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97
밥만 먹고 레벨업 898화
전 세계가 혼란에 빠져들었다.
초월자의 성지.
아테네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 난이도의 던전이었다.
초입부에 ‘별것 아니네’했던 대중들도 죽음의 미로에서 그 생각을 바꿨다.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몹들이 준보스급으로 나오는 최악의 던전.
대루브앙 제국마저도 고욕을 면치 못하는 곳.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유저’ 이든이 기갑병기를 이끌고 루브앙 제국군을 학살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시끄럽게 떠들어대었다.
[이든이라는 이가 초월자의 성지의 몹인가요?] [아니요. 이든은 기갑조종사로 유저입니다.] [그런데 왜, 저기서 기갑병기들을 이끌고 있죠.]사람들의 억측이 난무한다. 그 난무하는 억측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말은 바로 이것이었다.
[이든은 최근에 루브앙 제국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루브앙 제국의 일원으로써 ‘제외’된 것은 아니었던 거죠. 쫓겨난 이든은 복수하겠다는 생각을 품었고 그로 인해 기갑병기를 찾아 나섰을 겁니다.]모두가 그 이야기에 집중했다.
[기갑병기를 찾는 퀘스트를 진행하던 이든은 이 초월자의 성지에 있던 저 기갑병기들을 발견하게 되고 초월자와 계약한 겁니다.] [오, 일리 있네.] [이게 가장 현실성 있는 듯.] [이든이 아직 루브앙 제국에서 ‘제외’되지 않았기에 제국군 속에 있던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겠네요.] [숨어들었었나 보죠.]그러나 그 추측은 얼마 안 가 처참히 깨져 버렸다.
비틀거리던 이든이 마지막으로 한 일.
그것은 바로 천외제국의 망토를 두르는 것이었으니까.
[……?] [……?] [……?]잠시 모두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등장한 초월자가 강대한 힘으로 루피소 공작을 날려 보냈다.
기갑병기의 폭발의 사이를 걷던 그가 화염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역시 천외제국의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설마…….] [에이.] [말도 안 됩니다.] [그건 좀…….] [아니, 그건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됩니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죠. 천외제국의 황제 민혁도 초월자의 성지에 올 수 있었고 초월자와 계약을 맺은 겁니다!] [위에 아까 이든이 초월자와 계약 맺었다던 놈 아님?] [맞음.] [믿고 거른다.] [아니,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폭주하는 시청자들의 댓글들.
그 댓글들이 대치하는 루브앙 제국과 초월자를 보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그 자리의 모두가 긴장했다.
185㎝에 이르는 백발의 노인의 모습을 한 초월자.
새하얀 도포를 입고 검을 늘어뜨린 그는 신선 같은 느낌마저도 났다.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바스티앙이 옆에 있는 이에게 질문했다.
“저게 민혁일 확률이 몇 퍼센트인 거 같냐?”
“15%? 아니, 20%? 아니, 4%?”
“뭔 소리야.”
“나도 모르겠다.”
“그치,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모두가 이 상황에 대해서 확신 어린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혁이 우연히 초월자의 성지와 관련된 퀘스트를 받았을 수도 있는 노릇이며, 그로 인해 초월자가 저런 문양이 새겨진 도포를 입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
‘아니, 근데 말이 안 되잖아?’
그런데 더 우스운 것은 앞의 초월자가 민혁이라는 가설도 말이 안 된다는 거다.
신의 검들이 주변을 둘러봤다.
방금 전 초월자의 공격으로 약 1만5천에 이르는 루브앙 제국군이 사라졌다. 이제 남은 병력은 8만이다.
하지만 이 남은 병력들 대부분이 루브앙에서 내로라하는 자들이었다.
특히나 신의 검들 대부분이 살아 있었다.
“사실 민혁인 것도 말이 안 된다. 아무리 민혁이라고 할지라도 루피소 공작과 우리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그치?”
확실히 그게 맞다.
어떠한 이유로 초월자가 천외제국의 문양이 각인된 도포를 입었는지는 알 수 없다.
루피소 공작 역시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도대체 뭐지?’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초월자를 사냥하는 데 일단 중점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순간.
소환술사 랭킹 1위 바스티앙이 재소환된 신룡의 위에 올라탔다.
“일단 조지고 보자고!”
그와 함께 소환수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초월자를 잡기 위해 아껴놓은 3만의 소환수들이다.
끼딕-
“그딴 게 뭐가 중요해, 죽이기만 하면 되지.”
신궁 먀오 역시 전투준비를 갖췄다.
그녀가 짧게 설명한다.
“둘 중 하나야, 쉽게 잡히면 민혁. 힘들게 잡히면 초월자.”
“……!”
가장 명쾌한 해답이다.
아무리 그래도 일개 유저인 민혁이 600레벨을 달성하고 격변한 신의 검들과 루피소 공작, 살아남은 8만에 가까운 제국군을 상대할 순 없기 때문이다.
지금 초월자가 유리한 점은 단 하나.
바로 지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바로 그 순간, 초월자가 움직였다.
하늘 위로 날아오른 초월자의 검에서 뜨거운 화염이 끓어오른다.
‘필살검.’
그러나 초월자가 됨으로써 그 스킬은 변화한 모습이 된다.
수백여 개의 빛의 깃털이 날카로운 칼처럼 선다.
그리고 그 수백여 개의 빛의 깃털이 지상에 있는 적들에게 쏟아진다.
핏, 피피피피피피피피핏-!
매섭게 떨어지는 빛의 깃털이 루브앙 제국군을 집어삼킨다.
푸우우우우욱-!
“끄,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내, 내 누우우우운!”
그리고, 떨어진 깃털이 곧바로 폭발을 일으켰다.
쾅, 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쾅-!
거센 폭발이 루브앙 제국군을 집어삼켰다.
“어…….”
그를 보던 발렌티노가 말했다.
“난 초월자에 한 표다.”
아무리 민혁이라고 할지라도, 저 정도 딜량은 나오기 힘들다고 발렌티노는 판단했다.
옆에 선 수준 높은 탱커들이 단 한 번에 죽음에 이를 정도니까.
“민혁의 요리버프도 생각해야지.”
알렉스의 말이었다.
그러나 발렌티노의 생각은 달랐다.
아무리 요리버프를 받은 공격이라 할지라도, 지금 상대의 힘은 그 이상의 강한 힘을 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무리가 아니었다.
민혁은 신들의 밭에서 수확한 재료 중 가장 좋은 것으로 요리하여 버프효과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깃털을 이용해 루브앙 제국군 수천을 집어삼킨 초월자가 내려서 적들을 베어낸다.
도포와 백발의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초월자는 감탄이 일 정도로 멋졌다.
그러나 그 초월자에게로.
콰아아아아아아앙-!
신궁 먀오의 화살이 꽂히고 알렉스의 마법폭격이 떨어진다.
콰아아아아아앙-
발렌티노의 방패가 하늘 위에서 그를 내리찍었으며, 동시에 수만의 적군을 녹여냈던 신룡의 브레스가 쏟아졌다.
쿠화아아아아아아아앙-
그러나, 곧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신의 검들은 경악했다.
“사라지거라.”
“……!”
“……!”
“……!”
‘사라지거라’는 패왕지존도다. 패왕지존도가 초월자가 됨으로써 변화해, 몸에서 패왕의 백색 화마를 주변으로 폭사시키게 변화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말도 안 되는 위력의 백색 화마가 주변으로 번져나가며 신의 검들과 루브앙 제국군을 집어삼켰다.
“끄흐으윽!”
“크흡!”
“컥, 쿨럭쿨럭. 저거 민혁 아니야. 초월자야.”
[루브앙 제국군 총 954,513명이 전사하였습니다!]한 번의 공격에 루브앙 제국군 2만5천이 소멸되어 사라졌다.
심지어 초월자 민혁은 ‘절대방어’를 발동하여 어떠한 피해량도 입지 않았다.
화르르르르르륵-
따닥따다닥따다닥-
백색 화마가 주변에 꿀렁이며 참혹한 현장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선 초월자 민혁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알았다.
‘최대한 많은 수를 제거하지 못하면 내가 진다.’
민혁은 보스몹이 됨으로써 특혜를 받았다.
그는 바로 HP와 MP 총량 1.5배 상승이다.
그러나 고작 그뿐이다.
그것으로 이 자리에 있는 적들의 딜량을 버티는 데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그런 민혁에게로 발렌티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게 민혁이면, 오늘부터 난 민혁의 개다!”
“우리도 알고 있으니, 좀 닥쳐, 끄응…….”
민혁은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유저라면 자신의 이득이 되는 길을 택하니까.
그러나 그들은 이제 천외제국과 분명히 반하는 세력이 되었다.
‘신의 검들부터 제거한다.’
민혁에게 가장 까다로운 적은 루피소 공작이다.
루피소 공작을 상대하면서 저들도 함께 상대할 순 없다.
천 자루의 검.
1,000명의 급소를 관통한다. 또한 강자를 인식하여 그들을 집중 타격한다.
천 자루의 검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발현된다. 그것은 바로 돌로 깎아 만들어진 천 개의 송곳이었다.
초월자의 주변에 만들어진 천 개의 송곳이 쏘아지려는 순간이었다.
콰자아아아아아아악-
뒤쪽에서 강대한 충격이 몰려왔다.
루피소 공작이었다.
‘큽!’
절묘하게 절대방어의 시간이 풀린 듯하다.
몸을 돌려 루피소 공작과 검을 부딪치는 민혁.
그와 루피소 공작이 매서운 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요리버프를 받았는데 압도할 수 없다고!?’
세계관 최강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루피소 공작의 힘은 생각보다 막강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따로 있었다.
푸우우우우우욱-
공방을 벌이는 민혁의 등 뒤에 화살이 꽂혔다.
“큽!”
민혁의 중심이 무너진 순간, 루피소 공작의 검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HP가 65%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비틀거리는 민혁에게 알렉스와 마법사들의 폭격이 곧바로 이어졌다.
콰, 콰콰콰콰콰쾅, 콰쾅!
[HP가 45% 미만으로 하락합니다!]루피소의 힘이 민혁의 예상대로였다면, 이 전투의 승리자는 민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루피소의 힘은 그의 상상 이상이었다.
‘제길, 꼭두각시 인형만 소환할 수 있었어도……!’
꼭두각시 인형 빌은 최고의 딜러다. 혼자서 신의 검들을 막아내기 충분하다.
그러나 보스몬스터가 된 민혁은 가신이나 유저들을 활용할 순 있어도 본래 종속된 펫이나, 꼭두각시 같은 것은 사용할 수 없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민혁에겐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 안에서 ‘조각’이라는 불편한 이름으로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이들이 있다.
또한 이 전투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앞으로 천외제국은 계속 루브앙 제국에게 밀려 끝내 멸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또다시 마법에 폭격당한 민혁이 바닥을 뒹굴었다.
[HP가 3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 [몸을 제어하기 힘듭니다!]루피소 공작은 비틀거리며 힘겹게 일어서려는 그를 보며 승기를 잡았음을 알아챘다.
“조금의 틈도 주지 마라, 그렇게만 한다면 이 전투는 끝이 난다.”
스킬을 사용할 틈이 없다면 초월자는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그때 민혁에게로 알림이 들려왔다.
[입장합니다……!]“……!”
민혁의 얼굴에 작은 웃음이 맺힌다.
노인의 얼굴로 작은 미소를 짓는 민혁이 마지막 힘을 짜낸다.
그가 적들의 사이를 향해 내달리며, 스킬 저장을 이용해 축적한 ‘패왕지존도’를 발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또 한 번의 백색의 화마가 그 주변으로 폭사되며 적들을 집어삼켰다.
[루브앙 제국군 총 979,890명이 전사하였습니다!]* * *
꿀렁이는 백색 화마가 루브앙 제국군을 집어삼켰다.
수백 대의 카메라가 그 화마를 비추고 있다.
그리고 화마 속에서 약 2만이 넘는 제국군이 소멸되어 사라졌다.
그러나, 곧 화마가 서서히 걷히고 드러난 모습.
해설자들이 그 모습을 보며 힘껏 떠들었다.
[보십시오! 발렌티노의 거대한 방패 뒤로 신의 검들이 몸을 웅크리고 숨어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이랭커들입니다. 같은 공격에 두 번 당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습니다!] [초월자는 수만의 적군을 불태웠습니다. 그러나 지금 알아야 할 사실은 고작 숫자 줄이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루피소 공작 역시 빠르게 몸을 빼내어 화마의 여파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초월자의 성지의 보스몬스터인 ‘초월자’의 죽음일 것입니다.]그렇다. 초월자는 힘을 짜내어 수만의 제국군을 불태웠다.
그러나 정작 신의 검과 루피소 공작에겐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이제 초월자를 죽이는 건 시간문제다.”
발렌티노의 말에 신의 검들도 동감했다.
그런데 그때.
수백 대의 카메라 사이에서 정체 모를 무언가가 빠르게 안쪽으로 진입하는 것이 보였다.
[저, 저게 뭐죠!?] [지금 빛처럼 움직이는 저건 뭡니까!?]해설자들은 카메라를 통해 이 모습을 보고 있었기에 포착할 수 있었다.
그들과 다르게, 신의 검들은 화마의 잔재가 사라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푸쉬이이이이이이익-!
신궁 먀오. 갑자기 그녀의 몸에서 피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어……?”
그녀가 그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바로 앞에 있던 발렌티노.
“무슨 일……?”
푸쉬이이이이이익-
그의 몸에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정확히는 방패 뒤에 숨어 있던 모든 신의 검들에게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곧 모든 카메라가 그들을 흩고 지나간 정체 모를 존재를 비추기 시작했다.
초월자처럼 허리까지 오는 기다랗고 검은 머리카락.
그러나 초월자와 다르게 얼굴이 가려져 있어 눈과 코만이 보인다.
확실한 것은, 그는 키가 160㎝ 정도로 아주 작다는 사실이었으며 피가 절은 하얀 도포를 입고 있었고 날이 휜 검을 쥐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초월자가 들었던 알림.
[초월자의 성지로 ‘검신 코니르’가 입장합니다!] [검신 코니르가 준보스급으로 인식됩니다!] [초월자의 조각 고니르 Lv 776.]검은 머리카락 사이. 차가운 눈빛으로 적들을 바라보는 정체 모를 존재.
그가 말했다.
“나는, 검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