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08
밥만 먹고 레벨업 909화
벤더를 비롯한 초월자들.
그들은 수정구 너머로 민혁이 돼지갈비를 먹는 것을 보았다.
얼마 만에 보는 제대로 된 음식인가!
지글지글 잘 익은 돼지갈비는 양념을 한가득 머금었기 때문에, 입안에 넣는 순간 달짝지근한 맛이 확 하고 퍼지며 혀를 즐겁게 해주었을 것이다.
심지어 사내의 먹는 모습을 보자니 그들은 참을 수가 없었다.
또 코니르는 본래 2차 관문까지 도전했으나 사내는 2차 관문을 도전할 수 없다.
첫 번째 관문은 벤더가 그를 이곳에 오게 하였기 때문에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였다.
본래의 제한은 700레벨이다.
그리고 두 번째 관문의 레벨제한 역시 본래 700이다.
코니르의 경우는 검신 발렌의 직접적인 부탁, 그리고 음식에 대한 순간의 욕구를 참지 못한 벤더가 만들어낸 실수였다.
즉, 민혁의 초월자의 몽환의 요새에서의 관문은 여기서 끝났다는 것이다.
‘맛있는 냄새.’
‘크…… 고기 냄새.’
‘맛있겠다.’
사내가 먹은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아직도 은은하게 퍼지는 돼지갈비 냄새가 초월자들의 식욕을 자극하고 있다.
“모두 안녕하세요.”
벤더의 인사 이후, 잠시 자신들을 쳐다보던 식신이라는 사내가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그는 작은 웃음을 짓고 있다.
다섯의 초월자들이 머뭇거렸다.
엄연히, 그들은 초월자들이었다.
대마도사 헬레냐를 봉인한 긍지 높은 자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자신들이 어찌 먹을 것 때문에 처음 보는 자에게 부탁을 한단 말인가!?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굶주렸다.
그들에게도 참기 힘들 정도로 큰 고통이었다.
“그, 있잖아?”
가장 사교성 좋은 벤더가 운을 뗐다.
“네, 말씀하세요.”
민혁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에게 음식을 나눠줄 수 있겠어?”
“음식이요?”
“그래, 음식. 이 안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없거든, 또 우리는 이곳을 나갈 수가 없어서 말이야. 벌써 천 년도 더 됐거든.”
“흠…….”
민혁이 고민하는 듯했다.
벤더는 코니르가 해준 형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들을 기억한다.
식신 민혁은 그 누구보다 식탐이 많다고 들었다.
그 누구라도 그의 음식을 빼앗아가려고 하면, 당장 죽음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고도 들었다.
또 그는 병이 있다고 하니, 그에겐 정말이지 음식은 소중한 것일 터다.
때문에 벤더를 비롯한 초월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 중, 일부를 주어 그 값어치를 치를 생각이었다.
물론 민혁이 수긍해야지만 가능할 것이었다.
‘그에게 살살 제안하는 거다.’
벤더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였다.
민혁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좋습니다.”
“어?”
“음?”
생각보다도 민혁이 너무 쉽게 수긍했다.
벤더를 비롯한 초월자들 대부분이 민혁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
먹어야만 하는 병을 가진 사내.
그런 자가 너무도 쉽게 음식을 나눠주겠다고 하고 있다.
“배고픈 사람들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민혁은 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을 수 있다.
그들을 보며 민혁이 한 생각이다.
민혁은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배고파봤던 적이 있던 자다.
그것이 얼마나 끔찍하고 괴로운 것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평소의 그였다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들의 마지막 단물까지 쪽쪽 빨아먹으려고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아.’
음식을 먹게 해주었다는 기쁨, 고마움. 그것은 초월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아테네에서 현존하는 가장 강한 자들과 친밀도를 음식들로 쌓을 수 있다는 건 매우 값진 것이다.’
또한, 민혁의 폭식 결여증은 이제 어느 정도 절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던바.
“오랜만에 드시는 거라고 하시니까, 온 힘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초월자들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는 민혁을 바라봤다.
여기에서 민혁의 행동들과 코니르의 말들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그는 항상 배고픈 병을 가지고 있다 들었다.’
‘아까 전 지도자의 보물상자를 보면서 먹을 것을 외쳤던 그는 분명히 엄청난 식탐을 가지고 있어.’
‘그런데 우리에게 이렇게 선뜻 먹을 것을 베푼다고?’
초월자들이 감탄을 하며, 동시에 고마움을 느끼기 충분했다.
[초월자 벤더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검 공격력 0.2%가 상승합니다!] [초월자 넥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손재주 0.3%가 상승합니다.] [초월자 베르니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MP총량 0.4%가 상승합니다.] [초월자 코크너스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손재주 0.2%가 상승합니다.] [초월자…….]단순히 친밀도가 올랐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것들이 퍼센트로 상승했다.
민혁의 높은 스텟량을 생각하면 엄청난 상승이었다.
‘엘레 누나 때와 같네.’
이렇듯, 친밀도만 높아져도 무언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아주 간혹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과거에 엘레가 그러했다. 그리고 대부분 이러한 자들은 친밀도 쌓기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다.
‘고작 음식 하나로 이 정도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건 나에게 매우 훌륭한 보상이다.’
그리고 민혁은 그들을 위해 요리를 준비했다.
기이한 가마솥 안으로 닭고기를 넣고 팔팔 끓이기 시작했다.
그가 준비하는 요리는 닭죽이었다.
‘갑자기 먹는 음식인데, 너무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날 테니까.’
부드러우면서도 맛있는 닭죽이 그들의 허기를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민혁은 최선을 다해 닭죽을 요리했다.
* * *
벤더를 비롯한 초월자들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앞에 뜨끈뜨끈한 김을 피워내는 닭죽이 놓여 있다.
얇게 다져진 당근, 대파, 양파 등이 닭죽 안에서 다채로운 색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너무 허겁지겁 드시진 마세요. 여기 김치입니다.”
그와 함께, 그들 앞으로 아주 잘 익은 김치 또한 놔줬다.
“고맙군.”
벤더가 진심으로 감사 어린 인사를 했다.
곧바로 그 뜨거운 닭죽을 한 숟가락 크게 퍼냈다.
뜨거운 김이 펄펄 피어오른다.
“후! 후!”
아무리 배고파도 이대로 먹으면 입천장이 다 데일 것을 벤더는 알았다.
최대한 불어서 입안 가득 크게 넣었다.
우물우물-
씹는 순간, 닭죽의 풍부한 맛이 입안 가득 번진다.
닭고기로 국물을 냈을 때의 그 특유의 향과 짭조름함, 여러 가지 재료의 조화!
“크흐…….”
얼마 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음식인가?
심지어 코니르의 말처럼 그의 음식 솜씨는 정말 최고였다.
이번에는 벤더가 길게 찢은 김치를 닭죽 위에 얹어 크게 먹었다.
‘와…….’
다소 느끼할 수 있는 닭죽의 맛을 새콤달콤한 김치가 잡아준다.
아삭아삭-
적당히 매운맛이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와구와구와구!
벤더가 미친 듯이 닭죽을 먹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민혁은 식사를 하는 이들을 둘러보며 닭죽이 부족한 것 같으면 더 채워줬다.
그러면서 넥의 그릇에도 닭죽을 한가득 채워줬다.
반짝반짝-
넥의 반질반질한 머리에서 빛이 났다.
뜨거운 음식을 먹어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이다.
민혁이 그 땀을 손수건으로 부드럽게 닦아줬다.
그러자.
‘맨들맨들거려…….’
땀이 닦인 넥의 머리에서 빛이 났다.
마치, 태양처럼 밝은 빛이었다.
댕그락-
민혁은 모두가 넉넉하게 먹을 수 있게 닭죽을 끓였다.
수저를 놓은 벤더의 코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다.
그가 ‘후하’ 하고 숨을 뱉어내며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민혁은 저 미소가, 누구보다 배불렀을 때 짓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때, 벤더가 민혁에게 다가왔다.
“이렇게 맛있는 걸 먹었는데, 보답을 해야지. 이건 마차비 하게나.”
“아, 괜찮습니다. 뭘, 이런 걸…….”
민혁의 주머니에 뭔가를 구겨 넣어주는 벤더!
[초월자 벤더의 꼬깃꼬깃한 돈뭉치를 획득합니다.] [이벤트 상점에서 3만 플래티넘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벤더는 방금 전 ‘마차비’를 하라며 민혁의 주머니에 찔러 넣어줬다.
‘3만 플래티넘이면 어지간한 영지 하나는 꾸리고도 남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지간한 하이랭커들도 3만 플래티넘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바로 그때였다.
넥이 민혁의 품에 무언가를 찔러줬다.
“이건 찻값 하시게.”
[초월자 넥의 꼬깃꼬깃한 돈뭉치를 획득합니다.] [이벤트 상점에서 2만 플래티넘에…….]‘아니, 차 한 잔에 2만 플래티넘이라고?’
그리고 베르니 또한 어깨를 으쓱이며 민혁에게 슬그머니 건네준다.
“이걸로 밥값이나 해.”
[초월자 베르니의 꼬깃꼬깃…….] [2만 플래티넘에…….]‘2만 플래티넘이면 밥값치곤 부족한데?’
“이건 고기 값하지.”
[초월자 코크너스의…….] [2만 5천 플래티넘…….]“이건 애기 기저귓값이나 하시게.”
[2만…….]있지도 않은 애기 기저귓값까지 벌어버린 민혁이었다.
그가 닭죽을 끓이는데 들어간 돈이 약 10만 골드다.
1억 골드부터 1플래티넘이니, 엄청나게 남겨 먹은 것이다!
민혁의 입가가 쭈욱 찢어졌다.
‘후후.’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들에겐 그리 큰돈도 아닐 것이다.
또한, 밖에 나가지 못하는 그들이었기에 돈에 대한 가치는 무의미할 것이다.
그전에, 민혁은 궁금한 게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곳에선 먹지 못한다는 거죠? 직접 농사를 지으시면 되잖아요?”
“이 땅은 척박하기 그지없다네, 우리도 몇백 년 동안 시도해 봤지만 이곳에서 농사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해.”
넥의 대답이었다. 애초에 이 요새는 자신들이 초월자라는 것을 막 자각한 이들이 입장하는 곳이다.
몬스터들만이 우글거리는 이 요새 안의 땅은 척박했다. 결정적으로.
“외부에서 가져온 씨앗들은 이 요새 안에서 사용할 수 없기도 하지.”
“외부에서 가져온 씨앗들은요?”
“그래, 이 요새는 외부의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아. 씨앗을 심는 순간 그 씨앗은 곧바로 썩어버리게 된다네, 심지어 씨앗을 심는다고 해도, 결국 우리는 육류는 섭취하지 못하지 않는가?”
“으음…….”
확실히 그랬다. 씨앗에서는 대부분 ‘채소와 과일’만 자란다.
언급했듯, 민혁 기준에서 대부분이다.
‘외부의 것이 반입이 안 된다면 이 안에서 새로운 씨앗을 만들어내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나?’
민혁은 이 초월자들에게 엄청난 보상을 눈치채고 있었다.
‘어쩌면 내겐 쉬울지도 모르겠는데?’
척박한 땅, 외부의 씨앗을 밀어내는 요새.
그리고 보상을 후하게 주는 자들.
“만약 제가 척박한 땅을 비옥하게 만들고, 육류마저 자라게 해드린다면, 어떻게 해주실 겁니까?”
그 말을 들은 초월자들은 상상만 해도 기쁜 얼굴이다.
당장, 지금 민혁과 말을 나누면서도 토하더라도 다시 음식을 밀어 넣고 싶을 정도의 심정이다.
그가 떠나면 다시 수백 년 이상의 배고픔을 견뎌야 할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곧 그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불가능해.”
“애초에 가능한 일이 아닐세.”
“우리는 그대와 다른 우월한 종일세. 그런 우리조차 해내지 못했어.”
이미 그들은 수천 번도 더 도전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초월자라고 모든 분야에 특출난 것은 아닐 터.
민혁은 적당히 입에 침을 발랐다.
“물론 그것은 저에게도 어려운 일이 될 것입니다. 척박한 땅을 비옥한 땅으로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죠.”
민혁이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또 요새가 거부하는 씨앗을 적용시키기 위해 피를 토하는 노력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저는 누구보다 배고픔을 아는 자입니다.”
민혁이 진중한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봤다.
그들도 알고 있다.
그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아아, 저 표정은 우리를 진심으로 헤아리는 듯하다.’
‘우리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있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비장한 표정이야.’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배고프지 않게 말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저에게도 원동력이 필요합니다. 그 원동력만 있다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한 번만 믿어주십시오.”
모두가 감격 어린 표정으로 민혁을 바라봤다.
입에 침 한 번 바르지 않고 말하는 그였다.
그때, 넥이 말했다.
“나는 그대의 방어구를 제작해 주지, 그게 싫다면 자네가 가진 방어구들을 더 뛰어나게 강화시켜 주겠네.”
[초월자 넥이 당신의 모든 방어구를 강화시켜 주거나 혹은 새롭게 만들어줄 것을 약속합니다!]“나는 세상에 없는 ‘마법서’를 선물해 줄게.”
[초월자 베르니가 자신이 만든 ‘초월자의 마법서’를 약속합니다!]“나는 내가 가진 돈을 모두 주도록 하겠네. 어차피 이건 내게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니까.”
[초월자 코크너스가 76만 플래티넘을 약속합니다!]“나는 그대에게 우리 종족의 가호를 내리지.”
[초월자 베간이 초월자의 가호를 약속합니다!]마지막으로 민혁은 벤더를 바라봤다.
벤더는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먼저 선수 쳐서 민혁이 말했다.
“꼭 가지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습니다. 그리고 알고 싶은 것도요. 제가 먼저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그 질문에 벤더는 흔쾌히 고개를 주억였다.
“태산의 광물. 그리고 루피소의 출생에 대해서 가르쳐 주십시오.”
“……!“
“……!”
“……!”
“……!”
“……!”
민혁의 말에 초월자들이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태산의 광물과 루피소라고?’
‘태산의 광물을 요한다?’
그 물건은 자신들이 평생을 간직하고 헬레냐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해야만 하는 물건이었다.
그때, 벤더가 날카로운 눈으로 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걸 어디에 쓰려고 그러지?”
그 질문에 다른 초월자들 역시 대답을 요구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되, 된장 만들려고…… 요?’
민혁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