드월의 머리통에 떨어진다.
“으, 으아아아아악!”
쩌어어어어어억-!
초월자의 병기가 에드월을 반으로 갈라냈다.
푸쉬이이익-
푸쉬이이이익-
푸쉬이이이이익-!
화살의 사용을 끝낸 기갑병기들이 대검을 양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땅에 내리찍었다.
쿠우우우우우웅-
거대한 대검에 기사 여럿이 단숨에 갈려 나갔다.
“마법사들!!!”
“퍼부어!!”
쾅, 쾅쾅쾅, 콰콰콰콰콰콰쾅-!
루브앙의 마법사들이 서둘러 기갑병기들에게 마법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기갑병기들을 집어삼키는 폭발이 일어났다.
“히, 히이이이익!”
“너, 너무 단단합니다!”
“부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갑병기들은 생각외로 단단했다. 특히나 이든이 탑승하고 있는 초월자의 병기는 다른 병기들보다 월등했다.
자그마치 ‘신의 병기 블레스’를 재탄생시킨 존재이다.
쑤우우웅, 쑤우우우웅, 쑤우우우우웅-!
이든의 대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수십 이상의 제국군이 휩쓸려 나갔다.
[루브앙 제국군이 총 732,316명이 전사하였습니다!]엄청난 속도로 급감하는 루브앙 제국군. 기사들은 이 순간 후회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든을 무시해선 안 되었다.’
‘기갑병기는 정말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전쟁도구다.’
‘이든이 기갑병기 조종사들을 이끌었다면 루브앙은 더 뛰어난 국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늦었다.
철커억-
이든의 가슴팍이 열리며 거대한 힘이 몰려든다.
초월자의 병기의 브레스다.
쿠호오오오오오오오오오-!
빛처럼 뻗어 나간 브레스가 단숨에 4천에 이르는 루브앙 제국군을 뼛가루도 남기지 않고 불태워 버렸다.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은 기갑병기가 유일할 것이다.
그때.
파지지지지직-!
신궁 먀오의 화살이 기갑병기의 척추를 정확히 관통했다.
스파크가 튀기며 기갑병기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기갑병기는 결국에 ‘기계’였다. 부품이 하나라도 잘못된다면 오작동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루브앙 제국군은 ‘기갑병기 전투법’을 배운다.
물론 기갑병기 전투법은 루브앙 제국에서도 외면받고는 한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지식만 알고 있어도 전장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조종석’을 공격하는 것.
콰지이이이익-
조종석의 투명유리가 깨지며 그 안의 이가 죽음을 맞이했고, 기갑병기가 작동을 멈췄다.
그때를 틈타 루브앙 제국군이 그를 파괴했다.
하나, 둘, 신의 검들과 루브앙 제국군이 힘을 내어 기갑병기의 숫자를 줄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명의 사내의 난입으로 그 속도는 가속화되었다.
번쩍-!
단숨에 날아오른 그가 조종사를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다.
콰지지지지지직-!
그 검의 휘두름에 투명유리가 단숨에 부서지며 그 안의 조종사를 죽여냈다.
그는 다름 아닌 루피소 공작이었다.
‘이놈들도 똑같군.’
서둘러 기갑병기들을 제거하는 루피소 공작은 파괴되는 와중에도 루브앙 제국군을 제거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또한.
‘이든이라는 조종사는 몬스터가 아니다.’
바보가 아니라면 알 것이다.
이 초월자의 성지. 무언가 이상하다.
‘심지어 초월자와 조각들의 유대감이 말도 안 될 정도로 깊다.’
몬스터들이 그런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가?
그러는 한편, 루피소 공작은 이든이 탐났다.
“이든이라 했는가?”
루피소 공작이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덧 루브앙 제국군이 고작 19만밖에 남지 않았다.
“루브앙 제국으로 돌아오라, 그리고 내 휘하의 기사단원이 되어 활동하라.”
“……!”
“……!”
“……!”
루피소 공작의 바로 밑의 휘하라면 ‘별의 기사단’을 뜻한다.
별의 기사단은 신의 검들 다음으로 뛰어나다.
또한.
“너에게 백작의 작위를 하사할 것이다.”
루브앙 제국의 백작이라면 어떠한 유저도 꿈꾸는 것이다.
이든은 바라왔다. 아군의 선봉에 서서 적들로부터 아군을 지켜내며, 끝내는 승리를 이끄는 자신을.
그로 인한 많은 이들의 찬양. 그에 걸맞은 대접.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꿈보다 중요한 일이 생겼다.
‘나에게 손을 뻗어준 유일한 사람.’
그는 반지를 건네며 말했다.
-고작 나일 뿐이지만, 이런 나를 선택해 줘서 고맙다, 이든.
그의 그 눈빛은 진심이었다. 자신을 경멸했던 이들과 달랐다.
나를 품어준 유일한 사람.
이든은 깨달았다. 그 어떤 부귀영화보다, 그리고 값진 자신의 꿈보다, 믿음을 준 이를 지키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쿠화아아아아아아앙-
초월자의 병기의 몸 곳곳이 열리며 미사일이 루피소 공작에게 쏟아졌다.
탓, 타타타탓, 타타타타타탓-
귀신 같은 움직임으로 미사일을 피해내며 루피소가 돌진해 온다.
“기갑병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반응속도다.”
루피소 공작은 기갑병기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조종사라 해도 반응속도는 결국 진짜 사람만 못하다.
쿠우우우우우웅-!
루피소 공작이 휘둘러지는 대검을 피해내며 초월자의 병기의 팔에 검을 꽂아 넣었다.
콰지이이이익-
그리고 팔을 타고 내달리며 팔을 완전히 부숴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초월자의 병기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초월자의 병기는 뛰어난 주인을 만나 분명 강해졌다. 그러나 그 이전의 힘만큼은 내지 못한다.
또한, 검은망치 드워프 벨론은 더 강한 힘을 낼 수도 있게 하였으나 다른 것을 선택했다.
그것은 블레스가 완전히 부서져도 2주일 내로 저절로 복원되는 것.
블레스는 거대한 힘을 포기하는 대신 이제 영원히 운용될 수 있다.
후우우우우웅-!
이든의 조종에 따라 초월자의 병기가 팔을 휘둘러 보지만 느리다.
깡, 까가가강, 콰자아아악-!
루피소 공작의 검이 쉴 새 없이 곳곳을 부숴낸다.
그때마다 스파크가 튀어 오른다.
그러나 이든은 애초에 이 자리의 이들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상동력가동.”
우우우우우우우우웅-!
삐걱이던 블레스가 다시 본래의 속도를 되찾는다. 더 나아가, 이든이 레버를 힘껏 당겼다.
“가속화.”
푸쉬이이이이이이익-!
블레스가 분출구에서 뜨거운 화염을 뿜어냈다.
그 순간, 루피소 공작이 짚은 ‘기갑병기의 느린 반응속도’ 부분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
콰아아아아아앙-
한쪽 팔밖에 없는 블레스가 루피소 공작의 몸을 강타한다.
쭈우우우우우욱-
뒤로 밀려난 루피소 공작에게로, 기갑병기가 또 한 번 분출구에서 뜨거운 화염을 터뜨린다.
콰아아아아아앙-
그와 함께 날아간 병기가 루피소 공작을 강타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고, 공작님!”
“공작니이이이이임!”
세상이 경악한다.
루피소 공작이 누군가에게 맞거나 당하는 일.
그 어떤 루브앙 제국군도 듣도 보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
끼이이익, 철컥철컥철컥-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기갑병기의 꽉 쥔 주먹이 그를 일 초에 수십 번을 강타한다.
쾅쾅쾅쾅쾅쾅쾅쾅-!
루피소 공작의 한쪽 무릎이 꿇린다.
루피소는 화가 났다.
이는 이든의 최후의 몸부림. 마지막까지 자신을 막으려는 놈의 집념에 화가 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루피소 공작이 ‘초월자’들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사용할 수 있다고 추측되는 힘.
그 힘이 발현된다.
피이이이이잉-
그저 검이 한 번 내려쳐진 순간.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콱-!
신력을 발동한 만큼 강대한 힘이 블레스의 몸 곳곳을 가격했다.
끼이이이익- 끼이이이익-!
블레스의 몸 곳곳에서 스파크가 일어난다.
이든은 알았다.
더 이상 블레스는 가동하기 힘들다.
철커억, 철커억-
블레스가 뒷걸음질 친다.
그러나 이든은 환하게 웃었다.
[루브앙 제국군 총 904,513명이 전사하였습니다!]자신의 임무를 다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블레스를 제외한 모든 기갑병기가 파괴되었다.
‘하지만 아직 안 끝났어.’
이든은 더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알았다.
루피소 공작이 비틀거리는 블레스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산 채로 목을 매달아주마.”
그가 이든의 마지막을 방해하려 한다. 그런데 그때.
[초월자의 성지의 보스 몬스터 초월자가 등장합니다!]레드카펫의 끝. 그곳에 위치한 녹슨 문이 열렸다.
그리고 루피소 공작보다 더 빠르게 기갑병기의 뒤에서 나타났다.
길게 기른 백발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초월자가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쿠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거대한 바람이 루피소 공작을 집어삼키고 나아가 그 뒤쪽의 루브앙 제국군을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온 세상이 주목하고 있다.
초월자의 등장과 함께 루피소 공작이 온몸이 찢기고 베이며 뒤쪽으로 튕겨 날아간다.
그를 지켜보는 모든 시청자들이 숨을 죽이는 한편 의문을 품는다.
[이든이라는 유저가 어째서 초월자의 성지에서 몹이 되어 나타난 거죠?]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지 않나요?] [잘못되었다면 누가 던전을 만들기라도 했다는 거임?] [님들 생각해 봐요. 누가 던전을 만들었다고 해도, 감히 어떤 유저가 저 정도 수준 높은 던전을 제작할 수 있겠습니까.]그렇다. 그들의 상식으로 그는 불가능해 보였다. 이는 해설자들도 불가능한 가설이라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때, 초월자의 병기가 결국에 무너져내리려 한다.
그 이전에, 이든이 자신이 하려던 마지막 일을 장식한다.
초월자의 병기가,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무언가를 꺼내든 그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등 뒤에 착용했다.
그것을 착용한 이든이 자신의 등 뒤에 선 초월자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는다.
이윽고 초월자의 병기가 쓰러졌다.
“…….”
“…….”
“…….”
순간 모두가 말문을 잃었다.
이든이 꺼내 들어 등 뒤에 착용한 것.
그것은 바로 망토였다.
백색의 그 망토는 만인이 알고 있는 그것이었다.
포크와 나이프가 각인되어 있는 한 제국의 상징이다.
그리고 땅에 쓰러진 초월자의 병기가 폭발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 폭발의 틈을, 초월자가 걷는다. 그리고 뜨거운 화마 속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그가 입은 새하얀 백색 도포의 뒤쪽에 포크와 나이프가 그려진 문양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