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20
밥만 먹고 레벨업 921화
마녀의 정체불명의 숲.
이 숲에서 끔찍하게 죽어가는 밴.
그는 마녀의 분노를 헤아렸다.
그녀가 마녀가 되고 이름을 날렸을 당시, 그녀를 죽여 명성을 얻고자 하던 많은 강자들.
우습게도, 그중 한 명이 자신이었다.
순전히 자신의 이름을 날리기 위해 이러한 고통을 다른 자들에게 주었던 자신이다.
휘리리리리리리릭-!
어딘가에서 날아온 거대한 나뭇가지가 밴의 심장을 꿰뚫으며 그와 함께 벽에 처박힌다.
콰자아아아악-
밴이 마녀에 대한 상념에서 깨어난다.
입에서 울컥하고 피를 쏟은 밴이었으나 여전히 그의 눈빛은 살아있다.
“……소인, 곧 가겠나이다.”
밴은 작게 웃었다.
벌써 몇 번째일까?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죽었을 때.
[너희 인간들은 더럽고 추악하며, 탐욕스럽지! 고통스러워해라! 고통스러워하란 말이다! 살려달라며 빌고 절규하란 말이다!!!]마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왜 비명 한 번 지르지 않는가.
내가 무섭지 않은가!?
네가 바라는 것 나는 주고 싶지 않다.
더러운 인간 따위에게.
다시 살아난 밴에게.
촤르르르륵-
촤르르르르륵-
수백 개의 넝쿨이 그의 온몸을 감싸더니, 곧 짓이기려는 듯 조여졌다.
“자네가 가진 그 원두를 맛보고 기뻐할 분이 기다리고 계시네.”
[거짓말! 고작, 다른 이를 위해 이런 고통을 감수한단 말인가!]마녀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온몸이 조여지는 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나 그는 웃고 있었다.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네. 자네를 마녀라 불렀던 탐욕스러웠던 인간. 마녀를 죽여 이름을 얻겠다는 더러웠던 인간이 바로 나일세.”
밴은 그녀를 위로하고자 했다.
“나는, 고아였네.”
밴의 이야기.
“살기 위해 창을 휘둘렀고, 무시 받지 않기 위해 나아갔네.”
그리고 그 나아감의 끝에, 많은 이들의 피가 흘렀다.
밴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름을 날리기 위해 많은 자들을 죽였다.
그리고 그로 인한 비극.
또 나아갈 수 있게 만든 분.
그는 묶인 채로 한참이나 떠들어댔다.
“그분을 위해 살아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그가 따스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이야.”
그의 표정은 씁쓸했다.
“벌을 받아야 할 건 네가 아니라, 나이다.”
[…….]“어찌, 너를 진짜 마녀로 만들어 아파하고 도망치는 것이냐. 너는 마녀가 아니지 않느냐. 벌을 받아야 할 건 우리이다.”
밴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잘못은 나 같은 자들이 하였는데, 왜 그녀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두고 추악한 마녀가 되게 하였는가?
응당 그 죗값을 받아야 하는 건 우리인데 말이다.
스르르르륵-
넝쿨들이 풀리기 시작한다. 그 풀린 넝쿨을 바라보며 밴은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우거졌던 숲이 길을 열어준다.
그 끝에 얼굴 곳곳에 핏대가 서고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며, 기이한 스태프를 든 마녀가 밴을 바라본다.
천천히 걸어가는 밴.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마녀가 울고 있다.
“정말, 내 잘못이 아닌 거야……?”
탐욕스러운 인간이 시기 질투하여 마녀라 했고, 많은 이들이 그녀를 죽이기 위해 찾아왔다.
어느 순간 그녀는 ‘진짜’ 마녀가 되어버렸다.
자신은 가장 악랄한 마녀다.
나는 잔인하고 교활한 마녀이다. 그리고 또 어떤 때는 스스로를 원망했다. 내가 잘못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나?
그에 밴이 그녀를 향해 한 걸음을 더 뗀다.
“너를 아프게 했던 자들.”
그것은 밴 자신이 죽였던 이들에게 하는 말.
“너를 슬프게 했던 자들.”
욕심에 의해 많은 이들을 슬프게 했던 밴.
자신과 같았던 이들이 그녀를 마녀로 만들었을 뿐.
울고 있는 그녀의 앞에 다가간 밴이 크게 절한다.
땅에 이마를 댄 밴은 작게 흐느꼈다.
“진짜 마녀는 바로 나였거늘.”
그 누구에게도 보인 적 없는 모습이요, 자신에 의한 희생자들에게 보이는 사죄다.
정말 자신이 마녀가 아니냐는 질문.
그 질문에 밴은 울며, 또 웃으며 고개를 들어 말했다.
“이리, 어여쁜 마녀가 세상에 어딨더냐.”
그 순간, 그녀에게서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흉측스럽게 서 있던 얼굴의 핏대가 스르르 사라지고 헝클어져 있던 머리가 펴진다.
강해 보이기 위해 쥐었던 스태프가 흙이 되어 떨어지며, 붉은 피로 만들어진 듯한 옷도 허름하고 평범한 옷이 된다.
한없이 순박하고 아름다운 소녀.
환하게 웃는 그녀의 주변으로 붉은 장미꽃 만 송이가 피어났다.
그리고 밴의 바로 앞으로 검은 꽃이 피어났다.
검은 꽃의 꽃봉오리에는 검은 보석처럼 아름다운 ‘원두’가 있었다.
스르르르르륵-
스르르르르르르륵-
수백 년이라는 시간 동안 평범했고 순박했던 여인을 ‘마녀’로 만들었던 숲의 모든 것들이 사라진다.
나무들이 썩어 문드러졌다가 곧바로 검은 재가 되어 스르르 흩어졌고, 뾰족한 가시와 넝쿨들도 어딘가로 물러나며 사라졌다.
우거졌던 숲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오로지 만 송이의 붉은 장미꽃과 검은 꽃.
그리고 너무도 아름다운 소녀일 뿐이다.
밴이 원두에 손을 뻗어 그것을 집는다.
그는 그것을 소중히 품에 안았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이제 그녀는 마녀가 아니다. 자신이 그녀에게 해준 건 딱히 없다.
그러나 자신의 말들이 그녀를 본모습으로 돌려놨다는 것만으로도 뜻깊다.
그런데.
꼬오옥-
몸을 돌렸던 밴은 멈칫했다.
그녀가 밴의 옷깃을 꽉 쥐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밴은 작은 웃음을 머금으며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이 할애비와 함께 가자, 그분이 따스하게 맞아주실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밴이 걸음을 옮겼다. 그 옆을 소녀 안달리에가 총총걸음으로 뒤따랐다.
* * *
밴과 안달리에는 함께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안달리에의 질문들 대부분은 노인이 모시는 분에 대한 이야기였다.
“산처럼 음식을 쌓아놓고 단숨에 드시는 분이시지.”
“말도 안 돼요.”
“허허, 그런데 그 드시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네.”
안달리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밴의 대부분의 말들은 민혁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담긴 말들이었다.
안달리에도 그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질 정도였다.
또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또다시 마녀로 몰리지 않을까.
“걱정 말거라, 천외제국엔 과거의 나와 같은 자들은 없으니.”
작게 웃으며 걷던 밴.
그가 우뚝 멈춰 섰다.
“안달리에.”
밴이 씁쓸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이 할애비가 못나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안달리에가 서둘러 밴의 등 뒤에 숨었다.
팔라든과 극강팔인들, 그리고 그의 제자들 수천이 밴과 안달리에 앞에 나타났다.
* * *
팔라든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술독에 빠져 사는 밴을 위해 그는 수프를 끓여 가고 있었다.
그가 자고 있을 집의 문을 열었을 때, 팔라든은 직접 보고야 말았다.
피가 묻은 창을 쥔 밴과 바닥에 쓰러져 미약한 숨을 내뱉는 자신의 딸.
팔라든의 온몸에 분노가 가득 찼다.
머리가 새하얘지고 보이는 것이 없었다.
팔라든은 곧바로 밴에게 덤벼들었다.
술에 취한 듯, 몽롱해 보이는 밴은 말이 없었다.
-왜에에에에에에!!!
그 질문에 밴은 답하지 않았고, 창으로 응수했다.
분노에 사로잡힌 팔라든은 밴에게 한 수를 내줬고, 눈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밴은 도망쳤다.
“왜 도망쳤소.”
“…….”
밴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밴은 그때의 일이 흐릿했다.
술독에 빠져 살던 자신에게 어느 날, 암모어가 찾아와 술 한 잔을 건네며 위로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자신의 손엔 피가 흥건했고 팔라든의 딸 아이가 쓰러져 있었다.
곧바로, 다시 정신이 끊어졌다.
다시 깨어났을 때 그는 그토록 그리워한 아들이 살아가던 바다 앞에 있었다.
솔직히 말할까.
그때 밴은 자신이 저지른 악행에 벌을 받는다 여겼다.
그리고, 무서웠다.
다시 팔라든을 만나 ‘내가 그대의 딸을 죽였다’, ‘용서해 달라’, ‘암모어가 벌인 일이다’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들을 잃은 밴은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안델리에에게 무언가를 꼭 쥐여줬다.
그것은 천외제국으로 바로 갈 수 있는 귀환주문서였다.
이는 그곳에 가본 적이 없어도, 제국, 왕국 등에 한하여 곧바로 갈 수 있는 것이었다.
“안델리에. 가서 기다리고 있거라.”
“하지만…….”
밴은 인자하게 웃었다.
안델리에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숲을 다스리는 힘으로 그와 함께 싸우고자 했다.
그러나.
“미안하네. 팔라든.”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극강팔인 셋이 순식간에 제압되어 땅을 뒹굴고 있었다.
“……!”
“나는, 죽지 않기로 약속했다네.”
폐하와의 약속을 저버릴 순 없었다.
안델리에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이곳에 있으면 방해만 된다는 사실.
안델리아가 사라졌다. 그리고, 밴이 빠른 속도로 극강팔인들과 충돌하기 시작했다.
콰, 콰콰콰콰콰콱-!
극강팔인들도 분명히 성장했다. 또한 그의 제자들은 평균적으로 레벨 550을 가뿐히 넘어선다.
그런데 창신 밴의 창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나 밴은 그들 중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창끝이 아닌 창대를 이용하여 빠르게 제압하고 있었다.
팔라든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놀라울 따름이었다.
‘창신의 경지가 이 정도인가?’
자신들도 대륙에서 이름을 날리는 강자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밴은 마음만 먹는다면 이 자리의 모두를 전멸시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루브앙 제국도, 그리고 극강팔인들도 바보가 아니다.
어째서 루브앙 제국이 극강팔인을 찾아왔겠는가?
그들은 ‘극강의 낙인’을 알고 있던 것이다.
신조차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약속이다.
“극강팔인은 다른 제국과 왕국에 속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은 과거의 규율에 불과했다.
그러나 밴은 그 규율을 맺으며 낙인을 새겼다.
그 순간, 밴의 등에 보이지 않게 새겨져 있던 그 낙인이 붉은빛을 흘렸다.
모든 극강팔인들의 낙인을 새겼던 자.
다름 아닌 팔라든이었다.
그 힘에 의해 밴은 낙인이 새겨진 곳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화아아아아아악-
순간, 밴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힘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독이 퍼지는 것처럼 뜨거운 고통이 온몸으로 번져 나갔다.
“쿨럭!”
밴의 입에서 붉은 피가 울컥하고 쏟아져나왔다.
거스를 수 없는 힘이, 그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던 밴마저 쓰러지게 만든다.
밴은 무릎을 꿇고 정신을 놓지 않기 위해 버티며 팔라든을 보았다.
“2시간. 2시간이면 죽음에 이를 것이다. 너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지켜보겠다.”
“……허허.”
밴은 씁쓸하게 웃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만 같다.
그 위대했던 창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저 비틀거리며 조금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때.
밴이 팔라든을 보며 말했다.
“팔라든, 이 친구야.”
“…….”
밴의 눈이 팔라든에게 닿았다.
그 순간, 팔라든은 자신을 꿰뚫는 그의 시선을 느꼈다.
그래, 솔직히 말하겠다.
팔라든은 알고 있었다.
암모어에 의해 밴이 자신의 딸을 죽였다는 것을.
하지만 사람이 극도로 분노했을 땐, 그 분노를 잠재울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 무언가는 밴이었다. 팔라든은 밴을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삶을 연명해 왔다.
그리고 밴은, 얼핏 그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밴이 황당한 말을 했다.
“미안하네.”
자신이 딸아이를 살해한 것은 결국 사실이었으니까.
팔라든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어째서 그는 변명조차 하지 않는 것인가.
어째서 암모어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그때, 밴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만 송이의 꽃’ 사이에서 피어난 단 한 알의 원두와 본래 가지고 있던 진귀한 원두들이 담긴 자루였다.
원두 추출기를 꺼낸 밴.
그가 원두를 추출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밴이 씁쓸한 표정으로 팔라든을 보았다.
“폐하께, 이 커피를 전해주겠나?”
마지막 순간까지, 밴은 단 한 사람만을 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