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898
밥만 먹고 레벨업 899화
검신은 아테네에서 상징적인 자다.
과거 마계의 문이 열렸을 당시, 불현듯 나타난 검신은 마족들을 쓸어버린 뒤 입구를 닫고 사라졌다.
그 때문에 검신은 평화를 상징하는 신이 되었으며, 아테네에 존재하는 50%에 이르는 유저들이 그를 따라 검을 사용했다.
그 사실을 발렌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거대한 요새에서 내려온 코니르를 보며 말했다.
“민혁이 앞에 등장하면 처음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나는 코니르! 라면 먹고 가라!”
“…….”
발렌이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차세대 검신의 화려한 등장! 그런데 ‘라면 먹고 가라!’라고 외친다니?
그래선 안 되었다.
또, 발렌은 넓게 펼쳐진 요새를 올려다봤다.
‘대단하구나.’
발렌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가 올려다보고 있는 요새. 그 요새의 이름은 ‘초월자의 몽환의 요새’이다.
초월자의 몽환의 요새에는 괴물 같은 자가 있다.
발렌이 세상을 떠돌다 우연찮은 기연으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도 있다.
‘내가 질 줄은 몰랐지.’
당시 발렌은 그에게 패배했었다. 물론 아주 작은 차이로 졌으나, 검신은 대륙신 중 굉장히 강한 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요새 안에 살고 있는 초월자는 요새의 관문을 공략하는 데 성공하면 그가 원하고자 하는 것을 쥘 수 있게 도와준다.
‘설마 두 번째 관문까지 클리어할 줄이야.’
발렌은 코니르에게 감탄했다.
‘내게는 너를 성장시킬 힘이 없었다.’
검신의 자리를 계승하려면 그만한 힘이 필요했다. 그 힘을 요새의 도움을 받아 키운 것이다.
듣기론, 고작 하루가 지났을 뿐이건만 코니르에게는 그 안에서 5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멋지게 검신의 자격을 갖추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라면 먹고 가라!’라니!?
발렌이 차분히 설명했다.
“코니르, 네가 강해지고자 하는 이유가 뭐였지?”
“코니르. 나는 형한테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
발렌은 소년의 고운 마음씨에 작은 웃음을 지었다.
“형은 지금, 너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을 거란다. 그런데 말이다. 사람들은 때론 보이는 것만을 믿게 마련이다.”
“보이는 것?”
“그래, 코니르. 네가 멋지고 화려하게 등장해 준다면 형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다. 예전에 네가 ‘나는, 검신이다’라며 말했던 것처럼.”
“코니르! 그럼 그렇게 하겠다. 나는, 검신이다!”
코니르는 요새 안에서 수련하는 동안 오로지 형인 민혁만을 생각했다.
코니르가 설레하는 표정을 지었다.
“형을 만나면 형이 좋아하는 김밥헤븐 음식들을 해줄 거다!”
코니르가 말하는 김밥헤븐 음식들.
그는 떠나기 전, 민혁의 혼잣말을 들은 적이 있다.
-크, 김밥헤븐 가고 싶다. 쫄면, 라면, 떡볶이, 참치김밥, 돈까스. 여러 개 한꺼번에 시켜서 먹고 싶네.
코니르는 민혁의 그 말들을 잊지 않았다.
본래 라면 끓이는 것만을 좋아하던 코니르다. 하지만 떠나기 전 해당 요리들의 숙지법을 익혔다.
그리고 자그마치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련하면서 그 요리들을 만들어냈다.
“이제 돌아가자꾸나, 형이 널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코니르, 형 도와준다!”
* * *
“나는, 검신이다.”
코니르의 그 대사와 함께였다. 이제까지 민혁이 듣지 못했던 알림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신 코니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땅’에 발을 들임으로써 듣지 못했던 알림이 있습니다!]그가 발렌과 함께 어디를 갔는지 민혁은 알지 못했다.
보통 코니르급의 가신의 경우 민혁과 연동되어 있기에 그가 성장하거나 레벨업 하면 해당 알림이 민혁에게 뜨곤 했다.
[코니르가 레벨업 하였습니다!] [코니르가 레벨업 하였습니다!] [코니르가 레벨업 하였습니다!] [코니르가 레벨업 하였습니다!] [코니르가…….] [코니르가…….] [코니르가 ‘잠재력 수치’를 넘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코니르가 ‘잠재력 수치’를 넘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코니르가…….] [코니르가…….] [코니르가 검신의 자리를 계승합니다!] [검신 코니르. 그는 검신으로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한 자루의 검으로 세상을 가를 것입니다!]민혁은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자신을 돌아보는 그를 보며 작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처럼, 코니르 역시 작은 미소를 띠고 있다.
그리고 신의 검들.
그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HP가 60% 미만으로 하락합니다!]신궁 먀오가 들었던 알림이었다. 그녀의 HP량이 약 72% 정도 남았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딜량이었다.
아무리 그녀의 HP량이 근접직업군들보다 못하다고는 하나 착용한 아티팩트와 높은 레벨을 생각하면 말이 안 된다.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다.
신의 방패 발렌티노나 소환술사 1인자 바스티앙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때 발렌티노가 자신의 사각방패를 앞으로 내세웠다.
“이 새낀, 또 뭐야. 뒤로 숨어!”
발렌티노. 그가 거대한 사각방패를 땅에 꽂았다.
“벤티노의 최후의 방패!”
현재 신의 검들도 매우 지쳐있는 상황으로 쿨타임이 돌아온 스킬들도 많이 없었다.
그리고 이 벤티노의 최후의 방패는 쿨타임을 무시하고 현재 마력량 50%를 사용함으로써 발현시킬 수 있는 방패 스킬이다.
[최후의 방패.] [현재 보유 MP량 50%를 사용하여 방패를 생성합니다!] [현재 보유 MP량이 총량의 약 62%입니다!] [최후의 방패가 추가 방어력 4,100%로 적의 공격을 방어하며 모든 공격을 방패로 어그로 합니다!]이 스킬의 가장 큰 장점은 들어오는 모든 공격을 방패에 직격시키는 거다.
즉, 적이 발렌티노의 허리를 공격해도 방패를 가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모르는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초월자의 조각.
그는 검신의 자리를 계승했으며 검신의 스킬들마저 배웠다.
또한, 코니르는 초월자의 몽환의 요새에서 정체 모를 자에게 훈련을 받았다.
그 훈련들 중 일부는 이러한 것이 있었다.
-코니르, 아직 너는 검신의 스킬들을 완전히 소화할 수 없을 거다. 배워도 봉인될 거야.
-나는 코니르! 나는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너만의 방식으로 너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걸 도와주마.
그 안에서 검신의 스킬들을 새로이 재창안하는 방법을 배워낸 코니르였다.
초월자의 조각. 길게 기른 검은 장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그가 스킬을 발현한다.
[백 자루의 검.] [적에게 검을 직격하고 적과 적의 거리가 3m 내외일 때 최대 100m까지 뻗어 나가며 평소 공격력의 10%의 검이 적들을 100회 타격합니다.]평소 공격력의 10%의 100회. 공격력은 한없이 낮아지나, 연속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사기적이다.
새하얀 빛을 머금은 코니르의 검이 최후의 방패에 직격한다.
쩌어어어어어어엉-!
그 순간 방패로 총 100회의 타격이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콰, 콰콰콰콰콰콰콰, 콰콰콰콰콱!
“억, 뭐, 뭐야!”
발렌티노가 적지 않게 당황했다. 빠른 속도로 최후의 방패의 내구도가 감소한다.
그리고 최후의 방패가 와장창 깨져나가며, 그 여파가 뒤에 있는 100m 내외의 이들을 공격했다.
루브앙 제국군은 발렌티노를 필두로 옹기종기 모여 있던 때다.
지금 코니르식 백 자루의 검은 적들을 갈기갈기 찢겨놓기 충분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콱-!
“크아아아악!”
“으아아악……!”
“크흑!”
“커헉!”
신의 검들과 루브앙 제국군의 비명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때에.
[신의 검 먀오가 강제 로그아웃되었습니다!] [신의 검 알렉스가 강제 로그아웃되었습니다!]HP량이 낮은 먀오와 알렉스가 당했다.
신의 검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바로 코앞이었는데…….”
“초월자 사냥이 바로 눈앞이었는데!”
그러나 자신들에겐 ‘루피소 공작’이 있었다. 지금쯤이면 그가 초월자를 거의 죽음으로 몰고 갔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던 신의 검들은 당혹했다.
어느덧 상처를 회복시킨 초월자가, 루피소 공작과 동등하게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애초에 초월자는 루피소 공작에게 뒤처지지 않는 건가?’
그러고 보니 혼자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 초월자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었다.
또한, 실질적으로 루피소 공작도 브루드와 에피스의 합공을 받아 매우 지쳐 있던 때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공격을 허용한 루피소 공작이 뒤로 밀려 나갔다.
뒤로 밀려난 루피소 공작을 바라보는 초월자, 민혁.
그는 더 이상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내 정체를 드러내고 그들을 죽이는 것이 파장을 일으킬 것이니까.’
그 사실을 민혁은 알고 있다.
가장 위대하게, 가장 화려하게.
그들을 몰살시켜 볼 생각이다.
또한.
‘오래 끌수록 내가 불리하다.’
운영자의 목소리. 정확히는 군신의 목소리가 발동된다.
[많은 자들이 짓밟혔다.]던전의 위로, 그림이 그려진다.
입가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던 루피소 공작.
그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신의 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젠장할!”
“민혁 아니라던 새끼 어디 갔냐?”
“걔 알렉스인데, 죽음.”
군신의 목소리.
그 효과는 이미 만인에게 알려져 있는바.
그것은 오로지 천외제국의 황제 민혁과 군신만이 가능한 힘.
그로써 유저들은 알 수 있었다.
세계가 놀아났다.
천외제국에.
그러나, 그렇다고 손가락질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보다 감탄하는 자가 많다.
하늘 위 그림으로, 오순도순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가족의 그림이 보인다.
그 그림이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다.
[행복했던 가정이.]곧 식사 중 소란을 들은 중년남성이 집 밖으로 가족들과 함께 나갔다.
그와 함께, 루브앙의 기마대가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비가 그들을 황급히 피신시키려 하는 순간, 그의 심장에 창이 꽂혔다.
가족들이 떨리는 눈으로 그런 아버지를 바라본다.
[너희의 손에 무너졌다.] [함께 웃던 친구가.]이번엔 다른 영상이 스쳐 지나갔다.
유저로 추정되는 이가 밤새도록 NPC와 술을 마시는 장면이다.
그와 NPC의 이야기들. 그것이 스크린샷이 되어 차르르륵, 흩어져 간다.
두 존재의 첫 만남. 그리고 함께 나간 전쟁터.
로그아웃하는 친구에게 손을 흔드는 NPC.
그리고 마주 웃으며 흔들며 사라지는 유저.
그리고 다음 날, 즐거운 표정으로 로그인한 유저가 발견한 모습.
죽어버린 NPC 친구의 모습이었다.
유저가 그를 끌어안고 오열하며 좌절한다.
언제라도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또, 누군가는 이미 겪은 일이다.
[너희의 손에 죽어갔다.] [너희는 빼앗고 죽이며 웃었다.]수백 명의 루브앙 제국 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서 기마대에 휩쓸려 죽어가는 많은 자들이 보인다.
죽어가는 자들을 보며 귀족들은 자신들의 코를 손수건으로 막으며 얼굴을 찡그리거나 재밌다는 듯 웃어제끼고 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하늘에서 수만 개의 금은보화가 떨어진다.
쓰러지는 자들과 그 금은보화를 보며 탐욕 어린 미소를 짓는 자들.
그런 그들을 보며 죽어간 자들을 껴안고 우는 자들이 있다.
그 우는 자 중 하나가 창을 쥐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낡디낡은 창을 쥔 그가 어딘가로 걸음을 옮긴다.
그 걸음을 옮기는 자의 주변으로,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의 낡은 무기를 쥔 자들이 모여, 연합군을 이루어낸다.
그 낡은 창을 쥔 사내가 하늘 높이 그 창을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명심하라.] [그들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거대한 함성이 초월자의 성지를 가득 채운다.
순식간에 장면이 변화한다.
녹슨 창을 쥔 사내. 그가 거대한 루브앙 제국의 성벽 앞에 서서 그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그의 뒤로 수백만의 낡은 무기를 쥔 자들이 함께 내달리고 있다.
[쓰러져도 일어날 것이며.]루브앙 제국에 휩쓸리는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쓰러진 자가, 몸을 일으켜 다시 나아간다.
[때론 전우의 피 묻은 무기를 쥐고 나아갈 것이고.]많은 자들이 죽은 전우의 무기를 대신 들고 달려나간다.
[끝끝내 너희의 목을 벨 것이다.]쓸려 나가는 사람들, 틈으로 마침내 적들의 목을 베는 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겁을 먹어 도망치는 루브앙 제국군의 그림이 그려진다.
그리고.
[나 천외제국의 황제 민혁이 말한다.]“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함성을 터뜨리며 루브앙에 대적하는 수백만의 허름한 몰골의 연합군.
그 틈으로 빛에 휩싸여 나타나는 자들이 있다.
백색의 망토를 두르고, 새하얀 백마 위에 올라 검을 치켜드는 황제.
그 옆으로 창을 땅에 꽂고 적들을 노려보는 백발의 노인.
거대한 풍채로 루브앙 제국군을 노려보는 두 명의 사내.
연합군의 앞에서 포효하는 세 개 머리의 괴수.
하늘 위로 날아오른 한 마리의 본드래곤.
그리고 더 높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드래곤 로드.
그 드래곤 로드의 꼬리를 쫓아 하강하는 수백 마리의 드래곤떼.
허름하고 나약한 연합군의 틈으로 등장하는 천외제국의 사람들.
[내가 선봉에 서겠다.]“……!”
“……!”
신의 검들, 그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전율했다.
그리고 이 순간 깨달았다.
천외제국의 황제, 민혁이 자신들을 이곳으로 유인한 이유.
적들을 짓밟고, 그 모습을 만인에게 보인다.
그를 통해, 곳곳에 흩어진 연합군을 자신의 편으로 돌리려는 생각이다.
막아야 한다. 펼쳐지는 군신의 목소리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허공 위에 그려진 수백만 연합군을 등진, 천외제국의 황제.
그는 이미 날아오르고 있었다.
날아오르는 그의 검이 포효한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수십 미터 길이로 길어진 검이 단숨에 루브앙 제국의 거대한 성벽을 갈라낸다.
쩌어어어어어어억-!
갈라진 루브앙 제국의 성벽. 그리고 스르르, 그림들이 흩어져 사라질 때, 초월자이자 천외제국의 황제가 말했다.
“루브앙을 무너뜨릴 자. 천외제국으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