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 Gaming RAW novel - Chapter 938
밥만 먹고 레벨업 939화
네르바의 허락이 떨어지자 신의 검들의 동요가 더 커졌다.
신궁 먀오가 중얼거렸다.
“진짜일 수도 있겠는데……?”
물론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네르바가 두려워하는 그것이 대체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 천외제국 황제와 그 일당을 보내주는 것인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셋의 증인이 있는 상황이었으며, 신의 검 루오가 ‘네르바가 직접 음식에 독을 탔다’고 말하게 되면 신빙성이 더해진다.
물론 루오는 민혁의 사람이다.
하지만 한때 루브앙의 사람이었던 자다.
그리고 던과 롤스드도 마찬가지다.
세 사람이나 루브앙 제국에 돌아서면서 그가 벌였던 일에 대해 말해댄다면, 그 혼란은 갈수록 커져만 갈 것이다.
그렇다고 네르바가 ‘모두 죽여라’라고 말한다 한들, 지금 신의 검들은 쉬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황제라고는 하나, 그 자리에 올라온 결과가 부도덕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결정적으로 자신들이 믿고 따랐던 롤스드와 던이 실제로는 ‘반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리고 그 모습을 블라드 공작은 방관했다.
‘차라리 잘되었군.’
뜻 모를 생각을 하는 블라드 공작이었다.
민혁이 던을 부축했다. 그와 함께 신의 검 루오가 그의 옆자리를 지키며 보필했다.
자신의 일행과 나서기 전, 민혁은 네르바 세피로스를 돌아봤다.
“폐하, 어찌 저들을 보내십니까!”
“정말 부도덕한 방법으로 황위에 오르신 것이 맞습니까!?”
그들을 제지한 것은 블라드 공작이다.
“그만. 그렇다고 하여 그대들의 폐하가 아닌 건 아니지 않은가?”
민혁은 블라드 공작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네르바를 위해 저러한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물론 블라드 공작의 말은 사실이다.
네르바가 부도덕한 방법으로 황위에 올랐다 한들 변하는 것은 없다.
결국 신의 검들은 루브앙 제국을 위해 싸울 것이고 네르바를 황제로 떠받들 것이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이야기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즉.
‘기회가 생긴다면 황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
블라드 공작과 민혁의 시선이 마주친다.
민혁은 그의 생각을 도무지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네르바는 바닥을 나뒹굴고 있는 동상의 잔해를 보고 있었다.
밖에 나서려던 민혁은 걸음을 옮기려다가 네르바를 보고 있는 롤스드를 보았다.
“롤스드 경?”
롤스드는 이제 민혁의 인재가 되었다.
물론 롤스드는 앞으로 살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가 했던 말대로라면 오늘, 혹은 내일 죽음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녀 로이나나 신의 연금술사 만다라의 도움을 받는다면 최소 1~2년 이상으로 수명을 늘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롤스드는 민혁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
민혁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롤스드는 더 이상 삶을 연명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
그런 그를 무리하게 데려가 전력보강을 시키려 하는 것은 민혁의 욕심이었다.
브로드가 민혁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가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롤스드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으나 그 마지막 순간에 던을 빼 올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이다.
지금,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
민혁이 그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대는 좋은 황제요. 부디, 네르바와 같은 길을 걷지 말길.’
롤스드도 작은 묵례로 그에게 인사했다.
곧 롤스드를 제외한 민혁과 그 일행이 황궁을 나섰다.
그리고 블라드 공작이 말했다.
“우리도 이만 나가지, 반역자와 폐하께서 나눌 이야기가 있나 보군.”
“…….”
그것은 결코 네르바와 롤스드를 위해 한 말이 아니다.
‘네르바’와 ‘롤스드’가 진중하게 할 말이 있다.
반역자와 황제가?
애초에 그것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말이다.
한데, 네르바는 그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전의 이야기가 신빙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신의 검 기사단의 네르바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가고 있다.
블라드 공작이 그들을 데리고 나선 후, 롤스드는 멍하니 무너진 동상의 잔해를 보는 네르바를 보았다.
“왜 그러셨습니까.”
“…….”
네르바는 반성하진 않았다.
다만, 알 수 없는 허탈함이 밀려왔다.
그도 롤스드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았다.
그랬기 때문일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때 자신을 믿고 따랐던 신하에게 말한다.
“부러웠네, 그가.”
그는 브로드가 나선 자리를 응시했다.
“나는 알고 있었네, 태양의 자리에 적격하지 못하다는걸. 때문에 가지고 싶었지. 자네들에게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거든.”
“…….”
“한번 해보니 어렵지 않더군. 그 이후부터였을 테지. 필요하면 빼앗고, 쓸모없어지면 버리고. 참으로 편한 길이더군.”
“…….”
“자네도 내가 더럽고 추악해 보이는가.”
네르바의 눈이 롤스드에게 머문다.
그 순간, 롤스드가 입에서 피를 토해냈다.
“쿨럭!”
주르륵, 무너져 내리는 그가 고개를 들어 네르바를 본다.
“더럽고 추악하나, 내가 섬겼던 황제요.”
민혁과 밴처럼. 네르바에게도 한때 모든 것을 줄 수 있을 만큼 값졌던 신하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신하들 중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네르바를 지키고자 했던 자들도 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롤스드다.
“아직도 잊지 못하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 전쟁이 없는 곳을 만들겠다, 그곳에서 너희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겠다.”
과거의 네르바는 그런 자였다.
지금과 전혀 달랐으나 롤스드는 작게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그의 손을 움켜쥔다.
“폐하.”
“…….”
네르바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쩌면 그것은, 죽기 전의 신하와 대면했기에 나오는 그의 순수했던 과거의 모습일지도 몰랐다.
사실 롤스드는 알고 있었다.
이미 네르바는 돌아가기엔 너무도 먼 길을 왔다는 것을 말이다.
단지.
“크고 강하다 한들, 행복하지 않지 않습니까. 부디 환하게…….”
롤스드의 눈이 생기를 잃어간다.
천천히 떨어지는 고개로, 그는 마지막 힘을 담아 말했다.
“웃으십시오.”
떨어지는 롤스드의 고개를 보며 네르바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한참이나 그 손을 놓지 못했다.
* * *
민혁은 황궁을 벗어나자마자 모두를 이끌고 곧바로 천외제국으로 워프했다.
돌아온 후 얼마 되지 않아 알림이 들려왔다.
[천외제국의 롤스드가 전사하였습니다.]오랜 시간 함께한 자는 아니었으나 참으로 안타까운 인재였다.
그에 씁쓸함이 남았다.
“롤스드 경이 돌아가셨대.”
민혁의 말에 브로드가 말했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롤스드 경은 네르바를 미워했으나 충신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 네르바의 품에서 잠들 수 있어, 기뻤을 겁니다.”
민혁은 씁쓸하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 곧바로 천외제국의 사제들을 불러 만다라의 회복물약을 가져올 것을 명했다.
그들이 중상을 입은 던을 서둘러 치료하기 시작했다.
“어떨 것 같아?”
“곧 안정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사제의 말에 민혁은 고개를 주억였다.
이제 남은 것은 발렌티노였다.
“발렌티노. 즉시 아브이토 영토로 가서 척박한 땅을 개척해.”
“알겠다.”
발렌티노는 군말하지 않았다.
그도 스스로가 처한 처지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렌티노가 나서고 민혁은 새로 영입한 던에 대해 확인해 봤다.
(던)
등급: ?
종류: 가신.
레벨: 689
공격력: 6,603
방어력: 4,511
특수능력:
⦁패시브 스킬 시간을 읽는 자.
⦁액티브 스킬 만물을 꿰뚫는 눈.
⦁액티브 스킬 알브라드 검술.
잠재력: 170
경험치: 46%/100%
설명: 루브앙 제국의 공작이 된 후, 자격을 박탈당한 인물이다. 그는 상대방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만물을 꿰뚫는 눈으로 더 유리한 전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던은 루오보다도 뛰어난 인재였다. 그러나 아직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나, 민혁은 그와의 친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신하와 황제로서는 깊은 사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때문에 당분간은 브로드의 곁에서 함께하게 할 생각이었다.
고된 일들을 겪고 나서인지, 민혁은 심히 배가 고픈 것을 느꼈다.
‘간만에 맛있는 걸 찾으러 가고 싶단 말이지.’
하지만 그것도 맛있는 게 있어야 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가 아쉬워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집무실을 노크했다.
“들어와.”
다름 아닌 케런이었다.
요근래 케런과 자주 대화하는 민혁이었으며, 확실히 케런의 영입은 천외제국에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가 이주하고 난 후 천외제국으로 이주하는 비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었으니 말이다.
“발렌티노도 인터뷰를 따서 업로드할 생각인데, 승인해 주실 수 있습니까?”
“발렌티노도?”
“예, 폐하와 알리 님, 데스 님과는 별개로 루브앙의 사람이었던 그가 어째서 천외제국을 선택했는지 등을 내보내면 탱커유입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
“피곤해 보이시는군요.”
케런의 말에 민혁은 부정하지 못했다.
“맞아, 좀 맛있는 걸 먹으면 괜찮아질 것 같긴 한데, 괜찮은 재료 없나?”
“재료는 많지 않습니까?”
그렇다. 사실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재료는 많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닌, ‘특별한 재료’를 요하는 거다.
좀 더 많이, 맛있는 것 말이다.
민혁의 표정을 보고 그가 특별한 재료를 원하는 걸 깨달은 케런이 한참이나 그런 재료가 어디 있을까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폐하는 무한의 전장에는 참여 안 하십니까?”
* * *
㈜즐거움 회의실.
회의가 한창이다.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어 주가가 소폭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강태훈 사장이 고개를 주억였다. 불꺼진 회의실에서 이벤트팀 팀장이 리모컨을 눌렀다.
“다음은 무한의 전장 건입니다.”
무한의 전장은 쉽게 표현하면 결투장이다.
이 무한의 전장에선 유저들이 자유롭게 대결할 수 있으며, 이 무한의 전장은 아테네 초창기부터 존재해 왔다.
강태훈 사장이 무한의 전장에 대한 보고자료를 확인하다가 고개를 주억였다.
“업데이트 이후, 무한의 전장 이용률이 5배 가까이 급증했군.”
“맞습니다. 2개월 전 했던 업데이트에 의해 저레벨 유저부터 고레벨 유저들까지 자유롭게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강태훈 사장은 한 장을 더 넘기고 감탄했다.
“대단하군.”
그곳에는 익숙한 유저가 있었다.
바로 웨폰 마스터이자 최초의 8기둥 클래스인 알렉산더였다.
“2개월 동안 786전 786승이라…….”
보고서를 본 임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최고의 웨폰 마스터라는 증거일 겁니다.”
알렉산더가 무한의 전장에 참여한 결정적 이유는, 웨폰 마스터의 추가 스킬 획득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웨폰 마스터는 무한의 전장에서 100연승을 달성하면 그 자격을 인정받아 추가 스킬을 개방한다.
그리고 스킬을 개방한 후, 알렉산더는 날아다니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올해의 무한의 전장 MVP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 같습니다.”
그는 강태훈도 부정하지 못했다.
“일단은 무한의 전장에서 진행될 이벤트인 ‘무한전투’와 ‘별들의 전투’를 최종적으로 점검해 보게.”
무한전투와 별들의 전투는 ㈜즐거움이 준비한 회심의 이벤트다.
하지만 무한전투는 그렇다 치더라도 별들의 전투는 알렉산더와 같이 뛰어난 자들이 함께해주어야 재밌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렇지 않다면.
‘알렉산더도 돌파하지 못할뿐더러, 허무맹랑한 이벤트로 종료되겠지. 물론 무한전투에선 많은 호응을 받겠지만.’
그러다 강태훈 사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786전 786승. 이 기록을 깰 만한 참가자는 아예 없는 것 같군.’
그런 생각을 하며 강태훈 사장은 회의실을 나섰다.
그때,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박민규 팀장을 볼 수 있었다.
박민규 팀장은 오늘 진행하는 회의와는 무관했기에 참석하지 않았었다.
다급하게 걸어온 박 팀장이 말했다.
“사장님. 보고할 게 있습니다.”
“뭐지?”
박민규 팀장이 답했다.
“민혁 유저가, 무한의 전장 캐릭터를 생성했습니다.”