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1
밥만 먹고 레벨업 91화
지니는 예전에 베르사르를 할 때 함께 그의 친구 둘을 포함해서 넷이서 레이드를 뛴 적이 꽤 있었다.
그녀와 그 친구들도 엄청난 실력자였다.
그리고 현실 번호도 주고받았었기에 아테네를 시작하면서 그녀에게 연락을 했었다.
그녀는 자신이 레전드 길드 길드장이라고 말하였고 로반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그리고 로반은 그 기대에 부응하며 광렙 중이었다.
[로반: 이제 사냥 가려고요. 딱 기다려봐요. 제가 한 달 뒤에 막 300레벨 되어서 나타날 겁니다. 참, 그 철문 안에 있는 몬스터? 그건 성공했어요?] [길드 마스터 지니: 실패함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축복받은 귀환석도 몇 개 안 남았는데…….]축복받은 귀환석은 던전에서 강제 로그아웃할 시 받는 패널티를 무효화 하고 마을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녀석이었다.
매우 값진 녀석.
[길드 마스터 지니: 광렙 하신다는 데 방해 안 할게요. 한 달 뒤에 300레벨 안 되면 강퇴 할 뿐^^!]‘사, 살벌하다…….’
저 웃음 뒤에 숨은 이모티콘은 정말 해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로반은 그에 부응해야 했다.
자신은 현재 베르사르 랭킹 1위였다는 것만 믿고 최고의 길드에 레벨이 낮은 데도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이니까.
[로반: 저 잠시 길드 채팅 꺼놓을게요. 광렙의 시간이라서요.] [길드 마스터 지니: 넵!]로반은 사냥에 돌입하면 길드 채팅과 귓속말을 거부해놓는 버릇이 있다.
다 거부한 후에 아까 전 그유저에게 다가갔다.
그 유저는 여전히 케밀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특산물인 오리고기가 이곳엔 정말 많다네, 근데 그것도 정도껏 이어야지, 아침엔 오리 불고기, 점심엔 오리 훈제, 저녁엔 오리 백숙일세, 세상에 이젠 방귀가 ‘오리 꿱꿱!’ 한다니까?”
“부럽…….”
“……?”
케밀이 사내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사내는 정말 부럽다는 표정으로 케밀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튼 그 때문에 자네 김치부침개가 너무 맛있었어. 하하핫!”
“그럼 오리고기 지금 주면 안 돼요?”
“그건 안 돼. 하하하하! 임무 성공해오게!”
“하하하하하하, 슬쩍 얻을 수 있었는데, 실패했네요. 하하하하!”
두 사람이 그렇게 웃고 있을 때 로반이 사내에게 말했다.
“저기요.”
* * *
민혁은 케밀과 이야기를 나누며 정말 아쉽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능청스레 오리고기를 얻을 수 있었건만!
그러던 중 한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조금 전에 자신의 부침개를 뺏어 먹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유저였다.
그는 자연스레 경계하였다.
“왜요?”
“혹시 파티원 구하시나요?”
“네.”
“저랑 같이 파티하시겠어요?”
민혁은 사내를 봤다.
나이는 자신보다 있어 보였다.
키는 180㎝ 정도에 꽤 준수해 보이는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꽤 실력자 같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걸리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나한테 음식 한 입만 달랄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런 인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민혁은 경계하고 있던 것.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대로 가면 자신은 계속 파티원을 구하지 못할 것 같았다.
지금도 주변 유저들 반응은 이랬다.
“야야, 저 유저 프라이팬 등에 멘 것 봐. 개 웃김.”
“코스프레인가?”
“저 프라이팬으로 몬스터 머리 한 대 때려보고 싶다. 요리사인가 본데?”
“요리사여도 프라이팬 등에 메고 다니는 놈은 첨 본다. 딱 보니까 저 사람 데리고 가면 파티 터짐.”
이렇게 사람들은 자신에게 거리감을 두고 있었다.
“왜들 저러지?”
그에 앞에 있는 정체 모를 사내가 말했다.
“정말 왜인지 몰라요……?”
“네, 프라이팬을 매는 게 이상한가요?”
“정상적인 건 아니죠.”
그에 민혁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이해시키자고 생각했다.
“생각해 봐요.”
“네.”
앞의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라이팬은 요리도 되죠?”
“그렇죠.”
“공격도 가능하죠?”
“그, 그렇죠?”
사내는 프라이팬 공격이 세면 얼마나 세겠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끄덕였다.
일단 후려칠 수는 있을 테니까.
“근데 심지어 방어도 가능해요.”
“……그, 그런가?”
“예. 이만한 아티팩트가 세상에 어딨어요! 요리도, 방어도, 공격도 되는데!”
“……음.”
사내는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이 프라이팬 이야기는 서둘러 집어넣어야겠다는 생각에 자신을 소개했다.
“제 닉네임은 로반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파티하시겠어요?”
민혁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뺏어 먹을 것 같은 사람이었지만 정말 이 사람을 제외하고서 자신과 함께 파티할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로반멋져 파티에 가입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네.”
[로반멋져 파티에 가입하셨습니다.]민혁은 얼추 보기에도 알 수 있었다.
이 남자, 자뻑이 심한 남자가 분명했다.
파티 이름이 ‘로반멋져’가 뭐란 말인가.
그는 생각했다.
‘이 사람 이상해…….’
그리고 로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한 사람이군…….’
프라이팬으로 방어하면 뭐가 방어되겠는가.
끽해야 날아오는 돌멩이나 막으면 그만이겠지.
그렇게 이상한 사람들끼리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 * *
이민화 사원은 키보드를 여유롭게 두들겼다.
입사한 지 시간이 꽤 흘러 초보 사원이라는 이름을 벗은 그녀는 이제 키보드만 타타타탁 눌러서 모니터를 켜고 여러 대의 모니터를 한 번에 보는 게 가능해졌다.
‘후후, 유능한 나란 여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특별 유저 중 한 명의 모니터를 띄우기로 했다.
바로 로반이었다.
로반은 베르사르에서 랭커였다.
또한, 레벨업 속도가 남들과 확연히 다르다는 거다.
거기에 더해져 전설 클래스인 버서커를 얻었다.
‘생각해 보면 전설 클래스 버서커는…….’
그녀는 곰곰이 떠올려 봤다.
민혁 유저가 얻을 기회가 있었지만 얻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하나.
“양갱 먹으려고 안 얻었지?”
어떠한 유저는 양갱 하나 때문에 전설 클래스를 마다했다.
하지만 그 힘은 막강했다.
로반은 그 전설 클래스를 이용해 빠른 속도로 렙업하고 있었고 버서커란 클래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또 그 압도적인 실력을 인정받아 히든 퀘스트도 받았다.
저 히든 퀘스트는 강력한 무력을 인정받은 유저만이 얻을 수 있고 깰 수 있으리라.
‘그 죄악의 시련이 생각보다 녹록지는 않은데…….’
그러면서 모니터를 오픈한 이민화.
그녀가 ‘헙!’하는 바람을 내뱉었다.
“왜 그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박 팀장이 서둘러 그녀의 모니터로 다가왔다.
“로반과 민혁 유저가 함께 있다라…….”
그 말은 히든 퀘스트를 향해서 두 사람이 함께 나아간다는 거다.
그리고 박 팀장은 분석을 끝냈다.
“로반은 혼자 사냥을 즐기는 유저지, 그래서 불필요해 보이는 유저를 파티원으로 한 명 둔 것 같아.”
“파티를 무조건 해야지만 절규의 언덕에 갈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척 보기에 민혁 유저, 약해 보이잖아.”
“그렇죠.”
이민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반대로 강하잖아요.”
“그렇지.”
“그럼 히든 퀘스트는 누가 깨는 거예요?”
두 사람의 동행은 어쩌면 자연스레 민혁도 히든 퀘스트를 하게 되는 셈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로반의 계획대로라면 자신이 활약해서 퀘스트를 깨야 한다.
“사실 아직 로반 유저는 못 깰 것 같은데.”
박 팀장이 중얼거렸다.
아직 그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어 박 팀장은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 보니…….”
“……?”
“죄악의 시련이 민혁 유저한테는 안 먹힐 수도 있겠는데……?”
“아,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민화와 박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 안에서 로반은 민혁과 함께 걸으며 자랑하고 있었다.
[님, 혹시 전설 클래스 아세요?] [알죠.] [제가 그거 얻었거든요. 버서커라고. 아, 진짜. 이번 아테네는 평범하게 하고 싶었건만. 근데 버서커가 얼마나 센지 알아요?]“……양갱 때문에 버서커 안 얻은 애한테 버서커 자랑하고 있냐, 그거 알면 얼굴도 못 들겠다…….”
박 팀장의 말에 이민화가 말했다.
“제 얼굴이 다 화끈거려요…….”
* * *
민혁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알았다.
이 유저. 참 자기 자랑이 심한 유저였다.
자기가 한때 베르사르에서 랭커였다더니, 전설 클래스 버서커를 얻었다더니.
그러다가 민혁은 떠올려봤다.
‘……양갱 먹으려고 안 했었는데, 쩝.’
하지만 후회는 없다.
양갱은 맛있었으니까.
그러다가 민혁은 아까 전에 받은 퀘스트 정보를 열람해 봤다.
[퀘스트: 비명의 언덕에서 몬스터 200마리 사냥하기.]등급: C
제한: 90레벨 이상, 파티 사냥
보상: 경험치 2만, 30만 골드.
현재 사냥 숫자:
0/200
실패 시 패널티: 비명의 언덕 퀘스트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음.
설명: 비명의 언덕에 나타나는 몬스터는 아주 간혹 인근의 마을 헤스빈에 나타나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놈들은 가끔 마법까지 사용하는 까다로운 놈들이다. 그놈들을 200마리 사냥해라!
‘은근슬쩍 오리고기를 바로 받는 건 실패했지만 오리고기 한 마리를 더 얻게 되었어!’
거기에 더해져 본래 골드의 보상이 25만 골드였다.
한데, 하루 세끼 오리고기만 먹어 질렸다는 케밀에 의해 5만 골드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부침개로 오리고기를 교환하다!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다리를 막고 있는 경비병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턴 절규의 언덕이 시작되네.”
그들은 민혁과 로반을 확인했다.
“고작 둘이 가도 괜찮은가? 생각보다 저기 있는 놈들은 강하고 까탈스러워.”
“괜찮습니다.”
로반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민혁을 돌아봤다.
그도 끄덕였다.
“가시게.”
곧 두 사람은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면서 시끌벅적 자기 자랑 맛에 살던 로반이 조용해졌다.
‘분위기가 변했다.’
민혁은 오호라 하는 표정으로 로반을 보았다.
조금 전까지 전설 클래스 개 세요! 나 짱 셈요! 님은 저만 믿으세요. 라고 자기 자랑을 하던 자뻑 남이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사냥터는 언제나 긴장감을 가져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변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곳이니까요.”
“알겠습니다.”
“들어가면 바로 제가 먼저 사냥을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민혁 님도 한 마리 사냥해 보시죠. 만약 민혁 님의 경우 사냥이 힘들다고 판단될 시엔 제가 힘들어 보일 때 ‘보조’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은 요리사로서 당신의 무능함이 입증되면 빠져있으라는 거였다.
하지만 민혁에겐 기분 나쁜 말은 아니었다.
어쩌면 그는 남들에겐 흔한 요리사로 보이기 충분했고 로반의 존재 자체를 민혁은 환영하는 게 맞다.
그 이유는 말 그대로 버스를 타는 거니까.
하지만 실제 그 실력을 아직 확인해보진 못했다.
그렇지만 민혁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이 사람, 강해.’
민혁은 어렸을 때 숱한 운동을 해오면서 알았다.
강자들은 그 느낌이란 게 있었고 걸음걸이가 있었다.
로반은 척 보기에도 강자 중에서도 돋보이는 자다.
[절규의 언덕에 입장하셨습니다.] [공략하지 않으셔도 원하실 시 밖으로 나가실 수 있습니다.]절규의 언덕의 경우 던전과 다르게 필드에 속했다.
필드의 장점은 이처럼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지 않아도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는 거였다.
물론 예외도 존재하지만.
‘일단은 이 200마리 사냥을 해내야 히든 퀘스트를 하러 갈 수 있어.’
로반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잘 살펴봤다.
많은 유저가 사냥 중이었다.
그러던 중이었다.
“끼에에에에에!”
거친 비명이 민혁과 로반의 귀를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