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18
밥만 먹고 레벨업 919화
헤이즈는 언제나 같이 근심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병사들을 빠른 속도로 성장시키는 아마칼이 있고, 그들을 호령하는 창신 밴과 브로드가 있다.’
그러나 헤이즈는 아마칼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곱씹었다.
“병사들과 기사들은 성장성 대비하여 대인전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한 그들이 갖추게 된 힘은 강하나, 실력은 여느 제국의 병사나 기사들보다 못하다.”
천외제국은 작았던 왕국이 급성장하여 만들어진 제국이다.
그에는 민혁의 가신들이 일등공신이었으며, 그들로 인해 병사와 기사들은 큰 폭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그 성장이, 흔히 이방인들이 말하는 ‘스텟’과 ‘레벨’이라는 부분만 급격하게 올랐다는 것이었다.
‘실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창신 밴과 브로드, 신의 검 루오 등이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군대는 사령관이 뛰어나다고 강한 힘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물론 사령관의 힘이 절대적이긴 하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실제로 군대는 대부분 1군, 2군, 3군, 4군 등으로 나뉜다.
더 깊게 들어가 보면 1중대 혹은 1분단 식이 된다.
그리고 해당 중대를 사령관보다는 못하지만 그 중대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이 개별로 지휘한다.
즉, 중대장급들이다.
‘천외제국엔 세분화되어 병사들을 통솔할 자들이 없다.’
물론 천외제국의 가신들은 흔히 알려져 있듯 최강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각 중대를 맡아 훈련시킬 수 없는 노릇.
세분화시켜서 그들을 이끌 ‘중대장’급 인재들이 필요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밴이 들어왔다.
“허허, 오늘도 뭐가 그리 심각하신가?”
“아, 어르신. 오셨어요?”
헤이즈는 밴을 바라보며 상념에서 깨어났다.
“커피 재료를 얻기 위해 가신다고 하셨죠?”
“그렇네.”
밴은 민혁이 자랑하는 최강의 가신인 한편, 그를 위해 어떤 것보다 맛있는 한잔의 커피를 내려주고 싶은 이였다.
그로 인해 그는 바리스타로서 놀라운 경지에 이르렀다.
‘어쩌면 곧 새로운 경지에 올라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밴은 설렜다. 커피의 새로운 경지에 이르는 것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새로운 경지에 이르러 내린 첫 번째 커피를 폐하께 대접할 생각에 설레는 것이다.
“이번엔 어떤 일로 그렇게 상념에 잠겼는가?”
“그게…….”
헤이즈는 창신 밴에게 아마칼에게 받은 보고서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줬다.
“확실히 맞는 말일세.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 천외제국의 군사는 이제 100만을 훌쩍 넘었으니. 최소한 5만씩이라도 나눠서 그들을 세세하게 관리하고 전쟁 시에 이끌 자들이 필요하긴 하네.”
그러다 곧 헤이즈는 보고서를 보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창술을 쓰는 자들은 성장과 비례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나오네요, 역시 대단해요. 어르신.”
유일하게 창술만 그랬다.
그 기이한 일에 대한 해답을 밴이 내놨다.
“허허, 내가 극강팔인이었을 당시 나를 믿고 따랐던 많은 창술사들이 천외제국으로 이주하였기 때문일세.”
“……아!”
헤이즈는 아차 했다.
그러고 보면 전 극강팔인이었던 창신 밴이다.
“극강팔인들은 대륙의 강자임이 사실이나 실제론 제국 등에 소속되지 않는 것이 원칙일세. 대신에, 그들은 왕국과 제국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뛰어난 자질을 가진 제자들을 받아 훈련시키지.”
밴은 허허하고 웃었다.
“내가 극강팔인을 나서고 오랜 시간 바다에 있을 동안 떠돌던 그들이 내게 돌아와 주었으니, 고마운 일이지.”
그 말을 들은 헤이즈.
그녀는 묘책이 생각났다.
“극강팔인 팔라든. 혹시 그의 행방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나요?”
과거 천외국은 대륙운에서 극강팔인들과 충돌한 바 있다.
그 당시 극강팔인 서열 1위 암모어나 혹은 2위 로키 등이 죽었다.
그리고 살아남은 극강팔인들은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했다.
그 지도자가 당시 6위였던 팔라든이었다.
극강팔인은 꼭 나쁘다고 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다.
대부분 ‘금전적’ 목적에 의해 움직였으나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팔라든이다.
또한, 팔라든이 이끌게 된 극강팔인은 과거와 굉장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극강팔인들을 천외제국에 데려온다면 엄청난 힘이 되어줄 터다.
한데, 팔라든의 이름이 나온 순간 밴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나는 그들과 연락할 수 없다네.”
“어째서죠?”
헤이즈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밴은 씁쓸하게 웃었다.
“헤이즈, 나는 폐하 곁에 오기 전에 나쁜 사람이었네.”
“…….”
헤이즈는 자신이 건드려선 안 될 아픈 부분을 찔렀음을 알았다.
“아들이 죽고서야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네.”
왜 밴이 귀신창 밴이었을가?
귀신같은 창을 휘둘러서일까? 그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뜻으로는, 그가 ‘악귀’처럼 대륙에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많은 이들을 죽였기 때문이다.
극강팔인.
그중 여덟 번째에 해당했던 밴은 그 당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자 했다.
그 욕심이 많은 선량한 자들을 죽였다.
실제로, 헤이즈도 창신 밴의 과거를 파헤칠수록 지금과 동일인물이 맞나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의 인생에는 두 번의 변곡점이 찾아왔다.
첫 번째 아들의 죽음.
두 번째 민혁과의 만남일 것이다.
“다녀오겠네.”
씁쓸하게 대화를 마치고 밴이 나섰다.
문밖으로 나선 밴은 오래간만에 듣는 친우의 이름에 멈춰서 창밖의 하늘을 바라봤다.
‘팔라든, 미안하네.’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폐하와 천외제국을 위해 살아가야만 하네. 이곳이 평화를 찾고 루브앙을 무너트린다면 그땐…….’
그가 작은 한숨을 쉬었다.
‘그 죗값. 달게 받겠네.’
* * *
극강팔인.
대륙을 호령하는 여덟 명의 강자들.
그들은 암모어가 사망한 후 새로운 지도자인 팔라든을 만나면서 과거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이렇게 극강팔인들이 변할 수 있던 이유는 대륙운에서의 전쟁 당시 많은 극강팔인이 죽어 새로운 자들이 극강팔인의 자리에 앉게 되었기 때문도 있다.
그런 극강팔인들.
유저들이 커가는 만큼, NPC들도 성장했다.
비록 그들은 제1 신의 검들과 견줄 바는 못 되었으나 유저들로 구축된 제2의 신의 검들과 견줄 만큼의 힘은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커다란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루브앙 제국. 그 제국에서 별 중 하나인 블라드 공작이 찾아왔다.
그는 극강팔인들뿐만 아니라 극강팔인이 거느리는 제자들까지 단숨에 제압했다.
그리고 말했다.
-너희의 악행에 대한 심판을 받으라.
그러나 우스운 일이다.
그러한 악행을 저질렀던 이들은 모두 죽었고 극강팔인은 변화했다.
그런데, 그는 그저 ‘같은 이름을 잇는 자’들이라는 이유로 검을 들이민 거다.
팔라든은 바보가 아니다.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오?
팔라든은 블라드 공작이 요하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았다.
그에 블라드가 검집에 검을 넣으며 말했다.
-본인들의 잘못을 깨달았는가? 또 살고 싶은가?
그가 찾아온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
-창신 밴. 그를 죽여라, 그다음 루브앙 제국으로 오라. 그렇게 한다면 너희의 모든 죄를 사하여 주시겠다는 네르바 폐하의 명이시다.
끝으로 블라드 공작은 돌아갔다.
팔라든은 머나먼 언덕에 서서, 걸어오는 노인과 이방인을 바라보며 깨달았다.
루브앙 제국은 밴과 자신 사이의 일을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오늘, 그 죗값을 받으라.’
팔라든은 밴을 죽일 것이다.
* * *
특별유저관리팀.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는 박민규 팀장이 있다.
이민화는 오늘 휴가를 떠났다.
그리고 신입사원이었던 이태성은 결국 업무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했다.
이민화를 대신해, 오늘 그 대타가 한 명 오기로 했다.
곧 그가 들어왔다.
“고생이 많아.”
김대일 부장이다.
김대일 부장은 과거에 박민규 팀장이 휴가를 갔을 당시, ‘특별유저관리팀은 지옥의 팀이다’라며 다신 들어오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민혁의 밸런스 붕괴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유저들에 대해 더욱 잘 알고 싶다며, 스스로 이민화의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했다.
즉, 그는 유저들의 더 많은 정보를 알고, 그를 위해 아테네를 옳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뭘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있나?”
모니터를 본 김대일이 작게 탄식했다.
“밴이군, ㈜즐거움 관계자 중 모르는 사람이 없는 비운의 NPC.”
사실이다. 밴은 본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NPC였다.
“용왕의 바다를 떠돌던 그는 가장 친했던 친구인 팔라든의 검에 죽어 바다에 수장되고 말지. 하지만 지금은, 창신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고.”
김대일 부장은 새삼 유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고 있었다.
그것보다, 김대일 부장은 박민규 팀장의 표정이 심각한 이유에 대해 궁금했다.
“무슨 일이야?”
“팔라든과 밴이 재회함으로써 벌어질 법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벌어질 법한 일들이라?”
김대일 부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팔라든과 극강팔인들은 인간에 불과했다.
“그들이 창신 밴을 죽일 순 없을 텐데?”
“아니요, 가능합니다.”
“뭐?”
김대일 부장은 박 팀장과 팀 자체가 달랐다.
세세한 내용까진 알지 못한다.
“극강팔인들은 해당 조직에 들어오기 전에 ‘극강의 낙인’을 새깁니다. 그 낙인은 극강팔인의 규율을 어길 시 새겨준 자에 따라 형벌을 내릴 수 있습니다.”
박 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그 낙인은 절대적인 힘을 가졌기에 설령 신이 되었다 해도 거스를 수 없습니다. 그 규율 중 하나가 바로 ‘제국에 속하지 말 것’이죠. 그런데 지금 밴은 천외제국의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흠…….”
김대일 부장은 작은 신음을 흘렸다.
또 한편으로는 대단하기도 했다.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도 밴은 민혁의 가신이 된 건가?”
“그렇습니다. 민혁 유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할 겁니다.”
“혹시 밴이 죽을지도 모르기에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나?”
그 질문에 박 팀장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단 팔라든과 밴의 충돌에 의해 발생할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추측해 보고 있었습니다.”
“그 추측이 뭔지 들어볼 수 있겠나?”
그 말에 박 팀장은 고개를 주억였다.
“말씀하셨던 대로, 창신 밴의 죽음.”
그다음.
“또는 민혁 유저와 밴의 유대감에 의해 벌어질 ‘특별보상’.”
“특별보상이라? 아, 혹시!”
김대일도 기억났다는 표정이다.
“맞습니다, 아테네에서 단 한 명의 유저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죠.”
그 보상은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만들어졌다.
“오로지 NPC와 유저의 엄청난 유대감이 쌓이고 쌓여야만 얻을 수 있죠. 그리고 민혁 유저의 밴과의 유대감은 이미 그 보상과 가까워졌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김대일 부장의 개인적 생각으로 그토록 심각할 필욘 없어 보였다.
그러나, 곧 박민규 팀장은 말했다.
“발생할 여러 가지 일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렇지.”
“제가 생각하는 이 창신 밴과 극강팔인의 이야기의 끝은 두 개로 나뉩니다.”
박민규 팀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루브앙 제국이 극강팔인들을 얻느냐.”
또는.
“천외제국이 극강팔인들을 얻느냐일 겁니다.”
“…….!”
김대일 부장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생각하는지 말이다.
그런데, 곧 박민규 팀장이 말했다.
“어째서 밴이 팔라든의 손에 죽어야만 하는 스토리였는지는 부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물론 알고 있다.
밴이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게 되는 이유.
그리고 팔라든이 그를 증오하는 결정적 이유.
박 팀장이 씁쓸한 표정으로 두 개의 화면을 바라봤다.
하나는 밴을 비추고 있고, 또 다른 하나는 팔라든을 비추고 있다.
박 팀장이 메마른 입술로 말했다.
“밴이 팔라든의 딸을 죽였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