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19
밥만 먹고 레벨업 920화
밴과 팔라든의 스토리는 참으로 비극적이었다.
힘에 도취되어 무수히 많은 강자들과 싸우며 그들을 죽였던 밴.
그런 밴에게도 서로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자가 있었다.
바로 ‘팔라든’이었다.
팔라든은 매번 밴의 그러한 행동을 지적하였고 제지하려 했다.
그 당시 밴이라면 팔라든을 아니꼽게 볼 수도 있었건만,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하여 그러는 것임을 알았기에, 그와의 우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와 우정이 돈독해졌을 당시, 밴은 그의 말을 듣고 자신을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던 때, 두 가지 일이 동시에 터졌다.
먼저 밴의 아들이 용왕의 바다에서 죽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그리고 슬픔에 잠겨 몇 날 며칠을 술독에 빠져 살며 자신을 원망했던 밴.
“그가 팔라든의 딸을 살해한 건 맞지.”
팔라든은 피가 흥건한 창을 든 밴과 죽어버린 딸의 현장을 목격했다.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은 매섭게 충돌했다. 그런데 밴은 팔라든의 눈에 커다란 자상을 입힌 후 도망쳤다.
“극강팔인을 떠났던 이유가 그것이지. 그런데 어째서 극강팔인들이 천외제국에 갈 수 있는 것을 팔라든 딸의 죽음과 연관 짓는가?”
김대일 부장은 의문이었다.
이 정도면 병 아닌가? 왜 그런 생각을 하나?
“실제로 밴은 딸을 살해했으나, 살해한 것이 아니잖습니까.”
그것 또한 사실이다.
“항상 밴에게 자신의 자리의 위협을 느꼈던 암모어가 밴이 술에 취해 약해진 틈을 타 ‘환술’을 걸었으니까요.”
그 또한 사실이다.
귀신창 밴이 극강팔인 중 여덟 번째의 서열이었던 이유.
밴이 거느렸던 제자들의 숫자가 가장 적었기 때문이었다.
실제 밴의 무력은 암모어와 동급이거나 뛰어넘은바.
모니터 속 화면을 바라보는 박 팀장이 말했다.
“과연 팔라든이 이 사실을 모를까요?”
“…….”
김대일 부장은 답하지 않았다. 진짜 그 속은 자신들도 알지 못한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었다고 하면?
“의심했을 걸세, 술독에 빠진 자신의 친우가 나의 딸을 살해했다.”
너무 개연성이 없었다.
“여러 가지 변칙수가 오해를 풀고 새로운 방향을 안내할 수 있다고 보는 거군.”
김대일 부장은 모니터를 보며 그 변칙수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그러다 가장 클 변칙수를 떠올렸다.
‘민혁 유저……?’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김대일 부장도 매번 아테네를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순 없을지 생각한다.
“민혁 유저와 밴의 유대감이 곧,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수치까지 도달하는가?”
“맞습니다.”
또한 케런이자 잭슨은 이미 밴의 스토리를 숙지했고 밴의 광고 영상 제작 마지막 단계에 이르고 있다.
‘더 많은 유저들이 광고영상을 보게 할 방법.’
즐투브와 TV를 통한 광고는 조금 부족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민혁과 밴의 유대감이 극에 달하는 순간. 아테네를 플레이하는 모든 자들이 ‘광고영상 시청 가능’ 알림을 들을 수 있게 하는 것.”
“예?”
“대박일세! 모든 유저들의 눈앞으로 밴과 민혁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지!!!”
“???”
박 팀장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곧 김대일 부장이 벌떡 일어섰다.
“사장님한테 서둘러 보고해야겠군.”
김대일 부장이 특별유저관리팀을 빠르게 벗어났다.
* * *
[천외제국과 로아크 왕국이 동맹을 체결하였습니다.] [천외제국과 로아크 왕국은 서로를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이며, 마음대로 동맹을 깨거나 할 시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케런과 이야기를 나눴던 민혁은 흔쾌히 그가 내거는 조건을 받아들였었다.
‘천외제국의 가신들을 이용한 광고영상을 만든다라.’
천외제국의 가신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에 더 이상 숨길 것도 없는 편이다.
또한 그 광고영상들이 현재의 그들의 무력수준을 담을 것은 아니었기에 상관없어 보였다.
동맹을 체결시킨 민혁은 케런이 주고 갔던 피 묻은 열쇠를 내려다봤다.
-로아크 왕국의 전설 속에 내려져 오던 곳으로 갈 수 있는 열쇠입니다. 본인을 성장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알려지죠. 1왕자께서 폐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민혁은 이 안에 맛있는 게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성벽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봤다.
‘어르신, 고마워요.’
밴이 천외제국을 나서기 전 그를 찾아왔다. 그는 굉장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폐하, 드디어 만개의 꽃 사이에서 핀다는 원두의 행방을 알아냈습니다. 폐하께 더 맛있고 더 뛰어난 원두로 커피를 대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밴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또한, 밴의 그 노력이 오로지 자신을 행복하게 하기 위함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민혁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며칠만 기다려 주십시오. 며칠만 기다려주시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로 폐하를 찾아뵙겠나이다.
그 말을 끝으로 밴은 떠났다.
그가 지나간 자리를 한없이 바라보던 민혁, 그가 작은 웃음을 지었다.
‘당분간은 내가 딱히 할 일이 없으니까.’
황제의 무게 방송 이후로 천외제국의 이주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
또 잠시 전투적인 태세를 보이는가 싶던 루브앙 제국도 이상하리만치 잠잠해진 때였다.
때문에 길드채팅에서 잠시 어딘가를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긴 민혁이 열쇠를 양손으로 꽉 쥐었다.
[로아크 왕국의 전설이 있는 곳으로 워프합니다.]민혁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이윽고 눈을 떴을 때, 민혁은 투명하리만치 맑고 아름다운 강물을 볼 수 있었는데, 그 앞으로는 폭포수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로아크 왕국의 보물이 있는 곳.] [성장의 강물이 흐르는 곳에 입장하셨습니다!] [성장의 강물에서는 귓속말을 비롯한 모든 채팅이 제한됩니다!] [성장의 강물에 2일 동안 몸을 담그고 있을 시 본인 레벨의 1%에 해당하는 레벨업을 하실 수 있습니다.]“……!”
민혁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 이런…….’
숨이 넘어갈 정도로 엄청난 보상이었다.
민혁의 레벨의 1%에 해당되는 레벨이 상승하면 약 6레벨 정도가 상승하게 된다.
600레벨 이상의 랭커들이 6레벨을 올리려면, 경험치 버프물약 등을 마시며 뛰어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위험한 퀘스트를 깬다 하여도 최소 2개월 이상은 걸린다.
말 그대로 최소다. 보통은 3개월은 훌쩍 넘게 걸린다는 거다.
또한.
‘이 보상은 내가 받았기에 더 특별하다.’
물론 600레벨 이상의 유저들 모두에게 특별하게 적용되나, 민혁에게 더 특별하다.
민혁은 현재 비공식 랭커들을 제외하고 세계 공식 랭킹 1위에 등재되어 있다.
즉, 최고의 보상을, 최고의 랭커가 받음으로써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는 셈인 것이다.
단, 문제가 있다.
[강물에 들어갈 시 성장의 강물에서 2일 동안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로그아웃할 시에도 캐릭터는 성장의 강물에 몸을 담근 상태로 남아 지난 시간이 적용됩니다.]2일 동안 모든 것이 제한받는다.
‘흠.’
그렇다고 해서 물에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핫바 같은 것들을 먹으면서 있어도 되는 거고.’
또한 가장 걸리는 건 천외제국과의 연락이 힘들다는 점뿐이다.
그렇지만 민혁이 이곳에 오기 전에 길드채팅에서 대화를 나눠본 결과, 제국의 간부진들이 없었기에 굳이 자신이 없어도 괜찮아 보였다.
또, 3일 동안 특별한 일이 벌어지겠냐 싶었다.
민혁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성장의 강물 안에 몸을 담갔다.
[성장의 강물의 기운을 받기 시작합니다.] [경험치가 상승하며, 총 레벨의 1%까지 레벨업하게 됩니다!]* * *
창신 밴. 그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음침한 숲을 바라봤다.
‘만개의 꽃 사이에서 피어난다는 원두.’
그 원두가 이 안에 있다.
밴이 이 원두를 얻고 싶은 이유는 자신이 더 뛰어난 경지에 오르고자 함도 아니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함도 아니다.
단지,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 원두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만들어 민혁에게 대접해 주고 싶을 뿐이다.
그를 위해 한 걸음을 떼는데, 안에서 음침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장이여.]이 숲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숨겨져 있었다고 밴은 알고 있다.
수백 년 전, 기이한 능력을 타고난 여인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고, 숲을 다스리는 기이한 힘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단순히 숲을 다스린다는 이유로 한 왕국에서 ‘마녀’로 불려 화형을 당할 뻔했다.
그녀는 온 세상에 분노했다.
그 자리에서 자신을 죽이려던 왕의 목을 나뭇가지로 뚫었고, 자신에게 돌을 던지며 비웃던 자들을 모두 죽이고 도망쳤다 전해진다.
그런데, 그녀의 소식을 들은 온 세계의 강자들이 ‘마녀를 죽였다’는 이름을 얻기 위해 그녀에게 계속 도전하여 왔다.
그녀는 도전자들을 계속해서 죽여왔다.
그런 그녀는 추악하고 더러운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껴 이 숲을 만들어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밴이 알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단지, 자신은 만개의 꽃 사이에 있다는 그 원두가 필요할 뿐이다.
[이 숲은 나의 것이다.] [그대의 강한 힘이 있다고는 하나, 이 안에서는 그대의 힘은 사라질 것이다.] [돌아가라.]그 뜻을 밴은 눈치챘다.
‘평범한 인간, 아니, 고작 창을 잘 쓰는 인간이 되는 겐가?’
그러나 밴은 웃었다.
“나는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네.”
밴은 작은 웃음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작게 나 있는 입구로 들어간 순간, 넝쿨들이 그 입구를 막아버렸다.
[돌아갔어야지!!]그저 평범했던 여인의 목소리가 악독하게 변했다.
마치 ‘진짜’ 마녀처럼.
그 순간, 밴의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로 인해 밴이 들 수 있는 ‘신을 꿰뚫는 창’도 사용할 수 없게 제한되어버렸다.
그저 평범한 인간.
아니, 그저 창을 뛰어나게 휘두르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만약 그가 유저였다면 ‘레벨 1이 되었습니다’라는 알림을 듣게 되었을 것이다.
신을 꿰뚫는 창을 등 뒤에 맨 밴이 기다란 나뭇가지 하나를 창처럼 들었다.
끝이 어딘지도 알 수 없는 기다란 숲.
그를 향해 밴이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주변에 크게 자라나 있는 나무들과 넝쿨, 뾰족한 가시들이 길어지며 밴을 압박해 왔다.
파아아앗- 파앗-!
밴은 작은 나뭇가지 하나로 그것들을 쳐내며 빠르게 안쪽으로 내달렸다.
내달리는 그의 몸 곳곳에 가시들이 찔러댄 상처들이 늘어난다.
바로 그 순간.
촤르르르르륵-
넝쿨이 밴의 다리를 낚아채 움직임을 제한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나무가 밴을 짓이겼다.
콰자아아아아악-
주르르르륵-
피가 흘러나오며, 밴은 인지하지도 못한 채 끔찍하게 죽어갔다.
그런데…….
“허허…….”
밴은 마녀가 품은 인간에 대한 한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무 옆에서 다시 나타난 밴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계속 나아갔다.
때론, 선 채로 수백여 개의 뾰족한 나뭇가지들에 관통되어 허공에 매달려 죽었다.
[당신은 가장 고통스럽게……!]바로 옆에서 다시 나타나 움직인다.
‘폐하, 기다리십시오.’
검처럼 뾰족해진 나무들이 밴의 온몸을 갈가리 찢어버린다.
[당신은 가장 고통스럽게……!]다시 나타나 움직이려는 그를 하늘에서 떨어진 바위가 그대로 또 짓이긴다.
콰자아아악-
[당신은 가장 고통스럽게……!]때로는 넝쿨들이 밴의 팔과 다리를 잡고, 늘어뜨렸다.
와지이이이익-
[고통스럽게……!]또 때로는 넝쿨들이 그의 다리를 잡고 강물에 끌고 들어가 숨이 막혀 죽게 했다.
[고통스럽게……!]그는 계속 죽었다.
[고통스럽게……!] [고통스럽게……!] [고통스럽게……!] [고통스럽게……!]그러나 그는 나아갔다. 무서워하지 않았다.
지치지 않는다.
‘폐하, 그 한잔이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까?’
고작 그 한잔의 커피가 당신을 웃게 한다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소인은 괜찮습니다.’
그는 몰랐다.
강태훈 사장이 특별히 지시하여 제작된 보상.
유저와 NPC의 유대감이 절정에 달했을 때 발동되는 그 보상이 꿈틀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