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0
밥만 먹고 레벨업 90화
모르는 번호였다.
사실상 그의 전화는 잘 울리지 않았다.
민혁은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받았다.
[사랑합니다. 호갱님, 휴대폰 무료로 교체해 드립…….]뚝-
전화를 끊은 민혁이 입술을 씰룩였다.
이어 지혜의 메시지를 확인했다가 민혁은 흠칫했다.
‘얘, 얘가 입이 이렇게 거칠었나……?’
클릭하자마자 욕이었다.
[임지혜: #%^&!@#%$! 돼지야, %#@%@%% 똥돼지 @$@#$ 맷돼지 #$#% 꿀돼지!]그 난무하는 욕에서도 민혁을 향한 돼지라는 말은 속속 들어왔다.
그때 당시에도 민혁은 식탐이 많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도 뚱뚱했었다.
둘은 양대 돼지 산맥으로 유명했다.
물론 민혁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농담으로 불린 것이지만.
그 욕들의 내용을 보면 서운하다,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나쁜 놈아, 보고 싶다, 등등이었다.
그리움의 메시지라는 것에 민혁은 웃음 지었다.
그리고 계속 메시지를 확인했다.
[임지혜: 지수는 어렸을 때도 노안이었잖아? 그래서 우리가 ‘지수 아버님 오셨어요?’ 놀렸던 거 기억나냐 ㅋㅋㅋㅋ? 근데 지금은…….]지혜는 조금 긴장 어린 메시지를 보냈다.
어렸을 때 못생긴 애들이 커서 잘 생겼다는데!
민혁은 기대감을 가지고 다음 메시지를 클릭했다.
[임지혜: 산적 두목됨 ㅋㅋㅋㅋㅋ 어렸을 때부터 턱수염이 까칠하더니, 원숭이 같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바나나임, 바나나 던져주면 막 물개 박수 치면서 좋아함 ㅋㅋㅋ]“풉!”
민혁은 오랜만에 진짜 웃음 지었다.
추억이, 즐거움이 된다.
[임지혜: 그리고 석태는 크니까 역시 잘생김 ㅇㅇ 근데 감정이 하나도 안 생긴다. 여전히 핵 밥맛.]석태라는 친구는 잘생긴 친구였다.
여전히 그 외모 열일 하고 있나 보다.
[임지혜: 그리고 나는 이제 163㎝에 몸무게 49㎏의 아리따운 여자가 되었다는 말씀. 너 나 보면 설레서 ‘헥헥, 번호 좀 주떼요!’ 할 수도 있다. 참고로 난 돼지한테는 번호 안 줌]“오, 리얼?”
진짜인지 거짓말인진 모르겠다.
그리고 글을 쭉 읽다 보니 알 수 있었다.
[임지혜: 우리 셋이서 아테네 한다, 너 만약 아테네 하면 당장 귓말 해라, 내 닉네임 알지? 닉네임 코드는 41462다.]“오…….”
민혁의 입가에 웃음이 자리매김했다.
아테네를 한다?
이 녀석들은 게임을 잘했다.
꽤 실력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연락해 볼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민혁에겐 살 빼는 목표 중에 이것도 있었다.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간다면…….’
친구들과 당당하게 만날 것이다.
미안했다고.
그리고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할 것이었다.
그리고 어제도 몸무게를 측정했을 때 165㎏까지 줄어든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은 변하고 있었다.
거울 앞으로 간 그는 자신을 둘러보다가 식단 관리사 혜진에게 말했다.
“오, 누나. 저 이제 뚱뚱에서 통통 된 것 같지 않아요?”
“……으, 응. 그, 그런 것 같아. 호호호!”
“하하하하하!”
사실 혜진에겐 165나 170이나 도긴개긴이었다.
민혁은 기분 좋게 웃으며 아테네에서 하려 하는 일을 떠올렸다.
‘절규의 언덕.’
그곳의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퀘스트가 존재했다.
절규의 언덕은 민혁이 확인해본 결과 같은 레벨 안에서도 꽤 강력한 유저들이 주로 플레이한다고 들었다.
그 이유는 레벨 대비해서 몬스터들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경험치는 꽤 많이 준다고 알고 있다.
민혁이 이 절규의 언덕에 가장 끌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다.
절규의 언덕 퀘스트는 바라스 왕국군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퀘스트였는데, 보상에 오리고기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져 바라스 왕국에서 유명한 특산물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외의 보상으로도 꽤 풍족한 골드와 경험치가 있는 것으로 안다.
민혁은 하루라도 빨리 친구들을 떳떳하게 만나기 위해 아테네에 다시 접속했다.
* * *
로반은 왕국군 주변에 있는 몇몇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파티를 결성하여 절규의 언덕으로 가려는 이들처럼 보였다.
절규의 언덕의 몬스터들은 보통 레벨 100~130 사이의 녀석들이다.
하지만 실제 100레벨이면 약 110은 될 정도로 강하고 120이면 130 정도는 될 정도로 강하다.
레벨 10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로반의 경우 이 절규의 언덕에서 ‘히든 퀘스트’를 하나 얻었다.
절규의 언덕의 남들이 모르는 길로 입장하게 되면 히든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그곳엔 대마도사가 펼쳐놓은 죄악의 힘이 있지.’
그 죄악의 힘이 뭔지 아직까진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로반은 자신 있었다.
그는 베르사르 때의 검사 랭킹1 유저였기 때문이다.
베르사르의 로반 하면 모두가 알아줄 정도였다.
미친 사냥마라는 이름으로 유명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아테네는 그가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남들보다 시작이 늦었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달랐다.
다른 유저들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게 레벨업을 했고 전설 클래스인 ‘버서커’도 얻었으니까.
이 버서커는 이스빈 마을에서 우연히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바라스 왕국의 왕국군 케밀의 말을 듣고 로반은 고개를 주억였다.
“함께 갈 동료 한 명이나 두 명, 세 명을 구해오지 않는 이상 받아줄 수 없네.”
“알겠습니다.”
정보는 힘이다.
그는 그 정보를 모두 섭렵하고 있었기에 얼추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혼자 있는 유저들을 추린다.
그리고 혼자 있는 유저들을 추리면서도 되도록 자신의 사냥에 방해되지 않을 인물이 필요했다.
사냥에 방해되지 않는 인물.
그는 쉽게 표현하면 어수룩한 유저이다.
어수룩한 유저가 필요한 이유는 하나였다.
‘애초에 나서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야. 그렇게 되면 내가 경험치를 더 많이 먹지.’
힐러와 같은 버프 캐릭터의 약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파티 사냥으로 연명한다.
그리고 파티 사냥했을 시 경험치 배분율이 무조건 5:5가 되진 않는다.
보통 힐러는 3~4를 먹는다.
그 이유는 그들의 직접적 사냥 기여도가 적기 때문.
그리고 힐러보다도 더 파티 사냥에 기여하지 않고 쓸데없는 인물이 있으면 좋겠다.
어차피 사냥은 로반 스스로가 할 것이었고 어찌 보면 그러한 유저가 있다면 그는 버스를 타는 격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
물론 로반이 경험치를 더 획득할 테고 처음 보는 남이 걸리적거리지도 않겠지.
그리고 그에게 어그로가 튈 일은 없을 터다.
그는 자신 있었다.
그렇게 주변을 물색하던 중이었다.
‘……응?’
로반은 고개를 갸웃했다.
한 유저가 쪼그려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김치부침개를 하고 있었다.
‘요리사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사내가 흐흐흐 하고 웃었다.
“부침개의 끝부분 같은 맛……!”
‘호오, 그 맛은 최고지?’
로반도 알고 있다.
부침개의 화룡점정.
끝부분의 바삭바삭함!
절로 상상이 된 로반이 입맛을 다시었다.
그러던 중, 그 사내의 프라이팬 위로 작은 파이어볼이 생겨났다.
‘저, 저건……?’
분명했다.
로반이 알기로 저건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파이어 마법이었다.
‘뭐야, 저런 게 가능해?’
그리고 그 파이어볼은 부침개를 감쌌다.
“오오오오, 잘 익는다. 잘 익어, 옳지, 옳지!”
그리고 사내는 딱 타이밍 좋게 뒤집었다.
촤아아아아아!
“캬하!”
“크하, 잘 뒤집었…….”
“……?”
로반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었다가 흠흠 하는 소리를 냈다.
사내가 슬그머니 자신의 등 뒤로 부침개를 감춘다.
‘안 뺏어 먹어!’
로반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곧이어 완성시킨 사내가 그 부침개를 입으로 가져갔다.
“오오오, 노릇노릇해!”
‘와, 정말 노릇노릇하군!’
로반은 감탄했다.
정말 부침개 끝부분처럼 전체적으로 잘 익었다.
사내가 그 부침개를 젓가락으로 쭈욱 찢어서 입안으로 날름 먹는다.
바삭바삭!
“우아아아앙, 맛있졍!”
씹는데 로반에게까지 사운드가 들려온다.
로반은 군침을 꿀꺽 삼켰다.
‘와, 저 부침개…… 씹을 때마다 김치가 아삭아삭 씹힐 거 아냐? 또 바삭바삭한 밀가루는 어떤데?’
그 상상에 오늘은 집에 가서 부침개 각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사내가 부침개를 먹을 때 왕국군이 말했다.
“그…….”
“넵?”
사내가 고개를 갸웃한다.
“내가 동료로 같이 가 줄 테니, 부침개 한 젓가락만 주게! 자네, 지금 동료 한 시간 동안 못 구하고 있잖나!”
그 말에 로반은 알았다.
‘아, 저 유저 요리사여서 사람들이 파티에 안 데려가는구나!’
자신과 같이 쓸모없는 파티원을 원하는 유저는 없는 게 맞는 거니까.
그리고 곧 사내가 말했다.
“하지만 케밀 님은 이곳을 지켜야 하잖아요.”
“아, 그렇군.”
손바닥 위에 자신의 주먹 쥔 손을 ‘아하!’ 하고 올리는 케밀!
그걸 보고 로반은 생각했다.
‘바보냐……?’
하지만 곧 케밀이 말하자 로반도 어느 정도 납득했다.
“자네, 부침개를 그렇게 해서라도 먹게 해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아쉽군. 흠흠.”
사실 로반도 사내의 부침개를 한번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
“그럼 제가 부침개 한 장 붙여드릴까요?”
“오오오오오, 정말 그래 주겠나!?”
“넵, 대신에. 제가 오리고기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소곤소곤…….”
“아, 내가 자네라면 더 챙겨주겠네.”
“오오오오, 감사합니다!”
‘뭐지? 이 유저 멍청한 거야, 영리한 거야?’
그 모습을 보며 로반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사내는 부침개를 손수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리슬쩍 퀘스트 보상을 높였다.
한데, 보통 유저들의 경우 퀘스트 보상을 높인다고 가정했을 시에 골드를 요구하거나 혹은 공략법 같은 경우를 요구한다.
근데 저 유저는 오리고기를 더 얹어달라니?
이어서 부침개 한 장을 더 부친 사내는 케밀에게 그 부침개를 건넸다.
부침개를 쭉 찢어서 입에 넣은 케밀.
그는 곧이어 감탄하는 표정으로 민혁과 부침개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와…… 우와아…….”
그리고 다시 번갈아 보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맛이 정말…… 우와아…….”
그에 로반은 그 맛에 대해서 듣고 싶었는데 저러자 열불이 났다.
‘아씨, 말을 하라고 말을!’
그러다 우뚝 멈췄다.
‘내가 왜 부침개 한 장 때문에 이러지……?’
그리고 이어 케밀이 말했다.
“진짜 맛있군…….”
그는 당장 눈물이라도 쏟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내 자네에겐 골드도 조금 더 챙겨주지.”
“오오, 감사합니다!”
‘컥……!’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로반은 경악했다.
‘서, 설마……!’
이것이 모두 그의 치밀한 계획이었던 것인가!?
오리고기를 유도하며 은근슬쩍 골드의 보상도 올라갈 것을 예상했던 것인가?
치, 치밀하다!
영리하다.
그렇다는 것은 저 유저는 자신의 요리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어 프라이팬을 마법으로 세척 해서 물기를 훌훌 털어낸 그는 프라이팬을 등 뒤로 맸다.
그 모습이 익숙했다.
‘저 프라이팬으로 몬스터 때리면 탱! 하는 경쾌한 소리가 날 것 같군…….’
거기에 오토바이 헬멧도 쓰면 완벽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로반은 결심했다.
저 유저를 데려가자.
저 유저는 요리사다.
특별한 마법을 부리지만 아마도 히든 클래스 정도일 터다.
프라이팬의 마법사 같은?
확실한 것은 있다.
저 유저를 데리고 다니면 자신이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며 저 유저는 버스를 타서 레벨 오르고, 자신은 저 유저에게 가만히 앉아 경험치만 먹으라고 할 생각이다.
그때 길드 채팅이 나타났다.
[길드 마스터 지니: 로반 님, 레벨 잘 올리고 있어요? 저 기대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